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식의 계승자 EP.6 센텀시티 2화 사지(死地)를 향하여

Heleneker 2024-04-13 0

"은하, 괜찮아?"


"솔직히 별로...."

"절뚝거리는 거 보니까 마이 아프긴 한 모양이네. 일단은 니그 감찰관이랑 이야기 좀 해봐라. 아까부터 안절부절 못 하고 있다."

진료를 받은 은하 쪽으로 합류한 장미숙도 절뚝거리는 그녀를 붙잡아주며 말했다.

"아, 마침 저기 오네. 야야!! 여다!!"

장미숙이 손을 흔들어보이자, 그 모습을 본 오세린이 급하게 달려와 안부부터 물었다.

"은하 씨, 의료 스탭에게 진찰은 받으신 건가요?"

"아, 보스.... 간단히 진찰을 받긴 했어요."

"결과는.... 어땠나요?"

"그런 얼굴 하지 마요. 아예 다리를 못 쓰게 된 건 아니라니까. 다리 곳곳의 근육이 파열되긴 했지만, 뼈까지 손상된 거 같지는 않대요."
하"지만 왼쪽 발목 뼈는... 금이 좀 많이 갔대네요. 위상능력자니까 걷지 못 할 정도는 아니지만, 무리하면 후유증이 남을 수도 있다네요."

"그럼 제대로 치료 받는게 좋지 않겠어? 이대로 둘 수는 없는 노릇일텐데."

"뭐, 그렇지. 이대로면 짐짝밖에 안 될 테니까..."

"누구도 당신을 짐짝이라고 여기진 않을 거예요. 물론 저도 그렇고요."

"알아요. 그래서 더... 짐짝이 될 거야."

은하는 머플러로 입가를 가리며 우울 아우라를 잠시 팍팍 뿜어냈다.

"그래서 말인데요, 보스. 나, 잠깐 센텀시티에 다녀와도 될까요? 거기에 세계적인 규모의 의료단지가 조성되어 있다나 봐요. 가서 치료를 받으면 괜찮아질 거라고 하던데..."

"센텀시티라면..."

"아는 곳인가, 자온?"

"응. 리버스 휠에서 얘기 했던 적 있지? 나 어릴 때 중독 증상 치료하고 있었다고. 처음 치료하던 곳이 지금의 센텀시티였어. 그땐 긴급 구호로 병동들이 모여있던 곳이였는데 그 사이에 더 커졌나보네."

"저수지 언니도 그쪽으로 갔을 거래. 수술을 집도하기 위한 의료진이나 장비도 다 거기 있으니까."

"그렇군요. 그럼 어서 센텀시티에 가셔야겠네요. 잠깐 기다려주세요. 센텀시티로 향하는 길목의 상황을 한 번 확인해 볼테니까요. 저와 장미숙 요원님이 상황을 살펴볼테니 안정을 취하시면서 기다려 주세요."
"저, 그리고요. 비단 은하 씨에게만 말하는 건 아니지만.... 자기 몸을 소홀히 하는 그런 행동을 하면... 저 화낼 거예요...!!"

"미안해요, 보스."

대답은 은하가 했지만, 자온도 찔리는 부분이 이것저것 있던지라 살짝 움찔거리며 모두의 시선을 피했다.

"이야기 끝났나? 그라믄 후딱 튀어 나가자! 야들아, 쉬고 있어라."

장미숙과 오세린은 거점 근처에 정박해 두었던 리버스휠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럼 우리도 이제 좀 쉬자. 거의 쉬지도 못 했잖아."

"그래요. 은하 씨의 다리를 보려면 어쨌든 센텀시티와 연락이 되어야 하니까요."

"음료라도 사오겠습니다. 원하시는 음료 있으십니까?"

"나는 물이여도 괜찮다."

"나도 시원한 물, 부탁해."

"저는 우유로 부탁드릴게요. 은하, 너도 우유로?"

"뭐, 나도..."




콰아아아앙!!!




음료를 부탁하던 중 갑자기 굉음이 울리며 건물이 아주 살짝 흔들렸다.

"뭐야? 무슨 일이예요?"

"소리가 난 방향은.... 루시가 있는 병실 쪽이다!"

"잠시만! 무슨 일인지 예상가는 데가 있어. 테러나 차원종의 습격은 아닐거야. 나 혼자 가볼게."

진동의 근원지로 추정되는 루시의 병실로 달려가려는 임시클로저들을 막곤 자온은 홀로 루시와 뷜란트가 있던 병실을 향해 서둘러 이동한다.

"영감!"

병원 복도에 기대 서있는 뷜란트를 부르다 그의 얼굴에 짙게 드리운 그늘을 보곤 다가가 물었다.

