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아들의 데이트-(5)

미스틸터l인 2015-02-18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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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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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 이런 거엔 약한데.'


이세하는 현재 한창 음산함을 물씬 풍기는 영화 속 장면을 보며 표정을 구겼다. 이런 분위기가 시작될 때부터 무서움을 조금이나마 잊고자 계속 팝콘을 먹으면서 보고는 있지만, 점점 어두워지는 영화의 분위기 때문에 소용도 없다. 이래서야 팝콘이 입으로 넘어가는지 코로 넘어가는지 분간조차 가지 않는다.


이슬비는 대체 왜 이런 걸 보자고 해서는……. 호쾌한 액션영화나 웃긴 코메디영화를 보고 있었더라면 적어도 즐길 수는 있었으리라. 애초에 신작영화보다는 고전영화를 즐기던 녀석이 무슨 바람이 불어서 최근에 나온 걸 보자고 한 건지. 분명 아까 전에 대충 짐작하고는 넘긴 사항이었건만, 이 상황이 되니 괜스레 다시 떠올랐다.


그나저나 이제 이렇게나 사람의 심장을 졸이게 했으면 그만 놀래켜도 되지 않을까. 이런 분위기가 계속 되면 도저히 마음을 놓을 수가 없다. 이 놈의 영화는 대체 언제까지 마음 편히 놓을 수 없게 하려는 걸까. 이럴 줄 알았으면 서유리에게 작살나는 한이 있더라도 게임기를 들고 왔어야 했다. 그랬다면 적어도 신경을 다른 곳으로 돌릴 수 있기라도 했을 테니.


'얘는 잘도 이런 걸 보네.'


슬쩍 이슬비에게로 시선을 돌려보니, 태연한 얼굴로 영화에 집중하고 있는 이슬비의 얼굴이 보였다. 손에 콜라를 쥐고서도 마시지 않는 걸 보면 어지간히도 집중을 하고 있는 모양이지. 자신이 게임을 하는 걸 보는 이슬비의 심정이 이러할까, 앞으로 임무 중에 게임을 하는 건 조금이나마 줄여야겠다고 이세하는 작게 다짐했다.


그런데, 어둠 속에서라도 다시 보니 지금 이슬비가 입고 있는 옷은 굉장히 귀여웠다. 이슬비의 평소 이미지와는 완벽히 동떨어진 귀여운 차림이다만, 그것이 묘한 느낌을 준다고나 할까. 게다가 원래 이슬비의 머리색이나 눈색이 밝은 편에 속하다 보니, 이런 전체적으로 밝은 채색의 옷이 본인에게 굉장히 어울렸다.


솔직히 말하자면 굉장히 귀엽…… 아니, 아니다. 이슬비가 귀엽다는 게 아니라 옷이 귀여운 거다. 이슬비가 대체 뭐가 귀엽다고. 맨날 옛날 영화나 이상한 막장 드라마나 보고, 매번 자신에게 시끄럽게 굴어 귀에 딱지가 앉을 지경이다. 아무리 생각하고 또 생각해보아도 이슬비의 귀여운 점은 찾을 수 없었다.


'아니, 아니지. 내가 왜 이 녀석의 귀여운 점을 찾는 거야?'


그런 찾아봤자 하나도 쓸모없는 거, 해봤자 기력 낭비고 시간 낭비일 뿐이었다. 이세하는 이슬비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제법 오랫동안 같이 클로저 일을 하고, 한 번은 같이 강남을 위기에서 지킨 적도 있다만, 이세하에게 있어서 이슬비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상대였다. 그런 상대에게서 귀여운 점을 찾아서 뭘 하겠다고 이러는 건지. 이세하는 자신이 왜 이러는 건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히얅악낭맘닼엑이맙꺏뚫왊마!!】


"────!!!!!"


뭐,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순간이 대체 언제 넘어가느냐, 지만.



'……무, 무시무시 했어.'


놀란 것이 가라앉지 않아 아직까지 벌렁벌렁 뛰고있는 가슴을 부여잡으며 이세하는 힘겹게 한숨을 내뱉었다. 역시 세상의 기술이 진보했음을 가장 쉽게 느낄 수 있는 건 다름이 아니라 영화인 것 같다. 차원종을 사냥하면서 조금은 강화되었을 담력조차, 실사조차 뛰어넘을 정도로 진보된 cg 앞에서는 장사 없던 것을 보면 확실했다.


cg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끔찍하고 무서운 외형의 괴생물체가 언제 나올지 모르는 상황은 도무지 심장에 좋지 않았다. 그것을 약 한 시간 하고도 삼십 분. 그 기나긴 순간을 버틴 이세하는 스스로가 대견해서 자랑스러워 어쩔 줄을 모를 심정이었다. 정말로 보다가 기절을 하는 사람이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영화였으니까.


'…계속 이러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지.'


