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랑(龍狼) - 19(完)
플루ton 2020-01-14 0
"그나저나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이 왔네요?"
의자에 착석한 채로 주위를 둘러보는 하피. 그녀의 말대로 어느새 식장 안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동안 산전수전을 함께 겪으며 싸워왔던 검은양 팀과 사냥터지기 팀. 뒤에서 그들을 지원해주던 캐롤리엘과 정도연을 포함한 유니온의 기술부와 김도현 김시환 등의 벌처스 관계자들. 그 이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계속해서 하객으로서 식장 안으로 밀려오고 있었다.
"흠. 그만큼 많은 사람과 만나고 교류했다는 증거겟지."
"확실히 저희가 활약하면서 많은 사람과 만나긴 했죠."
그 당시의 일을 회상하며 감회에 빠진 바이올렛. 그 옆에서 티나도 이에 동의하듯 희미하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나저나 대장님께서는 어디 간 거죠? 이제 곧 식이 시작할 텐데."
"아, 그 사람이라면 걱정하지 마세요. 아주 중요한 할 일이 잇으니까요."
바이올렛이 잠시 볼일이 있다며 사라진 트레이너의 빈 자리를 보며 걱정스럽게 말하자 하피가 장난스럽게 웃으며 그녀를 달랫다. 이에 티나는 또 뭔가 구미는 거냐고 추궁했지만 하피는 그저 미소로만 답할 뿐 명확한 대답을 해주지 않았다. 그렇게 그녀들이 떠드는 사이 모든 하객이 들어왔고 식장의 문이 닫혔다.
"시작하려 나보군."
티나의 말과 동시에 식장 안에 잔잔한 음악이 깔리고 조명이 어두워지더니 사회자가 천천히 입장했다.
"에~ 바, 반갑습니다. 여러분? 모두 반가운 얼굴들이네요?"
긴장한 기색으로 하객들에게 인사를 하는 사회자는 다름 아닌 현 유니온의 총장인 김유정이엇다.
"어머나? 설마 저분이 이 결혼식의 사회를 맡으시다니..."
"듣기로는 나타가 직접 부탁했다는 것 같더군. 여러모로 이례적이고 역사적인 결혼식이다. 유니온의 총장으로서 이를 받아들인 거로 알고 있다."
의아해하는 하피에게 조용히 설명하는 티나. 이에 하피도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나타는 표면적으론 인간으로 알려져있지만 아는 사람들은 반차원종화 하였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레비아의 경우도 인권은 보장받았지만 그럼에도 그 종족은 차원종이었다. 겉보기엔 그저 동료였던 두 사람이 사랑한 끝에 이어지는 평범한 결혼식이지만 그 속을 파고들면 반차원종화한 인간과 인간을 동경한 차원종의 역사적일 정도로 특이한 결혼식이었다. 이를 잘 알고 있던 김유정도 그 의미를 이해하고 바쁜 상황에서도 나타의 부탁을 받아들인 것이다.
"에~ 역시 이런 자리는 처음이어서 긴장되네요. 그럼 지루하고 재미없는 이야기는 이쯤하고 식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아직 조금 떨리는 목소리로 사회를 이어나가는 김유정. 그래도 높은 위치에 앉은 사람으로서 여러 연설을 돌아다녔던 경험 덕분에 제법 안정을 찾아 식의 진행을 매끄럽게 흘러갔다.
"그럼 이 결혼식의 주례를 봐주실 분을 모시겟는데요...... 이거 참. 대단하신 분이 나오셨네요. 긴 설명하지 않고 바로 소개하겠습니다. 제 1차 차원전쟁의 영웅 알파퀸 서지수님~!"
김유정의 소개가 끝난 순간 믿기지 않는다는 탄성 속에서 그녀가 등장했다. 푸른빛 도는 은발을 말아 올리고 자신감 넘치는 금안을 빛내며 들어온 서지수는 단정하게 차려입은 예복 차림으로 자리에 서서 하객들을 향해 인사를 했다.
"에~ 반갑습니다. 주례를 맡게 된 서지수라고 합니다. 이야~ 아들이 부탁해서 이렇게 서긴 했지만 역시 처음 하는 거라 긴장되네~. 강연이라면 몇 번 해봤는데 말이야."
긴장된다는 말이 농담인 것처럼 너스레를 떨었고 이에 하객들도 처음 그녀의 등장에 느꼈던 긴장을 풀어갔다.
"이거...... 사회자로 김유정 총장님이 온 것도 놀라운데 설마 저분까지 오실 줄이야..."
