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 기억편 -제이- 속죄(Redemption)

환율비청 2015-06-25 3

몇 년전, 유니온 본사 국장실

".....정말 이렇게까지 해야겠나?"-데이비드 국장-

"........."-???-

"부탁하네, 다시 한 번만 생각하게. 자네가 이 일에 책임을 질 필요는 없잖나."-데이비드 국장-

의자에 앉아있는 국장이 긴장한 모습으로 자신을 마주하고 있는 한 소년을 설득하고 있었다, 설득을 시작한 지 5분.. 온몸에 붕대를 두르고 있는 소년은 그저 가만히 그의 설득을 듣기만 했고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하아.... 자네가 정말 그렇게까지 하고 싶다면.. 알겠네. 자네 하고 싶은대로 하게, 지금 이렇게 붙잡아봐야 소용이 없다는 걸 누구보다 내가 잘 아니까.. 내 상부엔 잘 말해 놓도록 하지."-데이비드 국장-

스윽-

그 소년은 그 말을 시작으로 천천히 의자에서 일어나 두 다리로 삐걱거리며 문으로 향했다. 그걸 본 데이비드 국장은 그가 나가기 전 마지막 한 마디를 했다.

"잘... 가게."-데이비드 국장-

"........앞으로는 볼일 없을 거야. ..하지만 고마워, 형."-???-

그랬다. 온 몸을 붕대로 칭칭 감고 두 다리를 절뚝 거리며 국장의 방을 나간 소년은 제이였던 것이다.

그리고, 그날 밤...

"으아아아아아아악---!!!"-제이-

콰장창! 쾅! 쿠르릉!

단말마를 지르며 자신의 침대에서 일어난 제이는 밑바닥에서 솟구쳐 오르는 아픔도 잊어버린 채 거실로 달려나가 테이블에 놓여진 약을 찾아나섰다, 걸리적거리는 것은 전부 부숴버린 채.

찌익, 후두둑- 벌컥 벌컥..

"커헉...허억...헉...."-제이-

약을 복용한 뒤 정신이 돌아온 그는 다시금 올라오는 통증에 입술을 깨물었지만 아프지 않았다. 아니, 아팠지만 이정도로 아파해서는 안되는 것이었다.

'난... 나는.... 이 정도로 고통을 느껴서는 안돼...'

그리고 두손에 얼굴을 묻은 채 방금 전 꿈을 기억해냈다, 꿈에는 차원전쟁 당시 희생당한, 자신이 알던 친구들과 요원들이 보였었다. 그리곤.... 그들은 제이에게 이렇게 말했다.

"넌 왜 살아남은 거야?"

"너도 죽었어야지."

"왜 나는 살리지 않은 거야?"

"어째서 구하지 못했어?"

"억울해."

"짜증나."

"널 증오해."

"죽어버려 죽어버려 죽어버려 죽어버려 죽어버려 죽어버려 죽어버리라고!!"

.....그랬다. 그 끔찍한 차원전쟁이 끝났을 이후에는 모두가 죽은 후였다 ..아니, 거의 극소수만 살아남았다. 그 중엔 제이도 포함되었다. 하지만 그가 이렇게까지 심하게 죄책감을 느끼는 이유는 그가 유니온 본부에 퇴각 신청을 부탁한 자였기 때문이었다. 그가 차원전쟁에 나섰었을때 절망적으로 사태가 좋지 않았고 극심한 부상들을 입은 요원들과 클로저들이 한둘이 아니었기에 그는 퇴각이 필요하다고 느껴 신청을 했지만 위에서는 그걸 받아들이지 않았고 그대로 그곳에 있던 요원들과 클로저들은 말 그대로 지옥을 경험해야만 했다.

"이건... 내 탓이야, 그러니 내 스스로 속죄할때까진 계속 버텨내겠어... 속죄할때까지만...."-제이-


......그렇게 몇년이 흐르고.. 전화 한통이 걸려왔다.

삐비비빅.. 삐비비비빅.. 삐비비비빅..

