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리 코스튬을 놓쳤다
생크림으로저격 2015-02-26 3
주변은 어두웠다. 서늘한 공기는 매 순간마다 나를 스치며 지나갔고
숨을 내쉴 때마다 뚜렷하게 입김이 일어나 지금이 엄청 춥다는 것을 알 수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춥다고 느껴지지는 않았다.
저 멀리서 간간히 몇 개 켜져 있는 할로겐등은 팍팍 소리를 내며 하나둘씩 터져가고 있었고.
내 위에서 지직거리며 깜빡이기를 반복하는 할로겐등이 켜졌을 때 보이는 사물을 보면
이곳이 대형마트 안이라는 것은 간단히 알 수 있었다.
내 왼쪽에는 냉장식품 코너가 있었고, 오른쪽에는 다른 식품들이 진열되어있었지만.
그 어느 쪽도 성한 것이 없었다.
바닥에 깔려있는 타일들도 마찬가지.
폭탄을 맞은 건지 총알을 맞은 건지 짐작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하게 무너지고 부서진 모습들.
그 어떤 소리도 없어서 내가 숨 쉬는 소리마저 메아리치고,
전등 터지는 소리는 화난 개보다 더 무섭게 짖어대고 있었다.
내가 이 모든 것에 홀려있었을 때 새로운 소리가 들려왔다.
어린아이의 숨죽여 우는 목소리.
울음을 참고 있는 소리여서 남자아이인지 여자아이인지는 확신이 서지 않는다. 아마 남자애인 듯싶다.
나는 갑작스레 나타난 그 목소리에 살짝 두려웠지만 다른 선택권 같은 건 없었다.
목소리를 피해 더 깊은 어둠 속으로 가느냐, 갑자기 나타난 울고 있는 아이에게 다가가보느냐.
아니면 그냥 이 자리에서 멀뚱멀뚱 서 있느냐.
그냥 서 있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
잠깐의 망설임 뒤에 마음을 먹고 그 목소리를 향해 따라갔다.
소리를 따라 조금 오른쪽으로 움직여보니 그 아이는 생각보다 나랑 가까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내 바로 옆에 있던 이 진열대 너머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이렇게 갑작스럽게 상황에 마주하게 될 줄 몰랐기에 잠깐 망설여졌지만
이미 마음을 먹었으니 용기를 내서 그 진열대를 돌아가 아이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아이가 충분히 보일 정도로 가까이 왔다.
살짝 길게 자란 머리에 남자아이, 하늘색 반팔 티를 입고 있었고 옷 한가운데에는 동그라미 안에 귀엽게 생긴 곰이 그려져 있었다.
그런 옷이 꽤나 잘 어울리는 아이였다.
"왜 이런 곳에서 혼자 울고 있니?"
나는 한쪽 무릎을 꿇어 눈높이를 맞추며 고개를 숙이고 있는 아이를 바라보며 물었다.
아이는 전보다 좀 더 거친 숨을 내쉬며 히끅거리면서 울고 있었다.
그러기를 좀 지나 서서히 아이가 답답하게 느껴져 울지말고 빨리 말해보라고 하려 했었다가
[ 울지마 ] 라는 말이 아이에게 어떤 의미로 들릴지 덜컥 겁이나 말을 하진 못했다.
"괜찮으니까 말해봐"
아이는 아까보다 더 열심히 울음을 참으려고 했는지 숨쉬기를 괴로워했고
그 이후로 천천히 마음이 안정되고 있는지 서서히 안정을 되찾고 있었다.
"서,... 서유리... 정식요원... 흑.. 코스튬을,.. ㄴ..놓쳤어요,.."
누군가 뒷머리를 후려치는 듯한 충격,
이 아이가 얼마나 힘든 일을 혼자서 참아오고 있었는지 그 진심이 느껴졌다.
울지 말라는 말을 안 한 게 이렇게 다행스럽게 느껴질 줄도 몰랐다.
참을 필요 없으니까 계속 울라고 전해주고 싶었다.