"나타가 여러모로 힘을 쓴 것 같네요~"
감탄하는 바이올렛의 옆에서 하피는 고개를 돌려 좀 떨어진 자리에 앉아있는 이세하를 바라보았다 .그 시선을 눈치챘는지 하피와 시선이 맞은 이세하는 미소를 지었고 이에 하피도 미소로 고마음을 표하고 다시 고개를 돌렸다. 그렇게 서지수의 인사가 끝날 때쯤 김유정이 헛기침을 하며 하객들의 관심을 다시 자신에게로 돌렸다.
"그럼 이제 이 결혼식의 주역들을 모셔볼까요? 모두 박수와 함께 맞이해 줍시다. 우선 신랑 입장-!!!"
김유정의 말이 끝나는 순간 주위의 조명이 꺼지더니 버진로드만을 밝게 비추었다. 이어서 드라이아이스의 연기가 길을 메움과 동시에 문이 열리고 나타가 모습을 드러냈다.
"와~......"
"멋지다..."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탄성들. 완벽하게 차려입고 위풍당당하게 걷는 그 모습은 사람들, 특히 여성들의 이목을 확실히 사로잡았다. 특히 이곳에 자리한 사람들은 평소 그의 모습을 잘 아는 사람들이었기에 그 모습이 더욱 새롭게 비추어졌다. 그런 사람들의 시선을 무시하고 나타는 꽁지머리를 흩날리며 빠르게 주례의 앞까지 다가갔다.
"이야~ 이거 정말 몰라보겠는데? 우리 아들이랑 비교해도 전혀 꿀리지 않겠어?"
"하! 그 녀석보다는 내가 훨씬 낫지."
조용히 다른 사람에게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잡담을 주고받는 두 사람. 그러는 와중에도 김유정은 계속해서 식을 진행하였다.
"자. 그럼 다음은 이 결혼식의 진짜 주인공을 모셔볼까요? 모두가 기다리시던 신부! 입장-!!!"
이제 긴장을 완전히 푼 김유정을 텐션을 높인 채로 외치는 순간 흘러나오던 음악이 바뀌며 결혼행진곡이 식장안에 울려 퍼졌고 이를 들은 나타는 저도 모르게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가 레비아와 만난지 얼마 되지 않았을 시기 그녀가 흥얼거리던, 그리고 당시로선 서로 절대 들을 일 없다고 생각하던 노래.
"그걸 설마 이런 식으로 듣게 될 줄은."
그렇게 중얼거리는 사이 문이 열리며 신부가 모습을 드러냈다.
"와-......"
"에쁘다......"
"마치 천사 같아."
그 모습이 드러난 순간 식장 안에 전보다 더 짙은 탄성이 흘러넘쳤다. .그녀가 입은 웨딩드레스는 어깨가 드러나는 디자인의 순백색 드레스였다. 가슴 위를 과감히 노출한 덕분에 그녀의 새하얀 어깨와 아찔한 쇄골이 숨김없이 드러나는 것은 물론 두 개의 훌륭한 과실이 만들어낸 계곡 또한 확실히 엿보였다. 허리에 딱 달라붙는 디자인이어서 그녀의 가느다란 허리라인이 강조되었고 그 위로 반투명한 리본으로 된 꽃을 장식했다. 치맛자락은 마치 만개한 꽃잎처럼 여러 갈래로 펼쳐져 있었다. 꽃잎이 수놓아진 장갑을 낀 두 손에는 부케를 들고 있었으며 긴 은발은 고풍스럽게 묶어 올려져 있었다. 그 얼굴은 면사포로 가려져 있었지만 그럼에도 다른 요소들만으로도 하객들은 모두 그녀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어라? 저건 대장님?"
문득 레비아를 보며 감탄하던 바이올렛이 그 옆에 나타난 트레이너를 보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하피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그 이유를 설명해주었다.
"후후~ 신부가 등장할 때는 그 아버지와 함께 등장하는 게 정통이니까요. 그래서 레비아가 직접 부탁한 거예요. 그녀에게 트레이너씨는 부모나 마찬가지니까."
하피의 말대로 트레이너는 레비아의 부모역으로서 그녀를 부축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조명을 한몸에 받으며 절반쯤 걸어왔을 때였다.
"...고마워요 트레이너님. 부탁을 들어주셔서."
"무얼 애초에 네가 부탁하지 않았다면 내 쪽에서 제안했을 일이다. 그렇게 감사할 필요는 없다."