"다치진 않은 거 같고.... 역시, 그거 말한거지?"

"그래...희망이 그 아이의 생명을 먹인 걸 털어놨단다. 예상은 했지만 미움을 좀 많이 사버려서 말이다. 허허..."

"...."

"그 아이의 마음이나 마찬가지인 것을 멋대로 처분했는데 숨겨서는 안 되니 말했다만.... 이렇게 막상 미움을 받으니 눈물이 날 것만 같구나."

너털히 웃는 뷜란트의 표정은 슬픔으로 가득 차있었다.

"...그러고 보니 아가. 네 활, 수리할 방법을 아직 일러주지 않았었구나. 알려주마."


"수리할 수 있어?!"

"그럼. 그 활엔 비운 그 아이의 힘이 많이 담겨있었다곤 하나, 거즌 10년 가까이를 너와 나의 힘을 받아내었지. 이러나 저러나 내 영혼에도 가까워졌단다. 나는 이를 이용해서 활을 내 본체에다 흡수시키려 한단다."

"활을 흡수한다고?"

"그래. 너와 내 영혼의 힘이 섞인 이 무기를 내 본체에 흡수시켜서 내 영혼의 권능에 새겨 넣는 게지. 성공한다면 다른 무기를 구현하는 것처럼 활도 구현이 가능할게다."

"가능.... 한거야?"

"그럼. 그러니 말한 게지. 다만, 내가 잠시 본체 쪽으로 돌아가서 집중해야 한단다. 길어도 하루 이틀 정도면 다 될 게다."
"루시 아가에게 미움받고 도망가는 것 같다만.... 금방 돌아올거란다. 그 때까지만 잠시 부탁하마."

"바로 가려고?"

"서두르는게 낫지 않겠느냐. 네가 남은 활들 다 부숴 먹기 전에 말이다."

"그 말만 안 해도 잘 갔다 오라고 할텐데 스스로 매를 벌어요 매를...."

"허허... 어쨌든.... 갔다 오도록 하마."

"루시 아가... 잘 돌보고 있어다오."

뷜란트가 작게 손을 흔들며 옆으로 손을 뻗자, 갑자기 작은 차원문이 생겨났다. 자온이 내부차원으로 넘어왔던 방식으로 본체를 통해 문을 연 뷜란트는, 자온의 활조각들을 그곳에 던져 놓곤 구현되었던 자신의 몸을 해제시키며 사라졌다.
뷜란트가 떠나간 자릴 잠시 바라보던 자온은 발길을 옮겨 루시의 병실 문앞으로 다가갔다.


똑똑


"루시, 들어갈게."

노크하고 들어가자, 창문 밖을 멍하니 쳐다보고만 있는 루시와 부서진 병실 바닥에 박혀 세워진 감옥관이 시선에 들어왔다.

"루시....?"

대답이 없자 몇번이고 다시 불러보았지만 루시는 그저 하염없이 창문 밖만을 바라볼 뿐, 조금의 미동도 없었다.
루시의 울적해 보이는 얼굴을 보고나서야 자온은 그녀를 부르는 것을 멈추곤 그 옆에 조용히 앉는다. 그러곤 그녀가 정신이 들 때까지 하염없이 기다리기 시작한다.




*****





"....."

"......"


타다다닷!


드르르르륵!!  쾅!


"루시 양...!! 아, 자온 씨도.... 여기 계셨군요!"

말 없이 한동안 병실 창 밖만 바라보고 있던 루시와 자온.
갑자기 급박한 뜀박질 소리와 함께 거칠게 병실 문을 열어젖히는 소리에 뒤돌아보자, 오세린이 숨을 헐떡이며 서 있었다.

"감찰관, 왜 그래요? 무슨 일 있어요?"

"광안대교 쪽에... 비행형 차원종들이 대거 출현했어요!"

"마물들이요? 마물들은 거의 다 처리했던 거 아니였었나요?"

오세린의 말에 그제야 정신을 차렸는지 루시는 상황을 되물어 보았다.

"그게.... 정확히는 여기가 아닌 센텀시티 측 대교 상공에 출현 했어요!"





******





조금 전, 센텀시티의 클로저들과 연락하러 리버스휠로 이동하던 장미숙과 오세린.

[참... 쟈들은 어쩜 저렇게 무모하나? 한 명은 친구 살리겠다고 다리 아작나도록 뛰어댕기고, 한 명은 시민들 살리겠다고 독 빨아먹고.]

[...몰래 인과를 바꾸신 분도 있지만요.]

[응? 뭐라 했나?]

[아, 아무것도 아니예요. 일단 센텀시티 쪽에 연락부터 해볼게요.]

