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저스-거울속의 나 3.5화(외전)
검은아리 2015-07-13 0
클로저스-거울의 속의 나
안녕하세요. 처음 글써보는 검은아리입니다. 조금 이상하더라도 재미있게 봐주세요.
※이 소설은 본 스토리와 관련없는 이야기이며, 픽션 스토리가 입니다.
※게임 성격과 소설에 차이가 좀 있을 수 있습니다.
※오글 거림 주의바랍니다.
※본 스토리는 정식 요원이 되었지만 아직 아스타로트를 만나지 못했다는 설정입니다.
3.5화 (외전)나약함.
때는 주말로 되돌아간다. 세하와 세희는 어제 아침 갑자기 찾아온 검은양팀 때문에 한바탕 뒤집어졌다. 서로 같이 자고 있으니
제이는 휘바람을 불며, 테인이의 눈을 가렸고, 유리는 얼굴이 빨개져 시선을 피했고, 슬비는 그 모습에 하마터면 버스 폭격을
할뻔했다.
당연히 둘은 무릎꿇고 잔소리를 들었고, 그 뒤 제이는 세하를 데려가 엄중한 경고를 들었다.
“동생, 여자는 말이야. 책임 질 수 있는 나이에 자야하는 거야. 물론 동생이 지금 공무원라서 돈을 벌고 있긴 하지만 세간의 시
선이....”
그 후 세하는 어른의 자세, 시선이라는 제이표 특강을 무료로 두 시간을 들어야했다. 강의 도중 제이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는
걸 보고 ‘그런데 아저씨. 왜 우시는거에요?’라고 묻고 싶었지만 사망루트로 갈거같아 침묵을 지켰다.
물론 세희도 편하지 않았다. 여자들만의 신경전이랄까? 유리, 슬비, 테인(넌 왜?)를 앞에 두고 있었는데, 유리는 웃으면서 마음
을 찌르는 포인트를 집어 말했고, 슬비는 자신이 보는 드라마로 남자는 다 늑대라는 지식을 주입하고, 테인이는 그림으로 정신
공격을 가했다. 문제는 이 그림으로 팀킬을 해버린게 문제지만 말이다.
‘지금까지 합쳐서 지금 받은 공격이 제일 강했어. 미스틸테인 아줌...아니 꼬마, 만만치가 않구나.’
그 그림은 세하와 세희가 너무 소중히 껴안은 채로 서로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는 그림이라는건 안비밀. 나중에 세하가 그 그
림을 보고 멍 때리다가 유리와 슬비가 인간 다트게임을 친절하게 가르쳐주었다.
원래 그들은 세하에게 화요일에 검은양 임시 본부로 출근하라고 전달할겸 놀러온 것이었다.
그래서 서프라이즈도 해줄겸 몰래 온건데, 이런 남사스러운 일을 볼 줄은 누가 알았겠는가?
슬비는 세희에게 세하 명의로 되어있는 휴대폰을 몰래 주면서 이세하가 주말에 게임을 하거나 이상한 짓을 하면 즉각 연락하
라고 했다. 그안에는 슬비 외에도 유리, 제이, 테인이도 등록 되어있었다. 세하 번호도 있지만 어차피 붙어있으니 딱히 연락할
일이 없을 것이다. 그 날 놀자판이 되었고, 금요일도 흐지부지하게 넘어가버렸다.
그리고 현재. 세하는 게임폐인모드 중이었고, 세희는 침대위에 엎드려 잡지를 보고 있었다.
타다다다닥! 팔락. 팔락
키보드 치는 소리와 잡지책 넘기는 소리만 나자 세희는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심심해~ 세하야, 나 심심하다고~”
이세하는 헤드셋 때문에 안들리는지 아니면 무시하는건지 열심히 게임만 하고 있었다.
‘어쭈? 무시한다 이거지?’
세희는 어쩌면 좋을까 하고 생각하다 장난삼아 고백해 보자는 생각이 들어 침대에 앉았다.
“세하야, 나... 나 말이야....”
세희는 뭔가 망설이면서 말을 하자 세하는 약간 멈짓 하다가 다시 타자를 열심히 두들겼다.
“너...좋아..하는거 같아.”
순간 이세하의 손이 멈추었다. 그리고 세하는 눈앞에서 자신의 캐릭터가 죽어감에도 아무것도 안하고 있었다.
세하는 헤드셋을 벗고 당황스러운 얼굴로 세희를 보았다. 그런데 세희의 얼굴은 비웃음으로 지어져 있었다.
“쿡, 농담이야.”
“....하아.”
세하는 왠지 모를 한숨을 쉬었다. 세희는 좀 웃겼는지 고개를 숙여 킥킥 거리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세하가 의자에서 일어
나 침대 위에 앉아 있는 세희를 넘어뜨렸다.
“...에?”
양팔을 잡은 세하의 얼굴에는 진지함이 가득했다.
“농담?”
“어, 어?”
세하는 점점 얼굴을 천천히 내리고 있었다. 세희는 저항하려 했지만 세하가 한팔로 양팔을 봉쇄하고 한손으로 얼굴을 돌리지
못하게 막고 있었다.
“자, 잠깐만 세하야!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그러니까 장난 그만해!”
‘으, 으아아아아! 어떻해?! 지...진심인거야?’
세희는 위상력도 일으키지 못할 만큼 정신이 없었다. 지금 그녀는 사자에게 제압당한 토끼처럼 꼼짝 못하고 있었다.
‘하..하는거야? 아직 마음의 준비가....’
서로의 숨결이 닿을 만큼 가까워 지자 눈을 감아 버렸고, 포기반 기대감반하는 마음이 생겼다.
그런데 세하는 입술에 닿기전 방향을 틀어 세희의 귀에 속삭였다.
“나도...장난이야.”
“.......어?”
세하가 일어서나 무슨일인지 상황판단이 서질 않았다. 너무 늦게 대답한 세희는 상황을 파악하고 고개를 숙였다.
“하..하하.”
“그러게 누가 그런걸로 장난치래? 그런 말 함부로 하지마.”
“하하...하하하하하.”
“네가 먼저 시작했으니 불만 없지? 하아, 이거 승급전이었는데....”
세희는 뭔가 허탈했는지 헛웃음만 냈다. 놀리려고 했는데 자기가 역관광당한 것이다.
‘내가...잘못했지만...하긴 했지만....여자의 마음을...감히...감히 가지고 놀았겠다!!!!’
잠깐이나마 설래고, 마음굳게 먹던 자신이 너무 창피했다. 그런데 그건 세희 뿐 아니라 세하도 마찬가지였다.
사실 침대위로 눕힐 때까지만 해도 장난이었다. 그런데 쓰러진 그녀를 보자 점점 이성이 본능으로 바뀌었다.
만약 그대로 갔다면 끝까지 갔을 지도 모른다.(쳇!) 하지만 입술이 닿기 직전 겨우 정신을 차린 세하는 방향을 틀어 자기 행동
을 무마하기위해 얼버무린 것이다.
“이..세..하.”
갑자기 주변 공기가 차가워짐을 느낀 세하는 고개를 녹슨 기계처럼 천천히 돌렸다.
‘마..마녀다! 마녀가 여기있다!’
갑자기 얼음 왕국의 주인공이 노래를 부르며 자기 집을 짓는 장면이 생각나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 수 없었지만 지금 목숨의 위
기를 느끼고 있었다.
“후우....하아...후읍...하아...”
세희는 심호흡을 몇 번 하더니 옷장을 열어 옷 몇벌을 가지고 방을 나갔다. 그리고 잠시 후 반팔 티셔츠에 다리가 훤하게 들어
나는 짧고 타이트한 청바지를 입고 들어왔다.
“2시간 후 여기서 가까운 공원에 있는 분수대 앞에서 만나자. 1분이라도 늦으면 이 휴대폰에 네가 게임한 사진과 함께 방금 한
일을 약간의 과장을 넣어버릴테니까 그리알아.”
핸드폰에 있는 사진을 보여주면서 그것은 절대 거짓이 아님을 말해주었다.
“말했다. 2시간 뒤라고. 잊어버리면 그 순간....알겠지?”
세희가 주먹을 흔들어 보이자 세하는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삐빅- 쾅!
문을 거칠게 닫아버리고 나간 세희를 보고 세하는 그저 허허 거리면서 왜저런가 싶었다.
2시간 뒤 세하는 지금 공터 분수대 앞에 서 있었다. 주말이다 보니 많은 커플들이 나와 데이트를 즐기거나 아이들이 신나게 뛰
어놀고 있었다.
“생각보다 빨리왔네? 이세하.”
“니가 협박했잖아....”
“협박이라...사실을 말한거겠지. 아무튼 따라와. 좋은거 해줄테니까.”
“조..좋은거?”
“이상한 생각 하지 말라고.”
세희는 뾰로퉁한 얼굴로 세하와 팔짱을 꼈다.
“야, 야!”
“주변에 의심 안 받으려면 이렇게 자연스럽게 가는게...나아.”