트레이너에게만 들릴 정도의 작은 목소리로 레비아가 감사의 말을 전햇다. 이에 트레이너는 무뚝뚝하게 답했지만 그 얼굴엔 미소가 걸려있었다. 이를 보며 레비아는 한 번 더 감사하단 말을 전했다. 그러던 중 어느새 둘은 주례의 앞까지 도달했고 레비아는 먼저 서서 기다리던 나타의 오른쪽에 자리잡았다.
"......"
"......"
그리고 잠시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는 트레이너와 나타. 오가는 말은 없었지만, 그 눈빛만으로 충분했는지 서로 피식 웃으며 만족스럽게 시선을 돌렸다. 할 일을 마친 트레이너는 조용히 비어있는 자신의 자리로 이동했고 이를 확인한 김유정이 다시 입을 열었다.
"흠!흠! 그럼 주연들도 모였으니 본격적으로 식을 시작해 볼까요. 먼저 신랑 신부 서로를 바라보며 맞절."
그 말에 따라 조금 거리를 벌리고 서로를 향해 고개를 숙이는 두 사람. 잠시 후 천천히 고개를 든 두 사람은 서로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아름답네. 정말로."
나지막이 중얼거리는 나타. 그의 말대로 화장을 한 레비아의 얼굴은 평소 이상으로 아름다웠으며 이성은 물론 동성이어도 그 매력에 빠져들 수준이었다.
"후후~. 나타님이 그렇게 솔직히 칭찬해주시다니 기뻐요. 나타님도 아주 멋지세요."
나타의 말에 기분이 좋아진 레비아도 미소지으며 그를 칭찬했다. 두 사람이 그렇게 조용히 이야기하는 사이에도 식은 진행되고 있었고 어느새 김유정은 서지수에게 주례사를 부탁했다.
"뭐~ 그런 걸 하려고 이 자리에 서긴 했는데 말이지. 으음~~ 강산이 변하고 전지가 뒤바뀌어도 영원히 서로만을 사랑할 것...... 이라던가 조금 오글거리거든? 그러니 각설하고 정말 중요한 것들만 할게~~!"
장난스럽게 말하던 서지수는 다음 순간 분위기를 진지하게 바꾸고 나타를 바라보며 물었다.
"신랑 나타. 당신은 신부를 사랑합니까?"
"아...... 누구보다도 말이지."
이에 나타도 진지하게 대답했고 서지수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곤 레비아를 돌아보며 물었다.
"신부 레비아. 당신은 신랑을 사랑합니까?"
"네...!"
레비아의 대답을 들은 서지수는 다시 한번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지금 제일 중요한건 다른 게 아니야. 너희 두 사람이 서로를 사랑하느냐. 그게 제일 중요하지. 뭐~ 앞으로 부부로 살아가면서 항상 행복할 거라곤 할 수 없어. 때로는 싸우기도 하고 지금 이 순간을 후회할지도 몰라. 그렇더라도 지금 이 순간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을 자신 있어?"
"후회 같은 건 안 해."
"후회할 리 없어요."
서지수의 물음에 동시에 같은 대답을 내놓는 두 사람. 이에 서지수는 흐뭇하게 미소지으며 마지막 질문을 입에 담았다.
"좋아~! 그럼 마지막으로 조금 형식적이지만... 앞으로 있을 시련과 역경 속에서도 서로를 사랑하고 계속 함께할 것을 맹세하나요?"
""맹세합니다.""
한치의 망설임 없이 동시에 들려온 둘의 목소리에 서지수는 만족스럽게 몇번이고 고개를 끄덕이며 외쳤다.
"음! 음! 좋아! 그럼 주례 같은 건 이쯤에서 마치고 마지막으로 맹세의 키스 타임~~!!!"
"에. 잠시만요 서지수님?! 그건 제가 해야 할......!"
"에잇! 사소한 건 집어치우고! 신랑! 신부! 마무리로 찐한 입맞춤 부탁해요~~~!"
완전히 텐션이 오른 그녀는 사회자의 말을 무시하고 식을 진행했고 나타는 이에 어이없어하면서도 고개를 돌려 레비아를 바라보았다. 동시에 레비아도 미소지으며 그를 돌아보았다. 시끄럽게 떠드는 서지수들을 무시하고 천천히 거리를 좁히는 두 사람.
"이렇게 사람이 많은 곳에서 하긴 또 처음이네."
