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는 위상력과 함께 59화

검은코트의사내 2017-12-30 0

사건은 마무리 되었다. 쳐들어온 용병단들은 전부 체포되어 포로가 되었고, 나머지는 왕궁에 맡기면 되는 일이었다. 나는 곧바로 [게이트]로 리플렛 마을 기사단들과 같이 에르제 일행이 있는 기사단 본부로 도착했고, 그들은 따분했다면서 온갖 불평을 하고 있었다.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서 있었는데 정말 지겨울 정도라니까."

"저는 마법공부를 좀 더 했지만요."

"소인도 검을 휘두르는 수련밖에 한 게 없소이다."


리플렛 마을 특이사항은 없는 모양이다. 확실히 아무도 모르는 비밀리에 조용히 사라졌으니 적이 알 리가 없겠지. 리플렛 마을에서 기사단이 나가는 것이 보이지 않았는데 정찰병이 있다고 해도 기사단이 떠났다는 사실은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에르제 일행은 밤잠을 설쳐서인지 다들 졸린 기색을 보인다. 나는 뭐, 밤새 내내 게임을 하도 많이 해서인지 별로 피곤하지 않는다. 물론 전투에 나서서 그런 것도 있지만 말이다.


에르제 일행은 그나마 기사단들이 없는 틈에 수비정도는 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전력이 된다. 기사단장은 내 말만 믿고 그들을 하루 임시로 경비를 세운 거였지만 말이다.


"내일 내가 맛있는 걸 만들어줄게. 그리고 우리 어디 여행가는 거 어때?"

"여행이라고?"

"가끔 모험가 활동도 쉬고 그래야지. 맨날 하는 의뢰를 수행하는 것보다는 어디 좋은데 놀러가면 되지 않을까? 가만있자... 뭐가 좋을까..."


그러고 보니 여기 이세계는 어디 여행갈만한 휴양지같은 시설은 없는 걸까? 분명히 있을 거라고 생각이 드는데 말이다. 흐음, 트레이너 씨가 했던 캠프나 해볼까? 아니지... 그건 여자애들이 싫어할 거 같고 잠깐만... 지금은 봄이긴 한데 봄이면 역시 소풍이 좋으려나? 으음. 그러고 보니 술집에서 몬스터도 출몰하지 않는 깨끗한 산이 있다고 들은 기억이 난다. 그곳에 아름다운 꽃이 많이 피어난 곳이라 여행지로 많이 쓰인다고 했다. 이름이 '피브르 산' 이었다지? 거긴 나도 한번도 가본 적이 없기에 [게이트]를 쓸 수 없지만 지도를 통해 미리 한번 가봐야 될 거 같았다.


그곳에 강물도 있고, 물놀이 하는 것도 괜찮겠지. 아직 여름이 아니라고 해도 봄에 잠깐 놀러가는 것도 괜찮겠지. 내가 소풍을 하자고 제안하자 그들은 처음듣는다는 듯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으음, 역시나 모르는 구나. 소풍이라는 개념이 여기 세계에는 없나보네. 한마디로 그냥 놀러가는 거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하자 그들은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였다. 가끔은 휴식도 필요하지. 기분전환할 겸 어디 놀러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당분간 의뢰는 쉬는 걸로 하기로 했다.


"그런데 어디로 놀러갈 거야?"

"혹시 피브르 산이라고 알아?"

"그곳은 몬스터도 출몰하지 않고 어떠한 생명체도 살고 있지 않는 평화로운 산이라고 알고 있어요."

"그곳으로 가잔 말씀이오이까? 소인은 소풍이 수행과 무슨 관련이 있는지 모르겠소이다."

"야에. 네 마음은 이해하지만 육체적으로 피로가 너무 쌓이면 네가 원하는 목표를 이루기 전에 몸이 버티지 못할 거야. 그 몸의 피로를 풀어내기 위해서 우리가 즐거운 시간을 가지고 그 다음날에 다시 힘을 내서 모험가일을 한다는 거지."


"오오... 그런 뜻이 있었구려."


