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져 버린 그들의 잊어선 안될이야기[강제나편]2
서루인 2015-03-23 2
“‘제나’라는 이름은 ‘나 자신’을 뜻하는 순 우리말 이란다.”
“‘나 자신’..이란 말씀이세요?”
고개를 끄덕이며 가르쳐 주시는 할아버지 하지만,전 그땐 잘 이해를 못했어요. 그래서 또 다시 물어봤죠.
“왜 자기 자신을 뜻하는 건가요 할아버지?”
“그 이유는 말이다...요즘 세상은 바쁘게 산다고 정작 자기자신을 돌** 않는 경우가 많단다.”
“??? 바쁘게 살면서 자기가 누군지 모른다는 말씀인가요? 기억상실증 처럼요?”
그 말에 재밌다는 듯이 웃어넘겨주시는 할아버지 어찌해야 내 손녀가 이해를 할까...하고 혼잣말을 하시다가 손가락을 튕기시더니,다음 설명을 해주셨어요.
“하하하, 그런뜻이 아니란다. 우리 손녀한테는 좀 어려웠나 보구나. 어디보자....그래, 우리 손녀 할아버지 따라서 열심히 뛰어다닐 때 어땠느냐?”
“웅...처,처음엔 힘들었지만...지,지금은 잘 따라올수 있어요!”
“그래, 처음 뛰었을 때 주위풍경이 어떠했는지 기억이 나느냐?”
순간적으로 생각해 보았지만,그때는 할아버지 뒤를 쫓는다고 주위에 신경을 쓰지않아서 기억이 나지 않았죠. 고민을 해도 기억이 안나는 저를 보시곤 대답해 주셨어요.
“어떠냐,기억이 나느냐?”
“우...아,아니요...잘....아,안좋은 건가요..?”
“하하하! 아니, 그게 지극히 정상인 것이다. 요즘 사람들이 사는것도 이와 비슷하다는 것이 지. 남의 뒷모습만 보고 달리다가 결국 주위에 신경쓰지 않게되고, 나중에는 자기가 왜 그랬는지도 모르게 되버린단다.”
“으응....그럼..제가 그렇게 되지 않기를 바라신다는...말씀인가요?”
“음,그래 우리 손녀만큼은 남에게 휘둘리지 않고, 자기 자신의 의지로 길을 걸어나갈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지어준 거란다. 나 자신에 대해 알아야 어떠한 곳을 가도 어려움을 이겨낼수 있단다. 이해가 됬느냐?”
해맑게 웃으면서 대답을 했죠.
“네! 할아버지~”
“그건 그렇고, 우리 손녀 이 할아버지가 내준 숙제는 다했느냐?”
...사실대로 말하자면 완전 깜빡했던거죠. 숙제라고 해봐야 등산을 하거나 무술 동작을 여러번 반복해보거나 이런것들 주로 대부분 이였죠. 공부는 현장 답사가 최고라고 하시면서 산을 많이 타보라고 하셨거든요.
“그...그게...다,다녀오겠습니다!”
“우리 손녀~잠깐만 서보려무나~”
후다닥 달려나가려는 저를 부르셨던건 할머니였어요. 할머니의 손에 있던 도시락과 물통을 저에게 주면서 잘 다녀오라고 당부하셨어요.
“할미가 맛있는거 해놓고 기다릴 테니, 몸 조심히 다녀오려무나~”
“네! 다녀오겠습니다!”
인사하고,나가려하는데 할머니께서 할아버지한테 핀잔을 놓을때는 많이 웃겼어요. 왜냐면,할아버진 할머니앞에선 기가 팍 죽으신가봐요. 후후
“영감, 또 지루한 옛날 이야길 헌거유?”
“아,아니야..무슨; 다 살이되고 피가되는 교훈을..”
“한창 웃고놀기 좋은 애한테 먼 이상한 소리나 하고..에잉,쯧쯧”
“이,이상한 소리라니! 너,너무하잖...”
