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하)end
Alvino 2015-02-15 6
(이세하)end
그냥 한번 써본 글입니다.망상이 잔뜩 들어가 있으니 가볍게 봐주시길.
“하아...”
한숨섞인 입김을 뿜었다.
차가운 겨울의 날씨에 얼어버린 바람이 검은 머리칼을 정신없이 흔들었다.
흐트러진 자세를 다시금 바로잡고 검을 더 단단히 쥐었다.
엄청난 공포감에 온몸이 후들거렸지만 검을 잡은 손만큼은 흔들리지 않으려 부단히 애를 썼다.
뒤에 온통 긁혀서 비틀거리는 이슬비가 제 몸도 못가누면서 기어이 일어나려 애쓰고 있었다.
움직일때마다 상처가 쓰라린지 고운 얼굴에 인상을 가득 찌푸리고 있었다.
둘다 지칠대로 지쳐 있었지만 다행히도, 특경대 대원들이 장갑차를 미리 길목에 겹겹이 설치해둔 것이 차원종들의 진격을 막는데에 한가락하고 있었다.
같이 나온 특경대 대원들은 진즉에 다 죽어 싸늘히 굳어가고 있었다.
그 중에는 차원종을 죽이고자 하는 일념이 가득했던지 마지막까지 총을 붙잡고 방아쇠에 손가락이 걸려있는 대원도 있었다.
다음으로 시선이 옮겨간곳은 송은이 누나의,아니 경정님의 시체였다.
무전기를 한손에 붙잡고,다른 한손으로는 묵직한 총을 쥔채로 쓰러져 죽어있었다.
땅바닥에 코를 박고 엎어져 있기에 세하는 터덜터덜 걸어가 송은이 경정의 시체를 바로 눕혔다.
그때,송은이 경정님이 꼭 붙든 무전기에서 치직하는 소리가 들렸다.
세하는 다급히 지원을 요청하려 경정의 굳은 손에서 무전기를 빼앗아 들어 말했다.
“여기는 작전구역에 나온 이세하라고...합...”
세하가 말을 다 끝마치기도 전에 사무적인 말이 무전기에서 튀어나와 말꼬리를 잘라먹었다.
“칙-...유니온 본부에선...치직...지원을..해줄수가 없다....칙...최대한...차원종들에게 피해를..입히고...귀환...칙...치직..하도록...치직...이상...”
세하는 갑작스런 통보에 말문이 막혔다.
말을 다 끝마치지도 않았는데 지원 불가라니.
아무래도 송은이 경정님이 죽기 직전,유니온 본부에 지원을 요청한 듯 싶었다.
나같은 수습 요원이 지원을 요청했으면 모를까,무려 경정씩이나 되는 사람의 지원 요청도 무시한다 이거지?
세하는 헛웃음을 흘렸다.
유니온 본부가 썩을대로 썩었다는 것은 진즉에 알고 있었지만 이정도 일줄은 예상치 못했다.
말이 좋아서 귀환이지,그냥 니들 죽든말든 상관없다는 말이지 않은가.
세하는 작게 유니온따위 망해버려라 라고 중얼거렸다.
살을 에일정도로 차가운 바람이 휘몰아쳤지만 이미 그런 것 정도는 느낄수 없음만큼 최대치로 분노하고 있었다.
죽을지도 모르는 위기에 처해 있는데,징그럽게도 하늘은 참 맑았다.
유유자적하게 흐르는 보랏빛의 구름들이 우리를 우롱하는 것만 같았다.
“윽!”
거의 들리지 않을정도로 미약한 신음이 들려와 뒤를 돌아봤다.
이슬비가 결국 통증을 이기지 못하고 차원종의 피인지 인간의 피인지 분간도 할수 없게 뒤섞여 있는 피웅덩이에 쓰러져 거친 숨을 뱉었다.
금방이라도 **버릴 듯이 미약하게 빛나는 생명은 세하가 보기에도 안타까워보였다.