“도대체 어디를 가려고 그러는지....”
세하는 세희에게 끌려가다시피 따라갔고 그것을 지켜보고 있는 질투의 검은 그림자가 있었다.
***
제이는 오늘 오랜만의 휴식이라 이른 아침부터 점심까지 공원
에서 건강운동을 하고 있었다. 자신이 만든 건강약을 먹으면서 하니 몸이 몇배는 건강해진것 같다.
“푸하! 역시 건강이 최고야! 애들도 그걸 알아야 나중에 후회를 안할텐데.... 그래! 어른인 내가 더더욱 신경써주면 분명히 알아
줄거야!”
그런 제이의 행동이 더 아저씨 같다는 걸 모르는 채 속보(빠르게 걷는 운동)로 움직였다.
오후가 되자 날씨가 좀 더워서 그런지 땀이 금방나 더위를 먹을까 싶어 잠깐 휴식을 취하기로 한 제이였다.
“후우~ 그래도 이렇게 하니 정말 좋군....음? 저건...세하 동생?”
그때 어디론가 걸어가는 세하를 발견한 것이다.
“뭐지? 동생이 이 황금같은 주말에 산책같은 운동을 하는 기특한 생각을 할 리가 없는데?”
제이는 뭔가 감이 왔다. 이건 뭔가 있다는 감이!
“...미행하는거다.”
그리고 위상 잠행술을 펼치고 추격 끝에 어떤 분수대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설마...아니 설마! 누군가와 데이트 하는거야?! 그런거야 동생?”
제이는 스마트폰을 켜 세하를 제외한 소톡방에 문자를 날렸다.
=오늘 세하랑 만나기로한 사람있어?
그리고 3이라는 숫자가 사라졌다.
‘빠...빠르다.’
=아뇨 없는데요?
=그건 왜요 아저씨?
=형이 오늘 어디 갔어요?
3명의 소톡을 확인한 제이의 눈에 날카로움이 생겨났다.
그리고 빠르게 문자를 보낸다.
=내가 지금 우연히 동생을 봐서 미행을 했는데 분수대 앞에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어.
그리고 사진을 찍어 같이 올려보내었다.
=설마 데...데이트?
=혹시 정미정미 아닐까요? 제가 확인해볼께요!
=와아, 형이 데이트하고 다음 날 애가 생기는거에요?
테인아, 어떻게 데이트하면 그렇게 되는거니? 너 알고 그러는거지?
그리고 잠시 후 유리에게 답이 왔다.
=정미정미는 아니에요. 글에 전혀 츤츤거리는 기색이 없거든요.
“????”
‘어떻게하면 문자에 그런 소리를 들을 수 있는거니?’
그걸 묻고 싶었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였다.
=일단 내가 지켜보마. 너희들도 올 수 있으면 오도록해.
=알겠습니다.
=라져~!
=네, 아저씨
=아 방금 정미한테 톡하나 왔는데 저보고 위치를 말하라고 하네요?
그 답을 본 제이는 빠르게 답을 했다.
=아군은 많을 수록 좋지. 여기 위치가....
위치를 전송한 제이는 감시를 계속했다.
여름이라 많이 더워 가만히 있어도 땀이 날 지경인데, 몸이 않은 제이는 더위를 먹을 것 같았다.
‘흐음, 이럴 줄 알았으면 약을 2팩 더 가져오는건데.... 역시 유비무환이라는 건가?’
꿀걱! 꿀걱!
약을 섭취 후 겨우 체력을 유지하는 그때 드디어 세하 앞에 어떤 여인이 나타났다.
‘쟤...쟤는 세희잖아?!’
제이는 하마타면 비명을 지를 뻔했다.
겨우 비명을 참은 제이는 눈은 세하와 세희를 손은 톡을 보내고 있었다.
=비상! 금지된 사랑 발보중!
그런데 숫자가 4인건 왜 일까? 자세히 보니 서유리 동생님께서 우정미님을 초대하셨습니다. 라고 떠있는 메시지를 확인했다.
=금지된....설마 세하랑 세희가?!
=이세하...넌 나중에 버스로 맞을 각오해!
=전 옆에서 궁니르 쓸께요.
=세...세하가 자기성**였단 말이야?!
제이는 금지된 사랑이라 했지만 사실 또 다른 세하라는 걸 빼곤 유전적으로나 법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그걸 주위
사람들(검은양팀이나 친구들)이 인정 할 리 없었다.
=지금부터 비상령을 내리겠습니다. 제이씨는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고해주세요!
=전 거의 다왔어요! 마침 정미정미가 근처에 있어서 정미만 데리고 바로 가도록 할께요!
=테인이는 좀 멀었어요. 저를 버리고 먼저가세요.
=알았..푸확!
제이가 피를 토하는 듯한 톡을 보내자 슬비가 다급해졌다.
=왜그래요?!
=바..방금 둘의 대화를 잠깐 들었는데 세희가 좋...좋은걸 해준다고....ㄷ
=.....
그 때 제이는 다시 한번 피를 토할뻔 했다.
=커헉! 지금 다정하게(?) 팔짱끼고 이동 중인 걸 봐선 데이트 확률 97퍼센트!
=추격해주세요. 현 시간부로 제가 도착할 때까지 제이씨가 지휘를 해주세요.
=알겠어 대장. 난 은밀하게...따라 가보겠어.
=정미정미가 도착했어요. 저희도 금방 가세할게요!
=좋아, 난 몰래 추격하겠다. 5분 간격으로 특이사항 및 위치 보고를 하지. 만약 10분 정도 보고가 없으면...알겠지?
제이는 폰을 주머니에 넣은 뒤 3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서 몰래 추격전을 펼쳤다.
***
‘흐음, 제법이네? 제이 아저씨는 과연 베테랑이라 이건가?’
세희는 사실 분수대에서부터 제이가 추격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었다.
“얼마나 더 가야해?”
“남자가 툴툴거리면 매력 없어. 원래는 니가 리드해줘야하지만 위치는 내가 아니까 할 수 없이 내쪽이 리드하는거지. 다음부터
여자와 데이트 할땐 니가 먼저 어떻게 할 건지 생각하란 말이야. 주변에 맛집이 어디있는지, 영화는 뭐가 재미있는지, 데이트
코스는 어디로 갈지 등등! 알았어?”
“내가 왜 그런 귀찮....아악!”
꽈악!
세희가 웃으면서 세하의 옆구리를 꼬집었고 주변에는 다정하게 데이트하는 커플로 보였다.
“알아들었죠? 이.세.하.”
“아..알았으니까! 이거부터!”
그제야 겨우 풀어주었고, 세하는 꼬집힌 부분을 만졌다.
‘흐음, 생각보다 근육이 많은걸? 하긴 그렇게 차원종을 잡고 다니니 안좋은게 이상한건가?’
뿌드득!
“동생. 청춘을 즐기라고 내가 말했지만 어제의 특강을 무용지물로 만드는구나!”
그런 제이의 모습을 보고 주변 사람들이 수근거렸다. 커플을 질투한다느니, 아저씨가 별꼴이라느니 등등 제이의 정신을 갉아
먹고 있었다.
‘푸헉! 참....참아야 하느리나! 일단 유리가 오면 약을 보충해야....’
우웅
=아저씨 저희 근처에 있어요. 어디에요?
제이는 기뻤다. 드디어 이 지옥의 시선에서 벗어 날 수 있었기에 말이다.
=위치는 여기다. 빨리와줘! 둘이 쉬고 있으니까 빨리 접선해야되!
=넵! 알겠습니다 아저씨!
=아저씨가 아니라 오빠라니까...ㅜ_ㅜ
=아저씨 잡담 그만하고 감시 소홀히 하지마세요!
슬비가 일침을 날렸고, 제이는 피눈물이 나왔다.
3분 뒤 유리가 손을 흔들며 다가오자 제이는 양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맙소사! 저렇게 티가 나는 행동으로 오다니!’
아무튼 추격 30분만에 겨우 접선을 한 제이와 유리는 작전사항을 넘겨주었다.
“아마 저둘은 아직 우리 미행을 눈치채지 못 했을거야. 아직은 어색한 행동이 없었거든. 마약 그게 아니라면 가능성은 하나. 우
리가 있든 말든 데이트 중이라는 것! 그것만은 아니어야해. 안 그럼 미행의 의미도 없어질뿐더러 우리가 야단을 쳐도 씨알도
안 먹힐거거든. 이제 나는 약을 보충하러 가야해. 만약을 대비해서 말이지. 그때까지 부탁해도 되겠지?”
“걱정마세요, 아저씨! 저희가 잘 감시할께요!”
“딱...딱히 세하가 걱정...되는건 아니지만 최소한 인간으로서의 정체성은 지키게 만들게요.”
둘이 왠지 믿음직 스러웠다. 절대 이 지옥의 시선에서 벗어나고 싶은건 아니였다.