“됬구, 부엌일이나 좀 도와줘유. 시장보고 올테니까 도와줄꺼라 믿어 의심치 않고 갓다올게유~”
“어,어어..잘 다녀와~....하아~어쩔수 없구만....”
그렇게 할아버지는 앞치마를 챙기시고,부엌으로 들어가셨어요.
=============================================================================
“풋,니랑 달리 디게 재미난 분이시네. 디게 착하시고 요즘 세상에 그런분들 잘없제”
한태영이 그렇게 맞장구를 치며,대답한다.
“맞아요. 정말 좋으신 분들이셨어요. 지금은 돌아가시고 안계시지만요.”
“근디, 지금 니꼴은 그분들의 바램이랑 정반대인거같은디?”
...잠시 아무말이 없더니,남의 이야기를 얘기하듯 말을한다.
“그러게요...만약, 살아계셨다면...절 가만두지 않으셨을 꺼에요”
“당연히 가만못있지”
언제 자판기에서 음료수를 뽑았는지, 한잔 마시고는 말을 잇는다.
“무슨 일이 생기든 울고불고 초상나가 난리날게 불보듯 뻔하구만”
태영의 말에 꽤나 놀라는 눈치. 자기가 생각했던 답이 아닌모양이다.
“어째서 그런 생각이 드시는건가요?”
“어째서냐고? 니 바보가? 아 멍청하니까 사고치고 댕기제? 깜빡했네”
비아냥 거리는 말투였지만, 본인은 신경쓰지않고 말을 한다.
“원래 그런분들이 혼내는데 디게 서툴다. 겉은 혼낼지언정,속은 얼라처럼 질질짜가 울거든. 왜냐면, 니를 알기 때문에 그러는기다. 멍청아”
.....아무말 없이 가만히 앉아있는 제나. 그가 했던 말이 그녀에게 어떠한 답이 됬을지는 모르겠지만 가볍게 넘어갈 말은 아니였다. 침묵을 유지하다가 태영에게 묻는다.
“시간 많으세요? 오늘은 그냥 돌아가기엔 허전한 느낌이드네요”
“니 하는거 보고 계속 있을지 걍 집에갈지 정하지 뭐”
“그럼,하던 얘기 마저할게요”
“그러든가 말든가...”
푸념을 놓지만 태영은 그래도 제나의 이야기를 들어준다.
=============================================================================
제가 8살이 되던 날이였어요. 여전히 산에가는걸 좋아했고, 가끔 같이놀러가는 친구랑 만나기로 한날이라 기분좋게 집을 나섰는데....그때부터 였죠. 지금의 제가 있게된 계기를요.
“유미~~어딨어요~~~못 찾겠다 꾀꼬리! 나와주세요~~”
약속시간이 지났는데도 제친구 유미는 나오지 않았어요. 걱정이되서 유미랑 같이 다니는 지름길 쪽으로 가봤어요. 거기서...쓰러져 있는 유미하고 몇몇 아저씨들을 봤어요.
“유미? 유미...?어,어떻게 된거예요!!”
소리난 쪽으로 돌아보던 아저씨들은 저를 보자 많이 당황한 눈치였어요. 하지만 저는 개의치 않고 유미를 깨우려고 했죠.
‘머리에 강한 타격을 받고 쓰러져 있고...다리를 삔 것으로 보여...응급처치를 해야...!’
라고,생각을 했지만 곧 정신을 잃었어요. 아마, 그근처에 서있던 아저씨들이 저를 기절시킨거겠죠. 그리고 눈을 뜬곳은...어둡고 으슥한 곳이였어요. 건물 내부에 빛도 들어오지 않는건지 많이 어두웠어요.
“여...여긴 어디죠...?”
“속세에 찌든 자들을 정화하는 곳이지. 일어났니? 꼬마야”
이상한 복장을 한 분이 다른 아이들을 이끌고 계셨어요. 다른아이들은 전부 흰옷을 입은 상태였고 유미는 보이지 않았죠.
