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프팩, 잊혀진 어금니 (9)

벨리에나 2018-01-22 1

 뉴욕, 어느 항구의 버려진 화물.


 주변을 둘러보던 서지수는 어느 화물로 들어갔다. 그녀를 쫓아오던 정예요원들은 그녀가 눈치 채지 못하도록 주변에서 어슬렁거리며 내부를 둘러보았는데 내부에 아무런 생명 반응이 없었다. 놀란 요원들은 화물을 통째로 날리면서까지 서지수를 찾았지만 서지수는 이미 뉴욕에 없었다. 정예요원들은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상부에 보고 했다.



 강남의 중국집.


 서지수는 중국집 내부의 의자에 앉아있었다. 정신을 차릴 쯤, 그녀는 답답한지 가슴을 두드렸다. 서지수의 옆에서 배시시 웃고 있던 베로니카는 서지수를 반갑게 맞이했다.


 "어서와, 지수. 오랜만이네?"

 "어으윽, 쿨럭! 아, 베, 베로니카? 이거...... 네 능력이었지?"

 "응. 화물 안에 있던 전송 장치를 통해 내가 널 보면서 내가 있는 곳으로 데려온 거야. 헤헤, 여전히 구토가 나올 것 같은 느낌이지?"
 "좋다고는 못하겠네. 컥!"


 서지수의 맞은편에서 물을 따르고 있던 트레이너. 그는 서지수의 상태가 멀쩡해질 때까지 기다려주다가 자신의 컵을 빼앗아 물을 마시는 서지수를 보며 피식 웃었다.


 "네 앞에도 물이 담긴 컵이 있다."

 "고마워."

 "여전히 막무가내로군."

 "내 특성이지. 무슨 일이야?"

 

 트레이너는 서지수의 컵을 가져가려다가 그녀가 자신의 컵마저 들이키자 한숨을 쉬며 손을 회수했다.


 "우리도 어느 정도의 정보는 가지고 있다. 다만 확실하지 않기에 네게 물어보겠다. 맥스 교관님은 살아계신가?"
 "응. 슈타인 선배를 만났으니 확실할 거야."

 "...... 슈타인 선배님까지 연관이 있었군. 참고하겠다."

 "총장도 이미 모든 걸 알고 있는 눈치야. 죽이거나, 잡아오거나. 내게 명령하던데."

 "빠르군."


 서지수는 트레이너가 말을 삼가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챘다. 그녀는 가슴팍에서 슈타인에게서 받은 볼펜 형식의 홀로그램 조작기를 꺼내며 식탁을 통해 밀어주었다. 트레이너는 고개를 들었다.


 "이건?"

 "내가 쓰던 볼펜. 벌쳐스에서 사용하면 유용할 거야."

 "...... 알겠다. 한 가지만 물어보도록 하지, 서지수. 우린 아직도 동료인가?"

 "교관이 죽지도 않았는데 팀이 해체될리가 없잖아?"


 트레이너는 고개를 숙이며 점점 웃기 시작했다. 베로니카 또한 서지수의 말이 마음에 들었는지 미소를 유지했다. 고개를 든 트레이너의 표정은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래, 우린 아직 교관을 잃지 않았어."



 벌쳐스, 지하 연구실.


 두 번째 이동에 서지수는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이미 몇 차례 경험한 트레이너 또한 표정이 썩 좋지 않았다. 붉은 머리에 체구가 좋은 벌쳐스의 사장 김가면이 세 사람에게 다가와서 말했다.


 "어서오십시오, 울프팩 팀 분들. 언제 오실지 몰라서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트레이너와 서지수가 먼저 나서지 못하자 베로니카가 나섰다.


 "아, 김가면 씨. 보시다시피 두 사람 상태가 안 좋아서요. 설명 해주시면 될 거예요."

 "예. 우선 트레이너 씨. 그 볼펜을 주시겠습니까?"


 트레이너는 베로니카를 통해 볼펜을 넘겼다. 김가면은 볼펜을 화려하게 돌리더니 홀로그램 기능을 작동시켰다. 정면의 까만 벽에 홀로그램이 비춰지더니 곧이어 슈타인의 모습이 나왔다.