“그래. 그럼 부탁한다. 보고는 5분 간격으로. 접선했다는 문자는 내가 보내놨으니까 보고만 하면 되. 만약 특정 행동을 하는 일
이 있으면 사진을 찍어 보내. 그럼 난 이만!”
제이가 보급품을 위해 작전지역을 이탈하자 슬비와 정미의 추격전이 시작됬다.
“그러고보니 밥 아직 안먹었지?”
꼬르르륵
세하가 묻자마자 세희 배에서 소리가 났다. 그게 부끄러운지 ‘우으으...’ 거리며, 고개를 숙였다.
그때 공원 중간중간 배치되어있는 식당이 눈에 띄었다. 나무로 오두막같은 가게였는데, 3층으로 되어있었고, 꽤나 근사해보였
다.
“아, 저기서 먹으면 되겠네. 일리오스 페트라? 태양의 보석(돌 or 석재)이라...멋진데?”
세하가 가게 이름의 뜻을 해석하자 왠지 모르게 멋있어 보였다.
“너...저거 뜻이 뭔지 알아?”
“응? 아, 그렇지 뭐....예전에 게임에서 나온거라서. 그래서 그때 뜻을 찾아본거야. 좀 기억에 남아서....”
“흐음...역시.”
세희는 그럴 줄 알았다 싶으면서도 왠지 세하가 좀 달라보였다.
‘바보 같아보여도 가끔 유식하게 나와주니까 더 매력...아니아니! 그렇다고 내가 반했다는 건 아니고! 슬비한테 좋겠다 이거지!
음. 그래 맞아. 하하하.’
“그렇구나. 가끔 그런 유식함을 여친에게 보여주도록해. 그러면 너의 또 다른 모습에 매력을 느낄테니 말이야.”
세희가 그렇게 말하자 세하가 볼을 긇적이며 알겠다고 대답했다.
둘이 가게에 들어가 버리자 유리도 문득 배가 고프다는 것을 알았다.
“정미정미....후으으...”
“안되 유리야! 저 안에 들어갔다간 우리 둘다 발각된단 말이야! 나도 배고프긴...하지만....”
다행히 둘이 창가에 보이는 쪽에 앉아서 감시하기가 편했다.
둘이 뭔가 다정하게 대화하는걸 보자 우정미는 속이 울컥했다.
“이...세하! 뭐가 그리 즐거운거야...”
유리는 그런 정미가 왠지 무서웠다. 위상력이 없는데 지금 발현된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말이다.
“정...정미정미. 참아! 우리의 목적을 잊으...우와! 맛있겠다아아아!”
멀리서 보고 있었도 클로저인 유리는 둘이서 무엇을 먹는지 보였다.
세하는 스테이크를 세희는 돈까스를 시켰다.
“정미정미....우리 그냥 돌격할까?”
“후우...하아...아니야 우리의 임무를 잊어버....아 맞다! 보고!”
“응? 아, 맞다!”
유리와 정미는 서로 보고를 하는 것을 잊어버리고 있었다. 유리라면 몰라도 평소 철저한 정미로서는 어이없는 실수 였다. 그만
큼 세하의 데이트에 정신이 팔려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보니까 문자는 10통이 넘어 있었다.
=여기는 이슬비. 어때 뭔가 나왔어?
=유리야, 정미야, 어떻게 되고있어?
=둘이 발각된거야? 나랑 미스틸은 합류했어!
=얘들아! 지금 어디야? 왜 답이 없는거야?
=제이 아저씨 아무래도 둘이 당한 모양이에요. 합류해서 현재 GPS가 떠있는 곳으로 가죠!
=혹시 둘이 보고를 까먹은거 아닐까?
=유리라면 그렇겠지만 정미는 그럴 리가 없어요.
=하긴...유리라면 데이트에 넋놓고 지켜보고 있겠지.
=아니면 한눈을 팔았겠죠.
=어쩌면 음식에 눈을 돌렸을지도? 정미가 말리다가 놓쳤거나 발각된 가능성이 커.
톡을 읽은 유리는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같이 읽은 정미도 미안할 지경이였다.
“우으으으으! 정미정미!! 우와아아아아앙! 나 완전 애 취급 받았쪄!”
“괜...괜찮아 유리야! 일부러 그런건 아닐꺼야. 그냥 니가 걱정되서 그랬겠지!”
‘유리가 평소 어떻게 행동하는지 알겠다....’
그렇게 생각하며 다시 두명을 감시하는데 정미의 눈은 커질대로 커졌다.
“저...저건 서로 먹여주기?!!!!”
“에?”
정미의 말에 유리도 보았는데 정말이었다. 둘이서 번갈아가며 음식을 먹여주고 있었다. 세하는 부끄러운지 얼굴을 붉혔고, 세
희는 좋은지 웃고 있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정미가 웃고 있었다. 아니 정신줄을 놓은 거 같았다.
“이세하. 너...너란 애는 정말....”
이젠 유리도 막을 수 없겠다 판단한 그때 구세주가 왔다.
“찾았다! 아저씨, 누나 테인이가 찾았어요!”
테인이였다. 풀숲에 숨은 걸 용캐 찾아내었다.
그리고 그 뒤에 이슬비와 제이가 풀숲에 숨어 몰래 따라오고 있었다.
정미와 유리는 사과하며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보고 했고, 제이는 숨을 죽였고, 슬비는 갑자기 나이프를 다듬기 시작했다. 전
설의 고향에 나오는 칼가는 귀신보다 무섭고 차가운 표정으로.
“헤에~ 우리 세하가 많이 편했나 보구나. 조교를 더 받아야겠는걸? 후훗!”
‘눈...눈에 초점이 없어! 슬비눈에 초점이 없어!’
“그 조교라는거. 나도 참여해도 될까?”
“어머, 정미양이라면 환영이야. 우리 둘이 힘을 합쳐 세하가 딴 생각 못하게 만들어볼까?”
“그거 좋네. 후후훗!”
‘아..안되! 이대로 가다간 순수한 츤데레였던 둘이 얀데레 루트로 가버리겠어! 뭔...뭔가 수를 써야!’
유리는 둘이 타락(?)하기 전에 시선을 돌리기로 했다.
다행히 그때 둘이 자리에서 일어나 가게로 나오고 있었다.
“둘...둘이서 나중에 그 얘기하고! 지금 목표가 이동을 시작했어!”
핫!
이동보고를 들은 둘은 정신을 차렸는지 슬비는 냉철했던 대장으로 돌아왔다.
어느새 가지고 온 망원경으로 둘의 행태를 본 슬비는 아랫입술을 꽉 깨물고 이동 명을 내렸다.
망원경은 일반인인 정미에게 주었고 나머지는 빠르게 움직였다.
베테랑인 제이가 제일 앞에 서고, 위상력 혼란을 일으킬 수 있는 테인, 그리고 뒤에 바로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슬비, 위상력을
제대로 감추지 못하는 유리와 위상력이 없는 정미가 좀 떨어진 채로 따라갔다.
***
조금 전 가게 안
“후훗, 제법 잘따라오네? 벌써 들킨건 꿈에도 생각 못하는 건가?”
“야, 이세희. 어디에 앉을래?”
‘흐음, 기왕이면 감시를 잘 받는 곳이 좋겠지?’
“아, 저기 저 창가가 좋겠어. 햇볕도 잘들고 제법 밖도 볼만 하겠는걸?”
세희가 웃으며 그렇게 말하자 세하는 아무런 의심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세하가 먼저 들어가 앉으려하자 세희가 한숨을 쉬었다.
“에휴....이세하. 이럴땐 말이야. 남자가 여자가 편히 앉을 수 있게 의자를 빼주고 여자가 들어가면 의자를 넣어준 다음 자기가
앉아야 하는거야. 다음부턴 그렇....어?”
어느새 의자는 뒤로 가 있었다. 이세하가 어느새 의자를 빼놓고 있었던 것이다.
“예예, 공주님. 알겠습니다.”
공주님이라는 말에 약간 부끄러웠지만 티를 내지 않고 앉아버렸다. 세하가 앞에 앉자 웨이터가 다가왔다.
“주문하시겠습니까? 오늘 주방장님께서 두분을 보시고, 너무 어울린다면 최선을 다해 요리 할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
고 저희 지배인님께서 두분의 어울리는 모습에 극찬하며, 돈을 받지 않기로 하셨습니다.”
웨이터가 그리 말하자 세희가 고개를 살짝 숙였다.
“어머, 지배인님과 주방장님께 감사하다고 전해주세요. 그럼 세하야 넌 뭐 먹을래?”
“음? 아 그렇지.”
메뉴를 보다가 비싼것들 뿐이었지만 공짜라고 하니 부담이 좀 적어졌다.
‘하지만 염치 없게 비싼걸 시킬 순 없지.’
세희도 그리 생각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안심스테이크로 주세요.”
“저는 치즈돈까스로요.”
메뉴판을 받은 웨이트는 정숭하게 고개를 숙이며 ‘알겠습니다’ 하고 물러갔다.
