딴.세.와. 리메이크 19화

최대777글자 2015-07-25 1

reader side 허시혁

 

나보다 약간 앞장서서 숲을 걷고 있는 이 소녀의 이름은 팡. 내가 이 섬에 오고서 처음으로 만난 원주민이다. 그녀는 계속 풀을 치우면서 숲을 걸어가고 있다.

 

대체 어디까지 가려고...”

 

도착했어.”

 

수풀들을 치우자 보인 것은 바로 거대한 비석이었다. 아니, 정확히는 한 건축물의 벽화가 그려져있는 벽이 부서지고 남은 것처럼 보이지만...

 

이게 뭐야? 거대한 괴물이랑... 검을 든 사람?”

 

거대하고 덩치에 걸맞는 커다란 대검을 들고 있는 괴물은 딱 봐도 차원종처럼 보였고 검을 든 사람은... 검을 뽑고 괴물과 대치하고 있었다.

 

이거 너야.”

 

헤에~ 그렇구... ?”

 

그러고보니 검을 들고있다는 점이 나와 비슷하긴 하지만 이건 아무리 눈을 비비고 봐도 엄청 옛날에 만들어진 것처럼 이끼가 마구 껴있다고? 절대로 나, 허시혁일 리가 없다. 그런데 팡은 이 사람을 나라고 주장한다?

 

뜬금없이 그게 무슨 소리야?”

 

여기에 서있는 이 검을 든 사람, 너라고.”

 

아니아니, 이건 거의 고대유물이라고 해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인데 내가 왜 여기에 그려져있다는 건데?”

 

“...사실 이미 눈치챘잖아.”

 

?”

 

내가 눈치가 없는건가, 하지만 진짜로 모른다고. 그러니까 그런 어이없다는 표정은 그만둬주지 않을래?

 

난 이걸 만지고 미래를 보는 능력을 얻었어.”

 

“...이걸 만지고 얻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역시 그렇구나? 어쩐지...”

 

그러고보면 그 능력에 대한 암시는 계속해서 있었다. 갑자기 어디서 차원종들이 튀어나올 것인지, 타이밍까지 정확하게 맞히던 걸 보면 비슷한 능력일 거라고 생각했지만 정확하게 맞춘 셈인가... 하지만 위상력이라는게 그런걸 가능하게 만들던가? 라는 의문 때문에 그냥 그러려니 했던 것이지만...

 

위상력이랑 관련이 없는 그냥 초능력같은 건가...? 그러고보면 내가 있던 세계에서도 진짜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이 초능력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몇 있었지.’

 

사실 네가 오기 훨씬 전부터 너에 대한 미래를 봤어.”

 

“...?”

 

본론부터 말할게, 이번에 신전에 있는 괴물들을 퇴치하러 갈 때... 넌 빠질 수 없어?”

 

“...”

 

무리다. 지금 상황에서는 클로저 한 사람이 빠져도 큰 전력이 손실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런데 무엇보다 이해할 수 없는 건, 왜 갑자기 나를 임무에서 빠지라고 하는 것인지. 마치 내가 죽을 거라는 걸 안다는 것처럼.

 

?”

 

봤거든, 네가 그 괴물의 대검에 찔려서 엄청난 양의 피를 토하며 죽는 걸.”

 

으잌... 그건 좀 무섭네.”

 

“....말려도 갈 거지?”

 

? 어떻게 알았어?”

 

그것도 이미 알고 있었거든.”

 

이 녀석, 어쩌면 엄청난 능력을 갖고 있는 거 아닐까. 아니, 미래를 본다는 거 진짜로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굉장한 걸지도...

 

됐어, 갈 거면 그냥 가서 죽어버려.”

 

우와, 말 좀 심한거 아니... ? ! !”

 

갑자기 내게 심한 말을 하고 뒤돌아가는 팡. 그대로 숲에 들어가서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걸어간다.

 

“..., 잠깐만.”

 

그러고보니 나 길을 모르는데...?’

.

.

.

“....결국 한숨도 못 잔채로 다시 가야하는 건가...”

 

우여곡절 끝에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모두 휴식을 마치고 준비까지 끝나있던 참이었다.

 

동생, 어디갔다가 이제야 오는 거냐?”

 

길을 잃었거든요...”

 

그래? 아무튼, 이거 받아라.”

 

오옷?!”

 

제이형이 이쪽에 뭔가 검은색의 무언가를 던졌다. 받아보니 웬 천... 그것도 특수한 재질, 이것은 설마...!

 

내 요원복... 코트!”

 

그래, 너도 참 일에 성실하지 못하구나... 과연 내 동생이야.”

 

그거 전혀 칭찬이 아닌 것 같은데... 그리고 뭔가 제가 친동생인 것처럼 말씀하시네요. 아무튼 감사합니다!”

 

그의 말에 살짝 태클을 달고 코트를 펼쳐 입었다. 내 몸에 딱 맞는 사이즈, 무릎까지 내려오지만 딱히 움직임에 방해는 없고 움직임에 따라 자연스럽게 휘날리는 것까지 완벽하다. 사실 처음에는 약간 유치하다고 생각했었지만 입어보니 딱히 그렇지도 않았다.

