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unter 시즌 3 2화. 관리국(2). 조금씩 드러나는 진실
pixi 2020-11-22 1
관리국이 처음 이 세계에 도달했을 때, 인류의 수준은 눈 뜨고 못 봐줄 수준이었다. 이능의 힘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눈 뜨지 못했으며, 과학력은 아직 우주진출에도 도달하지 못해 관리국의 과학력에 비하면 석기시대 수준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겨우 재래식 무기가 두려워 전쟁을 멈추고 평화에 시대에 도달한 이들은 앞으로 **올 적과 마주서는 것 조차 불가능해 보였다. 그렇기에 관리국은….특단의 수를 써야만했다. 가장 먼저 행한 것은 인류의 반대편 세계, 이름없는 군단의 차원에 친입해 아무도 모르게 지고의 원반을 빼돌린 것. 관리국이란 존재 자체를 몰랐던 이름없는 군단은 관리국의 클로킹 기술, 카운터 뇌신의 아음속에 달하는 속도에 전혀 대응하지 못했고 관리국은 손쉽게 지고의 원반을 탈취할 수 있었다. 그렇게 지고의 원반을 손에 넣은 관리국은 곧바로 원반을 남극대륙에 숨긴 뒤, 인류가 원반을 우연히 발견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인류는 지고의 원반을 발견해 이능의 힘, 위상력에 눈뜨게 되었고, 이름없는 군단은 도난당한 지고의 원반의 기운이 반대편 차원, 인류의 세계에서 느껴지자 곧바로 침공을 감행한다. 그것이 바로 차원전쟁의 시작이었다.
하지만 이름없는 군단은 이제 막 위상력에 눈 뜬 인류를 적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의지를 가진 지고의 원반이 도주했을 것이라 생각해 소수의 병력만을 인류의 차원에 투입시킨 것이었다. 하지만 위상력에 눈을 뜨면서 S급 차원종, 군단장급에 대항할 수 있는 자들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차원종들의 잔해를 연구하며 발전한 인류는 결국 차원전쟁에서 승리하게 된다. 이에 이름없는 군단의 군주는 직접 몸을 일으켜 인류의 차원을 침공하려 했으나, 인류는 아직 이름없는 군주와 맞설 정도로 강하지 않았다. 차원전쟁을 겪으며 점점 성장하는 인류가 몰살당하는 것은 관리국의 시나리오가 아니었기에 관리국은 이름없는 군주를 막아서며 전쟁을 치르고, 이름없는 군주를 패퇴시킨다.
그렇게 차원전쟁은 끝이 났지만, 관리국은 전쟁이 끝나는 것을 원치 않았다. 아직 인류는 부족했다. 차원전쟁에서 승리해 다시 평화의 시대에 도래한다면 그들의 성장은 멈추게 될 것이다. 그렇게 판단한 관리국은 이름없는 군단을 움직여 소수의 병력을 계속 내부차원에 투입시키게 만든다. 인류가 견뎌내고, 이겨낼 수 있을 정도의 시련을 계속 내줌으로써 성장이 멈추지 않도록 한 것이다. 그것이 차원전쟁이 끝났음에도 차원종들의 소규모 공세가 계속 이어지고 있던 이유이며, 차원종과 인류와의 계속되는 충돌의 원인이었다.
“즉….너희 약해빠진 인류를 성장시키기 위해 일으킨 것이 차원전쟁이다. 이 뜻이지”
레비아는 담배연기를 내뱉으며 말했다. 수많은 인류를 희생시킨 그 전쟁이 자신들의 뜻이었음을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그녀의 모습에 모두들 침묵할 뿐이었다.
가능했을 것이다. 이름없는 군주를 어린애 다루듯 짓밟고 쓰러트린 그녀. 그녀의 본체는 아마 지구밖에서도 관측할 수 있을 정도의 크기를 가진 거룡. 그리고 그녀가 속한 관리국이라는 조직. 그 길고 치열했던 전쟁을 자신들의 손으로 일으키고 조절했다는 말도 농담으로 들리지 않았다.
분노할 수 없었다. 그 압도적인 강함. 인류를…차원종을….아니 세계를 자신의 입맛대로 굴리는 자들에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정도로 카운터 화이트 드래곤, 그녀가 보여준 힘은 실로 절망적이었다.
하지만….
“말도 안되는 소리하지마!!”
쾅!!!
분노한 것은 이 세계의 그 누구도 아니었다. 레비아와 같은 관리국 소속인…..나 유한성이었다.
“차원전쟁을 일으킨 게……우리 관리국이었다고?”
“맞아. 뭐 문제될 거라고 있어?”