“제법이네 이세하? 이런 분위기 있는곳으로 데려오다니. 뭐, 의도적인건 아니었겠지만...”
세희가 칭찬하자 한숨을 쉰 세하였다.
“하아, 여기 음식값 장난 아니더라. 내가 가진 전재산을 털어야 했다고....”
“마음같아선 더치페이하고 싶지만 난 돈이 없어서~ 호호호.”
“...자랑이다.”
약간의 대화가 오갔을까 음식은 금방 나왔다.
스프가 먼저 나오고 그 옆에 각자 시킨 음식을 놓아주었다.
“이건 주방장님 서비스입니다.”
그리고 가운데에 하트모양의 작은 케잌이 올라왔다.
“아, 저...그....”
이건 연인끼리 먹는다는 커플 케잌이었다. 메뉴판을 보았을때 주방장이 커플을 보고 그에 따라 주문을 받지 않을 수 있다고 나
와있던 메뉴였다.
“그럼, 즐거운 시간 되시....”
“저, 실례합니다.”
웨이터가 물러나려는데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른 중년아저씨가 다가왔다.
세희는 아저씨를 보고 깜짝 놀랐다.
“어! 혹시 화가 서경신씨 아니신가요?”
“오, 젊은 아가씨께서 저를 알아보실 줄이야. 맞습니다. 화가 서경신이라고 합니다.”
세희는 얼마전 잡지에서 80억의 그림을 그린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화가 서경신에 대한 얘기를 읽었다.
그림은 어미새가 **들에게 먹이를 먹여주는 그림이었는데, 너무나도 아름다웠고, 살아서 움직을 것 같았던 작품이었다. 물
론 그런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많이 있었다. 하지만 서경신의 그림에는 보고만 있어도 치유되고 안정되며, 무한한 감동을 주는
예술이었다.
까다롭기로 유명한 평론가 제이퍼가 그 그림을 보고 ‘이 그림의 가치를 돈으로 주고 살 수 있다면 빌게이츠가 자신의 재산 반을
준다 해도 바꾸지 않겠다‘고 평했다.
그리고 바로 경매에 올라갔고 그 그림은 제이퍼에게 80억에 넘어갔다.
평한것 치곤 싸게 넘어간 것이 아니냐고 했지만 서경신은 ‘내 그림을 극찬 해준것 만으로도 이미 어마어마한 액수를 받은 것이
나 마찬가지다.’ 라고 말했다.
이후 그가 그린 작품은 어미새의 사랑을 제외한 3개 뿐이었다. 그 그림들도 전작에 결코 뒤지지않는 명작이였다.
“유명 화가를 못 알아본다면 말이 안되죠! 아, 사인을 받아야....”
세하는 저렇게 흥분하는 세희는 처음 보았다. 왠지 진짜 소녀를 보는 기분이었다.
‘저런 표정도 지을 줄 아는구나....제법 귀엽잖아?’
“해서 말인데, 둘의 모습을 그려봐도 되겠습니까? 감이긴 하지만 왠지 둘을 보면 영감이 떠오를것 같아서 말이오.”
“네....네? 저, 저희를요?!”
서경신은 고개를 끄덕였다.
“왠지 둘을 그리면 제 인생 최고의 작품을 그릴 수 있다는 느낌이 왔습니다. 앞으로 그림을 못그리게 된다해도 후회가 없을 멋
진 그림을요.”
서경신이 그렇게 말하자 부끄러운지 세희는 우물쭈물 거렸다.
“그, 그런...저희 그....”
“그렇게 하세요.”
세하가 수락하자 세희는 당황했다.
“세...세하야! 그...괜찮겠...어?”
“부탁하셨잖아. 평생에 후회가 없으실 작품을 하시겠다시는데, 해보셔야되지 않겠어?”
“헤..헤에? 제, 제법 어른스러운 말도 하고, 제법이잖아?”
“허허, 정말 고맙소, 젊으니.”
이 때 정미와 유리는 휴대폰을 보고 있어서 못 본 장면 중 하나였다.
그리고 자신을 그린다는 것에 긴장했는지 세희는 표정이 굳어버렸고, 서경신은 그런 모습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아직 때가 아
니라는 것이다.
그 모습에 세하는 예전에 석봉이가 했던 연애게임에서 힌트를 얻었다.
‘그때 여친이 긴장했을때 먹여주기하면 어느정도 풀어진다고 들었는데?’
현실에서 그게 될지 모르겠지만 세하는 기왕 하는거 도전해보기로 했다.
고기를 한입에 넣기 좋은 크기로 썰어 소스를 살짝 뭍여서 말했다.
“세희야, 아~”
“....어? 어?”
세하의 돌발행동에 당황했는지 세희는 얼굴이 빨개졌다. 하지만 표정이 조금 풀어지자 그런 모습을 보고 세하는 재촉했다.
“나 팔아퍼. 안그럼 내가 직접 먹여버린다?”
‘이렇게 하는게 맞나?’
그런데 세하는 몰랐고, 석봉이도 나중에 알았지만 그건 *** 게임이었다.
그저 이벤트에 당첨된 게임을 한 석봉은 그걸 모르고 세하에게 가르쳐주었고, 나중에 그게 *** 게임인걸 안 석봉은 크게 당
황해서 그 이후 얘기를 하지 않은 것이다.
‘직...직접?! 그...그러니까 입으로 먹여준다는 거야? 왜이렇게 대담해진거야!’
세하는 뜻을 몰라 하는거였지만 세희는 어느정도 뜻을 알고 있어서 더 당황해서 덥석 물어 먹어버렸다.
“맛있어?”
“으...응.”
세하가 미소를 지어보이자 왠지 모르게 세희는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그때 서경신의 눈이 빛나며 손이 빠르게 움직였다.
긴장이 풀어졌는지 세희는 세하에게 돈까스를 먹여주었고, 그걸 부끄러우면서도 자연스럽게 받아 먹어주었다.
둘은 몰랐다. 서로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30분 뒤 서로 음식을 다 먹고 하트모양 빨대가 있는 음료수를 먹는 것으로 마무리 했다.
서경신도 그림을 다 그렸는지 얼마나 열정적으로 그렸으면 땀이 가득했다.
“후우, 내 감은 틀리지 않았어! 하하하하하하! 이 그림은 내 최고의 작품이 될거야! 앞으로 이 그림 보다 더 대단한 그림은 그릴
수 없을꺼야. 하하하하하!”
서경신이 그림을 그린다는 사실에 모든 사람들이 집중하고 있었고, 지배인은 가계를 차단하고, 주문도 받지 않았다. 물론 사람
들은 그 열정에 이미 주문 자체를 잊어버리고 있었다.
그런데 세하는 문득 모든 사람들이 자신보고있었다는 생각에 그제야 얼굴이 홍당무처럼 변했다.
‘으아아아아아! 내, 내가 무슨 부끄러운 짓을!!!!!!!’
새로운 흑역사다 라며 비명을 지를때 세희도 부끄러웠는지 고개를 숙인채 아무말도 않고 있었다.
그런 둘에게 서경신이 다가와 완성된 그림을 보여주었다.
채색이 없는 흑백그림이었지만 말이다.
“채색은 하지 않았어요. 여기서 칠을 하면 그림이 퇴색해버릴 거 같아서 말이오.”
둘은 그림을 보았다. 그림속에는 정말 다정해보이는 세하와 세희가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주변을 밝게 비추는 듯 하였다.
분명 흑백뿐인데도 색이 존재하는 듯하는 그런 기분이 들었다.
그림은 금방이라도 사랑을 속삭이며, 얘기할 것 같아 마음을 편하고 따뜻하게 비추어주었다.
“제목은 무엇으로 할건가요?”
세희가 묻자 세하도 궁금해졌다.
“허허, 제목은 벌써 정해졌더군요. 이 그림이 저에게 이미 자신의 이름을 말해주었습니다.”
그림이 말했다라 그러니 더욱 기대되었다.
“그림의 이름은 간단합니다. 사랑. 이 이상의 이름은 없을 겁니다.”
사랑이라고 하자 왠지 둘도 만족할 수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추후, 이 그림에 대한 작품비 반을 보내드리겠습니다. 아, 그러고보니 성함을 묻지 않았군요. 허허허.”
서경신의 만족하는 미소를 보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전 이세희라고 해요.”
“전 이세하에요.”
“이...세하라구요? 알파퀸님의 아들이었군요. 허허, 은인의 아들이 나의 최고의 작품이 되다니. 이것도 인연이라면 인연이군요.
허허허허.”
서경신은 자신의 작품에 둘의 이름을 새긴 후 나갔고, 세하오 세희도 자리에 일어나 식당을 나갔다. 지배인은 몇 번이고 감사
하다고 다음에 이용해준다면 무료로 식사를 제공하겠다고 했다.
“왠지...기분 좋다.”
“그..러게.”
“그럼, 아까 가고자 했던 곳으로 가보자.”
“어? 아, 맞다. 원래 그러려고 했는데, 잊어버릴뻔했어...”
