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저스x갓오하] 제 이름이 진모리라고 하네요 -6
신류희 2015-06-11 3
학교에서 떨어진 거리. 긴 검은 머리카락에 17살 여자아이라고 하기에는 훌륭한 몸매를 지닌 소녀, 서유리는 교복을 입은 슬비를 보자마자 그녀를 껴안았다.
"슬비야~ 보고 싶었어. 교복 너무 잘 어울린다!"
"서유리 잠깐...."
"응?"
그녀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있게 된 슬비는 확실히 볼 수 있었다. 분명 어제까지만 해도 검은색이었던 눈동자가 자신과 같이 푸른색으로 변한 것을 말이다. 즉, 위상력의 각성이 사실이라는 것이었다. 그 말의 의미하는 것은 단 하나. 그녀는 더 이상 검도를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위상력을 각성한 이상 그녀가 일반 대회에 참가 할 수 있을리가 없었다.
"저기... 괜찮아?"
슬비의 뒤에 있던 세하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그 말에 유리는 평소와 같이 밝게 웃어보였다.
"무슨 소리야. 당연히 괜찮지. 어딜 다친 것도 아닌데! 아이참... 안 그래도 일하시는 부모님 소환 당하고 스승님도 곤란 해 하시고 나 때문에 여러사람 민폐 끼쳐버렸어."
그렇게 말하면서 유리가 뒷머리를 긁적거렸다. 그리고 그녀의 말이 이어졌다.
"어떻게 오해는 풀고 먼저 나오긴 했는데 스승님께는 따로 사과드려야 겠다."
웃으며 괜찮다고 말하고는 있지만 두 명의 얼굴에 여전히 걱정이 어려있자 유리는 정말 괜찮다며 말했다. 그 모습을 본 세하와 슬비는 정말 괜찮다고 생각했는지 더 이상 아까와 같은 표정을 짓지 않았다.
"앞으로 궁금한 거나 힘든 거 있으면 나한테 꼭 말해.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도와줄께."
"정말? 사랑해, 슬비야. 정말 친구 밖에 없다니까!"
유리가 말하며 갑자기 끌어안자 슬비가 바둥바둥 거렸다. 다행히 곧 풀렸지만 슬비의 얼굴은 여전히 붉게 물들어 있었다. 그 이유는 단순했다.
"친구..."
"응? 우리 친구 된 거 맞지?"
친구라는 그 말이 무척이나 가슴 속에서 울려퍼졌기 때문이었다.
"그나저나 모리는?"
지금까지 나타나지 않은 모리의 모습에 유리가 물었다. 그리고 그 말에 세하나 슬비는 드디어 올 것이 왔다고 생각했다. 학교에서 유리를 욕하던 학생을 모리가 패버렸다고 말하면 그녀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알 수 없었다.
"저기, 그게..."
"모리는 갑자기 일이 생겨서 늦는다고 했어."
세하가 어떻게든 설명하려는 순간 옆에 있던 슬비가 세하의 말을 가로채며 말했다. 갑작스러운 슬비의 말에 세하가 무슨 소리하냐는 듯한 시선으로 바라보자 슬비는 일단 말하지 말라는 시선을 보냈다.
지금 갑작스러운 위상력 각성으로 우승조차 빼았긴 유리가 겉으로는 괜찮아 보이기는 하지만 여기서 모리의 일까지 들으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고 판단한 슬비는 모리에 대한 일을 일단 숨기기로 한 것이었다.
"으응, 그래? 대체 무슨 일이려나?"
"글쎄? 분명 별일 아닐거야, 그치?"
"어어! 그래! 별일 아닐거야."
그러면서 어떻게 웃어보이는 둘의 모습에 유리는 뭔가 이상함을 느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 그렇지! 어제 먹기로 한 와플이나 먹으러 갈래? 오늘은 내가 쏠게."
화제를 돌리기 위해 세하가 유리에게 말했다. 원래대로라면 공짜 와플에 유리가 좋아하며 받아들였겠지만 오늘은 아니었다.
"미안. 오늘은 일단 빨리 집에 가봐야 해서 말이야. 와플은 다음에 먹자."
유리가 정말 미안하다는 얼굴로 말했다. 그에 세하나 슬비는 더 이상 권유 해봤자 소용없을거라 생각했고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
"아! 다시 말하지만 나만 빼고 먹으면 안 된다?"