살며시 손을 뻗어 면사포를 걷은 나타는 코가 닿을 것 같은 거리에서 그녀에게 작게 속삭였다. 이에 그녀도 볼을 붉히며 고개를 끄덕였고 이를 신호로 나타는 남은 거리를 단숨에 좁혔다. 그 순간 곳곳에 배치된 폭죽이 터지며 화려한 꽃잎들이 흩날렸고 하객들의 박수 소리가 식장을 가득 메웠다.
"자~! 이걸로 두 사람은 부부가 되었음을 선포합니다~~!!!! 경사 났네! 경사 났어~!!"
"그러니까 그건 사회장니 제 대사라고요---!!!"
시끄러운 박수 소리 사이로 더 시끄러운 두 사람의 목소리가 들린 듯했지만 두 사람은 이를 무시하고 맞닿은 입술을 통해 전해지는 서로의 온기를 즐겼다.
.
.
.
.
.
"두 사람 다 정말 결혼 축하해~!"
"정말로. 꼭 행복해야 해?"
결혼식이 무사히 끝나고 단체 사진을 찍은 사람들은 모두 준비된 식당으로 향했다. 식당에서 대부분의 하객은 돌아가면서 나타와 레비아에게 축복의 말을 건넸고 두 사람도 이에 대답하며 밀린 이야기를 나누었다.
"여~나타. 결혼 축하한다?"
"꺽다리. 너도 왔었냐?"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나타가 뒤를 돌아보자 볼프강이 손을 흔들며 인사를 건넸다. 이에 의아해하는 나타. 분명 청첩장을 보내긴 했지만 설마 독일에 있을 그들까지 와줄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볼프강은 쓴웃음 지으며 이유를 설명했다.
"뭐 그냥 아는 사이도 아니니 와야지. 그리고 무엇보다 말썽쟁이 2호가 너무 극성을 부려서 말이야."
저기 보라고 말하며 그가 가리킨 곳에는 레비아와 이야기를 나누는 사냥터지기의 소마의 모습이 보였다. 차원종을 싫어하는 그녀는 처음엔 레비아를 적대했지만, 어느순간 그녀에게 동질감을 느꼈고 지금에 와서는 겉으로는 투덜거리면서도 매우 친한 친구 사이가 되어있었다. 지금도 겉으론 비꼬듯이 말하지만 하나하나 의미를 풀어보면 그녀를 축복해주고 있었다.
"흠~뭐 먼 길 오느라 수고했다. 기껏 온 한국이니 즐기다가 돌아가라고."
"그럴 생각이야. 그나저나 넌 무슨 결혼을 그렇게 빨리하냐?"
"남이사? 그러는 너야말로 재작년에 결혼했지 않냐?"
나타의 지적에 하던 떨떠름한 표정을 짓는 볼프강. 2년 전 전쟁 이후 복구작업이 어느 정도 완료되었을 즘 볼프강은 팀의 관리 요원으로 일하던 앨리스 와이즈맨과 결혼 소식을 주변에 전했고 수많은 사람이 그들을 축복하기 위해 모였었다. 당시 신부복을 입은 앨리스의 모습에서 눈을 떼지 못하던 레비아의 모습을 나타는 아직도 기억한다.
"음~그렇긴 한데 말이지. 역시 너무 일찍 한 느낌이 없지 않아 있어서 말이야……."
"뭐야? 뭔가 불만이라도 있어?"
"그게 불만이랄 것까진 없지만 역시 결혼하고 나니 자유가 제한당한다고나 할까? 여러 의미로 나에게 간섭하는 게 귀찮다고나 할까? 역시 몇 년 정도는 더 자유롭게 살다가 결혼할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든달까?"
"헤에~그런 생각을 하고 계셨군요."
순간 두 사람의 대화 속에 끼어든 제삼자의 목소리. 이에 화들짝 놀란 볼프강이 소리가 들린 곳을 바라보니 보라색 땋은 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앨리스가 미소지으며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애, 앨리스 그, 방금 한 말은 그러니까 당신에게 불만이 있다는 게 아니라……."
"후후~왜 그렇게 당황하시는 건지. 전 아직 아.무.말.도 하지 않았는데요? 왜 도둑이 제 발 저린 것처럼 당황하시나요?"
미소를 잃지 않고 대답하는 앨리스. 분명 아름다운 미소였지만 거기선 한점의 온기도 느껴지지 않았고 당황한 볼프강은 허둥거리며 변명을 늘어놓았다.