“니가 약속 잡고 잊으면 어떻해?”
세하는 황당한지 트집을 잡자 세희는 작게 중얼거렸다.
“그럼 어떻해. 그렇게 즐거웠는걸....”
“어? 뭐라고 했어?”
“아무것도 아니야! 빨리 오기나해!”
한참을 가다보니 세하는 점점 인기척이 없어짐을 느꼈다.
그리고 세희가 인도가 아닌 숲속으로 끌고 들어갔다.
“어, 잠...잠깐만! 여기는 길이 아니...”
“알고 있어. 이 근처니까. 어차피 위상력으로 결계를 쳐서 사람들을 여기에 안오도록 했으니까 괜찮아.”
“위상력이 그런것도 되?”
“일종의 위기감이랄까? 왠지 가기 싫은 듯한 기분을 나게 해서 피하게 만드는거야. 안쪽에 들어오면 그 느낌이 강하게 들지. 위
상력자도 마찬가지고.”
“헤에, 신기하네?”
어느 정도 들어가자 좀 넓은 공터가 나타났다.
“이런곳도...있었나? 전방을 중심으로 방위 200미터쯤은 되겠네?”
“우연히 발견한거야. 약간 힘을 써서 바꾸긴 했지만.”
쿠궁-!
세하는 세희의 몸에서 엄청난 위상력이 느꼈다. 사람이 저만한 힘을 가지는게 가능한건가 싶을 정도로 말이다.
“큐브전개. 차원공간 차단.”우웅-! 쩌엉!
엄청난 위상력은 세희를 중심으로 큐브 모양의 결계가 공터 전체를 덮어버렸다.
우우웅-
큐브가 진동을 일으키는 소리를 내며 신기한 빛을 내었다. 세하는 그런 신기한 광경을 계속 보고 있었다.
“이 안에 있으면 위상력을 개방해도 잡히지 않아. SS급이 나타난다해도 위상력장치는 감지하지 못해.”
“위상력감지를...못한다고?”
세하가 긴장한듯 말하자 세희는 묘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 그리고 밖에선 우리의 모습이 전혀보이지 않아. 즉, 완전 차단 된거야. 그리고...”
콰과과광! 위이이잉-
세희는 아까보다 더 거대한 기운을 일으켰고, 그 여파로 대기가 흔들렸다.
“크윽-!”
“나도, 힘을 좀 개방할 수 있다는 소리지.”
큰 위상력을 가질 수록 차원종은 모를까 인간에겐 조금 힘든점이 있다. 위상력장치는 차원틈 뿐만이 아니라 위상력에 반응한
다. 즉, 사람이 크게 발휘하면 그것에 반응해 경보장치가 우는 것이다.
“만약 내가 조금만 힘을 푼다면 S급 이상의 차원종이 나타났다고 시끄럽게 울어대버릴꺼야. 그런 귀찮은 사태를 막기 위해서
힘을 숨기고 있었지. 하지만 이 공간에선 그런게 없어. 뭐, 그래도 내 전력의 5퍼센트도 발휘 못하지만 아쉽게도 내가 ‘창조’계
열에 쥐약이라서....”
세희가 가볍게 손짓을 엄청난 돌풍이 세하를 덮쳤고, 세하는 그것을 버티려고 애를 썼다.
“헤카톤케일이라고 알지?”
“헤카톤케일이라니....그 거대한 차원종을 말하는거야?”
세하는 그때의 상황이 떠올랐다. 너무나 거대하고 강력해서 도저히 어떻게 하지 못할 괴물이었다. 과연 한나라를 붕괴시킨 SS
급의 차원종은 차원이 다르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도 약해진 편이라고 들었을땐 그 충격은 이루말 할 수가 없었다. 검은양 전원과 다른 클로저들이 달려들어 어떻게
든 승리했고, 엄마에게 한발 다가섰다고, 기뻐했었는데 그것도 많이 약해진 거였다니 말이다.
“지금 이 정도가 헤카톤케일이 가진 원래 힘 정도이려나? 아니 조금 더 약하던가? 아무튼 그 정도야.”
두근두근두근두근
세하는 가슴이 뛰었다. 헤카톤케일의 원래 힘 정도라니? 그런데 그런 것을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소녀가 있었다.
“덤벼, 이세하. 앞으로 나타날 적은 헤카톤케일보다 강한 녀석들이야. 아니, 비교도 할 수 없지. 그쪽에선 한낱 중급계체일 뿐
이니까.”
그리고 세희의 손에는 위상력으로 만들어진 푸른불꽃의 건블레이드가 있었다.
***
“뭐?! 저게 대체...!”
“아저씨 저게 뭐죠?!”
“저건 설마...!”
“우웅~ 뭔가...엄청난 위상력이 느껴져요.”
세하와 세희를 미행하던 그들은 갑자기 느껴지는 엄청난 위상력에 짓눌렸다. 물론 위험할 정도는 아니였지만 위축이 될정도는
되었다.
“이건....누님이 쓰셨던 스페이스 큐브?! 말도안되! 그건 누님의 전매특허 기술인데!”
“아...알파퀸님이 쓰신 기술이라고요?”
슬비가 경악하자 다른 이들도 궁금해졌는지 제이를 보고 있었다.
침을 한번삼킨 제이의 이마에는 땀이 한방을 흘러내렸다.
“스페이스 큐브...저건 누님이 주변에 자신의 위상력으로 피해가 가지않게 하기 위해서 만든 기술이야. 저 큐브가 엄청 튼튼하
거든? 공간을 어떻게 할 능력이 없으면 저걸 뚫을 방법이 없어. 게다가 저건 누님이 강해지게 한 원인이 된 기술이기도했어.”
“알파퀸님이...강해진 이유요?”
“그래. 저 큐브안에서 누님은 정말 죽어라 훈련했거든. 나도 한때 저 안에 들어가....으으, 생각만 해도 피를 토하고 싶군. 아무
튼 그래.”
“으..윽!”
그때 우정미가 약간 괴로운지 심장을 움켜지고 있었다.
“정미정미!”
“괜찮아?”
“으...응. 난 괜찮...윽!”
“위상력을 가진 우리도 압박을 느끼는데, 일반인이나 다름 없는 사람은 더 힘들거다. 일단 여기서 나가야....”
그런데 그때 갑자기 위상력 압박감이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압박이 사라지자 갑자기 힘이 풀렸는지 모두 주저 앉아버렸지만, 제이는 더더욱 긴장했다.
“도대체...이세희 아니 이면의 이세하는 얼마나 강한거야? 이건 누님보다 강할지도....”
제이는 혼자서 중얼 거리며 큐브가 생성된 쪽을 바라보았다.
한편 세하는 지금 상황이 뭔가 이상했다.
갑자기 싸우자니 이건 무슨 말인가?
“싸...싸우자니. 게다가 난 무기도 없는데?”
“만들면 되잖아? 위상력 집중은 뒀다가 사골 해먹을래? 간단해. 네 손에 무기가 있다고 생각하고 그 느낌 그대로 검을 만들면
되는거야.”
“그게...말처럼 쉬워보이냐?”
“....하아.”
세희는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설마하니 위상력 무기도 못만들거란 생각은 못한것이다.
“그럼 무기가 있으면 되는거지?”
“어....어?”
위잉- 하는 소리와 함께 세희앞에 차원문이 열렸고 그 안에 손을 넣더니 건블레이드를 꺼내 던졌다.
“자, 여기!”
“우왓!”
간시히 받은 건블레이드는 세하 본인의 무기였다.
“어...이거?”
“그래, 니 무기야. 네 위상력을 썼으니까 당연히 찾기 쉬웠지. 무기도 갖춰졌겠다. 자세를 잡아, 이세하.”
세희는 진지한 말투로 말하자 위엄이 넘쳐흘렀다.
꿀걱.
‘이거, 잘못하면 죽을지....?!’
한순간 바람이 일었다 싶었는데 어느새 옆에서 위상력 블레이드를 휘두르는 세희였다.
“큭!”
치이이잉-! 콰앙! 치이이이익-!
한번 부딫친것 만으로도 세하는 그대로 밀려나 바닥을 끌어버렸다.
“진지하게 임해라. 이세하. 나는 지금부터 너의 적이다. 너를 진짜 죽일 생각으로 싸울 거다. 방금은 애쉬와 더스트와 동급인 S
급 정도의 힘밖에 쓰지않았어. 이정도에 죽을 정도면 차라리 이 자리에서 사라지는 게 나을 지도 모르지.”
“뭐? 뭐라고 지껄였어?!”
세하가 화난듯 소리쳤는데도 세희는 표정에는 조금의 변화도 없었다.
“말한대로다. 넌 평생 어머니 그림자에서 살아야된다는거다. 그렇게....패배감에 찌그러져 살아.”
“.....닥...쳐!”
콰앙!
이세하는 빠른 속도로 돌진해 세희를 진심으로 베어내려고 했다. 하지만 그런 일격을 가볍게 막아내고 세희는 발로 세하를 걷
어 차버렸다.