"알았어. 그러니 그만 가봐. 급하다고 했잖아."
"응. 그럼 슬비야. 다음에 또 보자!"
손을 흔들면서 떠나가는 유리를 향해 세하와 슬비도 손을 흔들어 주었다. 세하들과 헤어진 유리는 빠르게 달리며 집으로 향했다.
버스를 타고 집으로 향하던 유리는 창문 밖의 풍경을 바라보며 대회장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오랫동안 준비해왔던 대회에서 상대를 쓰러뜨리고 겨우 우승할 수 있었다. 우승을 했다는 것에 그 동안 해왔던 노력들을 전부 보상받는 느낌이었다.
기뻐서 눈물을 흘릴 것 같았지만 오히려 웃었다. 우는 모습보다는 웃는 모습이 더 좋았으니까. 그리고 기다리던 시상식. 하지만 시상식이 열리기 직전 믿을 수 없는 말을 들었다.
마지막 순간에 한 공격에서 미세한 위상력이 감지되었고 그 결과 실격 당했다는 말이었다.
순간 실격이라는 말에 믿을 수가 없었다. 세하나 슬비가 위상력을 사용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지만 자신과 위상력은 멀리 떨어져 있는 사이였다.
위상력이란 어렸을 때 나타난다는 걸로 알고 있기에 선생님에게 따진 유리지만 보여준 거울 속에 보인 자신의 모습에 말을 잃었다.
분명 시합 전 까지만 해도 검은색이었던 눈이 슬비 처럼 푸른색으로 변해있었다. 위상력의 각성으로 인한 변한 것이었다.
부정할 수 없는 현실에 결국 유리는 실격패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대회가 끝나자 부모님에게 연락이 가고 유리는 일단 간단한 검사를 받았다.
검사 결과가 나왔고 간단한 검사라 확실하지는 않지만 뒤늦게 위상력이 각성한 케이스라고 검사를 한 사람이 말했다.그 덕에 다행히라고 해야할지 잘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얻은 우승들까지 몰수 당하지는 않게 되었다. 하지만 이제 두 번 다시 대회에는 참가할 수 없게 되었다.
즉, 이제까지 해왔던 노력이 전부 물거품이 된 것이다. 갑작스럽게 **온 현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
갑작스럽게 다가온 위상력. 세하나 슬비를 보고 대단한 힘이라고 생각하고는 있었지만 딱히 위상력을 가지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막상 그 힘을 가지게 되자 든 생각은─
왜 나지? 왜 지금이지?
였다.
위상력이 없었으면 유리의 미래는 검도 선수로서 안정 된 미래였을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이제 그 꿈도 전부 날아가버리고야 말았다.
검도를 못하게 되었으니 이제 무엇을 해야할지 몰랐다. 한 순간에 변해버린 인생. 어제까지만 해도 보이던 미래가 지금은 전혀 보이지가 않았다. 버스에서 내리고 집에 들어오자 유리는 어느새 집에 돌아와 요리를 하고 있는 엄마를 보았다.
"우아아앙! 엄마! 나 오늘 완전 억울해! 분명히 내가 이겼는데 갑자기 실격이 어딨어!?"
"그러게. 우리 가족 중에서 위상능력자가 나올 줄은 몰랐구나."
유리의 어머니 또한 유리가 위상능력자로 각성했다는 일에 아직까지 쉽게 믿지 못하고 있었다. 유리에게는 2명의 남동생들이 있는데 동생들도 위상력을 각성하지 않았다. 그래서 유리네 가족 전부 위상능력자가 없다고 생각했으나 오늘 유리가 위상력을 각성한 일로 인해 그 생각을 접어야 했다.
"하아. 정말, 이게 뭐야."
가방을 내려놓고 소파에 기대어 앉은 유리가 천장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 한숨에서는 어딘가 무거운 느낌이 들었다. 유리의 한숨을 들은걸까? 유리의 엄마가 유리에게 물었다.
"그런데, 유리야. 너 괜찮니?"
"응? 뭐가?'
"위상력을 각성했으니, 이제 검도 대회에는 나갈 수 없잖니."