"아니 그러니까……. 내가 하려던 말은 당신에게 불만이 있다기보다는 결혼을 하고 나니 이전보다 조금 책임감이 늘어난 느낌이어서 조금 부담된다 그런 이야긴데……."
"몰라요…!"
"윽! 이런…. 나타 미안하지만 나중에 다시 보자고. 앨리스~~~!"
결국, 앨리스는 삐진 듯이 볼을 부풀리며 고개를 돌리곤 자리를 옮겼다. 이에 볼프강은 나타에게 급히 인사를 전하고는 급하게 그녀의 뒤를 쫓았다.
"아주 그냥 잡혀 사는구먼."
멀어져가는 두 사람을 보며 헛웃음을 터뜨리는 나타. 그러는 사이 또 다른 인물이 나타에게 다가왔다.
"나타! 결혼 축하한다? 여기 받아"
"아, 이세하 너도 왔었지?"
양손에 음료를 하나씩 들고 다가온 이세하가 한쪽을 나타에게 건네며 인사를 건넸고 나타도 이를 받아들이며 인사했다.
"그나저나 고맙다. 너희 엄마를 설득해줘서."
"설득은 무슨. 네가 직접 부탁했어도 받아주셨을걸? 딱히 감사받을 일은 아니니 신경 쓰지 말라고."
"그렇더라도 내가 부탁한 건 사실이니 나중에 내 도움이 필요하면 부르라고. 가능한 도와줄 테니까."
음료로 목을 축이며 두 사람은 조금 떨어진 곳에서 이야기를 나누던 여성진들을 바라보았다. 검은양의 이슬비와 서유리가 레비아를 축하해주고 있는 장면이 마침 눈에 들어왔다.
"그러고 보니…. 넌 언제 결혼할 거냐?"
"......왜 갑자기 그런 귀찮은 질문을……."
무의식적으로 내뱉은 나타의 질문에 세하는 얼굴을 찡그렸다. 잠시 뜸을 들이던 세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아직은 결혼하고 싶은 생각 없어. 조금 더 시간을 들이며 생각해볼 생각이야."
"흠~그럼 결혼할 상대는 둘 중 누구냐? 모범생? 바보제자?"
"....왜 또 그 둘이냐."
"그럼 아니냐?"
"그건 또 아니지만……."
정곡을 찌르는 나타의 지적에 세하는 결국 말을 잃고 들고 있던 음료수를 홀짝일 뿐이었다. 그 모습을 보며 나타는 우유부단한 놈이라 놀리며 마찬가지로 잔에 든 음료를 들이켰다.
"잘 모르겠다. 둘 다 좋은 애들이고 가지고 있는 호감이나 애정은 방향은 틀리지만 크기는 비슷해서…. 시간을 들여서 신중히 생각해보려고."
"뭐 대충 아무나 정하는 것보다야 그게 훨씬 낫겠지. 열심히 해보라고."
"그래. 너도 행복해라."
서로의 행복을 빌어주는 것을 끝으로 대화를 마친 이세하는 손을 흔들며 다른 사람들에게로 걸어갔고 나타는 이를 지켜보며 잔에 남아있던 음료를 한 번에 들이켰다.
"후후~남자들 둘이서 무슨 이야기를 그렇게 즐겁게 하는 걸까요~?"
"?!!!!"
그 순간 등 뒤에 나타난 하피가 귓가에 바람을 불어넣었고 놀란 나타는 마시던 음료수를 뿜을 뻔한 걸 겨우 참으며 그녀를 돌아보았다.
"후후~최강의 위상능력자라는 사람이 이렇게 빈틈투성이라니. 나타를 동경하는 클로저들이 보면 놀라서 넘어가 버리겠네요."
"쳇. 아무리 나라도 이런 날까지 긴장을 하진 않는다고. 그것보다 갑자기 이게 뭐 하는 짓거리야!"
장난스러운 하피의 태도에 까칠하게 반응하는 나타. 하지만 그녀에겐 익숙한 반응이었기에 가볍게 무시하고 대화를 이어갔다.
"그것보다 정말로 의외네요. 나타가 이렇게 빨리 결혼할 거라곤 생각 못 했는데."
"뭐…. 나도 나한테 이런 날이 올 거라곤 상상도 못 했으니."
"정말로요. 이전의 당신은 항상 안절부절못하고 금방이라도 다른 곳으로 떠날 것 같아서 불안했는데. 그때의 소년이 어느새 이렇게 멋진 청년이 될 줄이야…. 이 누나는 너무 감격스러워서 눈물이 다 날 것 같네요~."
