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저스x단간론파) 희망과 절망의 클로저 13화
검은코트의사내 2018-06-18 0
"아, 요원님. 마침 잘 오셨어요. 마침 알려드리고 싶었는데 말이죠."
"네? 알려드리고 싶은 거라고요?"
시환 아저씨가 내게 와서 보라고 손짓을 한다. 대체 뭘 봤길래 그러는 거지? 도서실의 컴퓨터는 주로 도서검색용으로 쓰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말이다. 하지만 시환 아저씨가 무슨 프로그램을 실행시켰다. 컴퓨터 본체에 USB가 꽂혀있는 게 보였다. 시환 아저씨가 잘 하신다는 해킹인가?
"보안 프로그램이 막강하군요. 몇 가지 잠긴 파일이 있는데 그걸 못열고 있네요. 일단 한 개의 파일을 여는 데에는 성공했어요. 그런데, 이런 게 있더군요."
시환아저씨가 보여주는 파일 내용을 읽어본다. 내용은 CKT조직이라는 말이 써져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개발한 신무기에 대한 내용도 포함되어있었다. 그러고 보니 티나가 말한 게 기억난다. 섬광탄처럼 생긴 폭탄이 터지자마자 붉은색 전류가 흐르면서 꼼짝 못했다고 했었는데 말이다.
"위상 재머 폭탄. 그게 녀석들이 발휘하는 신무기라고 하네요. 흐음, 내용은 여기까지에요. CKT조직이 전세계에서 활동하면서 신무기인 '위상 재머 폭탄' 으로 무장하고 다닌다고만 써있네요. 이름만 들어도 위상력 능력자들에게 천적인 수준이라고 추측하고 있어요."
시환 아저씨는 USB를 빼자 모니터 화면이 도서 검색창으로 도로 나타났다. 으음, 흑막이 이렇게 허술할 리가 없을 텐데 말이다. 왜냐하면 여기 도서실에는 감시카메라도 있는데 시환 아저씨가 숨겨진 파일들을 다 푸는 데 아무렇지도 않는 걸까? 아니면 그냥 내버려두는 건지도 모르겠다.
"위상 재머 폭탄, 이름만 들어도 무서울 수준이군요."
"그렇죠. 쿡쿡... 뭐랄까, 호기심이 늘어난 기분이네요. 의미는 잘 모르겠지만 말 그대로 위상력 능력자들을 제압하는 형태로 쓰이는 거라면 클로저들에게 절망이 찾아올 지도 모르겠습니다."
불길한 소리를 하는 아저씨였다. 아저씨는 뭐, 애초에 위상력 능력자도 아니니까 상관없겠지만 우리같은 클로저들에게는 천적이 될 수도 있었다. 위상 재머 폭탄, 티나가 말했던 그 섬광탄 같은 것을 가능성이 높았다. 시환 아저씨가 알아낸 사실은 CKT부대가 그 폭탄을 가지고 있다는 것만 나와있을 뿐이다. 폭탄의 위력은 나와있지 않았지만 이름만 들어도 추측할 수 있었다.
"다음 자료를 캐내려고 하는데 보안수준이 만만치 않네요. 아무리 해도 뚫리지도 않으니 말이죠."
시환 아저씨도 벅찰 정도의 보안 위력인가? 아무튼 대단하다고 보고 있었다. 그리고 아저씨는 다른 데에 볼일 좀 보러 가겠다면서 사라졌다. 도서실에는 아가씨와 집사만 있었다. 이번 기회에 한번 물어보는 게 좋겠다. 바이올렛 아가씨가 유리와 한번 겨룬 적이 있다고 했으니 말이다.
"저, 안녕하세요. 이세하라고 합니다."
"아, 이세하씨군요. 벌쳐스에서 받은 요원 파일로 알고 있었어요. 그리고, 한석봉 씨의 친구분이시죠?"
"석봉이를 아시나요?"
"네. 구로역에서 잠시 신세 진 적이 있었어요."
석봉이, 그러고 보니 그 녀석은 괜찮을까? 능력자가 아닌 민간인이라서 위험에 쉽게 노출될 수도 있는데 말이다. 그러고 보니 바이올렛 아가씨도 그 DVD를 보았을 것이다. 뭘 봤는지는 그냥 물어** 않는 게 좋을 거 같다고 판단이 되었다. 일단 서유리와의 결투에 대해서 물어보기로 했다.
"저, 유리와 전에 싸운 적 있다고 하셨죠?"
"아, 맞아요. 공원에서 한번 겨룬 적 있었죠. 그 분은 만만치 않는 상대였어요. 강자와 대련을 하는 기분이었죠. 그 사람과는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여기에 와서는 아무것도 해줄 수가 없었어요."
"여기서 유리와 이야기를 나눈 적 있으신가요?"
"그 분은 저에게는 웃는 얼굴로 아무 문제 없다고 말했으니까요. 그래서 무슨 고민이 없을 거라고 판단했어요. 하지만, 당신에게는 속마음을 드러냈다고 하더군요."
"네?"
유리가 나에게만 속마음을 드러냈다고? 설마 그럴 리가... 나 말고도 슬비에게도 속내를 드러냈을 거 같은데 말이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다 아는 사실 아닌가? 유리가 DVD를 보고 난 뒤에 창백해진 얼굴을 말이다. 하지만 그 뒤로 바이올렛 아가씨는 그녀를 위로하러 갔다고 했지만 이미 유리는 기운을 차린 모습이었다고 했다. 내가 이야기해준 뒤의 일이였으니 당연한 건지도 모르겠다.
"저에게만 속마음을 드러냈다는 얘기는 누구에게 들으신거죠?"
"이슬비 요원님이죠."