그래도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말을 이으면서 괴로워 하고 있는 아이에게 어떤 위로의 말도 건네지 못했다.
"에,.. 엘리트 끼면.. 간당...간당..하게,.. 가능 ,..흑 하다는데,..
나 같은 0H人H77I가 그런 걸 살,.. 흑 수는 없으니...까
그래도,... 열심히.. 흑 피로도 다,.. 녹이고 특.. 수 작전도 다 했는데.."
아이는 마지막 힘을 쥐어짜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긴방... 못 돌아서,... 컴이.. 흑, 안 좋은데,.. 서유리니까,... 미안해서... 흑, 돌 수가 없어서..
그거 안돌고,.. 특수 미션만,.. 흑 혼자,..."
아이는 기어이 참아왔던 울음을 터트려버렸다.
나는 울음소리에 정신이 들고 순간적으로 서늘한 기운이 들어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침대 위에서 포근한 이불을 덮고 있었다.
단순한 꿈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꿈의 내용이나, 그 생생했던 느낌을 봐서는
단순한 꿈으로 넘겨버리기는 어렵다.
나는 오늘 날짜를 확인하기 위해 폰을 찾기 시작했다.
베개 밑? 침대 밑? 서랍 위? 서랍 안?
냉장고 안?
어디 있는지 보이지 않는다.
그렇게 몇 분이 지났을까
당장이라도 폰을 꺼내서 확인해보고 싶었지만 폰이 없으니 일단 참았다.
그렇게 찾는 걸 포기할까 생각하던 도중 의외의 곳에서 폰을 발견했다.
컴퓨터 책상 위에 폰은 보란 듯이 당당하게 놓여있었다.
난 분명 폰질을 하다가 잤을 텐데 왜 이런 곳에 놓여있는지는 의문이지만 그런 건 상관하지 않고 바로 전원을 켰다.
2월 26일
────────────────
나를 포함한 수습 유리들 화이팅
긴방 혼자 돌아지는거 오늘알았습니다..
몰라 다들 화이팅
제저씨도 힘내고
나도 힘내고
유리도 힘내고
나머지는 좀 쉬고
숨을 내쉴 때마다 뚜렷하게 입김이 일어나 지금이 엄청 춥다는 것을 알 수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춥다고 느껴지지는 않았다.
저 멀리서 간간히 몇 개 켜져 있는 할로겐등은 팍팍 소리를 내며 하나둘씩 터져가고 있었고.
내 위에서 지직거리며 깜빡이기를 반복하는 할로겐등이 켜졌을 때 보이는 사물을 보면
이곳이 대형마트 안이라는 것은 간단히 알 수 있었다.
내 왼쪽에는 냉장식품 코너가 있었고, 오른쪽에는 다른 식품들이 진열되어있었지만.
그 어느 쪽도 성한 것이 없었다.
바닥에 깔려있는 타일들도 마찬가지.
폭탄을 맞은 건지 총알을 맞은 건지 짐작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하게 무너지고 부서진 모습들.
그 어떤 소리도 없어서 내가 숨 쉬는 소리마저 메아리치고,
전등 터지는 소리는 화난 개보다 더 무섭게 짖어대고 있었다.
내가 이 모든 것에 홀려있었을 때 새로운 소리가 들려왔다.
어린아이의 숨죽여 우는 목소리.
울음을 참고 있는 소리여서 남자아이인지 여자아이인지는 확신이 서지 않는다. 아마 남자애인 듯싶다.
나는 갑작스레 나타난 그 목소리에 살짝 두려웠지만 다른 선택권 같은 건 없었다.
목소리를 피해 더 깊은 어둠 속으로 가느냐, 갑자기 나타난 울고 있는 아이에게 다가가보느냐.
아니면 그냥 이 자리에서 멀뚱멀뚱 서 있느냐.
그냥 서 있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
잠깐의 망설임 뒤에 마음을 먹고 그 목소리를 향해 따라갔다.
