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맨 프롤로그

검은코트의사내 2020-01-19 1

우리의 문제는 인간이 만든 문제이므로, 인간에 의해서 해결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인간은 원하는 만큼 꿈을 펼칠 수 있습니다.

인간이 벗어나지 못할 운명의 굴레는 없습니다.


-존 F. 케네디 -


 유행하는 아이돌 음악 소리와 수많은 식료품들이 전시 되듯이 진열되어 있고, 계산대에서 혼자 앉아서 게임을 하면서 오늘도 손님을 기다린다.


띠링-


"어서 오세요."


 다른 사람은 내가 의욕이 없는 목소리를 내는 거 같다고 한다. 이렇게 보이는 건 다 이유가 있다. 어렸을 때부터 친구를 제대로 사귀지 않아서 다른 사람과 말하는 게 조금 소극적이었다. 유일하게 말을 걸어준 건 바로 클로저였던 그 친구 뿐이었다.


"담배 골드 프라자 한갑 주세요."


삑-


"4500원 입니다."


 오늘도 담배를 구매하는 아저씨였다. 담배는 몸에 해롭다고 알려져 있는 걸 모르지 않으실 텐데 그 중독성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피우신다고 했다. 고등학생인 내가 말하면 분명히 쓸데없는 참견이라고 말하실 게 뻔했다. 그래서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혹시 클로저도 담배를 피워도 건강에 지장이 없는 걸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세하에게 물어볼까 생각했지만 그 친구는 지금 여기 한국에 없다. 얼마 전에 검은양 팀이라는 클로저 팀에 들어갔고, 아프리카로 떠났다고 했으니까. 그래서 지금은 나 혼자 외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매일 똑같은 하루를 보내면서 평화롭게.


"안녕히 가세요."


 손님을 배웅해주는 것도 내가 할 일이다. 인사하는 습관은 몸에 베었기에 언제 어디서라도 공손하게 인사할 준비가 되어있다. 상대방이 나쁜 사람이라도 그렇게 할 거라는 얘기다. 손님이라면 나쁜 사람이든 좋은 사람이든 친절한 미소로 반갑게 맞이해야 하니까. 물론 나에게는 그 미소가 조금 힘들다고 점장님에게 지적받기도 했지만 성실함 때문에 아직까지 알바로 일할 수 있었다.


"여어, 석봉아. 네 클로저 친구 소식은 들었니?"


 손님이 가고 난 뒤에 휴게실에서 나오신 점장님께서 안경을 끌어올리시면서 말을 거셨다. 점장님은 내가 클로저를 친구로 두고 있다고 해서 세하 소식에 많이 관심을 가지셨다. 점장님 아들이 클로저를 존경한다고 해서 꼭 만나고 싶어한다고 예전에 말씀하셨으니까.


"아직은 연락이 없어요. 아프리카에서 많이 바쁜 거 같아요."

"그렇구나. 클로저라는 일이 전쟁에 나가는 군인이나 다름없지. 마치 학도병 같다는 생각이 들어."


 양 팔로 가슴을 감싸면서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다른 사람과는 다르게 점장님은 클로저에 대해 긍정적이었다. 손님 대부분도 클로저와 같이 있으면 무섭다고 말할 수준이었으니까. 실은 나도 클로저를 만나고 싶었다. 세하가 아닌 그 여자애를.


 분홍 머리 단발, 빨려들어갈 거 같은 블루 사파이어같은 눈동자, 어느 때라도 침착하게 행동하는 판단력, 그리고 모범생 스타일이었고 무엇보다 귀여운 여자애가 아직까지 내 머릿속에 기억남는다.


아아, 떠나기 전에 만나볼 걸.


 아직도 후회 중이다. 세하와 함께 아프리카로 떠났을 때 그 전에 만나서 말이라도 걸어볼 걸 그랬는데 그렇게 하지 못해서 매우 아쉬었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돌아오니 그 때 기회를 다시 노리는 게 좋을 거 같았다. 마음이 설렌다. 두 손을 모으고 그녀와 만남을 상상하면서 행복에 잠시 빠진다.


"석봉아. 너 뭐하니?"

"에? 아, 죄송합니다!"


 이상한 생각을 들킨 거 같아서 차렷 자세로 몸 전체에 힘을 준 채로 뻣뻣하게 굳었다. 점장님은 나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시다가 피식 웃어보였다.