"켁-! 손발이 오그라들 것 같은 연기는 집어치워! 정말이지 네 녀석의 그 성격은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군. 정말이지 성격이 나쁘다니까."
나란히 서서 이야기를 주고받는 두 사람. 상대방을 놀리고 헐뜯는 것 같지만 양쪽 모두 그런 건 상관하지 않고 즐겁게 이야기를 이어갔다. 늑대개에서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 두 사람이었지만 그 탓인지 유독 서로의 진심을 가장 먼저 파악하고 동시에 적절한 선을 유지하며 도와주던 사이였기에 두 사람의 관계는 각자의 연인인 트레이너나 레비아와는 전혀 다른 의미에서 소중한 존재였다.
"그나저나 이후의 일정은 제대로 준비한 건가요?"
"뭐 대강은? 너희들이 전부 돌아가고 나면 다음엔 신혼여행에 필요한 짐을 들고 바로 공항으로 출발할 생각이다만?"
"트레이너씨에게 물어보니 상당히 긴 휴가를 신청했다는 것 같던데 대체 어디로 갈 생각인지 궁금해서요. 저한테 귀띔이라도 해주면 안 되나요?"
그러면서 묘하게 점점 거리를 좁히는 하피에게 인상을 찡그리며 나타는 손을 휘저었다.
"미안하지만 어딜 갈지는 아직 레비아에게도 말 안 했거든? 너한테 말할까 보냐? 정 궁금하면 나중에 꼰대한테 물어보던가."
"너무하시네요~. 아무리 결혼했다고 해도 벌써 저에게 이렇게 차갑게 대하시다니…. 너무 매정하신 거 아닌가요?"
눈물을 훔치는 시늉을 하며 비련의 여자를 연기하는 하피. 이에 나타는 더 인상을 찌푸리곤 한숨을 내쉬었다.
"뭔 말 같지도 않은 소릴……. 그런 농담 같지도 않은 말 할 시간에 너도 빨리 결혼이나 하는 게 어떠냐? 그러라고 레비아가 너한테 부케를 던진 걸 텐데."
"윽-! 여전히 민감한 문제를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하다니. 정말이지 일부러 그러시는 거죠?"
나타의 지적에 연기를 멈추고 곤란하단 표정을 짓고는 자신의 가방을 바라보는 하피. 그 속에는 결혼식이 끝마칠 때 그녀를 향해 레비아가 던졌던 부케가 조심히 자리 잡고 있었다.
"당신도 아시잖아요? 트레이너씨가 신서울의 지부장이 되시는 거. 그 탓에 못해도 내년까지는 시간이 없을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일단 혼인신고서는 다음 달쯤에 재출항 생각이지만 정식으로 식을 올리는 건 내년을 지나야 가능할 것 같네요."
"뭐 열심히 하라고. 결혼식 날엔 초대도 하고."
"네. 그래야죠."
서로에게 쓴웃음을 지으며 두 사람의 대화가 끝날 때쯤이었다.
"나타님~ 이리 좀 와주세요~!"
돌아보니 레비아가 손을 흔들며 자신을 부르고 있었다. 보아하니 이제 돌아가야 할 사람이 생겨서 자신을 찾는 듯싶었다.
"이런. 그럼 이만 간다."
"네, 그리고 다시 한번 결혼 축하드려요. 나타. 반드시 행복해야 해요. 그리고 우리 막내 울리면 안 되는 거 아시죠?"
"걱정하지 말고 너나 빨리 결혼해라. 그럼."
그렇게 언제 나와 마찬가지의 형태로 하피와의 이야기를 마친 나타는 빠른 걸음으로 레비아의 곁으로 다가갔다. 그 후 모든 하객과 인사를 나누고 그들을 배웅해주면 두 사람의 결혼식은 그렇게 막을 내렸다.
.
.
.
.
.
.
"레비아 뭐하냐? 어서 따라와."
"아! 나타님 조금만 천천히 가요~!"
신서울 국제공항. 수많은 사람으로 북적거리는 그곳에서 나타는 레비아의 손을 잡고 걸어갔다. 하객들이 모두 돌아간 후 두사람은 편한 복장으로 갈아입고 전날 싸뒀던 짐을 챙겨 빠르게 예매한 고항으로 향했다. 한쪽 손에는 커다란 캐리어를 여러 개 끌면서 나타는 빠르게 주변을 살펴 원하던 출국장을 찾아냈다.