뭐, 일단 그들이 가면 알겠지. 가만있자... 그러고 보니까 그 산이 왜 몬스터가 출몰하지 않을까? 그게 의문이었다. 아무래도 몬스터가 들어갈 수 없는 결계라도 있는 게 아닐까? 뭐, 아무렴 어때? 그냥 재미있게 즐기기만 하면 되겠지. 왕궁에서는 내게 상을 내리겠다고 하지만 거절할 생각이었고, 지금은 피로해진 여자애들의 건강을 챙겨주는 게 먼저라고 생각했다. 아차, 그 전에 사건을 마무리지어야겠지. 여자애들은 여관에 가서 충분히 수면을 취하게 하고 나는 사건해결 후에 피브르 산으로 탐색을 가면 되겠다. 생각하면 할 수록 할일이 많아지는 기분이 든다.


"리온 기사단장님. 그럼 수고하십시요. 전 왕도의 사건을 마무리 지으러 가겠습니다."

"네. 새야님. 정말 감사드립니다. 국왕폐하를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니요. 당연히 해야할 일을 한 건데요 뭘.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나는 [게이트]로 여자애들과 같이 여관으로 돌아갔다. 졸려서 잠들거 같은 여자들은 방으로 돌아갔고, 나는 씻고 잠들기로 했다. 여자애들도 씻어야겠지만 그들은 졸리다면서 소리치는 바람에 하는 수 없이 그냥 내버려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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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물이 담긴 욕조에 몸을 담그면서 생각한다. 내일은 용병단을 고용한 귀족들을 잡는데 협조하여 사건을 마무리시킬 생각이고 나머지는 왕궁에 맡기면 될 일이었다. 그리고 피브르산으로 탐색을 하여 그곳을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다. 몬스터가 출몰하지 않는 이유, 분명히 있을 것이다. 좋아. 내일은 두 가지 과제를 수행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리고 산을 탐색한 후에 소풍갈 때 먹을 도시락을 만들고 여자애들과 같이 가면 되는 일이었다. 오케이, 완벽하군. 이세계에서 재미있게 보낼 생각을 하니까 나도 모르게 기분이 좋았다. 그래. 이번만큼은 내가 원하는 데로 평범한 사람들로써 소풍을 즐기는 거다. 클로저 일을 하는 것보다 그게 더 재미있긴 하지.


"기대되는 구나. 그 때도 친구들과 같이 즐겼었는데 말이지."


검은양 팀 시절에 모여서 같이 와플을 먹기도 했고, 함께 조깅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캠프파이어를 즐기기도 했고, 소풍도 가보기도 했었다. 늑대개 팀도 같이 가서 재미있는 시간을 보낸 적이 있었지. 특히 레비아가 기뻐했던 얼굴이 아직도 생각난다. 당연하지. 생전 처음가보는 건데 그렇게 좋아하지 않을 리가 없겠지. 아, 그 때가 그립다고 생각이 들었다.


"으음..."


슬슬 잠이 온다. 여기 욕탕에서 잠들 수는 없지. 일단 대충 씻고 나오기로 했고, 바로 방에 들어가서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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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왕궁으로 호출받은 수인반대파 귀족들이 국왕 앞으로 와서 무슨 일로 불렀냐고 묻자 왕궁기사단들이 귀족들을 갑자기 포위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들은 당황해하면서 왜 이러냐고 항변한다.


"대체 왜 이러는 것입니까?"

"폐하. 저희들이 동맹을 반대하는 입장이라는 이유만으로 잡아들이려고 하시는 것입니까?"

"아니, 그게 아닐세. 어제 용병단이 왕궁을 습격해온 건 알고 있는가?"

"네. 그렇습니다. 폐하."


라크레트 백작이 대표로 답했다. 그는 설마 하면서 얼굴이 사색으로 변했지만 국왕은 인상을 구기면서 그들에게 큰 소리로 호통을 친다.


"네 이놈들!! 너희가 용병단을 사주하여 짐을 죽이려 한 것을 내가 모를 줄 알았더냐!? 용병단 대장이라는 놈이 자백했다."

"그건 모함이옵니다. 폐하!! 저희는 그런 하찮은 용병단에게 사주하지 않았습니다. 무슨 근거로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것입니까?"

"증거가 하나 더 있습니다. 라크레트 백작님."

"네... 네놈은..."


나는 뒤에 숨어있다가 모습을 드러냈다. 주인공은 마지막에 나타나는 법이지. 라고 설정된 영화나 만화설정을 따라해보았다. 나는 스마트폰을 꺼내 씨익 한번 웃으면서 볼륨을 크게 틀어놓고 녹음기를 재생했다. 그러자 귀족들은 물론 왕궁에 있는 사람

들이 전부 당황해하고 있었다.