“예정에 없던 일이지만, 네가 여기에 온것도 다 인연이 있기 때문이겠지. 환영한단다. 네 이름이 뭐니?”
“제나...강제나..라고 해요...유미,유미는 어딨죠...!?”
“유미?흐음....기억이 날듯말 듯 하구나...?쿡쿡”
“홍유미! 홍유미라는 제 친구예요! 유미는 어딨죠!? 대답해주세요!”
“어린애 치고는 말예절이 괜찮은 편이구나...어디보자....아~”
손뼉을 짝,치면서 생각났다는 듯이 그가 말을 했죠.
“너랑 같이온 아이를 말하는구나. 맞지?”
“!!마,맞아요. 유미랑 여길 나가게 해주세요!”
곤란하다는 듯이 그는 고개를 저었죠.
“아아,그건 안된단다. 속세로 가면 결국 지옥으로 떨어지기 때문이란다. 우린 그런 안타까운 아이들을 구해주는 사람들이란다. 이해가 되니?”
“저,저희는 나쁜짓을 한적이 없어요! 그러니 여기있을 이유가 없어요! 내보내 주...”
“그렇게 때문에 너희가 여길 오게 된거란다. 쿡쿡”
두 팔을 벌려 자랑스럽게 연설을 하기 시작하더라고요. 그런걸 보통 교화라 할텐데 상당히 악용한 느낌이 들었어요.
“너희같은 어린아이들이 속세로부터 순수하기 때문에 여기로 오게 되는거란다. 하지만,그렇게 해도 선택받은 아이들은 적고, 그마저도 속세에 찌들기 시작하면 정화할 수가 없단다. 그래서 우리가 직접! 찾아오게 되는거지.”
“그것이 좋은 의도라고 해도 본인의 의지 없이 데려오는건 납치,즉 범죄예요! 어떤것도 정당화 될수 없단 말이예요!”
꽤나 놀라는 눈빛으로 저를 처다보고는, 소름끼치는 표정으로 저를 처다봤죠.
“...이제 보니 너도 꽤나 괜찮은 아이구나. 우린 아무나 데려오는게 아니란다. 고민거리에 시달리는 아이들을 도와주려고 여기에 인도하는것이지”
“무,무슨 말씀이세요 갑자기?!”
“유미란 아이는 고민거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친구에게 고민을 털어놓지 못한걸 보니 너도 진정한 친구는 아닌모양이구나 후후후”
처음듣는 말이였죠. 그렇게 꿋꿋하던 사람이 고민이라니. 생각지도 못한 사실이였죠.
“그 아이가 최근 부모님과의 사이가 좋지않은걸 넌 모르는 구나. 안그러니?”
사실인지 거짓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그런얘기는 한적이없기 때문에 아무말을 할 수가 없었어요.
“역시 모르는구나. 그리고 그 아이가 말하길, 너는 할머니댁에서 산다는데...왜 부모님이랑 같이 지내지 않는거니? 응?”
“그,그건 부모님이 바쁘셔서...주,주말에는 오빠나 동생들이랑 같이 부모님이 오셔서 놀아주세요! 제 부모님을 나쁜사람으로 만들지 마요!”
“하하, 정말로 그렇다면 너만 외딴곳에 버려두고 왜 너희 오빠하고 동생만 챙기는걸까? 아마도, 너 혼자만 딸인가보구나. 가끔 그런 부모들이 더러 있지. 필요없는 자식,원치않는 자식 이라면서 거리를 두는 그런분들도 있고말고.”
마치 비웃듯이 저를 조롱하자 화가난 전 그대로 그사람의 가랑이 사이를 힘껏 걷어찼죠.그러자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쓰러지면서 저를향해 큰소리로 소리쳤죠.
“아아악!!!이...이 건방진...!! 뭣들해! 정화실로 데려가!!”