소리를 따라 조금 오른쪽으로 움직여보니 그 아이는 생각보다 나랑 가까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내 바로 옆에 있던 이 진열대 너머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이렇게 갑작스럽게 상황에 마주하게 될 줄 몰랐기에 잠깐 망설여졌지만
이미 마음을 먹었으니 용기를 내서 그 진열대를 돌아가 아이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아이가 충분히 보일 정도로 가까이 왔다.
살짝 길게 자란 머리에 남자아이, 하늘색 반팔 티를 입고 있었고 옷 한가운데에는 동그라미 안에 귀엽게 생긴 곰이 그려져 있었다.
그런 옷이 꽤나 잘 어울리는 아이였다.
"왜 이런 곳에서 혼자 울고 있니?"
나는 한쪽 무릎을 꿇어 눈높이를 맞추며 고개를 숙이고 있는 아이를 바라보며 물었다.
아이는 전보다 좀 더 거친 숨을 내쉬며 히끅거리면서 울고 있었다.
그러기를 좀 지나 서서히 아이가 답답하게 느껴져 울지말고 빨리 말해보라고 하려 했었다가
[ 울지마 ] 라는 말이 아이에게 어떤 의미로 들릴지 덜컥 겁이나 말을 하진 못했다.
"괜찮으니까 말해봐"
아이는 아까보다 더 열심히 울음을 참으려고 했는지 숨쉬기를 괴로워했고
그 이후로 천천히 마음이 안정되고 있는지 서서히 안정을 되찾고 있었다.
"서,... 서유리... 정식요원... 흑.. 코스튬을,.. ㄴ..놓쳤어요,.."
누군가 뒷머리를 후려치는 듯한 충격,
이 아이가 얼마나 힘든 일을 혼자서 참아오고 있었는지 그 진심이 느껴졌다.
울지 말라는 말을 안 한 게 이렇게 다행스럽게 느껴질 줄도 몰랐다.
참을 필요 없으니까 계속 울라고 전해주고 싶었다.
그래도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말을 이으면서 괴로워 하고 있는 아이에게 어떤 위로의 말도 건네지 못했다.
"에,.. 엘리트 끼면.. 간당...간당..하게,.. 가능 ,..흑 하다는데,..
나 같은 0H人H77I가 그런 걸 살,.. 흑 수는 없으니...까
그래도,... 열심히.. 흑 피로도 다,.. 녹이고 특.. 수 작전도 다 했는데.."
아이는 마지막 힘을 쥐어짜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긴방... 못 돌아서,... 컴이.. 흑, 안 좋은데,.. 서유리니까,... 미안해서... 흑, 돌 수가 없어서..
그거 안돌고,.. 특수 미션만,.. 흑 혼자,..."
아이는 기어이 참아왔던 울음을 터트려버렸다.
나는 울음소리에 정신이 들고 순간적으로 서늘한 기운이 들어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침대 위에서 포근한 이불을 덮고 있었다.
단순한 꿈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꿈의 내용이나, 그 생생했던 느낌을 봐서는
단순한 꿈으로 넘겨버리기는 어렵다.
나는 오늘 날짜를 확인하기 위해 폰을 찾기 시작했다.
베개 밑? 침대 밑? 서랍 위? 서랍 안?
냉장고 안?
어디 있는지 보이지 않는다.
그렇게 몇 분이 지났을까
당장이라도 폰을 꺼내서 확인해보고 싶었지만 폰이 없으니 일단 참았다.
그렇게 찾는 걸 포기할까 생각하던 도중 의외의 곳에서 폰을 발견했다.
컴퓨터 책상 위에 폰은 보란 듯이 당당하게 놓여있었다.
난 분명 폰질을 하다가 잤을 텐데 왜 이런 곳에 놓여있는지는 의문이지만 그런 건 상관하지 않고 바로 전원을 켰다.
2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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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포함한 수습 유리들 화이팅
긴방 혼자 돌아지는거 오늘알았습니다..
몰라 다들 화이팅
제저씨도 힘내고
나도 힘내고
유리도 힘내고
나머지는 좀 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