지금까지 수없이 맡아온 차원종의 살갗타는 냄새와 피비린내가 오늘따라 더욱 지독하게 다가왔다.
크르륵...캬륵..
갑자기 가까이서 들려오는 차원종들의 울음소리에 세하는 겹겹이 있는 장갑차 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어느새 차원종들은 거의 장갑차들을 뚫고 들어와 금방이라도 지쳐있는 둘을 공격할 듯이 벼르고 있었다.
세하는 다시 쓰러져있는 슬비를 쳐다봤다.
그리고 칼칼하게 잠긴 낮은 목소리로 슬비에게 물었다.
“야,그냥 여기서 자살해버릴까?차원종들한테 죽느니...”
세하는 자신이 질문해 놓고도 그것이 웃겼는지 혼자 작게 실소를 터뜨렸다.
“아니,자살하는 것보다 더 좋은 선택지가 생각났어.”
슬비는 어느새 혼자서 지껄이고 있는 세하를 바라보고 있었다.
여전히 기운없는 눈으로.
세하는 주머니에서 거의 다 깨져버린 게임기를 꺼내어 쓰러져있는 슬비 옆에 툭 던졌다.
갑작스런 세하의 행동에 슬비는 눈이 동그래져 일어설수도 없이 지친몸을 벌떡 일으켰다.
“갑자기 무슨...!”
세하는 그저 빙그레 웃을 뿐이었다.
“아아,내가 진짜 많이 깨놨는데...다음 판은 네가 좀 깨주라.난 앞으로 더 이상 못깰 것 같으니까.”
피에 젖어 붉게 물든 검은 머리칼이 밝게 빛나는 달빛에 대조되게 눈에 띄었다.
슬비는 마치 마지막을 암시하는 듯한 세하의 말에 놀라 고통도 잊고 일어섰다.
“야,이세하!무..무슨..”
슬비가 말을 끝마치기도 전에 세하는 장갑차를 뚫고 들이미는 차원종들을 향해 달렸다.
“하아아아아아아압!”
절규가 뒤섞인 슬비의 외침이 귓가에 아지랑이처럼 들려왔다.
“이세하,안돼!가지마.명령이야!”
“결전기,폭령검!”
눈앞에 일렁이는 푸른불꽃에 휩싸인 그의 검과 차원종들이 보였다.
“제발,그만!명령이라고!”
거의 울부짖는 슬비의 비명을 무시하고 세하는 다시 일격을 가할 준비를 했다.
한번 더.
“결전기,유성검!”
높이 뛰어올라 세차게 땅에 꽃히며 마지막 일격을 가했다.
언젠가 누가 그랬지.
위상력이 바닥난 상태에서 무리하게 위상력을 쓰려고 한다면 깎이는 것은 위상력이 아니라 시전자의 생명이라고.
손에서 검이 주륵 미끄러졌지만 신경쓰지 않았다.
어차피 차원종들은 모두 죽었으니까.
땅바닥에 철푸덕 쓰러지는 그를 향해 달려오는 울고있는 슬비가 보였다.
“어라...절대 안울 것 같더니...명령도 안듣는 팀원을 위해 울어주시네...?”
실없는 농담에도 슬비는 웃지못했다.
슬비는 어렴풋이 느낄수 있었다.
세하가 죽어가고 있다는 것을.
“미안...내가..무능해서..”
세하는 슬비의 말에 아니라고 대꾸하려 했지만 말이 나오질 않았다.
그저 그녀의 울음소리를 가만히 듣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뚝뚝 흘러내리는 눈물이라도 닦아주고 싶었건만 힘이 점점 빠져 손끝하나 움직일수가 없어졌다.
어둠에 잠긴 하늘이 이제는 그렇게 나빠보이지만은 않았다.
마지막으로 보는 하늘치고는 꽤나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세하는 옅은 미소를 짓고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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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세하 죽이는 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