늘상 소지하고 다니던 태블릿을 꺼낸 오세린은 센텀시티에 있을 캐롤리엘에게 연락하기 시작했다.

<DISCONNECT>

[응? 바로 연락이 끊겼네요. 바쁘신 걸까요? 그럼 앨리스 요원님께....]

연결 불가 표시가 바로 뜨자 연결을 끊곤 김유정 임시지부장을 대신해 센텀시티에 있는 클로저 팀들을 관리하고 있는 엘리스 와이즈맨 요원에게 연락을 취해보았다.

<DISCONNECT>

그러나 캐롤리엘에게 연락을 취했을 때처럼연결 대기조차 되지 않고 신호가 바로 끊겼다

[느낌이 쎄한데.... 좀만 있어 봐라. 센텀시티에 도윤이 오빠야도 있거든.]

불안한 느낌을 받은 장미숙이 센텀시티에 있는 벌처스의 직원이자 연인인 김도윤에게 연락을 시도했다.

<전화를 받을 수 없어 삐 소리이후 소리샘으로....>

[아야.... 내 자랑은 아닌데, 우리 오빠야는 내 연락을 못 받으면 못 받지 이렇게 바로 연결을 끊지 않거든? 무슨 일이 생긴 것 같다...!]

[잠시만요, 민수호 시장님께 연락을 드려볼게요...!]


<전화를 받을 수 없어 삐 소리이후 소리샘으로....>

민수호 시장도 연결이 되지 않자, 조금씩 다급해지던 두 사람의 발걸음이 아예 뜀박질로 바뀌며 서둘러 리버스휠에 탑승해 연락을 재시도해 보았다.

[아야, 센텀시티로 가는 길 좀 확인해 봐라! 느낌이 이상하다!!]

[네! 잠시만요!]

그러나 연결이 계속 실패하자, 오세린은 요원 인증을 서둘러 마친후 리버스휠의 레이더와 관측장비로 센텀시티와 연결되는 광안대교 쪽을 서둘러 확인해보았다.

[저건....!]

[저게 다 뭐꼬...?]

리버스휠의 관측장비와 레이더에 수많은 차원종이 감지되고, 발견되었다. 지상과 대공을 가득 매운 차원종들에 두 사람이 적잖이 당황해했다.

[안 되겠다. 아야, 내가 시선 끌테니까 니들은 센텀시티로 어떻게든 들어갈 준비 해라.]

[저 대군을 혼자서요? 무모하세요!]

[괘안타. 무리는 안 할기고, 어쨌든 야들이 가오 잡았는데 내도 가만히 있을 순 없제. 니는 서둘러서 뚫을 준비해라!]


리버스 휠에서 뛰쳐나온 장미숙이 홀로 광안대교를 향해 달려가자, 오세린은 서둘러 병원으로 돌아갔다.





******





"장미숙 요원님이 그곳에서 홀로 시간을 벌고 계세요! 저도 도와드리고 싶었지만, 여기에 상황을 전하는 게 먼저라고 하시면서...!"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잖아요! 그럼 얼른 나가야.... 읏...."

벌떡 일어난 자온은 늘 그랬던 것처럼 활을 잡으려 했다. 그러나 수리하러 보낸 활의 부재와 무기를 구현 불가능한 상황을 허공에 헛손질을 함으로서 기억해내곤 얕은 신음을 흘렸다.

"전달사항은 아직 남아있어요. 확인하기 전과 확인 후에 센텀시티에 연락을 여러번 취해봤지만 어떠한 응답도 되지 않는 상황이에요!"

"이쪽도.... 마찬가지예요!"

감찰관을 따라 뛰어온 민수현이 숨을 헐떡거리며 이어 말했다.

"형님에게 연락을 취했는데.... 반응이 없어요!"

"시장님도?"

"시장님까지.... 부산에 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요?"

"정황상 센텀시티에 무슨 이변이 발생한 건 분명해 보여요. 아울러.... 우리에게는 센텀시티에 가지 않으면 안 될 이유가 있어요. 가사 상태의 저수지 씨가 그곳으로 향한 것은 물론이고요, 은하 씨의 상태도 봐야 하니까요."
"그러니, 우리는 이제부터 센텀시티로 향하겠어요. 리버스휠을 이용해서요."

"하지만 감찰관님! 비행형 차원종이 제공권을 장악했어요! 리버스 휠로 돌파하는 건 위험해요!"

"알고 있어요. 하지만 그밖에는 센텀시티에 진입할 수단이 없어요. 일방 통행이 될 가능성도 높은 위험한 돌격이죠. 그래도...."

