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하슬비] 너를, 구할 수만 있다면

블루지아 2018-09-04 6

나는 어떻게 된 걸까.


눈앞의 여자를 보았을 때, 마음 속에서 왠지모를 그리움이 새어 나왔다.


하지만 그것을 압도하는 욕망.


분명 어딘가에서 처절하게 소리지르며 내 행동을 막으려 하는것이 느껴진다.


하지만...죽이고 싶다. 계속. 죽이고. 죽이고. 죽이고. 죽이고......


그녀를 향해 검을 들고 걸어갈 떄, 내 입가에는 작은 곡선이 그어졌다.


"이렇게 되면.....내가 바보같잖아. 널 걱정한 내가...."


멈칫-


가슴 한편이 찌르듯이 아파온다.


그녀의 손가락에 끼워져 있는 물건을 보았을 때는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


막아놓은 강둑이 터진 것처럼 그리움과 슬픔이 마음을 휘저었다.


반지. 그것은 내 손가락에도 끼워져 있는 어떤 매개체.


머릿속에서 무언가가 충돌하는 것처럼 깨질듯이 아파온다.


"크..........으윽.....대체......으아아아악.....!"


쩌적.툭.투둑.콰앙-


"........................?!"


그녀의 뒷건물이 무너져 내린다.


머리 위로.


"........안.......!"


운명의 장난인지, 실감하고 말았다. 자신의 욕망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몸이 자동적으로 앞으로 나가졌다.


떨어지고 있는 건물 조각들 사이로, 그리고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누군가를 향해.

..................................................................................................................


쿵- 콰쾅-투두둑............


건물이 지면에 떨어져 부서지는 소리가 들린다.


왜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을까.


심각한 고통이 느껴져야 정상일 텐데......


주르륵-


무언가가 옷 위로 흘려내리고 있다.


감았던 눈을 떴다.


"....................!"


"하하......못난 꼴을 보여주고 말았네."


"너..............."


"미안........"


갑작스럽게 눈물이 터져 나왔다. 그것은 아마 안도감과 걱정, 그리고 불안이 뒤섞여있는 울음이리라.


그리고, 정지했던 사고가 다시금 활발하게 활동되었다.


"너....너.....! 몸은 괜찮아? 지금.........날 대신해서...."


"응....괜찮은 것 같.......흐....으으윽....!"


"세하........!"


그의 몸은 만신창이로 망가져 있었다.


나 대신 맞은 건물의 잔해가 그대로 몸을 꿰뜷었고, 그곳에서는 피가 계속 흘러내리고 있다. 그 잔해뿐만이 아니라, 여러 조각들이 나와 그 주변에 쌓여있어서 갇힌 꼴이 되고 말았다.


아마 세하는 떨어질떄의 고통과 무게또한 감당하고 있을 것이다. 게다가 아까 차원종에게 당한 것까지. 그의 전신은 피로 물들어 있었다.


이 정도면 죽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힘든 것은 자신이 세하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


정상 상태라면, 위상력을 써서 잔해를 치울 수 있었겠지만, 나나 세하나 전부 그럴 여건이 되지 않는다.


"슬비야.......차원종.....큭.....때문에...곧....클로저들이 올거야......그러면......그떄.....쿨럭....구출을..."


"왜....왜 그랬어.......왜 나대신......."


"너니까 대신 맞아주지."


"그런 뜻이....아니잖아...."


"그냥 아무말 하지마....넌 그냥 구출에 대해서만 생각해."


"그럼 너는........!"


"나야 물론 널 살리는 것만 생각하겠지..."


"바보같다고......바보.........너는....네가 사는 것도 생각해야지...!"


그는 대답을 하지 않고 얼굴에 은은한 미소를 지었다. 아까 보았던 광기가 아닌 진정한 웃음.


"너 설마.......너를 버리려는 건 아니지?"


"......................"


"대답하라고 이세하.....!"


"목숨만 붙어있으면 계속해서 살 수 있어."


언뜻 보면, 자신이 살 수 있다는 말처럼 들리지만, 이 말은 나를 겨냥한 말이라는 것을 이내 알아차렸다.


"너 없으면 난 못 살아."


"살 수 있어."


"너가 죽으면, 나도 죽을거야."


"멍청한 소리는 하지마 이슬비. 나보다 좋은 사람은 얼마든지......"


"없어 이세하."


"진짜 고집 세네..........그냥 이거 하나만 부탁할게. 나를 기억해주면 좋겠어."


"그럴 일 없어...."


"하아.......알았어....그럼 다른 부탁을 할게......키스해주는 건 가능하지?"


"뭐어? 넌 이 상황에서도 그런 말이 나오는 거야?"


"큭큭큭큭......"


"이익!"


"푸흡! 쿡쿡쿡쿡..........!"


"그만 웃어!"


"웃긴 걸 어떡하냐..............커으으윽...! 쿨럭!.....우우욱...!"


"이세하....!"


".....세하야.........무리해서......내 긴장 풀어줄 필요 없어........사실 다 알고 있는걸...."


"........................................."


나는 그대로 내 상체를 조금 들어올려 내 입술을 그의 입술에 갖다 대었다.


키스란 것이 무색할 정도로 가벼운 입맞춤.


하지만 세하는 굉장히 놀란 표정으로 날 보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네 부탁을 들어주는 나도 이상한 것 같아."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는데..."


"이상한 소리는 이제 그만해...."


",,,,,,,,,,,,,,,,,,,,,,,,,"


"이세하?"


"......................으응."


"괜.....찮은 거야?"


"....솔직히.......말하자면 최악."


웅성웅성-


그떄, 밖에서 여러 사람의 인기척이 들려왔다.


"클로저인것 같아.....곧 구출되겠다."


".............큭...."


"아................."


세하의 상태는 점점 심각해지고 있었다.


눈은 모두 풀려있고, 몸은 심각하게 떨고 있었다. 필사적으로 쓰러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내고 있는 것 같았다.


"조금만 참아.....제발....다 왔잖아 세하야......제발....제발....."


클로저들이 이쪽으로 다가오는 게 느껴진다.


아마 위상력을 감지한 듯 하다.


우웅-


조각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그리고 서서히.....빛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거대한 마지막 잔해를 치우자, 그들의 모습이 보이게 되었다.


"너희는...........!"


하지만 나는 그들의 질문에 대답할 수 없었다.


"이......이세하.....!"


풀썩-


그의 의식이 끉어지고, 이내 내 몸 위에 힘없이 쓰러졌다.




p.s 열심히 전의 필력을 회복시키려고 노력하는 중.........

2024-10-24 23:20:21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