이세하는 자신의 앞을 걸어가는 이슬비를 슬쩍 훑어보며 조금 흥분해서 거칠어진 숨과 옷매무새를 다듬었다. 이런 꼴사나운 모습을 다른 사람에게, 특히 이슬비에게 보일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게임을 그만 두고 말지. 만약에 그렇게 되더라도 결코 그만 두지는 않을 테지만, 하여튼 그런 느낌이다. 그만큼 이슬비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싫었다.


그나저나, 이제 영화를 봤으니 이젠 헤어지면 되는 건가? 당초의 약속은 분명 영화를 보자고만 했을 뿐이었을 터다. 그리고 그 당초의 약속은 이미 해결했고. 데이트는커녕 친구들과 놀러간 것조차 게임방 이외에는 잘 가지 않았던 이세하는 이 다음을 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보통 같았으면 그냥 이대로 헤어지면 될 일이었지만, 이세하는 무엇인가 석연치 않았다.


'게다가 이걸 어떻게 해야할 지 아직도 모르겠고.'


방금 전, 매점에서 눈에 띄기에 홧김에 사버렸던 목걸이가 이세하의 손에 잡혔다. 말 그대로 홧김에 산 것이라서 그런지, 지금 보면 참으로 별나기 그지 없는 외형들이다. 대체 이것의 무엇에 꽂혀서 산 건지……. 괜히 7만원 가량만 낭비를 한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 정도면 싼 가격의 게임 패키지 하나를 살 수 있는 가격이건만. 이세하는 그것이 아까웠다.


허나 이미 돈을 지불하고 산 물건. 다시 매점에 가서 바꿔달라고 하는 것은 남자로서 꼴 사나웠다. 뭐랄까, 환불하러 갔을 때 매점 점원의 '그럼 그렇지' 하는 눈빛이 상상이 된다고나 할까. 남자로서 자존심이 있지, 그런 눈빛을 받는 건 절대로 사양이다.


'……나중. 그래, 이건 나중이야.'


지금 처치가 곤란한 건 나중에 쓸 때가 오는 법이었다. 게임에서도 자주 그러지 않던가. 초반에 얻었던 아이템이 후반에 가서야 중요한 물건이 되는 공식이 있는 게임을 이세하는 더러 했었다. 현실과 게임은 다르지만, 이 상황에서만큼은 조금 적용시키고 싶었다.
 
목걸이를 주머니에 다시 넣고, 다음에 무엇을 할까 생각하다가 이세하는 머리를 박박 긁었다. 글러먹었다. 도무지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 마치 앞에 분명 무언가 있는데 보이지 않는 그런 기분.


평소라면 이대로 그냥 적당한 자리 하나 잡아서 게임기를 꺼냈을 테지만, 서유리의 압박 때문에 미처 가져오지도 못했다. 휴대폰 게임? 서유리가 다 하나하나 사진을 찍어서 조금이라도 달라진 점이 있으면 가만 두지 않겠다고 했으니 사실상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하아……."


"……방금 전까진 이상한 표정 짓다가, 머리를 긁고, 이번엔 한숨이야? 화장실이라도 가지 그래?"


툭 내던져진 이슬비의 말에, 이세하는 흠칫 어깨를 떨었다. 바, 방금까지 다 보고 있었던 건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다고 이상한 표정은 다 지었을 텐데. 묘한 부끄러움에 이세하는 고개를 숙였다가, 곧바로 왜 자신이 부끄러움을 느꼈는가에 대한 회의감이 들어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뭐였냐, 방금 전 그 묘한 기분은…. 침착하자, 침착…. 말로 이루 설명할 수 없는 감정에 복잡해하는 심경을 잠시 진정시키고는 고개를 들었다. 자신을 똑바로 쳐다보고 있는 이슬비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점심, 뭐 먹을래?"


아무리 생각해봐도 별 달리 말할 것이 없었기에, 이세하는 그리 물었다. 그리고 그건 실수였음을, 이세하는 잠시 후에 바로 깨달았다.


"점심?"


"윽…."


왠지 모르게 기뻐 보이는 이슬비의 반응에 이세하는 침음성을 삼켰다. 뭐야, 뭐냐고. 왜 이런 말에 좋아하는 거야? 그리고 나는 왜 거기에 기분이 싱숭생숭해지는 건데? 수많은 의문을 잠시 숨기고, 이세하는 머뭇머뭇 입을 열었다.


"…지, 지금 시간이 시간이니까. 기왕 이렇게 된 거 점심이라도 같이 먹자구."


"같이…… 응, 점심 말이지?"


이슬비는 작게 중얼거리고는 이세하에게서 몸을 돌렸다. 때문에 이세하는 이슬비의 표정을 보진 못했으나, 어쩐지 이슬비가 들뜬 기분이 되었을 것 같다는 짐작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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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틸 짱 쎄네요. 핑챙 시절 슬비랑 마나 잡아먹는 게 비슷하지만 그래도 쎄니까 괜찮은 느낌.


근데 궁니르 계속 사가는 거 대체 누굽니까. 심사 중 풀린지 1초도 안 되서 바로 사라지네... 손에 모터 다셨나.


2024-10-24 22:23:31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