퍼억! 콰과광!
“커..헉!”
날아간 세하는 큐브에 의해 멈추었지만, 방금 발차기 한방에 갈비뼈가 부러졌는지 옆구리가 다 욱신거렸다.
“넌 아무것도 몰라. 지금 이 평화로운 시기야말로 힘을 키우기 적당한 시기하는걸.”
“크윽.....!”
천천히 다가오는 세희에게 공포심을 느꼈다. 저 위상력이 곧 자신을 베어낼거란 생각이 들었다.
“이세하. 시간이 지나면 넌 후회하게 될거야. 왜 그때 힘을 키우지 않았을까?”
점점더 가까워 진다. 하지만 몸을 일으킬 수가 없었다.
“왜 내가 그런 안일한 생각을 했었을까?”
“..무슨...소리야?”
“....왜 동료가 죽어가는데도 아무것도 할 수 없었을까? 왜 힘이 없어서 이 지옥을 겪어야 하는걸까? 왜 앞으로도 잘 해낼거라
고, 동료들과 함께 할 수 있을거라고 장담했을까? 그런 건 아무도 모르는건데!! 왜 내가 그런 생각을 하고 게으름을 피운거냐
고!!!!”
세하는 점점 세희가 하는 말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이건 자신에게 하는 소리이기도 했지만 그녀 자신에게도 하는 소리였다.
‘도대체...무엇이 널 그렇게...나를 이렇게...아프게 만든..거야?’
세하는 몸을 억지로 일으켰다. 위상력으로 치유력을 극대화 했지만 아직 몸이 멀쩡하지 않았다.
욱신! 욱신!
“조금만 버텨줘, 곧 끝낼테니까.”
세하는 방금 세희가 말한 말을 조용히 떠올렸다.
‘무기에 흘려보내는 이 위상력을 기억해! 그리고 생각하는거다. 나의 검을! 나의 무기를!’
위이이이잉-
세하의 건블레이드가 조금씩 울리면서 위상력은 푸른 불꽃을 일으켰다.
‘아직이야. 더...더 끌어 올리 수 있어! 내 불꽃을 더 뜨겁게!’
화르르륵!
그때 모든 시간이 아주아주 느리게 흘렀다. 그건 이 세상도 외부 차원도 전혀 느끼지 못하였다.
‘불꽃이...꼭 뜨겁기만 한건가?’
-불은 태초의 근원인 5대 원소. 따뜻하며, 뜨거우며, 자비롭고, 난폭하며, 자상하고, 무서우면서도 떼어낼 수가 없다.
‘누구죠? 당신은...’
세하는 갑자기 머릿속에 울리는 자의 목소리에게 질문했다. 노인인것 같으면서도 자세히 들어보면 여인 같기도 하고, 아이같
기도 했다. 하지만 그에 대한 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불은 새로운 것을 만들기도, 파괴하기도 한다. 너의 불꽃은 무엇이냐? 새로운 생명을 위한 거름을 만들어주는 자비로운 생명
의 불꽃이냐? 아니면 분노로 모든 것을 태우고 빼앗아 버리는 파괴의 불꽃이냐?
세하는 섣불리 대답할 수 없었다. 아니 애초에 그 말은 전해지지 않아졌으니 말이다.
-대답은 항상 네 주변에 있다. 아이야, 주변을...답이.....앞에...을.....게...이다
목소리가 점점 끊어졌고 세하는 눈을 떴다. 그 순간 세하의 손에 있던 건블레이드가 녹아내렸고, 위상력으로 만들어진 건블레
이드 손에 들려있었다.
“이건?!”
세희도 놀랐는지 뒤로 몇 발자국 물러났다.
하지만 세하는 그걸 볼 겨를이 없었다.
‘이게...위상력으로 만들어진...’
뭔가 느낌이 새로웠다. 따뜻하면서도 그 안에 들어있는 힘은 무엇이든 파괴할 수 있을거 같았다. 그 근원이 무엇인지 세하는
잘 알고 있었다.
‘불. 내 위상력의 근원...아니 그보다 더 높은 존재!’
그런데 문득 세하는 자신의 몸이 아프지 않음을 느꼈다.
“상처가...나았어?”
세하의 몸은 완전히 나아있었다. 그의 몸은 각성을 이루면서 새로운 단계로 접어든 것이었다.
“하..하하! 이게...내 힘인거야? 뭐든지...할 수 있을거 같아!”
세하는 자신의 손을 보며 주먹을 쥐었다. 이 힘이라면 헤카톤케일이 와도 혼자 상대할 수 있을거 같았다. 자신감이 넘치는 이
세하는 자세를 잡았다.
“이세희. 정말 고맙다! 나에게 이런 기분을 안겨줘서. 그리고, 이제부터 반격 시작이야!”
이세하는 위상력으로 만든 건블레이드를 앞으로 조준했다.
“공파탄.”
투쾅!
세하는 살짝 내보낸다 생각했지만 이미 공파탄의 위력은 예전의 세하와는 비교도 안될만큼 강력했고, 거대했다.
“후우, 그래. 그 힘을 벌써 손에 넣은거구나.”
세희는 피식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이내 차가운 눈으로 세하를 보았다.
“그런데, 고작 그 정도로 자만하긴 이르다! 일섬!”
세희가 세로로 베어내자 공파탄은 반으로 갈라지면서 사라져버렸다. 하지만 세하는 이미 앞에 없었다. 어느새 그녀의 옆에 있
었다.
“데자뷰지?”
콰광!
세하의 일격을 가볍게 막아낸 세희는 빙긋 웃었다.
“아~니~”
퍼억! 콰앙!
세희는 아까처럼 똑같이 발차기를 해서 세하를 날려버렸다. 세희는 그 자리에서 웃으며 말했다.
“데자뷰지?”
먼지속에서 세하는 웃으며 말했다.
“아~니~”
세하는 발차기를 맞기전 위상력으로 발차기를 막아버리고 방어에만 신경을 써 데미지를 축소화 하였다. 결과 세하는 별로 데
미지를 먹지 않았지만 손해를 본 공방이었다.
“때린데를 또 때리다니....너무 한거 아니야?”
세하가 장난스럽게 말하자 세희는 어깨를 으쓱했다.
“적이 그런거 신경 써주는거 봤어? 그건 그렇고 아까는 그렇게 화를 내더니 지금은 괜찮나봐?”
아까 전에 한 도발이 생각난 세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괜찮은건 아니야. 하지만 왠지 이해가 가기도 했어. 네가 무엇 때문에 이렇게 화를 내는지 대충 알 것도 같거든. 하지
만.”
쿠구구궁-
세하는 위상력을 더더욱 개방해 주변을 압박했다.
“아까전의 말을 용서 해줄 생각은 없어. 네가 무릎꿇고 사과하게 만들겠어.”
“헤에~ 할 수 있으면....”
슈웅!
“해보던가.”
순식간에 앞으로온 세희의 내려치기 공격을 간신히 막아낸 세하는 검을 흘려내고, 한바퀴를 돌아 원심력을 이용한 공격을 했
지만 이미 예상한듯이 세희는 살짝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세하도 그 정도는 예상하고 사각지대에 들어갈때 검의 길이를 아까
보다 조금더 길게 만들어 세희의 옆구리를 살짝 베어내었다.
아니, 정확히는 옷만 베어내고 위상력으로 보호되어있는 피부는 베어내지 못하였다.
“우와, 제법인데? 그 짧은 시간에 그 정도 생각을 하고 있었던거야?”
세희는 칭찬했지만 세하는 만족스럽지 못한듯 투덜거렸다.
“하아, 좋은 생각이라고 생각했는데, 설마하니 위상력 갑옷에 막힐 줄이야. 경험 차이나 레벨차이나 너무 큰게 이래서 문제라
니까....”
생각해보면 세희는 이미 차원전쟁을 끝낸 영웅이고, 자신보다 강한 적은 훨신 더 많이 싸워왔을 것이다.
‘게다가 이 힘은 이미 저 녀석도 가지고 있었던 거고....’
세하와 세희의 위상력의 능력은 동일. 그래서 더욱 압도적으로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는 것이었다.
같은 능력을 지녔더라고 힘이나 컨트롤의 차이가 큰쪽이 이기는건 당연할테니 말이다.
세희는 검끝을 살짝 내렸다.
“뭐하는거야?”
“재미있기는 한데, 밖에 손님들도 기다리는 것도 있고, 이제 곧 저녁 시간이라서 말이야. 이 한방에 모든 것을 끝내버리도록하
자. 이세하.”
“한방이라면....역시 그건가?”
둘은 동시에 미소를 지었다.
“그래. [결전기-유성검].”
그 말과 동시에 엄청난 위상력이 몸을 감싸듯이 피어올랐다.
“간다, 이세하. 이 일격 각성선물로 받도록해.”
“당하기만 할 거 같아?”
