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맨 11화

검은코트의사내 2020-01-31 1

 시민들은 다 피난했기에 지금은 클로저 밖에 없다. 모스페어는 하늘도 날아다닐 수 있어서 클로저들이 위를 올려다보고 있다. 그 정도 수준으로 힘겨운 상대였다. 무엇보다 팔이 네 개였고, 그걸 자유자재로 다루면서 늑대개 팀과 바이올렛을 한꺼번에 상대하고 있었다.

 왜 유니온이나 벌쳐스는 A급 차원종을 상대로 저런 처리 부대원을 보냈을까? 이럴 때 출동하는 게 바로 정예 클로저 아닌가? 그게 가장 잘 어울리는 일이라 판단했는데 어째서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었기에 곧바로 감시관님에게 연락을 취했다.

"감시관 님. 모스페어가 나타났는데 지원요청해야 할 거 같아요. 늑대개 팀만으로는 고전하는 거 같아서요."
-어머, 염려하지 않으셔도 되요. 유니온에서는 이미 출동명령을 내린 상황이고, 저들이 버티면 되는 거에요.
"가능하면 빨리 안 될까요?"
-그건 유니온의 사정이에요. 저들이 싸우다가 죽게 되면 어쩔 수 없는 일이죠. 전 바쁘니까 나중에 통화하세요.

 그렇게 말하고 끊었다. 왜 이렇게 냉정할 수 있지? 저들이 죽어도 아무렇지도 않다는 뜻인가? 이건 뭔가 잘못된 방향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다른 클로저가 도착하지 않아서 늑대개 팀이 고전하고 있는 중인데 이렇게까지 말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저들이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다는 얘기인가?

후, 그래. 원래 그런 회사였지.

 불쾌하지만 어쩔 수 없다. 수상한 걸 뻔히 알고 들어왔으니 내가 뭐라할 수는 없다. 지금은 저들을 지원해야 할 거 같았다. 아직 녀석은 내가 있는 걸 발견하지 못했으니 위상 관통탄으로 녀석의 약점으로 보이는 곳을 노리면 될 거 같았다.

파바바박!

 하피는 연속 발차기로 모스페어를 공격한다. 주로 발차기를 전문으로 다루는 듯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네 개의 팔이 방어를 확실히 한 뒤에 곧바로 카운터 펀치를 날렸다.

퍽! 쾅! 퍼퍼펑!

 그녀가 나가떨어지니 이번에는 레비아가 나서서 손을 앞으로 내밀어 분홍색 빔을 발포했다. 낫을 들고 있는데 마법사처럼 빔을 자유자재로 발사한다. 모스페어에게 먹히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팔로 방어자세를 보였다. 역시 멀쩡하군.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지원 요청 뿐인가? 아니, 그건 이미 했지만 오지 않았다. 늑대개 팀은 지금 피흘리면서 밀리고 있고, 유니온 클로저는 지원오지 않았다.

에잇! 어쩔 수 없지.

 더는 참지 않고 현장으로 직접 개입한다. 전력이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모르지만 저들이 피를 흘리면서 다쳐가는 걸 계속 지켜볼 생각은 없었으니까.

탕! 탕! 퍽! 퍽!

"으음? 새로운... 인간인가?"

 총탄이 팔에 박히자 녹아내리는 모습을 보였지만 나는 그 자리에서 멈칫했다. 사람말을 할 줄 아는 차원종이었다. 아직 4발의 탄환이 남아 있으니 그대로 조준하면서 천천히 호흡을 안정시켰다.

"한석봉 씨?"
"뭐야!? 비실이. 네가 여긴 왜 끼어들어!? 죽고 싶지않으면 **!"

 나타가 큰 소리로 말하지만 물러날 생각은 없다. 이미 한 번 모습을 드러낸 이상 이제 와서 빠지는 타이밍은 적합하다고 생각하지 않으니까. 모스페어는 나를 노려보면서 말을 걸었다.

"인간. 너에게는... 저들이 가진 힘이 안 느껴진다. 그런데... 그 이상한 물건은... 흥미가 있군."