"휴~ 겨우 찾았군. 정말이지 이 공항은 쓸데없이 복잡하다니까. 램스키퍼를 탈 때가 편했는데 말이야."
"어쩔 수 없잖아요. 이건 저희 신혼여행이니까. 개인적인 이유로 렘스키퍼를 발진시켰다간 큰일이 나버려요."
출국장 앞에 배치된 대기석에 앉은 두 사람은 안도의 안숨을 내쉬며 전광판을 확인해 보았다. 그곳에 나온 정보에 따르면 타야 할 비행기가 도착할 때까지 약 10분 정도의 시간이 남아있었다.
"아슬아슬했네. 예상보다 온 사람이 너무 많아서 인사하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어."
"그러게요. 그래도 오랜만에 다른 분들과 만난 건 즐거웠죠?"
"뭐 그렇지."
겨우 여유를 찾은 두 사람은 담소를 나누며 비행기가 도착하는 것을 기다렸다.
"그러고 보니......"
"응?"
"저희 어디로 가는 거죠? 비행기에 타기 전에는 가르쳐 주시기로 했잖아요."
레비아의 말에 나타는 씩하고 웃어 보였다. 몇 달 전 결혼식장을 예약하고 동시에 신혼여행지를 정할 때의 일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당시 가고 싶은 곳이 있냐는 질문에 레비아는
나타님과 함께라면 어디라도 좋아요.
라고 말했고 이에 나타는 자기가 알아서 정한다는 말과 여행을 떠나기 직전에 알려주겠다는 말을 남기고 혼자 여행계획을 세웠었다.
"확실히 그랬었지."
"이제 슬슬 가르쳐주세요. 계속 궁금했단 말이에요."
조르듯이 자신의 팔에 마달려오는 레비아를 즐겁다는 듯이 바라보며 나타는 대답 대신 다른 말을 입에 담았다.
"레비아. 내가 전에 이야기했던 하고 싶은 일들 기억하냐?"
"? 네. 기억해요."
"그래. 그중 하나인 복수는 이미 재작년에 끝남쳤어. 그리고 또 다른 하나는 오늘 낮에 달성했고."
그녀의 손에 깍지를 끼며 조용히 이야기하는 나타. 이에 레비아는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 두 가지 말고도 내가 해보고 싶다고 한 게 뭐였지?"
"그게... 분명 세계일주라고...?!! 설마 나타님?!"
대답하던 도중 그의 의도를 깨달은 레비아는 눈을 크게 뜨고 그를 바라보았고 이에 나타도 그녀를 마주 보며 웃음 지었다.
"네 생각대로야. 우리의 여행지는 세계 전체다. 기간을 약 1년 정도로 잡고 세계 곳곳을 돌아다닐 예정이야. 어때? 재미있지 않겠냐?"
즐겁게 이야기하는 나타와 반대로 레비아는 아직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저... 그래도 괜찮은 건가요? 그렇게 길게 여행을 해도..."
"걱정하지 말라고. 이미 꼰대랑 이야기는 끝났어. 그동안 쉬지도 못하고 일한 우리에 대한 보상이라며 꽤 흔쾌히 보내주더군. 걱정하지 말고 넌 이 여행을 즐기면 그만이야. 아니면 뭐야?"
순간 짖궂은 미소를 지으며 레비아를 자신에게로 끌어당기는 나타. 그러곤 자신에게로 쓰러지는 레비아를 부드럽게 받아낸 후 그 귓가에 조용히 속삭였다.
"나랑 그렇게 여행가기 싫은 거냐? 응?"
"우읏......! 정말로, 그럴 리 없잖아요."
이에 레비아가 품 안에서 조금 화가 난 듯한 눈초리로 노려봣지만, 나타는 그 모습마저 사랑스럽다는 듯 그녀를 마주 보았다.
"당연히 정말 기뻐요.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부터 만약 나타님이 간다면 저도 따라가려고 했으니까요."
"......그래?"
"그래요. 그러니까......"
순간 화난 표정을 지우고 밝게 미소지으며 나타의 품으로 파고드는 레비아. 나타도 이에 답하 듯 그 등에 팔을 둘러 그녀를 살짝 끌어안았다.
"함께 즐거운 추억을 만들고 와요."
"응. 반드시."
그렇게 두 사람이 서로에게만 들릴 듯 조용히 이야기하는 사이 어느새 비행기가 도착했고 기다리던 사람들이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슬슬 가볼까?"
"네!"
두 사람도 사람들으 따라 천천히 출국장을 나서려는 때였다.
