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하]아마(flax)꽃

INFINITE동우 2015-06-03 0

[세하]아마(flax) 꽃




이세하
Happy Birthday My 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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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여린 바람이 세하의 머리 위를 스치고 지나갔다.한여름의 후텁지근한 바람도 아니었고,폭풍처럼 거세게 부는 바람도 아니었다.세하의 가벼운 머리카락 한올조차 들어올리지 못하는 바람은 그 연약한 힘으로라도 그의 땀을 씻겨주고 싶다는듯이 몇 분 동안이나 세하의 곁을 벵글벵글 맴돌 뿐이었다.그 여린 존재를 세하가 알아챈 것은 막 차원종과의 전투를 끝냈을 쯤이었다.하필이면 재난 복구를 위해 들어온 이곳에서 슬픔의 인형과 마주쳐 그들을 처리하고 있었는데 어째서인지 불쾌하기는커녕 산뜻한 느낌까지 들어오니 알 수없는 의구심에 사로 잡혔던 그였다.마침내 전투가 끝났을때에 세하는 자신을 감싸주던 바람의 존재를 알아차렸다.살랑살랑 최선을 다해 불어오는 바람은 마치 그가 알고있는 누군가와도 닮아 있었다.늘 자신을 위해 최선을 다해 웃어주고 희생해주던 사람.아직도 그가 태워주던 목마는 세하가 가장 사랑하는 추억 중 하나로 기억되고 있었다.이상하게도 이제 더 이상은 만날 수 없게 되어버렸음에도 그에 대한 기억이 따스한 바람에 밀려와 세하를 순식간에 덮어버렸다.



*
*
*



"세하야-"





다정한 목소리.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한결같이 들여오던 그 사람의 목소리는 더 이상 자신을 불러 줄 수가 없었다.그런데 어째서...?
도대체 어떻게 이미 죽어버린 '아빠'의 목소리가 들려온단 말인가.





"아들 안 일어나니?"





어느순간 또렷해진 자신의 아빠의 목소리에 세하는 두 눈을 번쩍 뜨고 자리에서 일어섰다.초점이 맞지 않는 두눈을 억지로 부릅 뜨고서 익숙한 방 안을 둘러보니 세하는 곧 지금 서있는 이곳이 자신이 어릴적 살던 집이란 것을 알아차렸다.혹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타임머신이라도 탄 것이 아닐까 어리석은 생각도 해보았지만 아무리 과학이 발달한 이 시대라해도 아직까지는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는 소식을 전해듣지는 못했었다.





"아씨 깜짝이야!왜 갑자기 일어서고 난리래"





꿈이라도 꾸는건가?왜 자신의 앞에 아빠가 있냔 말이다.설마 차원종 사냥을 끝내고 그곳에서 바로 잠들어버렸다거나,사실은 거기서 그대의 운명을 다했습니다.

이런건 아닐테고.

커다란 침대 위에 두 발을 꼿꼿이 세우고 경계의 눈빛으로 자신의 아빠를 올려보던 세하가 문득 이상한 기운에 고개를 갸웃거렸다.제 키가 아무리 작다해도 침대 위에서조차 아빠를 올려다봐야 할 정도는 아니었는데 어째 지금은 고개를 빳빳이 세우다못해 목이 꺾여버릴 지경이었다.쎄-한 공기가 휘몰아치고 잠시 칠흑같은 정적이 흐르다, 곧장 세하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으아아아악아악!뭐야 이거 뭔데!!"

"왜...왜그래 세하야!다친거야?드디어 머리를 다친거냐고!"





자신의 아빠의 말대로 머리에 이상이 생긴거다.그렇지 않고서야 이럴수는 없었다.세하는 지금 다섯살 꼬꼬마 시절로 돌아와 있었다.키 100cm를 간신히 넘기고 몸무게가 20kg도 되지않는 아주 어린 세하로 돌아가 버린거다.차원종의 장난인지 뭔지 아빠가 살아있는 것도 어이없어 죽겠는데 자기자신은 미운 다섯살이 되어 커다란 아빠를 올려다보고 있었던 것이다.이 말도 안 되는 상황에 금방이라도 멘탈이 붕괴될듯 혼돈의 세상으로 빠져가던 세하를 구한건 바로 그의 곁을 빙글빙글 맴돌던 세하의 아빠였다.갑자기 자학이라도 하듯 자신의 머리를 잡아당기는 아들을보며 경악에찬 표정으로 아이를 짤짤 흔들어 댄 것이다.덕분에 정신은 이승의 세계로 끌고올 수 있었지만 세하는 그다지 아빠에게 감사하지 않았다.다섯살 짜리의 멱살을 잡고 공중에서 흔들어대는 아빠가 과연 정상이긴 한걸까 의심마저 들었다.





"세하야 왜그러는거야.아무리 힘들어도 자해는 안돼!"