 모스페어가 갑자기 사라졌다. 주변을 돌아보며 놈을 찾았지만 바이올렛 아가씨가 갑자기 내게 검을 들고 달려와 등 뒤에서 덮치는 녀석의 주먹을 막아냈다.

캉!

"이 틈에 어서 물러나세요! 당신은 이 싸움에 방해만 될 뿐이에요. 하이드. 어서 끌어내세요."
"네. 아가씨."

 하이드 씨가 나를 붙잡아서 어디론가 데려간다. 놔달라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그녀 말대로 지금은 전투에 도움이 되지 않았으니까. 확실히 내가 좀 경솔한 일을 한 거 같지만 저들이 다치는 걸 그냥 두고 볼 수 없어서 몸이 멋대로 나선 거 뿐이다. 이어서 늑대개 팀도 가세해 모스페어를 상대하고 있지만 오히려 밀리는 건 그들이었다.

"여기 꼼짝 말고 계세요. 나머지는 저희가 알아서 해결하도록 하죠."

 하이드 씨는 멀리 떨어진 골목에 나를 내려놓은 뒤에 곧바로 합류하러 갔다. 내가 가진 탄환으로 상처는 줄 수 있지만 전투에는 그렇게 도움이 안 되는 건 당연했다. 전선에서 강제로 끌어낸 것도 마찬가지다. 방금 그 기습에 바이올렛 아가씨가 아니었으면 나는 죽었으니까.

 그래도 걱정되어서 다시 한 번 근처에 다가가서 지켜보았다. 늑대개 팀은 열심히 싸우고 있었고, 모스페어도 상처 하나 둘 입어가고 있는 게 보였다.

"크크크! 네 녀석의 움직임이 보여. 뭐하는 거야? 겨우 이 정도야!?"
"다 죽어가는... 주제에... 입만 살았구나. 인간."

 모스페어는 나타를 향해 공격을 계속 퍼부었다. 아무리 의욕이 넘쳐도 몸이 버티기 어려울 텐데 나타는 오히려 즐겁다는 듯이 광기의 웃음소리를 낼 뿐이었다. 그리고 그는 심호흡을 한 번 한 뒤에 위상력을 한 번 방출했다. 그와 동시에 늑대개 팀이 동시에 물러났다.

"어?"

 왜 갑자기 물러나는 거지? 뭔가 알고 있다는 건가? 나타의 움직임이 전보다 더 빨라졌다. 두 개의 쿠크리가 눈에 보이지 않는 속도로 모스페어를 향해 난도질을 벌인다. 마치 폭풍이 일어난 거처럼 강풍을 무수히 일으키는 듯 할 수준이었다.

촤촥! 슈각-

"아니... 있을 수... 없다. 인간이 이런 스피드를..."
"뒤가 텅 비었군."
"뭣!?"

 팔에 상처가 나면서까지 공격을 막아내면서 중얼거리던 모스페어는 갑자기 등 뒤에서 들려오는 차가운 목소리에 오싹한 기분으로 고개를 돌렸지만 붉은 섬광이 일직선으로 그어짐과 동시에 그의 몸에서 연두색 액체가 뿜어져나오는 게 보였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밀리는 듯한 모습을 보이더니 나타의 난도질에 무수한 상처가 생겨났다.

"크아아악! 이럴... 수가..."
"크흐흐흐흐! 뭐야? 겨우 이 정도야?"
"괘씸한 인간... 죽어라!"

 모스페어가 마지막 일격으로 나타에게 주먹을 휘두르지만 그는 가뿐히 피해버림과 동시에 그를 지나치면서 씩 웃으면서 말한다.

"너나 죽어."

푸슛!

 모스페어는 그대로 피를 뿜은 채로 쓰러졌다. 좀 잔인한 모습이었지만 그의 전투력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오히려 궁지에 몰릴 수록 전투력이 강해지는 나타, 프로필에도 통제불능의 사냥개라는 별명이 있었다. 확실히 나같은 건 도움이 안 될지도 모르겠다.