 '긴 말 하지 않겠다. 맥스는 아직 너희를 만나지 않겠다고 했다. 본인의 의사이며, 아직이라는 표현을 보아 때가 되면 만난다는 것 같다. 그와의 만남을 위해 너희가 해줄 것이 있다. 내가 총장을 조사할 동안, 너희는 고위급 차원종을 생포해 조사하도록 해라. 책임은 내가 모두 지도록 하겠다. 차원종의 습격 빈도에 따라 너희끼리 행동할건지, 후배들의 도움까지 받을건지 알아서 판단하도록 해라.'


 슈타인의 말이 끊기고, 홀로그램이 꺼질 줄 알았으나 슈타인이 다시 말했다.


 '만약 총장이 맥스를 죽이라는 명령을 했다면 그대로 몸을 숨기거라. 울프팩 팀 내부의 배신자는 울프팩 팀이 처리하지만, 울프팩 팀 내부의 위기는 함께 극복한다. 다음에 연락하겠다.'


 목소리가 끊기면서 홀로그램이 사라졌다. 김가면은 연구실 내부의 불을 켰다. 벌쳐스의 연구실에는 연구자들은 없었고, 대신 수많은 기계 장치가 돌아다니며 위상력장비를 옮기거나 제작하고 있었다. 그들이 서있던 곳은 연구실 2층. 1층의 모든 것이 보이는 장소였다. 김가면은 서지수에게 몸을 돌렸다.


 "서지수 요원께서는 한동안 이곳에서 몸을 숨기시길 바랍니다. 가능하시겠습니까?"


 몸 상태가 괜찮아진 서지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가능해. 하지만 위험하면 직접 나설거야."

 "감사합니다. 우선 말씀드리자면 최근에 나타난 고위급 차원종은 애쉬....... 아니, 이젠 더스트였죠. 사냥터지기 팀의 작전 도중 나타난 더스트 뿐입니다. 만약 슈타인 씨의 말씀대로 다른 고위급 차원종이 등장한다면 트레이너 씨와 베로니카 씨께서 나서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트레이너는 김가면에게 다가왔다.


 "불안정한 차원 균열을 알 수 있겠소? 미리 알 수 있다면 대처가 가능하겠지."

 "아, 그렇군요."


 김가면은 모니터를 만지작거리더니 화면을 크게 만들어 세계지도를 펼쳤다. 지도가 펼쳐지면서 연구실 2층에 있던 모든 사람들의 표정이 굳었다. 김가면은 심각한 표정으로 지도에 대해서 설명했다.


 "...... 현재 세계에 불안정한 차원 균열은 30개를 육박합니다. 각 균열의 크기가 도시급입니다. 안타깝지만...... 검은양 팀과 늑대개 팀의 힘도 필요한 시점입니다. 가능하다면 다른 클로저도 필요하겠죠."

 "일단 베로니카와 내가 가장 위험한 균열로 가겠소. 아직 다른 팀에게는 알리지 않는게 좋겠지. 김유정 임시지부장에게도 부탁드리오."

 "알겠습니다."


 연구실 입구에서 이 말을 듣고 있던 하피는 김가면이 펼친 세계지도를 보면서 휘파람을 불었다. 하피와 함께 있던 바이올렛은 팔짱을 끼며 말했다.


 "심각한 상황이군요."

 "그래요. 저 정도의 규모라면 데이비드 사건보다 심각하겠어요."


 바이올렛은 특유의 미소를 지으며 자신만만한 말을 꺼냈다.


 "대장님께선 아직 우리가 미덥지 않으신 모양이네요. 팀원들에게 알려야겠어요, 하피 씨."

 "어서 가죠."



 플레인게이트, 대정화작전 입구.


 작전에서 복귀한 나타는 무리한 위상력 방출로 몸의 떨림이 멈추지 않는 상태였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미스틸테인이 제이를 데려와 나타를 가리켰으며, 제이는 나타에게 다가가 말했다.


 "네가 원한다면 내가 개발한 마사지를 해줄 수 있는데."

 "뭐? 비켜! 내가 당신의 마사지를 받을 만큼...... ."