"..........."-제이-

제이의 얼굴은 매우 굳어져 있었다. 그도 그럴게 알고 있는 번호였다, 친숙한 번호였다. 그 동안 몇년동안이나 연락이 없었는데 갑자기 이렇게 연락을 취해 오다니.. 분명 무슨 일이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렇지 않으면 전화 할일도 없을테니.

"하아..... 어쩔수 없나."-제이-

그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수화기를 집어들었다.

"여보세요."-제이-

그리고 친숙한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왔다.

"아, 오랜만이네 제이."-데이비드 국장-

"무슨 일이야, 형. 앞으론 전화하지 않기로 했잖아."-제이-

"그렇지, 하지만 네가 내 전활 받았다는 건 대충 그 이유가 뭔지 알기에 받은 거 아니야?"-데이비드 국장-

.......역시 노련하다. 안 본지 몇년이나 지났어도 그런 건 잘도 꿰뚫고 있군 그래.

"용건만 말해, 슬슬 약먹어야 할 시간이라고."-제이-

"하하, 그런가? 그렇다면 거두절미하고 본론을 말하지. 제이 요원, 프로젝트 검은양에 들어와주게나."-데이비드 국장-

"프로젝...트 검은 양?"-제이-

제이는 당혹스러운 듯 뒷말을 올렸다, 검은양이라니.. 처음 들어보는 프로젝트였다.

"그래, 검은양이네. 이 프로젝트에는 자넬 제외한 4명의 아이들이 포함되는데 이 아이들은 평범한 아이들이 아니라 적어도 B급에서 A+급의 위상 능력자들이네."-데이비드 국장-

"......형, 유니온에서는 이젠 어린 아이들마저 희생시키려는 건가? 설마 저 아이들도 지옥을 구경하게 놔둘 거냐고!"-제이-

그의 언성이 높아지자 데이비드는 더욱 침착한 목소리로 그를 설득했다.

"제이, 그건 정확하게 네 탓이 아니야. 그러니 네가 책임을 짊어질 이유도 없어. 하지만."-데이비드 국장-

"하지만 네가 끝까지 책임을 지겠다면... 이 아이들을 지켜주게, 그리고 함께 싸워주게나. 그것이 자네가 할수 있는 최대한의 '속죄' (Redemption)야."-데이비드 국장-

"............."-제이-

그는 한 동안 말이 없더니 결심한 듯 굳게 닫힌 입을 조용히 열었다, 그리고 답을 말했다.

"알았어. 그렇게 할께, 하지만 만약 유니온이 그때와 같은 상황에서도 그런 태도를 보인다면... 난 내 몸을 버려서라도 유니온 본사를 처부숴버리겠어."-제이-

"....그래, 알았네. 자네가 와주는 걸로도 고마워."-데이비드 국장-


그리고 현재.

"제이 씨."-김유정-

"으응?"-제이-

"무슨 생각을 그렇게 오래 하세요, 사우나에서 혼을 빼고 오시더니 정말 넋이 나간거 아니죠?"-김유정-

김유정이 걱정스러운 듯 그에게 가까이 다가가 물어보자 제이는 허둥지둥 거리며,

"아, 아니야! 단지 그저... 옛 생각이 나서 그랬어, 유정씨."-제이-

"흐음... 그래요? 기껏 사우나 왔으니까 좀 즐기라고요. .....모처럼 단둘이 있는 시간인데."-김유정-

"응? 뭐라고?"-제이-

그가 다시 한번 되묻자 김유정은 얼굴이 화끈 달아올라 말실수를 연발했다.

"아, 아.. 아니에요! 전 뭐, 이상한 말 안했어요! 진심이에요!"-김유정-

.........씨익.

제이는 허둥지둥거리는 김유정이 재미있었는지 어땠는지 슬쩍 웃고는 의자에서 일어나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자, 가서 다른 사우나도 즐겨보자고! 오늘 하루는 무척 길테니까."-제이-

"네! 제이 씨!"-김유정-

그는 그녀의 손을 잡은 채 얼굴에 웃음을 머금은 채 발걸음을 떼었다.




p.s: 오타나 수정해야 할 부분은 적어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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