"알겠으니까 좀 놔줘-"





그때서야 아차 싶었는지 세하의 아빠는 그를 땅위로 내려다 주었고,두 다리로 땅을 디디고 선 세하는 한참동안 자신의 아빠를 바라보다가 잠시 숨을 멈추었다.정말 아빠가 맞았다.장난끼 많고,갓난아기에게 인수분해를 시킬 정도로 어리바리한 자신의 진짜 아빠가 맞았다.늘 웃어주었던... 늘 세하를 사랑해주던 그의 아빠가 맞았다.세하는 순식간에 울컥하고 차오르는 눈물을 애써 누르며 아빠의 다리 사이로 안겨 들어갔다.자기 아들의 애교아닌애교에 세하의 아빠는 기쁘다는듯 웃었지만 세하는 그 웃음에 따라 웃어줄 여유가 없었다.겨우 몇년만에 다시 만난 아빠는 죽기전의 그 모습 그대로였다.







"놀이동산을 가자고?"

"그래~오랜만에 아빠랑 놀러 좀 나가자.아들은 너무 애정이 없어서 아빠가 집에 있어도 텔레비전만 보잖아."

"난 단지 불구덩이 속에서 살아남기 같은 죽음에 놀이를 하고싶지 않았던 것 뿐인데"

"너는 위상 능력자니까 괜찮잖아!아니지...이게 아니라.어쨌든 아빠랑 오늘 놀러가는거다?너희 엄마한테는 비밀로하고"

"엄마한테 맞고나서 내 탓 하지나 마."





세하가 간신히 울렁이는 마음을 다잡았을때 그의 아빠는 조용히 식탁으로 세하를 데려갔다.일을 나가있는 엄마를 대신해서 따뜻한 국을 끓이고 맛있는 반찬을 꺼내오더니 금새 밥을 먹다말고는 세하에게 '어디든 좋으니 놀러가자'며 투정을 부리는 것이다.그런 아빠의 투정에 익숙해질대로 익숙해진 세하는 조금의 동요도 없이 '알아서해라'라는 대답을 내뱉었고,결론적으로 놀이동산이라는 최종 목적지가 정해졌다.





"세하야 준비 다 했지?"

"어"





뭔 놈의 실천력이 이리도 좋은지 세하의 아빠는 밥을 다 먹자마자 방으로 들어가선 금세 서울 대공원에 갈 준비를 끝마쳤다.나중에서야 부랴부랴 옷을 갈아입는 세하에게 빨리!빨리!를 외쳐대다가 한 소리를 듣긴 했지만 그래도 그는 굉장히 행복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자가용 대신 지하철을,자유이용권 대신 간단히 탈 기구의 표들만 선택한 부자가 드디어 서울 대공원 안으로 발을 들이 밀었다.딱히 기념일도 주말도 아니었어서 그런지 서울 대공원은 굉장히 한산한 모습이었다.긴 줄을 슬 필요없이 바로바로 놀이기구를 탈 수도 있을 듯이 보였다.하지만 그럼에도 세하의 아빠는 조급한 모양새로 빠른 속력을 내며 하나씩 표를 없애고 있을 뿐이었다.





"아빠 잠깐만.어떤 놀이기구를 타는지 알긴 하는거야?왜이렇게 빨라. 힘들어 죽겠다고..."

"아하하하 이런.지금은 세하가 다섯살인걸 깜빡했네.그래도 이거 하나 남았어 관람열차.이것만 타고 가자"




힘들면 목마 태워줄까?

아빠의 무책임한 행동 덕분에 겉절이 담가지듯 소금에 절여질 뻔한 세하였지만 다행히도 이제 마지막 놀이기구만 남았단다.게다가 세하가 제일 좋아했던 목마까지 태워 준다고하니 부끄럽지만 아빠의 어깨위로 조심스럽게 올라타는 꼬마 세하였다.열여덟살에 목마라니...쪽팔리고 태우는 사람에게 있어 고문 같은 일이겠지만 어차피 지금 세하의 몸은 다섯살 상태였다.그러니까 그다지 세하가 창피해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었다.아빠의 어깨위에 올라타 세하는 어느새 노을이지는 붉은 하늘을 바라다보았다.신기하게 아빠와 자신 외에 다른 사람들은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았다.세하의 아빠는 적당한 속력으로 아주 커다란 대관람차를 향해 걸어나갔고,머지않아 그들은 파란색 둥근 통 안으로 몸을 집어 넣게 되었다.


우웅-


큰 잡음 없이 돌아가는 놀이기구 안에서 세하는 땅을 세하의 아빠는 붉은 하늘을 감상하기 시작했다.딱히 주고 받는 말을 없었지만 그 어느때보다 편하고 안락하다-고 세하는 그렇게 생각했다.막 대관람차가 1/3 지점을 향해갈때쯤이었나,세하의 아빠가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굳은 표정으로 세하를 바라보았다.또 무슨 사고를 치려고 저러나 한번 해보라는듯이 해탈의 얼굴을 하는 자신의 아들을 보면서 세하의 아빠는 어느새 굳은 표정을 무너뜨리고 헤실헤실 웃어댔다.





