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염 - 上
덕후나하는캐릭 2015-04-27 9
재해복구 작업도 마무리 되고 한창의 시간이 흐른 검은양팀의 일원들은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칼바크 턱스 체포작전 부터 신강고 차원종사태에 이어 G타워의 소란까지 유니온의 실험과도 같은
검은양팀 프로젝트는 간단한 기대를 넘어 상상이상의 성과치를 보여 프로젝트 지지자들의 옷 때깔을 바꾸어주는.
신서울의 영웅일뿐 아니라 한국 유니온지부 높으신 분들에게도 꽤나 체면을 세워준 로우리스크 하이리턴의 대표적인 예시였다.
그리고 그 소속팀원들은 드디어 지옥같은 차원종과의 전쟁에서 벗어나 언제 끝날지 모르는 기약없는 일상을 만끽하고있었다.
불룩
"...응? 지금 무슨 소리 나지 않았어?"
"무슨 소리 말하는거야? 정미정미~ 요즘 시험기간이 다가온다고 너무 피곤한가보네?"
서유리가 장난스럽게 정미의 볼을 살짝 콕 찌르자. 우정미는 자주 지어보이는 그 특유의 토라진 표정으로 얼굴을 획 돌려버린다.
그 행동에 참을수 없다는 듯. 서유리는 우정미의 얼굴을 자신의 그 풍만한 가슴으로 냉큼 안아버린다.
"뭐...뭐하는거야 서유리!"
"너무 귀여운 거 아니야? 빨리 졸업하고 우리 결혼식부터 올리자 알겠지 정미정미?!"
"정말!! 됐어!"
새빨개진 우정미의 얼굴이었지만 표정과는 다르게 분위기는 여고생들의 일상의 정석이라고 해도 모자람이 없을것이다.
그렇게 그녀들은 급하게나마 복구된 신강고 옥상에서 즐거운 점심시간을 만끽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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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뭐죠...?"
유니온 지부 과학팀 내부 실험실. 반짝거리는 유리 너머로 인간의 형상을 띈 무언가가 당장이라도 부수겠다는 듯
유리창을 마구 두들겨 댄다. 그 모습에 캐롤리엘은 식은땀을 흘리며 옆의 두꺼운 옷가지를 걸쳐입은 새로 승진한 지부장 데이비드에게 질문을 던진다.
"이번에 새로 발견된 증상이라더군..."
"자제력을 잃은건가요? 저건 명백한 사람이잖아요!"
데이비드는 조용히 자신의 검지와 중지를 모아 미간쪽 안경테를 쓱 밀어올리며 말을 이어간다.
"신서울을 통해 넘어온 차원종의 몸에 묻어있는 가루 같은게 퍼지는데 그걸 마시면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유니온 본부 의료팀은 추측중이야."
"새로 발견된 저쪽 차원의 성분같은거죠. 의료쪽은 캐롤리엘 씨가 더 전문이겠지만요"
또각거리는 하이힐 소리가 몇번 조용히 울려 퍼지며 두사람에게 가까이 다가온다.
정도연은 진지한 얼굴로 팔짱을 끼며 그녀다운 냉정한 목소리 톤을 유지한채 말한다.
"애초에 엄청나게 퍼질 양의 가루는 아니었을 거에요. 실제로 한국의 신서울지역에 한정되게 나타나는 현상이기도 하고 말이죠..."
나름 정확한 사태를 파악하진 못 하지만 자신의 보안등급으로 볼수있는 정보를 최대한 파헤치고 연구해 자신만의 결론을 도출했으리라.
그녀는 자신의 머리를 살짝 귀 뒤로 넘기더니 설명을 이어간다.
"아마 지금 이 증상을 겪는 사람들은 초기의 운이 없던 사람들...지금처럼 널리 퍼져있는 미량의 가루로는 저렇게 된다는 보장은 없지만...아마...
저 불명의 가루에 내성이 없는 사람이라면 드물게나마 발생하겠죠..."
데이비드는 계속해서 안경을 올리던 손을 주머니에 넣더니 개의치 않다는 듯 말한다.
"어차피 이런 감염형 차원종은 최초가 아니야. 그런 소수의 사람은 어쩔수 없이 희생되야겠지 물론 이렇게 증상이 극단적인 경우는 보기 힘들지만 말이..."
"문제는 그게 아니에요"
정도연은 데이비드의 말을 싹둑 잘라버린다.
데이비드는 그 행위에 매우 불쾌한 표정을 지어보였지만 지금은 그런 계급체계 따위는 개의치 않아한다는 정도연의 표정에서
무언가 중요함을 느끼고 표정을 풀어보임으로써 그 문제라는 것을 요구한다.
"저 증상이 나타난 사람...아니 생물체에게 신체적인 접촉..그래요 물린다던가 할퀴어진다던가 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똑같이 변해버리고 말아요"
캐롤리엘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소리친다.
"그...그런게 어딨죠?! 마치 좀비같잖..."
"그런말 하지 말게 캐롤양. 좀비같은건 없어."
불쾌하다는 듯. 캐롤리엘에게 자신이 당한 언어절단을 가차없이 행한다.
이야기를 나눌새도 없이 데이비드의 주머니에서 익숙한 벨소리가 울렸고 그는 심각한 표정으로 말없이 수화기너머의 목소리를 들을뿐이었다.
