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맨 10화

검은코트의사내 2020-01-30 1

 어떠한 일이 있어도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노력한다. 그것도 인생에서 필요한 마음가짐이다. 긍정적이지 않으면 살아가는 데 재미를 느끼지 못하니까. 차원종에 대한 공부를 하면서 지식을 넓히고 있으니까. 그리고 오늘은 첫 월급 날, 1천만원이라는 거금을 받으니까 조금은 부담스러웠다. 이걸로 내가 하고 싶은 게임도 마음껏 살 수 있다. 아버지가 여행하시면서 돈을 부치시고 있기에 우리 집안 생활은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 다만, 엄마도 직장에 나가서 일하시기에 내가 집에서 요리를 만들어 먹는 일이 많다.

"트룹 계열의 차원종, 그리고 말렉."

 말렉은 A급 차원종으로 사자 얼굴을 하고 있는 거대 차원종이다. 파워가 장난이 아니어서 신입 클로저들은 절대로 상대할 수준이 아니었다. 세하도 이런 녀석과 싸웠겠지. 

지글지글-

 세하가 알려준 방법으로 요리하면서 오늘 외원 지식을 복습했다. 엄마는 야근하시는 일이 있어서 주로 편의점 음식으로 해결했지만 지금은 그 일을 그만두었으니 집에서 밥을 만들어 먹는 거 밖에 할 일이 없다. 그것도 아침밥 한정이지만. 영양가가 있는 볶음밥을 주로 만들어 먹는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었으니까.

"잘먹겠습니다."

 식탁 위에 놓은 반찬과 함께 아침을 해결한 뒤에 교복을 단정하게 하고 나온다. 세하와 함께하면서 어느 정도 철학적인 지식을 얻어서 알고 있다. 아버지도 이렇게 말씀하셨으니까.

세상을 바꾸고 싶은 사람이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이 뭔지 아니? 아침에 일어나면 이불을 제대로 개는 거야. 그리고 학교에 가기 전에는 반드시 단정한 모습으로 자신을 꾸며야 하지.

 아버지가 지겹게 말씀하신 거라 기억난다. 나 자신을 잘 꾸며야 한다. 겁을 먹은 모습을 보인다면 절대로 클로저 곁에 다가갈 수 없으니까. 다른 애들보다 몇배나 더 용감한 자세로 나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실전에서 살아남는 수밖에 없으니까. 

"자, 가자!"

 이렇게 말하며 당당하게 집 밖을 나오다가 잠시 멈칫했다. 하이드 씨가 집 앞에서 대기하고 있었으니까.

"학교에 등교하시는 겁니까? 바래다 드리겠습니다."

 으아, 내가 무슨 재벌가도 아니고 왜 갑자기 이렇게 대해주시는지 모르겠다. 오히려 내가 더 부담스러울 정도인데. 하이드 씨는 오늘도 정중한 자세로 나를 맞이하고 계셨다. 이거 너무 부담스러운데. 학교에서도 이상한 소문이 나서 나에게 관심을 가지는 것도 질색이었다. 그렇다고 성의를 무시할 수는 없다. 재벌가 아가씨가 나를 생각해서 한 행동이었으니까.

*  *  *

 바이올렛은 굳이 하이드가 아니더라도 자신을 따라다니는 경호원이 가득 있었기에 걱정할 일이 없었다. 최근에 자신을 노리는 CKT부대 일원이 있어서 사장의 지시로 위상력 각성한 경호원 5명이 붙어다니는 게 좀 거슬렸지만. 지금은 이렇게 살지만 나중에는 사장 자리에 오르는 게 그녀의 목적이었다.

 주로 건물 내에서 차를 마시는 게 일상이지만 차원종이 발생하면 뛰쳐나가곤 했다. 미래의 사장으로서 사람들에게 정의로운 클로저로 인식 되어야 하니까. 한마디로 미래를 위한 이미지 관리였다.

"아가씨, 사장님께서 호출하셨습니다."
"알았어요. 차를 마저 마시고 가도록 하죠."

 정말로 급한 일이 아니라면 티타임을 절대로 빼먹지 않는 게 그녀의 습관이었다. 아버지가 불렀는데도 다리를 꼬면서 눈을 감은 채 천천히 차맛을 음미하고 난 뒤에 천천히 찻잔을 내려놓고 나서야 일어났다. 바이올렛이 문 열고 나가자 경호원들이 그 뒤를 따라왔다. 여기서 사장실까지는 얼마 안 걸렸기에 별로 문제되는 일은 없었다.

똑똑!

"바이올렛이에요. 아버지."
"들어와라."

 차분한 걸음으로 들어간다. 사장은 자리에 앉아서 한석봉에 관한 개인 정보를 읽어보다가 그걸 내려놓았다. 그녀가 바로 코앞까지 왔을 때 입을 열었다.

"한석봉이라는 학생에 대해 은근히 잘 챙겨주려고 하던데,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 거냐?"
"그 소년은 우리 벌쳐스 미래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커다란 인물이라고 확신하고 있어요. 범죄자 출신인 처리부대 옆에 서있는데도 당당한 모습을 보이려고 하고, 주어진 일에 성실히 수행하려는 마음가짐을 가졌어요. 실전에 나가서 경험했는데도 또 나가려고 하고 있죠. 그런 근성이야말로 우리 벌쳐스가 필요한 인재가 아닌가요?"