칼질을 하고 있던 유리의 엄마가 손을 멈추며 유리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에는 딸에 대한 걱정으로 가득했다. 어렸을 때부터 늘 부모와 동생들을 위해 희생만 하던 아이라 유리의 부모는 늘 언제나 유리에게 미안한 마음만 들었다. 그러다가 난생 처음으로 검도를 하고 싶다고 말을 하는 유리의 모습에 부모는 걱정보다는 오히려 기뻐했었다. 그렇게 해서 조금 생활이 더 어려워 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하나뿐인 딸이 하고 싶다는 것을 유리의 부모는 이루어주고 싶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유리가 대회에 나가 상금을 타오고 시작했다. 처음에는 적은 돈이었으나 계속해서 큰 대회에 출전하고 거기서 우승을 하자 많은 상금을 가져오게 되었다.
하지만 유리는 절대 그 돈을 자신의 사리사욕에 사용하지 않았다. 언제나 가져온 돈은 집안 살림에 사용하라고 부모에게 맡겼다. 그런 유리에게 유리의 부모는 언제나 미안함과 고마움을 느끼고 있었다. 그런데 사랑하는 딸이 갑작스럽게 위상력을 각성해버려 이제 두 번 다시 검도를 할 수 없다는 일이 너무 마음에 걸렸다.
"응? 괜찮아요. 검도를 못하게는 되었지만 그래도 클로저가 될 수 있잖아요. 들어보니까, 정식 클로저 요원이 되면 4급 공무원 대접을 받는데요! 검도 선수도 괜찮지만 그래도 무엇보다 철밥통, 공무원이 더 좋잖아요?"
"유리야..."
"아, 피곤하다. 저 한숨만 잘게요. 밥 먹을 시간 되면 깨워주세요."
기지개를 피며 일어나 방으로 들어가 문이 닫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유리의 어머니는 유리를 바라보았다.
"하아."
애써 괜찮은 모습을 보이고 있는 딸을 보며 유리의 어머니는 한숨이 나왔다. 어렸을 때 부터 유리는 눈물을 보인 적이 없었다. 어려운 집안 사정으로 인해 너무나 빨리 현실을 깨달아버렸기 때문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더 유리에게 미안한 그녀였다.
띵동~
"응? 누구지?"
갑자기 울리는 초인종 소리에 인터폰을 확인하자 거기에는 아주 익숙한 사람이 서 있었다.
"어머?"
그 사람을 본 유리의 어머니는 살짝 눈을 크게 뜨더니 이내 작게 웃고는 문을 열어주기 위해 현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한편, 자신의 방으로 들어온 유리는 문이 닫히자 마자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흑! ...흐읍! ....흑!"
주저앉은 유리는 두 손으로 입을 막은채로 오열하고 있었다. 이유는 당연하게도 더 이상 검도를 할 수 없다는 것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그저 검도가 멋있어 보이기도 했고 뭔가 이끌림을 느껴서 하게 되었다. 하지만 집 안 사정으로 인해 얼마 못할거라 생각했으나 다행히 유리의 뛰어난 재능을 본 유리의 스승이 특별히 유리를 공짜로 받아주었으며 여러 대회에도 참가 할 수 있게 해주었다.
처음 대회에 나가 상금을 탓을 때, 유리는 이거라고 생각했다. 검도에 재능을 가지고 있는 자신이 이렇게 대회에 나가 우승해서 상금을 얻는다면 분명 집에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 것이었다. 거기까지 생각이 들자 유리는 더욱 열심히 검도를 연습했다. 남들이 노는 시간에 한 번이라도 더 목검과 죽도를 휘둘렀고 남들이 더 잘 시간에 운동을 해 체력을 길렀다.
힘들기는 했지만 그것이 절대 싫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즐겁고 보람을 느꼈다. 하지만 이제 그것도 전부 끝이었다.
할 때는 몰랐지만 막상 이제 검도를 할 수 없다고 하자 유리는 그제서야 검도가 자신에게 무척이나 소중한 것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지만 검도를 잃은 이상 무엇을 해야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때였다.
"역시, 울고 있잖아."
문이 열리면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에 고개를 숙여 울고 있던 유리가 고개를 들어올렸다. 그리고 문 앞에 서 있는 사람을 보자 눈물이 맺혀있는 눈이 크게 떠졌다.