부하로 보이는 사람들이 저를 붙잡고 그사람이 말한 ‘정화실’이라는 곳으로 끌려갔었죠. 거기는 습기가 가득찬곳이였고, 물기도 그대로 남아 있었어요. 거기다 저를 밀어 넣고는 가뒀어요.
“열어줘요!!”
문을 두드렸지만, 반응은 없었고 절 가두자마자 제 머리위로 찬물이 쏟아지기 시작했어요.
쏴아아아!!
“콜록..콜록..추,추워...”
끝도없이 쏟아져 내리는 찬물아래에서 탈진하게 되었고, 나중엔 의식을 잃었어요. 그리고 나중에 눈을 떴을땐, 감옥같은 곳에서 며칠을 지냈어요. 어떻게 버텼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네요.나중에 감옥에서도 내보낼때도 불안했는지 주사같은 것도 놓더라고요. 뭔진 모르겠지만 좋은건 아니겠죠. 저랑 비슷한 또래아이들이 있는 곳으로 옮겨질때는 기력이 다한 상태라 그저 무기력했어요. 유미는 여전히 보이지 않았고요. 그때,아이들 무리중 한사람이 저에게 말을 걸었죠.
“괜찮아? 며칠뒤에 성소실로 모이라 할꺼니까 푹쉬어”
“성...소..실..?그게...뭐..죠?”
“가보면 알아, 그러니까 편히쉬어”
...아마 제가 끌려갔던 곳은 사이비 종교같은 곳인거 같아요. 다른 또래의 아이들 눈을 봤을땐, 뭐에 홀린것처럼 공허한 눈빛이였어요. 그날 이후로부터 좋은일은 하나도 없었죠.그들의 교화를 들을때는 지금생각해도 한심하기 짝이없지만,저를 제외한 다른 아이들을 유혹하기엔 충분했나봐요. 마음이 약해진 사람만큼 다루기 쉬운 사람도 없을테니까 말이예요.
“콜록,콜록...전, 듣기...싫어요...! 내보내...주..세요..!”
“정화로는 무리군. 조정실로 데려가야 겠어. 끌고가!”
약물 때문에 발버둥칠 겨를도 없이 ‘조정실’이라는 곳에 끌려갔을땐...어른들도 있지만,대다수 또래아이들이 모여있었죠. 교화하는 사람이 외치더군요.
“악으로부터 병들게 된 우리식구를 구하기 위해서입니다...! 자,여러분? 여러분이 직접 나설때입니다..!”
또래 아이들에게 회초리를 건넨뒤에는...저를 직접때리라고 명령을 했어요. 전 그들을 진정시키려 했죠. 소용없는 짓이지만요.
“하아...이,이런짓은, 하면 안되...는...꺅!”
“악마야! 물러가라!”
“““물러가라! 물러가라!”””
돌아오는건 혹독한 매질이였죠. 이때부터는 심신이 지쳐서 잘 기억이 나질않네요. 기억나는 건...무기력?우울증? 이런것에 잠긴거 같아요. 그저 시간이 흘러가는데에 몸을 맡기고 인형처럼 산거같아요. 악몽같은 며칠을 보내고,그들이 말한 성소실이라는 곳에 이끌려 갔죠. 몸을 움직일수가 없어서 끌려가듯이 성소실로 이동했죠.
“자!여러분! 오늘도 이 한많은 세상에서 사느라 고생이 많습니다. 하지만! 좀더 힘을 내고 교화를 들으면 새로운 삶이 여러분을 기다릴것입니다! 자,다같이 기도합시다. 천당으로 가는 그날까지!”
“천당으로 가는 그날까지!”
저를 제외하고는 다들 그렇게 외쳤죠. 그리고 대표로 보이는 사람이 다시 연설을 했어요.
“오늘 드디어! 천당으로 가는 선택받은 사람을 보내주는 날입니다!”
모두가 기쁨에 빠질 때, 저는 무슨소린지 몰랐어요. 그들이 무엇을 준비하는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