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린걸 꾹꾹 참고 쓰는 슬비가 세하의 게임기 안에 들어와버렸습니다..?

chizru 2015-04-06 5

"........"

 

"........"

 

 

고요한 정적이 동아리 방을 채웠다.

 

나도, 녀석도 서로에 대해 할 말이 없는 상황.

 

그렇게 한 마디도 하지 않은 채 몇 분이 흘렀을까,

 

나보다 한 발 먼저 정신을 차린 녀석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어... 그러니까... 진짜 이슬비...세요?..."

 

".....응."

 

 

그 말을 끝으로 또 한 번의 정적.

 

서로 말 없이 벙진 표정으로 이해할 수 없다는 눈빛을 주고 받으며 이 상황에 대해 정리를 해보려 하지만,

 

답은 결코 나오지 않았다.

 

그러다 한참 머리 굴리는 것을 포기했는지 결국 녀석이 폭발해버렸다.

 

 

"아, 그러니까 뭐냐고! 지금 이 상황! 나 정말 이해 할 수 없다고?!"

 

"나야말로... 대체 이게 뭐야..."

 

 

녀석의 폭발에 난 결국 모든 것을 내려놓은 사람처럼 게임기 속 안에서 털썩 주저 앉아버렸다.

 

이게 대체 무슨 일...

 

그리고 아까 게임기가 나에게 말했던 그 문장의 의미...

 

 

'세하가 너만 보게 해줄까?'

 

'단 하루 뿐 만이야.'

 

 

설마...!!!

 

 

"아니... 그럴리가 없어..."

 

그렇다면 이건 진짜 말도 안돼는 상황인거다. 요즘 드라마를 너무 많이 본 것 같다.

 

'게임기가 나를 자신의 몸 속으로 초대했다'라니... 너무 유치한 발상이다.

 

심지어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날리도 없다!

 

 

"맞아... 그럴리 없어..."

 

"아까부터 뭘 자꾸 혼자 중얼대는거야, 지금 난 이 상황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어 답답해 미칠 것 다고."

 

 

계속되는 나의 중얼거림에 결국 녀석의 신경을 건드려버린 건지,

 

녀석은 날카로운 눈초리와 함께 쌀쌀맞은 목소리로 나에게 말을 툭 던졌다.

 

나는 그런 녀석의 갑작스러운 기분 변화에 의문을 느끼며 물었다.

 

 

"왜 갑자기 짜증인거야?"

 

"나의 하나 뿐인 마음의 안식처 마저 결국은 너한테로 빼앗겨 버렸어. 이건 마치 네가 고된 임무를 끝내고 돌아와서 마음 편히 드라마를 보려고 티비를 틀었는데 하필 틀었던 그 티비의 장면에서 내가 나왔다. 이런 상황이야. 너같으면 짜증이 안 날 것 같아?"

 

 

음, 그럼 좀 짜증날지도.

 

 

녀석의 의외로 논리적인 반박에 나는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녀석은 그런 나의 순순한 반응이 더 짜증났는지 이내 깊은 한숨을 내쉬며 조심스레 테이블 위에 게임기를 올려놓았다.

 

나는 그런 녀석의 사소한 움직임 하나하나에도 몸의 균형감각을 모두 동원하여 넘어지지 않기 위해 애를 썼고, 

 

녀석은 이제 다 틀렸다는 듯한 표정을 짓더니 테이블 위로 힘 없이 쓰러졌다.

 

 

"나의 안식처... 나의 프라이버시..."

 

 

결국은 내 걱정보다 게임기 걱정이 우선인 그 녀석이였다.

 

그래도 아까 게임기를 억지로 빼앗고 임무를 보냈던 것에 조금은 미안함이 들었던 나는 녀석을 달래주기 위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저기, 이세하..."

 

"....왜."

 

 

녀석의 목소리는 상상 이상으로 힘이 없었다.

 

그런 녀석의 목소리에 괜히 마음이 찔린 나는 최선을 다해 위로해 주기 위해서 말을 꺼내려는 순간,

 

 

"아, 맞아."

 

"응?"

 

 

갑자기 녀석이 벌떡 일어나더니 다짜고짜 게임기를 집어들었다.

 

갑작스러운 녀석의 행동에 나는 또다시 균형을 유지 하지 못한 채 게임기 안에서 털썩 쓰러졌고,

 

이내 정신을 차리고 일어서서 대체 무슨 일인가에 대해 생각하며 뒤를 돌아보자,

 

정말 초 근접 거리에 녀석의 얼굴이 가까이 있었다.

 

 

"뭐, 뭐야!"

 

 

나는 갑작스럽게 가까워진 녀석의 얼굴에 당황하며 게임기의 화면에서 두 발 뒷걸음 쳤고,

 

녀석은 그런 나를 더욱 자세히 보기위해 얼굴을 더 가까이 들이밀었다.

 

 

'두근- 두근-'

 

 

그 순간, 정말 눈치없게도 이런 상황 속에서 두근대는 내 심장소리에 나도 모르게 얼굴이 달아올라버렸다.

 

하지만 다행이도 녀석은 그런 내 모습 까지는 자세히 보이지 않는지 한동안 나의 눈을 빤히 쳐다보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너...."

 

 

부드럽게 움직이는 녀석의 입술에 시선이 고정되어 있던 나는 퍼득 정신을 차린 후, 애써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는 아직도 두근대는 심장을 천천히 진정시키며 양 손으로 붉어진 두 볼을 감쌌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녀석이 눈치채버릴지도 몰라.

 

그렇게 생각하며 이내 이어질 녀석의 말에 귀를 기울이려는 순간,

 

 

'♪ ♩ ♬ ♪ ♩ ♬'

 

 

어디선가 들어본 익숙한 벨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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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렇게 긴건지도 짧은건지도 모르는 글을 읽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급하게 부랴부랴 쓰다보니 막 내용이 지들끼리 짝짝꿍 하고 난리가 났네요.(웃음)

 

....아슬아슬한 소설쓰기다.

 

사실 첫 편을 당당히 내놓고 몇분 뒤에 든 생각은,

 

'아 다음엔 뭐라고 이야기를 이어가야하지..' 였습니다.

 

그래서 오늘 하루동안 고민한 결과가 이것 입니다. 형편 없지요?(웃음)

 

아, 참고로 이번 소설에서는 차원종이 안나옵니다.

 

오로지 only 세하 일상이 적힐 예정입니다.

 

예를 들면 같이 목욕이라던가, 밤을 보낸다던가...(?)

 

(웃음)점점 수위가 높아져가네요. 나의 순수한 마음은 어디에?

 

아무튼 즐거운 새벽 되세요. 저는 이만... :)

 

(쓸때는 많은 것 같았는데 지금 다시 확인해보니 되게 짧은 듯...?)

 

 

 

 

 

 

 

 

 

 

 

2024-10-24 22:25:20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