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징 크로스(Closing Cross) 0화 - 프롤로그 : 월광의 교수
유성의쌍둥이 2015-05-20 3
휘황찬란한 달빛. 그 아래 빛나지 않는 도시. 달을 향해서 뻗어올라가던 건물들은 빛을 잃은지 오래다.
밤에도 화려하게 북적이던 거리에는 그저 적막만이 감돌고 있다.
그 속에서 길게 뻗은 그림자 하나가 거리를 돌아다닌다.
한쪽 눈을 덮은, 월광과도 같이 은은한 은발. 코 아래를 전부 감싸는 검은 목도리에 허리춤까지 내려오는 검은 로브.
목에 두른 은십자가 목걸이는, 달빛을 온몸으로 받아 그 자태를 뽐낸다.
남자는 조용히 주기도문을 읊으며 이 도시의 요절을 애도한다.
잠시 후, 침묵을 깨뜨리지 않은 채 거리에 살의가 드리운다. 이를 눈치챈 남자의 눈에 푸른 빛이 감돈다.
그리고- 이 도시의 빛을 앗아간 장본인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대략 70마리 정도 되어보이는 괴물들이 한 마리씩 입맛을 다시며, 남자를 향해 걸어간다.
남자는 오른손으로 목에서 은십자가를 떼어낸다. 순간 남자의 뒤를 따라다니던 그림자가 사라지고, 십자가에서 푸른 불꽃이 검의 형태로 뿜어져 나온다. 남자는 눈앞의 괴물들에게 경악할 시간조차 주지 않았다.
눈 깜짝할 사이에 그는 차원종들의 뒷편에 서 있었고, 무수한 차원종들의 반은 시체가 되었다.
마치 분노라도 했다는 듯이 괴물들은 더욱 거칠게 울어댔고, 몇 십 마리는 그대로 남자에게 달려들었다.
그러나 푸른 불꽃이 남자를 빠르게 몇 바퀴 휘감더니, 달려들던 차원종들도 앞서 떠난 동료들과 같은 꼴이 되었다.
몇 안 되는 살아남은 괴물들은 그제서야 자신들의 처지를 깨달았다. 그러나 한 번 살의를 띄운 남자의 눈에서는 더 이상 자비를 바랄 수가 없었다. 그렇게 몇 초 후- 거리는 한밤중의 침묵을 되찾았다.
휘황찬란한 달빛이 아무도 없는 거리를 비춘다.
이름도 출신도 가족관계도 전부 불명, 밝혀진 경력이라고는- 예전에 위상능력자들을 가르친 적이 있다는 것뿐.
모두가 잠들었을 때 홀로 달빛 아래에서 차원종들을 도륙하는 그를, 사람들은 이렇게 부른다.
"월광의 교수"
-------------------------------------------------------------------------------------------------------------
프롤로그라 짧은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오타 등 지적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