 회사가 모집해야 하는 직원은 바로 그녀가 말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능력이 뛰어나거나 학력이 좋다고 해서 다 되는 게 아니다. 그것도 중요하지만 사람이 가져야 할 기본적인 태도도 중요하다. 어떠한 일이라도 받아들이며 성실하게 수행하려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는 거다. 어중간한 각오로는 절대로 이런 벌쳐스 회사에서 살아남기 어려우니까.

"그리고 원하는 인재를 얻기 위해서는 이쪽에서 먼저 손을 내밀어서 베푸는 게 더 중요한 게 아니던가요? 삼국지 역사에도 기록되어있는 거로 아는데요."

 씩 웃으면서 말하자 사장은 고개를 돌리며 헛웃음을 보였다. 그녀의 말이 틀린 건 아니다. 유능한 인재를 얻기 위해서 시간과 자금을 투자할 줄도 알아야 하는 법이니까. 대상의 마음을 사로잡을 만한 선행을 베풀어서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인다. 그렇게 한다면 마음이 움직이게 되어 있다.

"하긴, 그 소년이 기밀을 알아버렸는지도 모르는데 우리 편으로 만드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일 수도 있겠군. 일단 알겠다. 단, 어느 정도 선을 유지하도록 해라."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아버지?"
"말 그대로다. 다른 감정은 절대로 품지 말라는 얘기다."
"어머, 제가 누구인지 알고 그런 말 하시는 거에요? 저도 남자 볼 줄은 안다고요."

 클로저 활동을 함과 동시에 많은 사람과 만남을 가졌다. 벌쳐스 사장의 딸이라는 이유로 공식적인 자리에 많이 참석하는 일이 많았지만 그 누구도 자신의 눈에 맞는 사람이 없었다. 굳이 있다고 한다면 회사에 이익이 되고자 하는 사람만 있을 뿐이니까. 그녀는 절대 그런 일이 없을 거라고 말하지만 사장은 눈을 반쯤 감은 채 살짝 불안한 표정을 보였다. 회사에 이익이 될만한 사람이라고 하지만 하이드를 보내서 굳이 통하교까지 도와주는 일은 처음이었으니까.

*  *  *

위이잉-

"헉!... 헉!"

 런닝 머신 위에서 열심히 달린다.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건 바로 달리기. 힘과 체력은 클로저나 차원종을 이기지 못하더라도 달리기 하나만큼은 잘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체력이 강해야 현장을 뛰어다니면서 그들을 도와주거나 위험지역에서 그들 도움없이 빠르게 도망칠 수 있으니까. 클로저에게 가장 짐이 되면 안 되는 일은 바로 위험에 처하는 거다. 안전한 곳이야말로 그들이 마음놓고 싸울 수 있는 그런 곳이다.

"쳇. 열심히도 하는 군. 너 그런 짓을 해봐야 우리 같은 녀석들을 따라 올 수 있을 거 같아?"

 나타가 옆에서 가슴을 끌어안은 채로 폼을 잡으며 말을 걸었다. 난 이미 그에게 말을 전달한 거나 다름없었다. 약하면 강해지면 되는 거다. 그게 체력이나 힘이 안 되더라도 최소한 그들에게 짐이 되지 않게 할 생각이었으니까. 물론 그것도 어렵겠지만.

"따라잡지는 못해도 최소한 짐덩이는 되지 않을 생각이야. 나타 너도 훈련을 받는 게 어때?"
"흥, 그런 시시한 걸 이 나타님이 할 거 같냐? 어림도 없지."

 나타는 아버지에게서 들었던 상식이 통할 거 같지 않았다. 클로저라면 당연하게 생각하니까. 그들이 훈련받는 방식은 이 정도가 아니라고 세하에게서 들은 기억이 있다. 

삑- 삑-

"어? 경보가 울렸네."
"쳇. 차원종이 나타났군. 또 약골이 나타나려나? 야, 비실이. 헛짓거리 그만하고 빨리 나와."

 헛짓거리는 아닌데, 나타는 말을 좀 곱게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뭐, 그런 말투도 이제는 적응이 된다. 예전에는 그것보다 더 심한 소리도 들었으니까. 세하를 만나기 전에 왕따를 당했고 험담을 당한 기억이 있는데 거기에 비하면 이건 아무것도 아니었다.

*  *  *

 아직은 오토바이 면허 허가가 안나와서 현장에 늦게 도착했다. 이번에는 좀 강한 차원종이 나타났는지 늑대개 팀이 조금 고전하는 듯한 모습이 보였다.

쾅! 투쾅!

 늑대개 팀이 나서서 차원종과 싸우는 게 보였는데 이번에는 거대 차원종이 아닌데도 어째서인지 쓰러뜨리지 못하고 있었다. 나타는 재미있었는지 호쾌한 웃음소리를 내며 덤벼들고 있었고, 다른 대원은 지쳤는지 힘겨워하고 있다. 그리고 그 자리에 아가씨도 있는 듯 했다.

"저건, 모스페어?"

 벌쳐스 자료에서 본 기억이 있다. 팔이 네개고 거대한 박쥐 날개가 달린 인간형 차원종, 피부는 전체적으로 회색으로 되어있었고, 주로 날아서 공격하거나 지상에서 네 개의 팔을 움직여서 공격하는 녀석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무서운 건 녀석이 A급 차원종이라는 얘기다.

퍽!

"크악! 이 자식, 좀 쎈데?"

 주먹 한방에 나가떨어진 나타도 입가에 흐른 피를 닦으면서 다시 일어났다. 아무래도 이번 싸움은 조금 힘겨워보인다. 우선 안전거리를 확보해서 지원사격이라도 해야 할 거 같았다.

To Be Continued......
2024-10-24 23:35:13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