"모..리..?"
"그래."
문앞에 서 있는 사람은 다름아닌 진모리, 바로 그였다. 학교에서 소란을 일으켜 선생들과 함께 교무실로 간 모리는 먼저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한 설명과 그 이유를 말했다. 그리고 선생들이 모여 대화를 한 뒤 모리에게 오늘은 늦었으니 그냥 집에 가고, 내일 징계를 받을 각오를 하라 말하고는 모리를 보냈다. 그렇게 교무실에서 나와 학교를 나온 모리는 곧바로 유리가 집으로 갔다는 세하의 연락을 받고는 유리의 집으로 찾아온 것이었다.
"바보야. 그렇게 슬프면 그냥 펑펑 울면 되지 왜 애써 참고 있는거야?"
"하..지만 ...나는..."
"알고 있어. 네가 언제나 집안 분위기를 위해 웃고 다니는 건. 아주머니나 아저씨, 그리고 동생들이 걱정하지 않게 하기 위해 웃고 다니는 걸 내가 모를 줄 알았어?"
그렇게 말한 모리가 쓴웃음을 지으며 방문을 닫고는 유리의 앞에 쭈그려 앉았다. 그리고는 유리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으며 말했다.
"굳이 참지 않아도 돼. 울고 싶으면 울어. 나는 말 재주가 없어서 너에게 어떻게 위로의 말을 건네야 할지 몰라. 하지만...."
네 울음 정도는 받아줄 수 있어. 라는 모리의 마지막 말에 유리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그의 허리를 껴안으며 매달리더니 이내 크게 울음을 터뜨렸다.
"흐아아아아앙! 으아아아아아앙!"
"그래. 그냥 실컷 울어버려 모든 슬픔이 다 떠나가도록 말이야."
"흐윽! 나, 정말로 노력했는데! ...검도...정말로 좋아했는데! 왜! ...나한테 이런 일이 생긴거야! 흑!"
한 번 터진 감정에 드디어 유리가 마음 속에 숨겨 왔던 본심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히끅! ...나, 돈 없어서....스승..님이 자비로 ....도복까지 사주셨고.... 부모님은....괜찮다고 하셨지만...늘 무리해서...출장비를 내주셨어... 흑! ....거기다 내가 죽도 불편해 하니까아.... 동생들이 몰래 용돈 모아서 새 걸로 맞춰 주기까지 했고.... 흐윽! ...정미는, 대회 날엔 꼭 직접 만든 부적도 선물해 줬어. ...그리고 모리..너도...늘 옆에서 응원해주고 여러가지로 도와줬는데...그랬는데 ...여러 사람들한테 폐 끼쳐가면서 검도 한거라 보답 해 줘야 하는데.... 보답...해..줘야..하는데...."
"괜찮아. 모두 너에게 보답 받기 위해서 한게 아니야. 나도 그렇고. 그저 너를 좋아하니까, 너를 도와준거야. 거기에는 절대 그 어떤 사심도 들어있지 않아. 그러니까 괜찮아."
모리는 상냥하게 유리를 껴안으며 유리를 달랬고 유리는 그저 계속해서 눈물을 흘릴 뿐이었다. 그리고 유리가 울음을 멈출 때까지 모리를 상냥하게 유리를 껴안으면서 그녀의 뒷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
밖에 있던 유리의 어머니도 방 안에서 들려오는 딸의 울음 소리와 지금까지 숨겨왔던 말을 듣고는 눈물을 흘렸다. 언제나 밝은 모습만을 보여왔던 딸이 저런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에 안타까움과, 좀 더 보살펴 주지 못한 일에 죄책감을 느꼈다.
그리고 얼마간의 시간이 지났을까. 방 안에서 들려오던 울음소리가 멈추었다. 그에 유리의 어머니가 방의 문을 살짝 열어 안을 들여다 보자 안에는 모리와 유리가 사이좋게 서로 기댄채로 잠을 자고 있었다. 그리고 절대 떨어지지 않겠다는 듯이 서로의 손을 마주잡은 모습에 유리의 어머니는 작게 미소지었다.
"부디 좋은 꿈 꾸렴."
그 말을 끝으로 방문이 닫혔고 들려오는 것은 두 사람은 작은 숨소리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