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아원으로부터..1

아류태극신권 2015-02-23 1

언제부터인진 모른다.
항상 꿈을 꿀 때면...어떤 제복을 입은 여성이 내 앞에서 우는 모습이 있었다.

눈이 흐려질 때라 얼굴을 알아볼 순 없었지만 긴 장발이었던 건 기억난다.

그리고 나는 왼팔 하나를 뺀 나머지가 모두 으깨지고 부서진 상태에서 죽어가는 꿈이었다.

"..날 기억하지 말아줘,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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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을 하려던 중에 내 머리엔 주먹이 꽂혔고, 나는 충격으로 꿈에서 깨어났다.

"크억!"

"어이, 일어나라. 애송이."

아파, 진짜 아파!!격투기 사범들의 공격을 막아도 아프지 않았는데!!
저 인간이 친건 왜이리 아픈거야! 아악!

"뭐라 생각하는지 다 알것 같구만. 똑바로 앉아서 잘 들어라, 애송이."

"으으으..."

"똑바로 앉지 않으면 한방 더 먹여주지."

그 말에 정신이 바짝 들었다. 저거 또 맞느니 말을 따르겠어. 
클로저는 민간인은 해치지 않는다라고 하니까.

"넵!"

"..무슨 강아지 훈련시키는 기분이군. 잘 들어라. 넌 현재, 위상능력자의 자질이 있다."

위..상능력자? 뭔 이상한 소리야?

"네가 기절하기 전에 싸우던 녀석들은 훈련된 군인도 잘못하면 죽는 괴물들이다.
작은 녀석이 스캐빈저라고 불리고 큰 덩치를 가진게 트롤...아, 이거보단 이쪽이 더 익숙하겠지.
트룹이라고 불리는 종류다.
그런 녀석들을 상대로 일대 일의 전투도 아닌 다수의 전투에서도 밀릴거 같진 않더군.
그리고 몇가지 확인차 물어보겠다."

"무슨..질문이죠?"

예감이 좋지 않다. 제대로 대답하면 매일 죽을거 같은 상황을 겪을 것 같고, 
제대로 대답하지 않으면 맞아서 죽을 것 같아.

"최근, 일어나다가 물건을 부셨다던가 혹은 시계 알람을 끄려다가 시계를 박살내버린 적이 있나?"

이건..있다. 분명히 있었던 일이다. 문을 열려다 문을 그대로 뜯어버렸기도 했고, 시계 알람을 끄려다 
시계를 부숴서 탁상시계를 3번이나 교체했다.

"..있어요."

"..전투 직전, 평소보다 감이 예리한 느낌이 있었나? 혹은 평소보다 몸이 가볍다고 느꼈나?"

"네. 확실히 평소보다 몸이 가볍게 느껴지긴 했네요."

그런데 이런 건 왜 묻는거지? 이게 무슨 테스트라도 되나?

"확실하군. 마지막 질문이다. 지금 나이는 어떻게 되나?"

"..."

고아원에 들어온 기준이라면 모를까, 나이에 대해서는 할말이 없다. 정확하질 않으니까. 
생일도 모르고 있으니. 고아원에 들어온 년도를 기준으로 센다면..

"확실하지 않지만..14년쯤은 되었겠군요. 전 생일을 모르니.."

"...최연소 전투 위상능력자인가. 그 괴물 여자가 좋아하겠군."

"괴물 여자..?"

"잠시 연락을 하고 오지. 아, 도망칠 생각은 하지 마라.
잠시 후에 앨리스가 올 텐데, 너 때문에 물품 구하러 갔다온 사이 사라져버리면 그 애가 슬퍼할 거다.
그리고 그렇게 된다면..내가 널 지옥 끝까지 쫓아가서 친히 사지를 찢어주지."

"...."

도망치지 말자. 최소한 끝까지 날 지키려고 감쌌었던 고아원장 선생님을 생각해서라도 
여기서 도망쳤다 죽으면 허무한 죽음 아닐까. 절대 저 붉은 눈의 악마가 두려워서 그런건 아닐거야.

"그럼 갔다오마."

그 말과 함께 마리는 가볍게 뛰어서 고가원의 종탑이었던 곳 꼭대기 위에 착지한다.