세하의 몸에도 세희와 같은 오라가 피어났다. 같은 기술. 같은 위력. 승부는 어느쪽이 될지 알 수 없었다.
‘이 정도면 애쉬와 더스트쯤은 이길 수 있겠지만...앞으로의 적은 그리 만만하지 않아. 이세하. 너는 더더욱 강해져야해. 동료들
을 위해서라도. 나처럼...후회하지 않도록.’
둘은 언제 격돌할 지 알 수 없었다. 그 때 큐브 밖에서 나뭇잎이 떨어졌고 그것이 땅에 떨어진 순간 둘은 격돌하였다.
소리 없는 폭발. 너무나 강력해서 소리조차 파괴가 될 위력이였다.
그리고 그 빛속에서 세희는 어렴풋이 보았다. 세하의 과거를.
-알파퀸의 아들인데...
-노력도 안하는건가? 하긴 알파퀸의 아들이니.
-엄마 잘만나서 위상력도 높고 좋겠다.
-괴물 자식같으니
“입 다물어!”
세희는 세하의 기억을 보면서 감정이 흘러들어와버렸다. 그리고 그가 얼마나 노력해왔는지도 말이다.
“왜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거야? 이렇게 노력하는데?!!”
그 때 세희의 눈앞에 어린 세하가 보였다. 앉아서 게임만 하고 어른들을 피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왜 말을 안해? 나는 노력했다고, 재능따위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너희들이 뭘 안다고 떠드냐고! 왜 말을 못하는거야!!!”
세희가 버럭 소리 지르자 어린 세하는 죽은 눈동자로 그녀를 보고 있었다.
“어차피 어른은...자기가 보고 싶은것만 보니까.”
그렇게 말하는 순간 세하와 세희외의 공간이 부셔졌다. 그리고 주변에는 붉은 그림자들이 생겨났고 그를 시샘하고, 질투하고,
비웃는 말밖에 들리지 않았다.
뿌드득!
세희는 이가 갈렸다. 이렇게 열받는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모든 것을 엎어버리려는 순간 검은양팀의 기억이 올라왔다. 처음에는 탐탁지 않아했었다. 하지만 동료와 같이 싸우고 사람들
을 구하고 조금씩이지만 그에게 빛이 흘러들어왔다.
웃음을 주는 서유리, 바른 길로 인도해주려는 이슬비, 걱정해주는 우정미, 바른 어른으로써 모범을 보여주는 제이 아저씨, 순
진한 얼굴로 사람을 편하게 만들어 주는 테인이, 게임을 같이하고 가장 친한 친구 한석봉 외에도 세하에게 고맙다고 말을 해준
많은 사람들이 떠올랐다.
“어?”
세희는 자기도 모르게 눈물이 흐르고 있음을 느꼈다. 그것에 당황해했지만 이내 수긍했다. 그의 감정을 그대로 느꼈다.
‘그래, 세하가 따뜻함을 느낀 건 이때 이후로구나....’
그의 모든 감정을 느꼈을 때 세희는 한가지 사실을 알았다.
‘그런데 이세하. 너는 그런 감사함을 느끼면서 왜 플래그만 꼽고 그걸 이을 생각을 안하는거야!!’
그리고 빛은 점점 거두어졌고 이내 현실로 돌아왔다.
하지만 기억을 보는 건 세희 뿐만이 아니였다. 세하 역시 세희에 대한 기억을 볼 수 있었다.
-정말 대단하군! 엄청 노력했구나?
-과연 영웅의 딸로서 모범을 보이는구나!
-노력하는 천재. 대단하다!
-나도 너처럼 되고 싶어!
세희 주변에는 빛이 가득했다. 늘 칭찬해 주는 사람들, 치켜세워주는 사람들. 그녀는 그런 사람들 속에서 웃고, 더더욱 노력해
서 강해지고, 동료를 만났다.
‘행복했구나...세희는.’
세희는 서로 부족한 점을 채워주고 위기를 항상 이겨내었다. 그렇게 그런 일상을 계속 겪을거라 생각했다.
“뭐지?”
하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오만이었다. 세하는 주변이 점점 붉게 물들어감을 느꼈다.
“이...건?”
세희는 온몸에 상처를 입었다. 치명상을 입었는지 계속해서 피가 나왔고 동료들도 많은 상처를 입었다.
-고작 이 정도로 자만하다니, 역시 인간은 어리석군. 하하하하하하하!
“뭐야...저건?”
그것은 헤카톤케일보다 작았지만 위압감은 헤카톤케일은 비교도 되지 않았다.
동상처럼 생겼지만 그것은 살아있는지 점점 가까이 다가왔다.
-하찮은 것들. 죽어라.
그가 멈춘것은 테인이를 닮은 여성이었다. 그의 손가락이 그녀를 가르켰다.
“안돼에에에에에!”
세희가 소리쳤지만 동상의 손에는 이미 빛이 떠나갔다.
피융- 퍼엉!
“아....아!”
그녀는 잔혹하게 터져죽었다. 남은건 그녀라고 말해주었던 고기덩어리 몇조각 뿐이었다.
그리고 하나하나 죽어갔다. 세희는 안된다고 소리쳤지만 남은건 절망과 분노 그리고 공포였다.
“너...너 이자식!!!”
이제 남은건 세희 뿐이었다. 그제야 세하는 겨우 공포에서 벗어나 동상에서 자신이 담을 수 있는 최대한의 공파탄을 쏘아 날렸
다. 하지만 그것은 세희의 기억이지 과거가 아니었다. 그를 그냥 통과해버린 공파탄은 허무하게 사라졌다.
“야, 야 이세희! 정신차려! 여기서 쓰러지면 안되! 어서 일어나라고!!”
“아줌마...흑! 얘들아...나...나 때문에...흐윽! 나 때문에 모두가....”
그녀는 슬픔에 빠졌는지 자신을 계속 자책했다. 그리고 동상은 그녀의 앞에 도착했다.
-어리석고 하찮은 인간이여, 죽음으로서 사죄하라!
그리고 그게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는 그 순간 어둠이 갑자기 모든 것을 덮어버렸다.
“뭐? 이...이게 뭐....!”
어둠은 이세하를 밖으로 끌고갔다. 그리고 세하는 그녀의 마지막을 보았다. 아름다웠던 검은 머리가 더더욱 씨꺼멓게 먹다 못
해 무서울 정도로 어두워졌음을. 그리고 그 미소가 너무나도 쓸쓸해 보였음을....
***
삐익- 삐익-
“으...음?”
세하가 정신을 차린곳은 병원이였다. 의료기구가 자신을 몸 상태를 체크 중었고, 눈앞에는 금발머리에 익숙한 사람이 보였다.
“캐롤...누나?”
“오, 드디어 눈을 떴구나 세하야. 뭐 그래봤자 2시간 밖에 안지났지만....”
2시간이라는 말에 세하는 시계를 보았다.
오후 8시 37분을 가르키고 있었다.
“진...건가?”
사실 그리 놀랍지는 않았다. 힘의 차이는 조절했다해도, 그녀와의 위상력 컨트롤이나 이해력의 수준은 차이가 심했으니 말이
다.
“세하군이 눈을 떴으니 이제 들어오라고 해야겠네요. 잔소리 잔뜩 먹을 준비하세요. 후훗.”
짗굳게말하고 나가는 캐롤를 보고 한숨을 쉬었다.
“하아...밖에 있는 손님이라고 했을때 대충 예상했지만....”
드르륵!
문이 거칠게 열리면서 검은양팀 전원과 우정미가 들어왔다.
“세하야!!”
유리가 가장 먼저 달려들어 부비부비어택을 시전했고, 정미와 슬비는 그런 유리를 말렸고, 제이는 하하하고 웃으며 테인이의
눈을 가려주었다.
김유정이 온건 좀 의외였지만 말이다.
“하아, 세하 너는 하루도 사고를 안치는 날이 없구나. 내가 지금 어떤 보고서를 얼마나 내고 왔는지 알면 넌 나에게 무릎 꿇고
사과해야하는 정도라고.”
“죄...죄송해요.”
김유정은 그냥 투정삼아 말을 한건데, 세하가 순순히 사과를 하자 모두 깜짝 놀랐다.
“이세하! 혹시 다칠때 머리 부딫친거 아니야?”
“세하가 이렇게 순순히 사과하다니. 그 여자한테 조금은 감사해야할 지도?”
“대장으로서 세하의 성장은 기쁘지만 이렇게 바뀐 세하라니...조금 그렇네...”
“동생, 이거 머리 좋아지는 약인데, 먹어볼래?”
“평소 나는 어떤 이미지인거야?”
세하가 작게 투덜거리자 모두 피식하고 웃으며 동시에 말했다.
“게임 폐인에 주변에 최고로 민폐 끼치는 나쁜 남자.”
“....이거 짜고 친거 아니지?”
세하는 그런 의심을 지우지 않은채 누군가를 찾았다.
“그러고보니 세희는 안보이네?”
