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개 나타 1화

럭키씨 2015-06-18 6

살기위해 죽였다. 비가오던 날도 해가 아름답게 비추던 그 날도 안개가 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날도 이곳은 항상 그랬다.

살기위해 ...

살기위해 죽이는 곳 이었다. 모두가 살기위해 강해졌다. 그래서 그들은 모두 강했지만 나 혼자 강하지 못했다. 나는 강한자들의 '개'였다.

 

밝은 곳이 있으면 아두운 곳도 있기 마련이다. 해가 비추면 그림자가 생기듯이... 강남과 같이 아름답고 사람들이 몰려드는 장소가 있는 것과 같이 그와 상반된 거리도 있다. 아무도 찾지 않는 거리.  '로스트 스트리트' 제한 구역

차원종의 공격에 무너져 버린 그리고 정부에 의해 버려진 그런 곳이다.  보이는 것은 부서져 버린 건물의 잔해와 지금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낡고 초라한 아파트. 모든 것이 무너져 버린 일상이다.

 

그런 곳에도 사람은 있다.

이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사회에서 버림받은 자들 ... 범죄자나 다른 곳에서의 망명자들이 오는 곳이다. 지금의 이 곳만 보면 사람 하나 없는 것 같지만 사실은 사람들이 살고있다.

우선 저쪽에 겹쳐올려진 바위 아래에 비춰지는 두개의 눈동자.. 아마 몇일은 굶은 것 같다. 눈빛에 핏빛이 섞여있다. 당장이라도 무언갈 먹지 않으면 죽을지도...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이곳에서 굶어 죽는 일은 일상 다반사이니까. 그 뒷쪽의 부서져버린 자판기 뒤에서 칼을 손질하는 사람도 보인다.

칼을 갖고 있는 걸 보면 아마 몇번의 실적이 있는 놈이겠지.

이곳은 C급 사냥터 지역이다. 버려진 거리 '로스트 스트리트' 이곳에 오는 자는 의외로 많다. 일평균 10명 정도는 온다고 본다.

하지만 이곳의 인구는 늘지 않는다. 어째서일까? 바로 이곳에서 새로들어오는 신입을 노리는 놈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신입을 노리는 놈들은 대부분 약한 놈들이다. 정말로 강한 놈이라면 A급 지역에서 밖의 일반 에어리어쪽으로 들어오는 좋은 음식을 먹을 수 있으니까. '우리'같이 약한 놈들은 여기서 더 약한 놈들의 것을 빼앗는 것 밖에 살 길이 없다.

 

그때였다. 멀리서 보이는 작은 인영에 이 거리의 모든 것들이 숨을 죽였다. 멀리서 걸어오는 인영은 아주 작아보였다. 낡은 망토를 뒤짚어 쓴 꼬마아이였다. 가끔 보이는 긴 생머리가 여자아이 라는 것을 알려주었다.

 

"뭐야.. 꼬마애잖아..?"

'사냥개 나타'는 중얼거렸다. 그도 그럴것이 이곳에 오는 것은 대부분 범죄자나 망명자... 연령층은 특이한 케이스가 아니라면 모두가

20살은 넘은 사람들이었다. 나타 그 자신도 나이가 어리지만 저 아이는 아마 7~8살 정도로 보였다. 하지만 인영이 여자애라는 것을 알고도 그들이 변하는 것은 없었다. 여전히 모두가 숨죽이며 기다렸다. '먹잇감'이 다가오기를...

칼을 갈고 있던 사내는 칼을 갈던 돌을 천천히 내려놓으며 상체를 숙였다. 바위 밑에서 기다리던 남자는 벌써부터 흥분한 기색이었다. 붉어진 두눈은 당장이라도 일을 시작할 것 같았다.

 

'죽겠지.. 저 아이..'

나타의 눈동자에 일말의 동정심이 스쳐지나갔다. 하지만 이내 그 기색을 지워버리고는 눈을 감았다. 이곳에서 동정심은 최대의 적

하루하루가 삶과 죽음의 연속인 이곳에선 더욱이 그렇다. 나타는 쥐어진 쌍검을 두손에 더욱 더 힘을 줘 붙잡았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의 배려는 저 아이를 죽이지 않는 것. 그것 뿐이다.

'그것 뿐이야. 미안하다 꼬맹이.'

 

바람에 흩날리는 망토를 작은 두 손으로 꽉쥐고 걸어오는 여자아이는 너무나 애처로워보였다.  이미 피부가 다 벗겨져 발바닥은 피로

범벅이었다. 하지만 여자아이는 그 작은 발걸음을 멈추지 않고 걸었다.

하지만 곧 그 발걸음은 갈 길을 잃고 멈춰 버리고는 그 앞을 바라보았다.

 

소녀의 앞에는 무너져 버린폐허와 그리고 깨끗한 파란 하늘. 그리고 두손을 등 뒤로 감춘채 미소띈 얼굴로 걸어오는 남자. 온몸이

상처투성이에 무서운 표정으로 자신을 노려다 보는 남자 두명이었다.

 

소녀는 절망했다. 절망으로 일그러진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고는 다시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두려움을 지우기 위해서 그리고 모든 것을 포기했기 때문에.

 

"꼬마야. 이곳엔 어떻게 왔니?"

"...맛있어...보여..."

 

가까이 다가온 그들은 이미 손에 넣은 사냥감을 보는 표정으로 소녀를 보았다.

하지만 소녀에겐 이미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귀를 막았기에...

그저 보이는 것은 파란 하늘이었다.

"이제... 싫어... 아빠... 엄마..."

 

챙! 챙!

 

소녀가 기절하기 전에 본 것은 파란 하늘이었다. 파란색 머리의... 강렬한 눈빛의 소년.

그리고 들리는 목소리

 

 

"어이, 남의 사냥감을 가로채려하다니 ... 두 번 ... 죽을까?"

 

 

 

 

 

 

 

2024-10-24 22:28:52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