레비아는 내게 멱살이 잡힌 채로 싱긋 웃으며 되물었다. 문제 될 것이 있냐고…..수많은 무고한 사람들, 그리고 차원종들이 목숨을 잃은 그 전쟁이, 관리국이 일으켰다는 것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말투였다.
“대체 얼마나….얼마나 많은 생명이 그 전쟁으로 목숨을 잃었는지 알고 그딴 말을 지껄이는거야?”
“당연히 알았으니까 전쟁을 일으킨거지. 원래 힘이란 건 대가없인 얻을 수 없다는 거….잘 알잖아? 그리고…”
레비아는 멱살을 잡은 내 얼굴에 담배연기를 내뱉으며 말했다.
“우리 관리국이 왜…그런 약해빠진 것들의 목숨따위를 고려해야 하는거지?”
카운터 NO. 1 레비아. 그녀를 볼 기회는 그리 많지 않았다. 언제나 단독으로 작전을 수행하며 관리국 전병력보다 그녀 하나를 더 큰 전력으로 친다는 말은 익히 들어왔다. 이름없는 군단과의 총력전에서도 저 멀리서 싸우는 것을 봤을 뿐, 이렇게 가까이서 말을 섞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리고 그녀를 보고 느낀 것은..
“당신은….대체 왜 카운터가 된거야?”
“당연히 세계를 지키기 위해서지”
“당신이 지키려는 세계는…대체 뭐야?”
“그건 당연히…”
그녀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
“세계 그 자체. 그것 뿐이야. 그 안에 속해있는 것들이 어떻게 되든가는 내 알바 아니라고”
뒤틀렸다. 그녀는 뒤틀려있다. 어쩔 수 없는 희생이다. 대를 위한 소의 희생이다. 이런 것이 아닌…정말로 상관 없던 것이었다. 세계 속의 사람들이 다 죽던 말던, 그녀는 그런 것을 사소한 것이라고 진심을 생각하고 있었다.
“당신은….미쳤어”
“원래 오래살다보면 작은 것들은 신경쓰지 않는 법이란다 꼬맹아. 내 손으로 묻은 동료의 시체는 이미 산처럼 쌓였고, 수억의 인간들이 학살당하는 것을 밥 먹듯이 봐오고, 세계 그 자체가 소멸되는 것을 수없이 경험한 나에겐 이제 그런 작은 것들은 보이지 않아. 그러니까….”
레비아는 멱살을 쥔 내 손을 뜯어내며 말했다.
“봐주는 것도 여기까지란다. 관리국의 아이야. 한번만 더 손을 댔다가는 아무리 너라도 죽여버릴거니까. 알겠니?”
그녀의 미소는 마치 사신의 웃음과도 같아 보였다. 죽음의 기운이 내 몸을 감싸는 것 같았지만, 그래도 질문을 멈출 수는 없었다.
“하지만…..관리국이 그랬을 리가 없어. 당신이 그렇게 하자 했더라도 다른 카운터들이 그 계획에 동의했을 리가 없다고!”
관리국은 인류를 수호하기 위해 세워진 조직. 카운터는 미쳐버린 그녀 하나가 아니다. 파이 누나, 레이 형 같은 다른 카운터들이 저 ** 계획에 동의했을 리가 없다. 그럴리가….
“당연히 동의했지. 차원전쟁을 일으킨 건 나지만….그 ** 작전을 발의한 건 너거든. 카운터 제로….유한성”
“…..뭐?”
“애초에 관리국의 방침은 너도 알다시피 최대한 세계에 개입하지 않는거야. 그러니까 인류가 약해빠졌든 말든 우리는 세계를 지키기 위해 우리의 전력을 다해 싸울 뿐, 애초에 관리국은 이 세계의 인류도 차원종도 전력으로 치지 않았어. 멸망하든 말든 우리가 지켜야 하는 것은 세계이지, 인류도 차원종도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너는 달랐어. 인류를 구해야 한다고, 그들이 멸망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이 세계에 개입해야 한다고 말이야.”
레비아는 한숨을 쉬며 말을 이었다.
“나는 반대였지만….다른 카운터들은 대부분 찬성했지. 다들 인류를 구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렇기에 가장 인류를 강하게 성장시키면서 관리국의 개입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작전이 바로 네가 발의한 인류와 차원종의 전쟁, 차원전쟁이었다고.”
“잠깐만….나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내가 그랬다고? 그 끔찍한 차원전쟁을….내가 생각한 거였다고? 그럴 리가….내 기억은…….내 기억은……….
“어라…?”