<쿠데타를 일으키는 겁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이러다가 동맹이 성사되게 생겼고, 우리는 이러다가 탄압받게 될 겁니다. 어떻게 해서든 폐하를 먼저 없애버려야 됩니다.>


"아니!?"


라크레트 백작이 당황해하고 있다. 다른 귀족들도 마찬가지겠지. 그 때 했던 말이 그대로 재현되어서 흘러나올 줄을 누가 알았겠는가? 귀족들은 나를 무섭게 노려보고 있다. 노려보면 어쩔 건데? 이제 당신들은 끝났어. 그러니까 왜 반역을 저지르냐고? 정당한 이유라면 몰라도 그들이 행한 일은 절대로 정당하다고 볼 수 없다. 그저 자신들이 먹고 살기 편하기 위해서 반대를 하는 개돼지들이다. 저런 사람들은 혼 좀 나봐**다. 나는 결정적인 증거 녹음을 재생했다.


<케이르 백작. 그래봐야 모험가 나부랭이에 불과합니다. 제가 이번에 고용한 용병단과 암살조직이 있습니다. 그들에게 왕궁 경비의 계획에 관한 정보도 다 넘겼으니까 이번에는 반드시 성공할 것입니다.>


녹음기능을 뺀 다음에 나는 그들에게 말했다.


"이걸로 증거는 충분합니다. 여러분, 혹시 눈치채지 못했습니까? 라크레트 백작의 등에 종이같은 게 붙여져 있었던 걸 말이죠."

"뭐라고!? 그렇다면 그 종이가?"

"그냥 제가 장난삼아 붙여논 거라고 생각하셨겠죠."


전에 저택에 방문했을 때 귀족들이 보는 앞에서 라크레트 백작의 등을 쳤었다. 거기에는 종이가 붙었는데 그건 전화기 역할을 했다. 내 무속성 마법 [인첸트 : 텔레폰], 두 개 이상의 도구에 효과를 부여해야 발휘가 가능하다. 한쪽에서 말하면 다른쪽에서 전달이 되게끔 하는 전화기 역할을 하는 거다. 한쪽 종이를 백작의 등에 붙이고 나머지 한쪽 종이에 스마트폰 녹음기를 실행하여 녹음을 했던 것이다. 그들이 회의를 하게 밖으로 나오면서부터 시작한 것, 그 사실은 모르는 귀족들은 그냥 내가 장난으로 붙여놓은 종이조가리라고 생각하면서 분노했을 것이다. 확실히 이거라면 이세계에 없는 전화기 역할을 할 수 있을 수도 있다. 나중에 에르제 일행에게 만들어주면서 필요할 때 보고하라고 무전기로 쓰라고 하면 되겠다.


"이... 이... 애송이 녀석이..."

"이미 증거는 다 나왔습니다. 이제와서 발뺌해도 소용없습니다. 귀족나으리들."

"으아아아아아아!! 저놈이 감히!!! 도대체 왜 우리에게 이러는 것이냐!? 도대체 왜!? 얼마가 원해서 이러는 거냐? 그렇게 우리가 재산을 가진 게 탐이 난 것이냐? 너도 우리를 잡아들여서 귀족이 되려는 속셈이지!? 아니지... 이 나라 국왕폐하에게 잘 보여서 공주님과 결혼이라도 할 생각인 속셈이야. 그래... 맞아. 그런 거였어!!"


이 사람이 정신이 나갔고만. 이제 아예 실성을 한듯 하다. 기가막히고 코가 막혀서 나도 모르게 화가 난다. 나는 천천히 다가가면서 주먹을 쥐었고, 라크레트 백작은 내 기세에 움찔하면서 멈춘다. 나는 어금니를 꽉 깨물라고 말한 뒤에 그대로 주먹을 날리자, 라크레트 백작은 얼굴이 일그러진 채로 내 주먹을 맞고 나가떨어졌다.


"당신들이랑 똑같은 취급하지마. 나는 모험가야. 단지 당신들이 하는 일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했기에 내가 이렇게 당신들을 막으려고 한 거야. 단지 그것 뿐이다. 알아들었어!?"


황갈색 눈동자를 보이면서 말하자 귀족들은 기겁했고, 그들을 포위한 기사단들도 놀란 표정을 지었다. 내가 위압감을 보이니 그들도 따라서 두려움에 휩싸인 모양이었다.

To Be Continued......

2024-10-24 23:18:06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