"일단 클로저들을 다시 소집해야 할거 같군...벌써 곳곳에서 소식이 들려오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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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 공식은..."
'갸아아아아아악!!!'
한창 수업이 진행중인 신강고 교실에 남학생이 의자를 드르륵거리며 일어나더니 소리를 지른다.
"뭐...뭐하는거야 저녀석! 졸다가 잠꼬대라도 하는건가?"
"야 임마 수업중에 무슨 짓이야!'
당황하는 학생들과 칠판앞에서 한창 지루한 수학수업을 진행하던 교사는 심각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그 남학생에게 다가간다.
그리고
콰득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저...저 **** 선생님을 물었어!!!"
"야 야 떨어뜨려 빨리!!"
남학생들의 거친 움직임과 여학생들의 비명이 섞여 순식간에 교실은 아비규환이 되었다
어깨를 마치 갈비뜯듯이 사정없이 물어제끼는 그의 이빨너머 유혈이 낭자해 모래의 색깔을 한 책상은 순식간에 붉은 피에 젖어버렸다.
그리고 이내 고통의 비명만을 지르던 교사는 이 지옥 만들기에 동참하겠다는 듯, 주위 벌벌떨며 비명을 지르는 여학생의 가냘픈 목덜미에
자신의 치아를 박아넣는다.
"끼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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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종 출현인가요? 이 난리통은 대체...어서 상황을 설명해주세요!!"
이슬비는 전화기를 붙들고 다급하다는듯 소리친다. 전화기 너머의 여성은 조금전까지 데이비드와 이 사태에 심각하게 이야기를 나누던
캐롤리엘이었다.
"일단 그 안에 있는 클로저들은 이세하요원과 서유리 요원 그리고 당신뿐이에요! 지금부터 제가 하는말 잘 들어요! 눈이 빨갛게 물들고 말을 알아듣지 못 하는.."
그 생물체들의 호칭을 어떻게 정해야 할지 모르겠는 캐롤리엘은 말했다.
"좀비...그래..좀비...좀비라해도 괜찮겠지...그 좀비들의 머리를 가차없이 공격해서 죽이세요!"
이슬비는 수화기너머로 들려온 명령을 믿을수 없다는 듯 재확인한다.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에요! 우리는 클로저에요! 살인자가 아니라구요!"
"저건 사람이 아니에요! 감염된 의지없는 차원종일 뿐이라구요!"
"슬비야 무슨일이야!"
헐레벌떡 급하다는듯 서유리와 이세하가 통화하는 이슬비의 옆으로 급하게 달려온다. 이슬비는 둘이 오던 안오던 캐롤리엘과의 통화에 집중한다.
"다시한번 말할게요 이슬비요원! 치료법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어요!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저런 증상들을 늘리면 희생자만 늘어날 뿐이에요! 감염된 생물체는 가차없이 죽이세요!"
"......."
아무말도 하지 못한채 수화기를 쥔 손을 부들부들 흔드는 그녀가 있었고 서유리와 이세하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심각한 표정으로 쳐다보기만 할뿐이었다.
"그오오오오오오"
학생들의 비명소리와 도망치는 발걸음에 아수라장이 된 복도끝에는 거친 비명을 지르며 쫓아오는 좀비가 있었다.
이세하는 능숙하게 학생들에게 지시를 내린다.
"막 도망치면 더 늦어! 얘들아! 줄을 서서 옥상으로 대피해!"
"저...저건..."
이세하의 인도따위는 들리지 않는다는 듯 복도끝을 바라보는 서유리의 동공은 심하게 흔들리고있었다.
"저....정미야?"
목덜미에는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았다는걸 반증하듯 피가 줄줄 흐르고 있었고 오다가 넘어지기라도 한것인지 발을 비틀비틀 거리며 걸어오는
양갈래 갈색머리의 여학생이 있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즐겁게 서유리와 점심시간을 보내던 우정미. 그녀였다.
"저...정미야... 왜...왜...!"
피슈우우우우웅
당황해하며 카타나를 떨어뜨리는 서유리의 옆을 지나 분홍색 광선이 우정미였던 그 생물체의 어깨를 뚫어버린다.
"갸아아아아아악!!"
끔찍한 비명소리가 복도를 뒤삼킨다.
서유리는 광선이 지나간 쪽을 뒤돌아본다.
"스...슬비야!! 뭐하는거야!저건 정미야 정미라구!!!!"
"작전..속행합니다."
"갸아오오오오오!"
어깨에 이슬비의 스킬을 맞아 더욱 움직임이 느려진 우정미는 그런건 아랑곳 하지 않다는 듯 다시 한번 그녀들을 향해 다가오고있었다.
"스...슬비야 쏘지마 쏘지말라구!!!!"
슈우우우우우우우웅
서유리의 거친 외침따윈 들리지 않는다는 듯, 그녀의 손가락 끝을 타고 분홍색 광선은 우정미의 몸을 이곳저곳 사정없이 꿰뚫어버렸다.
"슬비...왜..."
이슬비는 들었다. 자신의 레일캐논이 머리에 박히기 직전 중얼거린 것을, 저 생물체...아니 그녀가 마지막으로 남긴 유언을.
"어...어째서....의지가 없다더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