"수고하셨어요. 나타 씨."
"흥, 당연한 일이지. 그래도 이번에는 좀 맘에 들었어. 약골이 아니라서 다행이거든. 야! 비실이! 거기 숨어있는 거 알아!"
"아, 알고 있었어?"

 멋쩍게 웃으면서 뒷머리를 긁은 채로 모습을 드러냈다. 이게 늑대개 팀의 전투, 차원종에게 고전하는 모습을 보여도 반드시 승리하게 된다. 감시관이 신경을 별로 쓰지 않았던 이유도 어쩌면 이러한 것일 지도 모른다. 

"너 말이야. 진짜 죽고 싶어서 환장했어!? 또 한 번 우리 전투에 끼어들었다가는 진짜 가만 안 둔다. 알았어!?"

 저건 걱정되어서 하는 말이겠지? 나타는 화를 잘 내고 거친 말을 서슴치 않고 하지만 그래도 남을 생각하는 마음은 조금은 있는 듯 했다. 부모님이 자식을 엄하게 가르칠 때도 저렇게 화를 내면서까지 하려고 하니까. 그렇다고 해서 나는 저들의 말을 들을 필요는 없다.

"다음 부터는 조심할게. 그래도 위험하다고 생각들면 바로 개입할 거야."
"네 도움은 필요없다니까! 바보같은 짓 그만하고 **. 어차피 우리가 싸운 거 봤으니 굳이 보고할 건 없겠지. 나 먼저 간다."
"그럼 저도 가도록 하죠."
"나타 님. 같이 가요."

 늑대개 팀은 그대로 현장에서 벗어났다. 만신창이가 되었지만 그래도 차원종을 쓰러뜨리기는 했다. 내가 한 건 별로 없는 듯 했지만 적어도 몸의 떨림은 전보다는 많이 나아졌다. 아직까지 심장이 빠르게 뛰지만 심호흡을 몇 번 하니 진정이 된다.

"한석봉 씨. 목숨을 소중히 하도록 하세요. 당신은 감시 요원이지 현장 요원이 아니에요."
"죄송해요."

 바이올렛 아가씨도 내 잘못을 추궁하는 듯 했다. 그게 당연한 일이지. 클로저에게 오히려 짐을 덜어준 거나 다름없으니 늑대개 팀처럼 그녀도 안 좋은 시선으로 보는 게 당연하니까.

"그래도 용기는 가상했어요. 역시 당신은 제가 생각했던 대로에요."

 흡족한 미소를 보이기도 했다. 갑자기 왜 저러시는 거지? 생각했던 대로라면 설마 내가 나설 줄 미리 알았다는 건가? 왠지 간파당한 기분이라 조금 겁이 났다. 그렇게 멍하니 있을 때 아가씨는 하이드 씨와 같이 늑대개 팀이 사라진 방향으로 뛰어갔고, 나 혼자 멍하니 남아서 모스페어 사체를 확인했다.

네 개의 팔을 가졌고, 날개 하나가 있구나. 공격 수단은 주로 주먹이었지.

 왜 이런 곳에 A급 차원종이 나타났을까? 그것도 조재현이 만든 장치로 인해 차원문이 열려서 생긴 일이라는 얘기다. 벌쳐스에서 계속 일해도 되는 걸까? 이런식으로 가면 내가 나쁜 사람들과 한패가 되어서 일하게 된 거로 보일 수도 있다. 그렇게 생각하니 내심 불안했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곧... 위대한... 주인이... 깨어나리..."
"살아계셨어요? 위대한 주인이라는 게 누구에요."

 죽은 줄 알았던 모스페어가 의식없는 눈으로 사람 말로 중얼거렸다. 마치 우리에게 두려움이라도 새겨주려고 하는 거처럼 인간언어를 사용해서 말이다. 나는 더 물었지만 녀석은 잠잠했다. 이번에야말로 완벽하게 숨이 끊어진 거겠지.

To Be Continued......
2024-10-24 23:35:13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