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클로저 그만두겠습니다!-1
연립부등식 2015-06-03 7
"안해요."
김유정은 뜬금없이 던져진 종이봉투에 눈을 깜박였다. 그리고 한자로 곱게 쓰여진 사직서라는 글자에, 유정은 어이가 없다는듯이 이세하를 바라보았다. 세하는 그런 유정의 눈길을 피했다. 김유정은 피곤한듯 머리를 마사지 하며 물었다.
"왜?"
"하기 싫습니다."
"그러니까 왜."
"...다 말해요?"
이세하는 제데로 사직을 준비한건지, 품속에서 뭔가 굉장이 길어보이는 종이를 꺼냈다. 유정이 슬쩍 보니, 대부분 게임시간이 부족하다던가, 혹은 어머니의 잔소리라던가. 그 나잇대 바랄수있는것들이었다. 유정은 그를 얼렀다.
"세하야."
"싫어요."
"좀 들어봐."
"뭐가 됐든 싫습니다."
"아니 갑자기 왜..."
이세하는 유정에게서 등을돌렸다. 유정은 당황했다. 이세하는 유정을 한번돌아보았다. 흔들리는 눈동자를 하고서는, 그러고서 세하는 뭔가 큰 비밀을 알려주듯 유정에게 말했다.
"...아마, 다른 애들도 곧 사직할걸요."
유정이 채 뭔가를 묻기도 전에, 세하는 그대로 유정의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다. 유정은 세하의 마지막 말이 마음에 걸렸다. 하지만 그녀도 그녀 나름대로 처리해야 할 업무들이 많았기에, 그저 이슬비를 보내 설득하면 될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세하의 대한 생각이 가시기도 전에, 조그마한 아이가 얼굴을 빠끔 내밀었다.
"안녕, 미스틸테인?"
"아..안녕하세요 유정요원님!"
"무슨일이니?"
"저..이거.."
유정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저 아이는 과연 이 봉투 위에 쓰인 한자의 의미를 알까. 과연 안의 문서는 제데로 알고는 쓴걸까. 장난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아이의 눈이 너무 진지했다. 유정은 당황하는 마음을 억누르며 그에게 흰 봉투를 흔들어보였다.
"미스틸,이게 뭔지 아니?"
"사..직..서...라고 들었는데요..."
"사직서가 무슨 뜻인지는 알고?"
"직장을 나가는것..."
"그래, 넌 클로저, 이제 안할셈이니?"
미스틸은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왠지모르게 숙연한 느낌이 들었다. 유정은 숨을 들이마셨다. 미스틸은 그 어린 두뇌로 한자한자를 신중이 고르며 천천히 대답했다.
"차원종들에게서 사람들을 구하는게 제 숙명이에요. 하지만..."
"하지만?"
"이제 더 급한일이 생겼어요."
"나에게 말해줄수 없을까?"
"네. 안돼요."
미스틸테인은 어린애인데도 의외로 단호했다. 그 뒤에도 뭔가를 말하려는 듯 우물쭈물하다가, 이제 가봐야 한다는 말만 남기고 사라졌다. 김유정은 이제 일은 저 멀리 제쳐두었다. 안그래도 인력이 부족한데, 만들어진지 일년도 안됀 팀에서 벌써 사직서를 두개나 받다니, 하지만 이걸 어디에 풀 생각도 없이 두명이 동시에 찾아왔다.
"유정선배님!"
"유정씨."
그리고 날아들어온 두개의 종이쪼가리, 유리는 미안한건지 아니면 마음을 아직 못잡은건지 책상에 봉투하나만 던지고 사라졌고, 제이는 유정과 눈높이를 맞추며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는 유정의 손에 들린 똑같은 종이 봉투들을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앞서서 애들이 다 내고간거 같은데, 괜찮아?"
"전혀 안괜찮아요. 다들 왜이러는거에요?"
"흠. 미안. 나도 그건 말해줄수가 없어. 대신에 팁을 하나 알려주자면. 그 사직서, 못본체 하고 접수 안하는게 좋을거야."
"그럼 왜.."
제이는 대답대신 다시한번 유정의 머리칼을 한번 흩뜨려 놓고는 사뿐히 인파속으로 사라졌다. 유정은 이해할수 없었다. 아무도 설명해주지 않았다. 이러다 짤리는건 아닐까. 아니 그 이전에 설득부터. 갑자기 해야 할일이 많아진 유정은 힘들어서 눈물이 나올 지경이었다.
얘들 근데 갑자기 왜이러는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