"가야만 한다. 그렇지?"

"응, 가야만 해. 우리의 소중한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어느새 무장을 다 갖춘 채 뒤따라온 이들도 오세린의 의견에 동의했다.

"아직 힘을 되돌아 오진 않았지만.... 그래도 가야지...!"

"자, 가요! 저수지 씨와 은하 씨를 위해서!"

일어나 장비를 갖춘 자온과 루시도 함께 리버스휠을 향해 서둘러 달려간다.

"루시, 움직이는 데에 이상은 없나?"

"네, 저는 괜찮아요."

"뭔가 짐짝이 된 기분이네.... 다들, 미안해요."

제대로 달릴 수 없는 탓에 자온의 등에 업혀 있던 은하는 우울한 아우라를 재차 뿜어댔다.

"짐짝은 무슨, 저수지 구하려고 애쓰다가 그런 거잖아. 다시 말하지만 누구도 널 짐짝으로 생각하지 않아."

"맞아요! 정말 영웅적인 행동이었어요! 은하 씨는 대단한 분이세요!"

"....꼬마 언니야 말로 무리해서 독기를 들이마셨다면서? 자기 몸 귀한 줄을 모른다니까."

"둘 다, 이 이상 무리하지 마라. 너흴 볼 때마다, 너흴 지켜주지 못한 나 자신이 한심스러워진다. 막상 중요한 순간에 얼어붙다니... 실로 한심했다."

"아저씨...."

"저수지라면, 이럴 때 스스로를 탓하지 말라고 했을 거야. 그럴 시간 있으면, 더 발버둥치러 가자고 했을 거고."

"저수지라면.... 확실히 그랬겠네."

"그러게... 그럼 우리도 그러자고요. 자학하는 대신에..."

"발버둥치러 가보자. 저수지를 위해서라도."

"네. 저수지 씨를.... 위해서라도...!"

리버스 휠에 도착하자마자 모두 자리에 착석하는 와중,

"자온, 가서도 그 힘, 쓰지 않기야."

"쓰고 싶어도 다시 쓰려면 시간이 필요한...."

"쓰지 않기야."

"....알았어."

미래가 압박을 팍팍 주자, 자온은 조용히 꼬리내리며 대답했다.

"자온, 뷜란트가 보이질 않는데 어디 갔지?"

"활을 수리하러 잠시 외부차원 쪽으로 돌아갔어. 수리가 끝나면 합류하겠지만...."


"언제가 될지는 모른다는 거군."


"응. 그러니... 지금은 우리만 가야지."

"뷜란트 씨가..."

"다들, 준비는 끝나셨나요?"

오세린이 모두를 둘러보며 이어 말했다.

"위험한 작전이 될 거예요. 하지만, 여러분이라면 틀림 없이 괜찮으실 거라고 믿어요."
"출발할게요. 리버스 휠, 발진!!"


쿠우우우우웅--------



파아아아아아아아아------!!!!!


엔진이 조용하게 울리더니, 굉음을 짧게 내며 센텀시티를 향해 빠르게 가속하기 시작했다.


키긱? 키끼끼끼끼끽!!!!!

키이이이익!!!!!!


대공을 장악한 차원종들이 돌격해오는 리버스 휠을 발견하곤 돌진해오기 시작했다.


퍽!! 푸억!!

퍽, 푸푸악!!!



리버스 휠에 부딪힌 차원종들이 질퍽한 소리와 함께 산산이 터져나갔다.

그러나,


기기기기기-------



푸왁!!! 투왁!! 퍽!!! 푸어억!!!



샤아아아아!!!



쩌쩍....


콰득....!!! 콰드득...!!

레이더에 관측된 것 이상으로 몰려든 차원종들이 리버스휠에 계속해서 부딪혔다.
본디 리버스휠은 기동성을 중시한 가벼운 소재로 만들어진 기체이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충격에 약하다.




변변찮은 화기도 없고 보통의 공중전함보다 무른 장갑을 가진 리버스휠이, 충격에  장갑이 찌그러지고 떨어져 나가기 시작한다.

"조금만..... 조금만 더....!!!"

쿠우우......우우우우우우웅-----!!!

차원종의 방해에 기체가 흔들리자 오세린이 간절히 빌며 엔진을 한번더 가속시켰다.



쿠우우웅....! 



그 마음에 감응하기라도 한 건지, 리버스휠의 엔진이 한층 더 출력을 높이며 발악했다.





투아아아아앙-----!!



출력의 한계를 넘어선 리버스휠은 차원종들의 고기벽을 뚫으며, 마침내 센텀시티 중앙으로 진입한다.



TO BE CONTINUE

2024-10-24 23:37:47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