"너, 설마, 클로저 여성 중에 반한 사람이라던가 그런 건 아니겠지?"

"에? 아, 아닙니다!"

"이런 말 하기는 싫지만 포기해라. 평범한 인간과 클로저는 절대로 이루어질 수 없어."


 점장님이 진지한 얼굴로 말씀하신다. 무슨 의미인지는 잘 알고 있다. 클로저가 사는 세계와 민간인이 사는 세계는 다르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은 거였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이들은 맺어지더라도 얼마 가지 않아서 깨질 수 있다는 얘기였다.


"점장님. 실제로 그렇게 이루어진 사례가 있는데요."
"클로저 이세하의 가족은 특별한 경우란다. 사람은 모두가 그 사람처럼 되는 게 아니야."


 세하의 아버지만큼 뛰어난 인물이 되는 건 아무나 할 수 없다는 얘기다. 그저 평범한 사람들은 평범한 일상을 보내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나는 기억하고 있다. 어렸을 때 세하의 아버지가 내게 해줬던 말을.


너는 나보다도 뛰어난 인물이 될 거야. 충분히 강한 힘을 가지고 있으니까.


 그 사람이 내게 해줬던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없었다. 박사님처럼 천재 과학자도 아니고, 그저 게임만 할 줄 아는 평범한 학생에 불과한데.


"아무튼 석봉아. 클로저를 짝사랑하는 거라면 지금 당장 포기하렴. 설령 사귀는 관계가 된다해도 차원종이 너를 인질로 삼아서 짐이 될 수도 있잖니. 클로저는 클로저끼리 이어지게 놔두는 게 나아."


 아무렇지도 않게 냉정한 대답을 해주셨다. 클로저는 클로저끼리 이어지게 하라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 그래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점장님 말씀이 가장 현실적이었으니까. 


세하는 좋겠다. 그런 귀여운 애랑 같이 있으니까.


 그러고 보니 학교에서도 유리와 슬비와도 같이 이야기를 잘하고 지냈었다. 물론 일 관련 이야기 뿐이겠지만 왠지 모르게 다정하게 이야기하는 듯 했으니까. 점장님 말씀대로 이루어질 수 없다고 하지만 실제로 이루어진 사례가 있지 않은가? 나도 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그 사람에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다른 방법이 있다. 내가 유니온 직원이 되는 것, 그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도 있기에 학교를 모두 졸업하고 나면 유니온에 입사할 생각이다. 어떤 부서로 갈 지는 몰라도 클로저에게 도움이 될만한 일을 하는 게 바로 유니온이니까 나는 거기를 목표를 하기 위해 공부를 부지런히 하고 있다. 


"그러고 보니, 너 아직도 게임하고 있냐? 그렇게 재미있니?"

"네. 점장님."


 점장님은 세대 차이 때문에 내가 게임하는 건 별로 좋게 ** 않으신다. 하지만 요즘 젊은 사람들 뜻을 존중한다는 뜻에서 허용은 해주셨다. 요즘 그렇게 안하면 사회적으로 매장이 될까봐 두려워서였지만. 점장님은 고개를 끄덕이시며 다시 휴게실 안으로 들어가셨고, 잠시 후에 또 손님이 왔다.


"어서 오세요."


 정장을 입은 회사원복장을 한 아저씨가 편의점 도시락을 가지고 말 없이 내려놓는다. 나는 그걸 계산하고 난 뒤에 5000원이라고 말하자 말없이 지폐를 건내주며 공손하게 인사한다.


"감사합니다. 손님."


 매일 똑같은 일이지만 불만은 없다. 이번 일이 아무의미없는 건 아니었다. 매일 같이 여러 사람을 상대하면서 친절을 베푸는 서비스 정신은 클로저에게 다가가는 데 충분한 연습이라 판단했으니까. 그리고 그 대가는 추후에 내게 엄청나게 작용하게 된다는 건 훗날의 일이었다.


To Be Continued......


안녕하세요. 검은코트의 사내입니다. 이 작품은 에전에 쓴 영웅의 아들 시리즈의 후속편인 2부입니다. 주인공은 보시다시피 한석봉입니다. 다시 한 번 잘 부탁드립니다. 1부작 내용을 모르신 분들은 영웅의 아들을 검색하시면 1편부터 보실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2024-10-24 23:35:10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