“....하아, 세희는 지금 밖에 있어. 만나볼거야?”
슬비가 약간 걱정된듯하면서도 약간 화가난듯한 말투였다.
“응, 아무래도 해둬야할 말이 있으니까.”
“...알았어.”
“내가 불러올게.”
유리가 밖으로 나가 세희를 끌고 들어왔다. 세희는 약간 어색해하며 들어왔는데, 그 모습이 왜그리 귀여워 보이는지 모르겠다.
유리는 세하 앞에 세희를 세워주었다. 세희는 눈을 못마주치며 우물쭈물대었다.
“세희야 나 할말이 있는데...”
하지만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고개를 숙인채 가만히 있었다.
“저...이..세희..?”
돌연 세희는 고개를 들고 허리를 90도로 숙였다.
“미안해! 내가 너를 오해했어! 진심으로 사과할께!”
갑자기 그녀가 사과를 하자 분위기가 갑자기 이상해졌다.
아니 분명 사과는 해야하지만 갑자기 오해라는 말을하니 어리둥절했다.
“그게...무슨?”
세하가 물어보자 숙였던 허리를 천천히 피며 말했다.
“...봤어. 네 기억을...거의 다.”
“내...기억을?”
세하는 그 때 세희와 자신이 부딫쳤을때 서로 공명해 기억을 엿본 것으로 추정했다.
‘위상력이 서로 똑같으니, 그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기억이 흘러들어왔구나...’
그리고 떠오르는 그 동상. 정말 무섭고 압도적인 존재였다.
‘그렇게 강력한 존재가 있었다니....’
세하는 동료들을 훓어 보았다. 그렇게 강했던 세희가 있었는데도 압도적으로 졌다면 지금의 자신들이 간다면?
‘한순간 전멸이다.’
떠올리기 싫지만 억지로 떠올랐다. 자신의 눈앞에서 사라지는 동료들이, 시체조차 남기지 못하고 사라지는 장면을 말이다.
“으음....”
세하가 약간 신음을 하자 슬비가 걱정됬는지 가까이 다가와 물었다.
“괜...괜찮아?”
“아, 아 괜찮아. 그냥 약간 머리가 띵해서.”
“그래...? 그럼 다행이네.”
모두 안심했는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후회했다. 아프다고 할것을.
그 후 3시간짜리 잔소리를 먹기 시작했다. 한명씩 돌아가면서 말하니 정말 끊임없이 잔소리가 나오고 했던 말 또하고 또하고
무슨 무한 리플레이를 틀어놓은 기분이었다.
그나마 그것도 캐롤이 들어와서 3시간만에 끝난 것이다. 안그랬다면 얼마나 더 해먹었을지 상상도 하기 싫었다.
“검사결과 세하군의 몸은 지극히 정상이고, 위상력 또한 굉장히 증폭됬어요. 지금당장 S급 요원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말이에
요. 하지만 약간 무리를 했으니, 오늘은 병원에 있고 내일 아침 퇴원하도록 하세요. 간병할 사람 몇 명만 남고 나머지는 모두
나가주셔야겠습니다.”
케롤은 자기 할 말만 하고 김유정을 끌고 나가버렸다.
“후우, 동생. 그럼 나도 가볼게. 난 체력상 오래 간병 못해주니까.”
“어차피 내일되면 퇴원할텐데 무슨 간병이에요. 간병은 아저씨가 받아야죠.”
“형이라니깐....아무튼 난 테인이 데려다 주고 올테니까 쉬고있어. 화요일날 보자고~”
“세하형, 몸조리 잘하세요.”
제이와 테인이도 나가고 남은건 세희, 슬비, 정미, 유리가 남아있었다.
‘왜 이렇게 남아버렸지?’
세희는 자기랑 같이 사니 그렇다 치고, 나머지 셋은....
‘슬비는 대장으로서 책임감인가? 유리는 뭐 그렇다 쳐도 정미는 왜?’
세하가 정미를 빤히 쳐다보자 정미는 고개를 돌렸다.
“왜...왜 그렇게 빤히...쳐다보는거야? 바보...”
목소리가 갈 수록 작아져도 바로 옆에 있으니 다 들렸다.
“바보는 좀 너무하잖아. 시간도 늦었고, 벌써 12시가 넘어버렸고, 뭐하러 이렇게 남아있나 싶어서.”
“그...그냥 니가 다른 애들한테 이상한 짓 안하나 감시 차원에 있는거니까, 신경쓰지 마!”
“안하거든? 그전에 내 목숨이 왔다갔다 할거 같은데?”
슬비가 칼로 세하를 회뜨려 할 것이고 유리는 두동강 세희는....그냥 존재자체를 없애 버릴 수 있는 수준이니 말이다.
“흐...흥! 그래도 모르는거잖아? 남자는 순간적으로 100배의 힘을 쓴다고 들었어!”
“어디서?”
“...모..몰라! 숙녀한테 그런거 묻지마!”
어디서 안건지 캐묻고 싶지만 그러면 돌맞을 짓일 거 같아 그만두기로 한다.
“그래, 마음대로 해라. 아, 세희 너한테만 따로 하고 싶은 말있는데, 잠깐 괜찮겠어?”
세하가 진지하게 말하자 슬비랑 정미는 설마 했지만 표정을 보니 그런 류는 아닌듯하여 자리를 순순히 비켜주었다.
둘만 남자 세희는 궁금했다. 무엇 때문에 둘이서 얘기를 나누고 싶어하는지.
“실은...나도 봤었어. 네 기억. 그리고 간접적으로 느꼈어. 동료를 잃었을때의...감정 말이야.”
세하의 말에 세희는 놀랍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래...너도 보았구나.”
“어. 그리고 확실히 알았지. 나한테 왜 그렇게 했는지. 너 자신한테 화내고 싶었던거지? 여유롭게 지내는 나를 보고 과거의 너
를 투영시킨거였던 거야 너는.”
“...하아. 맞아, 내가 그때 감정적으로 대한건 그 기억 때문이었어. 그래서 더더욱 미안했어. 사실 나한테 하는 말이었는데, 결
과적으론 너한테 화풀이한거니까.”
세희가 순순히 인정하자 세하는 손을 내밀었다.
“그래. 사과는 받아주지. 앞으로 그런 식으로 훈련하도록 할게. 하지만 최소한 휴식만은 필요해. 그리고 다른 애들도 나랑 같이
해야하지 않겠어? 그래야 살아남을 확률이 높아지니까.”
“훗, 실은 너만 당하는게 싫은게 아니고?”
“뭐...부정할 수만은 없겠네.”
“후훗! 뭐야 그게! 쿠쿡!”
웃음이 살짝나온 그녀가 예뻐보인다는 걸 느낀 세하는 이 감정을 부정하고 싶지는 않아졌다.
“사실 너 말이야. 큐브 안에 있을 때 육체가 거의 다 터져나갔었는데, 그걸 본 네 동료들이 나한테 죽일 듯이 달려온거 알아?”
“그...그랬냐?”
왠지 상상하긴 싫었지만 말이다.
“하지만 제이 아저씨는 침착하더라. 마치 알고 있었다듯이. 뭐, 내가 쓴 그 기술은 큐브가 해제되면 그 안에서 먹은 모든 공격
이 무효화 처리되. 즉, 죽었다 하더라도 너는 죽은게 아니란 말이되지.”
“가상체험...이라는 거지?”
“뭐, 반은 맞아. 정확히는 그 차원에 있던 일이 현 차원에서 받아드리지 못해서 왜곡이 일어나 원래대로 돌리는 거지만... 이건
니가 나랑 비슷해지면 저절로 알게될거야.”
세하는 잘난척 하는 세희를 보고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너 알고보니 되게 잘난척쟁이구나?”
“흥! 뭔 상관이야? 내 성격은 원래 이래. 메롱!”
세희는 세하를 약올리고 나가기 전에 고개만 살짝 돌렸다.
“오늘...수고했어. 그리고 고마워.”
“어? 고맙다니....”
“그냥 그런줄 알아!”
세희는 얼굴을 붉힌채 문을 열고 나가버렸고, 세하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고 침대위에 누웠다.
원래라면 세하는 지금 게임기를 잡았겠지만 오늘은 그보다 낮에 했었던 전투를 다시 머릿속에 이미지 트레이드를 하며 점점
잠이 들었고, 꿈에서도 그 과정이 반복되었다.
‘그러고보니....요즘은 악몽을 꾸지 않는데...어떻게 된거지?’
세하는 잠깐 생각하다가 별거 아니겠지 생각하고 다시 훈련에 집중했다. 그리고 세하에게 부여됬던 운명의 축이 조금씩 틀어
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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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아아, 쓰기 힘들어요. 뭔가 앞뒤가 조금 안맞는거 같기도 하고, 밸런스도 이미 망했어요 ㅋㅋㅋ
하지만 포기 하지 않습니다. 한명이라도 읽어 주신다면 완결까지 가는게 인지상정!
힘...내야죠. ㄷ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