"가볍..게 뛴거 맞나. 저거 인간이 뛸 높이였어..?"

헛겄을 봤나 하며 눈을 비비고 다시 봐도 마리는 종탑 꼭대기에 서있는 게 확실했다.
괴물같은 여자라고 생각하곤 갑자기 짜증이 나서 화풀이나 할 겸 바닥에 있는 돌을 차본다.

-쾅!-

"...?"

잘못 들은건가? 아니 돌을 찬 건데 돌은 왜 가루가 되고 소리는 왜저리 커?
나도 정상인은 아닌거야?

"...너 진짜 대단한 아이구나."

뒤에서 앨리스의 목소리가 들린다. 고개를 돌려보니 상당히 놀란 듯한 은발의 여성이 빵 봉투를 들고 서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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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어이, 인간. 날더러 애보기를 하라고? 애초에 난 너희 유니온 따위에게 명령받을 입장이 아냐!"

"네가 그 아이를 좀 훈련시켜서 내게 보내줘. 그럼 전쟁이 더 빨리 끝날지도 몰라."

"...서지수. 네가 강한건 이해하는데, 이녀석은 너랑 같은 전장에 서기엔 불안해."

"지금 우리 팀에선 차원종들의 시선을 끌고 한곳에 모아줄 만한 사람이 없어. 
 내 경우는 포격형이 더 효율적이고, 다른 팀원은 전부 각개격파가 더 효율적이야.
 그런 상황에선 네가 말한 그 아이같이 다수의 적 사이에서도 판단이 흐려지지 않을 사람이 필요해.
 한방의 일격도 날릴 수 있다면 더 좋고."

"하지만 난 애보기는 싫어. 다른 사람을 알아봐. 나랑 앨리스 같은 전력을 빼기엔 지금 상황이 그리 좋은게 아니잖나."

"그래..?"

통신중인 상대의 목소리가 갑자기 낮아진다.

"그럼 내가 두가지의 제안을 하지. 하나는 네가 그 녀석을 수련시키는 거야. 다른 하나는..."

"말했겠지. 난 애보기는 싫다고!"

"앨리스에게 그 애를 입양시킬 생각이야."

..뭐..?뭐라고 했어? 이 여자가?

"..뭐라고..?"

"넌 앨리스를 따라다니는 거였던가? 앨리스는 저번 전쟁 때 데이비드를 치료해주다가 기습을 받았었지?
 그리고 그 때...내장을 다쳤을 거야. 아마도 위치로 보아..아이는 평생 가질수가 없겠지. 
 입양이라는 것과 요양이라는 명목으로 쉴 시간을 잠시나마 준다고 하면 그 애는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겠지?"

"...빠져나갈 구멍을 미리 막아놓곤 제안이라는 얘길 당당하게 하지 마. 망할 여자."

통신기 너머로 쿡-하며 웃는 소리가 들려온다.

"철저하다고 말해줘. 그리고 이 전쟁이 빨리 끝나길 바라는건 너만이 아냐.
 나도..내 아기도, 그 사람도 빨리 끝나길 기원하고 있어."

이 여자. 진짜 맘에 안 드는 여자다. 하지만 철저함과 함께 확실한 실력이 있는 인간이다.

"..말해두겠어. 휴가는 꽤..길 거야. 그 사이의 공백을 잘 막을수 있길 빌지."

"우후후. 그 휴가 기간동안, 앨리스랑 여행이라도 갔다와."

"앨리스, 앨리스라는 말 좀 그만 말해. 앨리스를 이용해먹는 미끼로 쓰는건 더이상 하지 말라고."

아하하하하-라는 소리가 들린다.

"너와 연락하면 웃음이 멈추질 않네. 그럼.."

"...음?"

"신혼 여행 잘 갔다와."

-뚝-

"..어..엄엉ㄹ.어째서 신혼여행이 되는거야!! 데..데이트라면 모를..아 내가 또 뭔 소리를? 으아아아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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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저사람.. 지금 뭐하는 거죠?"

"글쎄...뭔가 엄청 부끄러운 말을 들었나본데?"

종탑 위에서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르는 듯 우왕좌왕하는 마리를 보며 두 사람은 재밌는 영화를 보는 사람들 처럼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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