흐음, 그녀가 현관문에서 털어놓은 것이라서 그렇게 말한 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봤자 의미는 없다. 서유리는 죽었으니 말이다. 아무튼 요약하자면 그 날, 한번 겨뤘던 것으로 대련상대로서 맘에 들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세하씨,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어요."
"네. 말씀해보세요."
"애쉬와 더스트, 그 차원종들과의 관계에 대해서 알려주셨으면 해요. 그들이 왜 검은양 팀에게 호감이 있는지 궁금해졌거든요."
으음, 늑대개 팀에게는 차갑게 대해줬다는 건가? 그 녀석들의 속내가 뭔지 나도 자세히 모르지만 늑대개 팀들과도 만남을 가진 적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자식들, 늑대개 팀들을 상대로도 가지고 놀았던 거 아닌가? 나중에 더스트에게 물어보는 게 나을 거 같았다. 그러고 보니 더스트 녀석, 애쉬가 죽은 뒤에 상당히 충격이었는데 지금도 아마 남아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저희 검은양 팀은 구로역에서 처음 그들과 만났어요. 칼바크 턱스의 배후라고 불리었죠. 그리고 신강고등학교 근처에 있는 대공원에서 유하나를 차원종으로 만들어버렸어요. 그래서 저희 검은양 팀은 하나를 구하기 위해 당신들 늑대개 팀과 싸운 것이었고요. 저는 그 때 나타와 한번 싸웠었어요."
"그렇군요. 감시관의 명이라서 저희도 그 때는 어쩔 수 없었어요. 하지만 상황이 달라져서 저희가 샘플을 넘겨서 그 여성분을 인간으로 되돌리기도 했죠."
하나는 그 뒤로 유니온 수용소에 갇혔다. 그 다음에 어떻게 될 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 분명히 말하자면 하나는 우리에게 원한을 가지고 있었다.
"그건 그렇고, 이세하 요원, 당신이 그 사건의 범인을 잡아내는 데 뛰어난 두뇌를 가지고 있더군요."
"그건 제가 한 게 아니에요. 슬비가 다한 거죠."
"아니요. 그분도 대단하지만 당신도 만만치 않다고 생각해요."
칭찬하는 건가? 나는 별로 그런 거 들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이 드는 데 말이다. 범인을 잡아내긴 했었지만 개운하지도 않았었다. 그런 주제에 내가 뭘 할 수 있다는 건가? 그리고 그녀의 옆에 서 있는 집사는 부동자세로 서 있기만 했다. 다리 안 아프나? 집사라는 직업은 생각보다 극한 직업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세하씨, 서유리 요원의 일은 실로 유감이에요.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거라고 믿었으니까요."
"네. 감사합니다. 그렇게 말씀해주셔서요.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바이올렛 아가씨도 아쉬워하는 걸 알았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슬픈 얼굴을 할 수는 없는 법이지. 그 정도는 나도 잘 알고 있다. 애쉬가 바깥세상에 나가서 뭘 하려는 건지는 아마 더스트가 알고 있겠지. 일단 그녀를 찾아가서 물어봐야 될 거 같다고 생각이 들었다. 검은날개라는 녀석도 경계해야되지만 애쉬와 더스트도 경계해야될 대상이니 말이다.
* * *
더스트는 어느 교실에서 홀로 앉아있었다. 나는 문을 열고 그녀에게로 다가가서 말을 걸었다. 할말이 있다고 하자 더스트는 갑자기 일어나서 내 품에 달려들었다.
"어이, 뭐하는 거야?"
"이세하, 내가 걱정되어서 왔구나. 감동받았어."
뭐야 이건? 갑자기 왜 이래? 차원종 간부답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니 이상하게 생각이 들 정도였다. 나는 더스트를 떼어낸 다음에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
"더스트, 물어볼 게 있어. 애쉬가 밖에 나가서 해야되는 일이라는 게 뭐지?"
"어머, 질문이 너무 쎈데? 알고 싶은 거야?"
"그래. 가르쳐줘. 무슨 계획을 세우고 있는 거 맞지?"
"비밀이야. 여자의 비밀을 캐려는 남자는 매력없다는 거 몰라? 네가 만약 내 것이 되어준다면 알려주도록 할게."
심술궂은 미소를 지으면서 내게 말한다. 예전의 그 모습으로 돌아왔다. 하여간에 제멋대로라니까, 애초에 기대도 하지 않았으니 알았다고 말하고 그대로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에? 그게 끝이야? 섭섭해. 내가 걱정되어서 온 거 아니였어?"
"너같은 차원종 간부를 내가 왜 걱정해야 되는데? 네가 어떻게 될 녀석도 아니잖아."
"어머, 그렇게 칭찬해주니 더스트는 너무 기뻐!"
못 봐줄 정도로 애교스러운 말투를 내뱉는다. 무시하고 그냥 거기서 나왔고, PDA를 본다. 이제 2층을 둘러볼 건 다 봤으니 이만 방으로 돌아가야될 거 같았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1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을 향하는 데 어디선가 울음소리가 들렸다. 분명히 여자 화장실에서 나는 소리다.
살짝 가서 살펴보았다. 두 눈물을 흘리면서 흐느끼고 있는 슬비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유리의 이름을 부르면서 울음을 터뜨리고 있는 모습을 보고 나는 그냥 지나쳤다. 대장이라는 직책 때문에 남들 앞에서 보이기 싫었으니 여기서 몰래 저러는 것이다. 이럴 때는 그냥 못본 척하고 가는 게 낫다.
"내가 좀 심했나?"
아까 멱살을 잡은 게 후회가 되었다. 그 때는 순간적으로 흥분했으니 말이다. 한숨을 내쉬면서 조용히 홀로 방으로 돌아갔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