-------------------------------!!!!!!!!!!!!!!!!!!!!!!!!!!!!!!!!!!!!!!!!!!
"?!!!"
"?! 나타님 이건...!"
순간 두 사람의 감각에 느껴지는 익숙한 느낌. 레비아가 나타를 부르는 것보다 먼저 공항 전체에 비상사이렌이 울려 퍼졌다.
"알려드립니다! 지금 활주로에 차원종들이 나타났습니다! 손님 여러분께선 신속히 안전구역으로 대피해 주시길 바랍니다!!"
안내방송이 나온느 것과 동시에 공항의 모든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안전구역을 향해 도망치기 시작했다. 안전요원들의 안내에 따라 빠르게 대피하느 사람들을 바라보던 레비아는 나타를 돌아보았다.
"나타님! 저희는 어서 현장 쪽으로... 나, 나타님?"
하던 말을 멈추고 당황한 눈치로 나타를 바라보는 레비아. 그도 그럴 것이 돌아본 나타의 표정이 무서울 정도로 일그러져있었기 때문이다. 거기에 그의 몸에서 희미하게 위상력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빌어먹을 차원종 녀석들이..... 감히......!!!"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 같은 목소리로 으르렁거리는 나타의 모습에 레비아는 다급히 그를 진정시켰다.
"시, 진정하세요 나타님. 일단은 이곳의 책임자에게 가서 이야기를....!"
"......아니. 그럴 필요 없어."
다행히 마음을 진정시킨 나타. 그리곤 레비아에게 들고 있던 짐을 건넸다.
"짐 좀 지키고 있어. 금방 끝내고 오지."
"네? 설마..."
레비아가 뭐라고 말하려 했지만, 그보다 먼저 그 입술에 입을 맞추며 이를 차단하는 나타. 얼굴을 붉히며 말을 멈춘 레비아의 모습에 나타는 피식 웃으며 머리를 쓰다듬었다.
"1분 안에 끝내고 올게."
그 말을 끝으로 나타는 돌아서서 대피하는 사람들 사이를 뚫고 나아가 순식간에 활주로로 향하느 통로에 도달했따. 그곳에서 바리케이드를 치려던 안전요원들이 나타를 발견하고 당황하며 다가왔다.
"?! 누구시죠? 이곳은 위험합니다. 신속히 대피해 주..."
"클로저다. 지금 당장 기장에게 전해. 빨리 다시 출발 준비하라고."
자신에게 다가온 안전요원에게 클로저임을 증명하는 특수 신분증을 보여주며 용건을 말한 나타는 대답을 듣지도 않고 가볍게 바리케이드를 넘어 화루로로 걸어갔다.
■□■■△□□■△△------!!!!!!
활주로에는 이미 수십 마리의 차원종들이 돌다다니고 있었고 자신들에게로 다가오는 나타를 발견하곤 이빨을 드러냈다. 이를 마주 하며 나타는 전신의 위상력을 해방하였다. 그러자 뿜어져 나온 푸른 위상력이 하늘을 뚫을 듯이 솟구쳐올랐다.
■■□□--?!!!!!
자신들과는 비교도 안 되는 위상력을 바라보며 본능적으로 뒷걸음치는 차원종들. 그런 그들에게 한 걸음씩 다가가며 나타는 낮게 으르렁거렸다.
"이 빌어먹을 놈들... 잘도 소중한 신혼여행을 방해하려 들었겠다...!!! 각오는 된 거겠지?!!!"
분노로 가득 찬 그 목소리에 겁먹은 차원종들이 굳어서 움직이지도 못하는 사이 양속에서 흑자색의 검을 소환한 나타는 또 한걸음 앞으로 나아가며 사납게 웃음 지었다.
"자! 모두 써어주지! 이 나타님께서-!!!"
-------------------------------------------------------------------------------------------------------------
끝!
이야~ 드디어 이 길었던 소설도 끝이 나네요. 나타레비 지지라로서 어떻게하면 둘이 행복하게 잘 끝맺어질까 고민하면서 만들어본 소설입니다. 마음에 드셨을런지...
이제 메인 스토리는 끝났고 다음주 한주 쉬었다가 에필로그로 4화정도 더 써볼 예정입니다. 물론 천번째 에필로그는 당연하지만 천날밤의 이야기를(퍼억!)쿠엘엘!!
큼큼! 어쨌든 지금까지 부족한 제 소설 읽어주셔서 감사했고 다다음주에 에필로그로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그럼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