"왜그래 아빠야말로 머리를 다친거야?"

"아들아 못하는 소리가없구나."

"왜그러는데"

"..."





대관람차의 큰 유리벽으로 붉은 노을빛이 넘치듯 흘러들어 왔다.
세하의 아빠는 온전히 그 빛들을 맞으며 가만가만 서있었다.
여태까지 보여준 환한 미소도,투정도,장난기도 세하에 대한 사랑까지도 모두 내려놓은 듯한 얼굴을 하고서 그는 다시한번 새빨간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순간 엄습하는 불안감에 꼬마 세하 또한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아들의 발작같은 몸짓에도 고갤 돌리지 않고 있더니 대관람차가 꼭대기 층에 다다랐을때,세하의 아빠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아이를 온 몸으로 껴안았다.





"생일 축하한다.아가"





작은,아주 작은 그 소리를 끝으로 세상이 멈췄다.
대관람차가 멈추고,떠다니는 구름이 멈추고,웃으며 돌아다니는 인파들이 멈추고...세하의 숨도 멈춰섰다.

만화 속에서처럼 회색빛 세상이 된 바깥을 바라보며 세하는 절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이게 무슨일인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감이란게 사람들에게는 존재했다.세하는 뾰족하게 세워지는 안테나를 눌러대며 불안한 표정으로 자신의 아빠를 바라봤다.아들의 불안정한 눈빛을 느끼며 세하의 아빠는 슬픈 표정을 지었다.아마 둘의 헤어짐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나보다.





"세하야 아빠가 너 너무 보고 싶어서 여기 잠깐 온거 알고있었지?"

"몰라..."

"이제 나는 돌아갈거야.아~하늘나라는 너무 심심한데"

"안가면 안돼?"

"안돼.나는 거기서 너를 지켜줘야만 해."





다섯살 세하가 펑펑 큰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마치 아빠가 죽었을때 울었던 것처럼 크고 서럽게 울고 있었다.이젠 정말 더이상 아빠를 볼 수가 없다는 사실이 열여덟살의 세하조차 감당하기가 힘들었다.토닥토닥 자장가를 재우듯 다정하게 쓰다듬어주는 손길에 어린 세하와 열여덟살의 세하가 점점 잠에 빠져들었다.그리고 온전히 의식이 잠겨갈때쯤





"사랑해 세하야"





아빠의 마지막 목소리를 들었다.




(+)




"이세하아-!!!!일어나라아~"

"우와아 세하형은 이런데서도 잘 자네요"

"젊은게 좋은거야 동생"

"설마 차원종에게 당한건 아니지?"





조용한 아빠의 목소리 아닌 시끌벅적한 검은양팀의 목소리가 들려올때,
세하는 비로소 슬픔의 인형에 저주에서 풀려났구나 하고 느꼈다.
그래 이곳이 세하가 사는 곳이다.세하가 있어야 할곳.
세하의 가족은 이곳에 또한 존재했다.슬퍼하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아빠가 늘 곁을 지켜주겠다고 했으니 그걸로 됐다.





"누가 차원종한테 당했다는거야"

"오?이세하 일어났다!"

"세하형 무사하셔서 다행이네요!"

"뭐...무사하다면 됐어"

"그럼 슬비누나!세하형 일어나셨으니까 우리 얼른 본부로가요!세하형 생일이잖아요~"

"야호~!파티다 파티!"





그래 나는 너희가 있어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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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 드디어 끝.오늘 아침부터 시작해서 세하 생일 끝나기 전에 올리려고 애썼습니다.쿼티는 역시 익숙하지 않아서 오타 많을거에요.띄어쓰기 개막장입니다.맞춤법 검사기 돌렸습니다만 띄어쓰기는 안고쳤어요.
그래도 세하야 생일 축하해.


아마꽃은 세하 탄생화에요.꽃말은 '감사'래요.모든거 다 내려놓으면 세하에게 감사합니다.넌 너무 잘났어!


일단 이 소설은 세하 아빠가 세하 어릴때까지는 살아있었다는 가정하에 쓴겁니다.세하 아빠에 관한 이야기는 하나도 안 나오잖아요.그래서 성격이 어떨지 짐작도 안되지만 세하가 츤데레니까 아빠가 아들 바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잘 모르겠네요.그래도 몇몇분이나마 재미있게 봐주심 감사하겠습니다.

와-미추어 버리겠네요."머리를 다쳤다"를 말하는 용어가 **으로 표시되는지 몰랐습니다.
이제야 고치네요 아 죽거싶다

2024-10-24 22:28:14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