생각해보니, 난 어린 시절의 기억이 없다. 단순히 관리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것으로 생각했고, 그것에 대해 크게 개의치 않았는데…..잠깐만…..뭔가 이상하다.
“이제야 조금씩 눈치채기 시작한건가? 관리자 그놈도 참 기억조작을 잘해놨단 말이야.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적당히 기억을 소거해놨어. 물론 본인 스스로 원해서 기억을 지운 거지만 저렇게까지 완벽하게 지워놓을 줄은 본인도 몰랐겠지?”
레비아는 천천히 내게 다가와 내 귀에 대고 속삭였다.
“네 힘…..너의 클리포트 인자의 힘은, 대체 어느 세계의 힘이지?”
클리포트 인자……그 힘은 위상력과는 전혀 다른 종류의 힘이다. 이 세계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힘이며, 클리포트와 연관된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나와 프레이…단 둘뿐이다. 아니, 내가 프레이에게 힘을 넘겨주었으니 정확히는 나 하나뿐이다. 관리국에서도 카운터 지크프리트, 힐데도 클리포트 인자라는 힘을 가지고 있지만, 내 힘과는 같은 이름이지만 전혀 다른 개념이다. 나는….이 힘을 대체 어디서 얻은 거지??
“이상하다고 생각한 적은 없나? 나와 시간의 마녀, 그리고 나머지 2명은 그나마 이 세계와 평행세계 속 사람들이라고 치면 이해가 되겠지만, 카운터 지크프리트와 뇌신을 비롯한 다른 카운터는 이 세계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사람이야. 완전히 다른, 별개의 세계 속 사람들이지.”
레비아는 식은땀을 흘리는 나를 보며 진심으로 재미있다는 듯 웃으며 다시 한 번 속삭였다.
“우리 관리국은….어디에서 왔을까?”
속이 메스껍다. 기억이 뒤죽박죽 섞여서 뭐가 뭔지 알 수가 없다. 아니, 이 기억이 온전한 기억인가? 자연스럽게 연결되있다고 생각했던 기억들이 사실은 난도질당한 뒤 짜맞춰진 기억의 파편들이었던건가??
“이걸….대체 왜”
나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물었다.
“대체 왜…지금 알려주는거야?”
“그야 이제 정말로 시간이 없으니까. 우리의 관리국의 진짜 ‘적’이 움직이기 시작했어”
“진짜…적?”
“우리 관리국의 역사는 승리의 역사가 아닌 패배의 역사. 그들과의 전쟁에서 단 한번도 승리하지 못하고 쓸만한 전력을 주어담고 도망치며 세계의 소멸을 지켜봐야했지.”
순간, 아주 잠깐이나마 그녀의 손이 떨리는 것이 보였다. 그 진짜 ‘적’이라는 떠올리자마자 관리국 최강의 카운터, 레비아 헤카톤케일이 잠시나마 두려워했다. 그 진짜 ‘적’은…대체 뭐지?
“하지만 이번에는 달라. 네 계획에서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인류와 차원종은 서로간의 전쟁을 통해 성장했다. 그렇기에 이전과는 달리, 우리 관리국은 그들을 전력으로 포함시키기로 했다. 이 세계에 개입하고, 그들을 관리해서 쓸만한 직접 전력들을 골라낼거야.”
“그게…무슨 소리야?”
관리국이 직접 개입한다고…? 그 말은…
“미쳤어!!? 관리자가…그걸 허락할 것 같아?? 그건 아무리 당신이라고 해도 카운터가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이미 관리자가 승인한 사항이다. 내가 이 자리에 온 것도, 너를 구하기 위해서 온 것이 아니라 이름없는 군주를 무릎 꿇리기 위해 온거니까”
“뭐…?”
…..그녀의 말은 거짓이 아닌 것 같았다. 인류를, 생명을 벌래 보듯 보는 그녀가 아무리 내 요청이라고 해도 우리를 구하기 위해 직접 몸을 움직인다?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이미 계획되어 있던 일에…우연히 우리가 껴 있을 뿐이었다.
“이름없는 군주는 방금 전 그 싸움으로 패퇴, 이름없는 군단의 점거는 완료되었다. 나머지 카운터들이 아마 지금쯤 내부차원의 무력화 작업을 시작했겠군.”
무력화 작업이라면….설마 카운터들이…내부차원을 습격했다고?
“그런 말도 안되는…”
“네 의견은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건 관리국의 의지지. 나 카운터 No.1, 레비아 헤카톤케일이 관리자를 대신해서 선언한다.”
우리 관리국은 오늘 이시간부로 세계명 클로저스에 대한 직접적인 관리에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