 

이것만 있다면 스캐빈져 1만마리도 별 거 아니지.”

 

글쎄... 네가 나중에도 그런 말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네.”

 

?”

 

팡의 목소리가 들려서 뒤를 돌아보자 갑자기 내 목에 뭔가가 걸렸다.

 

우왓, 이거 뭐야?”

 

부적.”

 

목에 걸린 목걸이를 만지작거리며 질문하자 바로 대답하는 팡. 아까는 그런 독설을 하긴 했지만, 진심은 아니었던 것 같다.

 

“...주는 거야?”

 

빌려주는 거야.”

 

, 그래... 이런 뭔가의 뼈같은 걸 걸어놓은 목걸이 따위 줘도 안 받는다구! 딱히 삐진 건 아니니깐...’

 

엄마가 주신 거거든.”

 

“.....미안. 갑자기 사과해도 내가 왜 사과하는지 너는 모르겠지만 일단 미안해.”

 

내 갑작스러운 사과에 팡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자 단숨에 설명충으로 변절된 나였다. 무안해져서 검을 챙겨들었다.

 

그럼, 갈까!”

 

갑자기 네가 리더인 것처럼 행동하지 마시지...”

 

어색해서 얼른 출발하려고 한 거였는데...’

.

.

.

결국 그 메리토 사령관 때문에 이 엄청난 고생을 한 거였구나~ 휴가인줄 알고 들떴었는데...’

 

그러고보니 메리토 사령관이 지원만큼은 제대로 해줬다더니 뭐 아무것도 해준게 없는 것 같은데?”

 

“...생각해보니 그렇군.”

 

내가 의문을 느끼자 제이형도 맞장구를 쳐줬다. 그걸 기점으로 모두 잠시동안 그걸 생각하는 듯 했으나...

 

“...윗놈들이 다 그렇지...”

 

“...하아...”

 

제이형 덕에 언제까지고 윗사람들은 비열하다는 결론이 도출되어버렸다. 어째서 힘이 있는 사람들은 다 바보인걸까... 이것만큼은 아무리 생각해도 결론이 나오지 않을 것 같으니 생각하는 것을 그만두었다.

 

, 유적이다.”

 

어느샌가 미로를 통과해 숲을 나오자 유적이 보였다. 이제 차원종들의 뼈로 만든 열쇠로 유적의 문의 결계를 부수면 안에 들어갈 수 있고, 안에 들어있는 차원종들을 소탕하면 상황은 끝난다.

 

... 아까 벽화에 그려져있던 괴물이 이 안에 있다는 건가?’

 

어째 신경쓰이네...”

 

? 뭐가?”

 

나도 모르게 내뱉은 혼잣말을 들은 서유리가 내게 물었다.

 

아무것도 아냐. 그것보다 유적에서 나올 수 있는 건 약한 차원종들 뿐이랬었지?”

 

그랬지.”

 

화제를 전환하기 위해 조금 뜬금없는 질문을 시도하자 다행히 넘어간 것 같다.

 

그 때 조금 나온게 그정도였는데 이 안에는 얼마나 많은 녀석들이 들어있는 거야?”

 

“...!”

 

화제를 돌리기위해 한 대화에서 이 상황이 엄청 위험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 예상이 정답이라면 결계를 열자마자 무수히 많은 차원종들이 한꺼번에 튀어나올 것이다. 서둘러서 모두를 말리려고 했으나...

 

, 열렸다.”

 

으아앙대애애애애애애애!!!!!!!!!!!”

 

이미 늦었다. 결계가 풀리자마자 유적을 지키던 거대한 문이 양 옆으로 열렸고 안에 있던 차원종들이 한꺼번에 튀어나왔다. 순식간에 하늘을 뒤덮어 해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많은 양이었다.

 

우와아 세상에!!!!!!!!!!”

 

너무 많다. 나도 모르게 감탄사가 튀어나올 정도로 많았다.

 

도오올겨어어억!!!!!!!!!!!!!!!!”

 

그래, 일단 싸우기라도 해야...?!’

 

나한테 한 말인줄 알고 진짜로 자세를 잡고 돌격하려고 했을 때 뒤쪽에서 사람들이 달려왔다.

 

어라? 원주민들?”

 

갑자기 나타난 원주민들이 하나같이 손에 무기를 들고 차원종들을 상대하기 시작했다. 의외의 광경에 모두 놀란 듯이 입을 열지 못했다.

 

이럴수가... 이 원주민분들 모두 다...”

 

위상능력자였어?!’

 

그 순간 머릿속에 누군가가 했던 말 한 마디가 스쳐지나갔다.

 

[지원은... 이미 그곳에 와 있습니다.]

 

그 양반, 지원하나는 똑바로 해 줬나보군. 윗놈 치고는 꽤 하는데.”

 

나와 같은 생각을 했는지 내가 하고싶었던 말을 더 시원하게 내뱉어주는 제이형이었다.

 

그럼 가볼까!”

 

이렇게 내 인생 첫휴가는 엉망진창이 되어버렸다.

.

.

.

reader side 디아블로

 

“...인간들이 오는가...”

 

to be continue...

2024-10-24 22:37:10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