 성질을 부리던 나타는 비틀거리기 시작했다. 제이는 그의 팔을, 미스틸테인은 나타의 다리를 붙잡았다. 그와 동시에 제이의 마사지가 들어가면서 나타는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입으로만 불평했으나, 점점 자신이 불편한 부위를 말했다.


 "아, 거, 거기...... 어, 그래. 팔 상태가 영 안 좋아...... ."

 "너처럼 젊은 녀석이 벌써 이 마사지를 받으면 어쩌자는 거야. 무리하지 말라고. 미스틸, 넌 절대 무리하지 마, 알겠지?"

 "네, 아저씨!"


 검은양 팀의 리더 이슬비는 마사지에 열중하던 제이와 나타를 보면서 한숨을 쉬다가 서지수 요원이 복귀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고 옆에 있던 이세하에게 물어보았다.


 "이세하. 그런데 아주머...... 아니, 서지수 선배님은 어디 계셔?"

 "엄마? 그러고 보니 아직도 복귀하지 않으셨네. 뉴욕에 가셨다고 들었는데."

 "뉴욕이라. 아, 유리야. 너 뉴욕에서 무슨 일 없었어?"


 옆에서 지갑을 살피던 서유리는 화들짝 놀라며 질문했다.


 "으, 응? 뭐, 뭐라고?"

 "...... 뉴욕에서 무슨 일 없었냐고 물었어."

 "무슨 일이 없긴! 유정 언니가 뉴욕에서 맛있는 걸 얼마나 사주셨는데!"

 "...... 됐어. 기분 좋았겠다."


 게이트에서 레비아와 티나가 함께 복귀하면서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었다. 그녀들은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나타에게 다가갔고, 티나는 통신기구를 나타에게 넘기며 말했다.


 "바이올렛이다. 중요한 일이라고 한다."

 "으응? 아, 잠시만...... 이거 기분이 너무 좋아서 말이야...... ."


 티나는 무표정한 표정으로 제이를 바라보면서 무언의 압박을 가했고, 제이는 헛기침을 하며 나타의 근육통인 부위를 강하게 눌렀다.


 "으아아아아아!"


 고통에 날뛰던 나타는 눈물을 글썽이며 티나가 건네준 통신기구를 강하게 빼앗고 큰소리로 말했다.


 "왜? 무슨 일인데? 응? 중요한 일이니까 조용히 하라고? 좋아, 그렇게 해주지."


 제이는 레비아와 티나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는 걸 깨닫고 그녀들에게 무슨 일이냐고 물었으나 대답해주지 않았다. 레비아가 눈치를 보며 제이에게 말하려고 했지만 티나에게 막혔다.


 "저기, 사실은 말이죠...... ."

 "레비아. 그만둬라. 바이올렛이 비밀을 지키라고 했다."

 "...... 알겠어요."


 비밀을 지키려는 티나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비밀은 나타의 입에서 터져나왔다.


 "뭐? 균열? 도시 크기가 30개? 꼰대랑 서지수도 관련 있다고? 고위급 차원종? 좋아, 내가 다 쓸어...... ."


 탕.


 티나는 자신의 판단이 왜 이렇게 늦었는지 한탄했지만 마취총을 꺼내는데 성공했다. 늦게나마 나타에게 마취총을 쏴 그를 기절시키는데 성공했지만 다른 동료들의 귀는 막을 수 없었다. 정적이 유지되는 가운데 제이는 티나가 통신기구를 가져가기 전에 그 통신기구를 들었다. 통신기구에는 바이올렛의 당황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었다.


 "여보세요? 나타 씨? 왜 총소리가 들린거죠? 여보세요?"

 "아, 바이올렛? 나 제이인데, 나타가 실수를 해서 티나가 기절시킨 모양이야. 내가 대신 듣겠어."

 "...... 다 들으셨나보군요."

 "응. 하지만 좀 더 자세하게 들어야겠어. 그 사람이랑, 누님이 관련이 있다니까. 너희만 고생시킬 수 없잖아?"

 "심각한 일이에요. 감당하기 어려울 수도 있고. 정말 괜찮은건가요?"


 제이는 고글을 벗어 안주머니에 넣은 다음 눈을 부릅 떴다.


 "그런 말, 지겨울 정도로 들었어. 어서 말해봐."


 

2024-10-24 23:18:25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