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타의 생애시작 Ep-1 포획

Sehaia 2017-12-01 2

난 차원종의 습격이 있는 도시에서 유니온의 손에 의해 구출되었다. 그들의 손에 이끌려 간 장소는 그 근처의 깊은 산 속이었다. 정확히는 그 안에 있던 한 묘지였다. 개인의 사유지라는 팻말이 근처에 적혀는 있었으나,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고 아무도 그에 대한 말을 하지 않은 걸 보면 사실 그곳은 유니온의 소유였던 듯하다.

 

날 발견한 남자는 묘지 뒤편에 은밀하게 풀로 덮여있는 곳을 살짝 더듬더니 손을 바닥에 대고 눌렀다. 이윽고 삐이익 소리가 나더니 뒤에 있던 바닥이 열렸고, 우리는 그곳으로 걸어 들어갔다. 소리도 없이 스윽 저절로 닫히는 문은 우리가 들어왔다는 흔적조차 남기지 않으려는 듯 꽉 맞물렸다. 바깥에서 볼 때는 잘 몰랐는데, 밑에서 올려다 본 문은 용케도 움직인다 싶을 정도로 두꺼웠다. 이런 곳에 누가 들어올 것 같지도 않은데, 무얼 위한 것인지 모를 정도로 튼튼했다.

 

그 문을 보고서야 처음으로 위화감을 느꼈다. 지금까지도 어딘가 이상하다는 느낌은 당연히 있었다. 알지도 못하는 곳으로 데려온 낯선 사람들. 그런 아수라장의 한복판에서 나를 거리낌없이 구하러 올 정도의 여유. 이걸 이상하다고 여기지 않으면 도대체 무엇이 이상하다고 해야 할는지.


그러나 무언가 그런 근본적인 것보다, 지금 이 장소에 대한 의문이 조금씩 피어올랐다. 그러나 그게 명확히 무엇인지는 잡아낼 수 없었다. 약간의 불안감을 안고, 그러면서도 별 대책 없이 그냥 따라갔다.

 

끝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나선형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서 몇 번인가 두꺼운 철문을 지난 뒤, 마지막으로 열린 문 너머에선 바쁘게 움직이는 하얀 옷을 입은 사람들이 있었다.

 

“이봐, 우리 왔어.”

 

가볍게 말을 던지는 이쪽과는 다르게, 사람들의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당연하다는 듯이 자신의 할 일에 몰두하는 사람,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설레설레 내젓는 사람, 한숨을 깊게 내쉬며 종이를 몇 장 챙기는 사람 등등. 그러나 공통적으로, 환영을 한다는 느낌은 아니었다.


그리고 그들 중 한 명이 이쪽으로 경직된 표정을 하며 다가왔다. 올백머리를 하고 안경을 쓴, 얼핏 보면 느끼해 보이긴 하지만, 하나같이 표정이 역동적이지 않은 그곳의 사람들과는 달리 감정이 많이 묻어나는 얼굴을 한 젊은 사내였다. 그리고 모두들 ‘또 인가’라는 반응을 보이며 자신의 할 일로 돌아갔다.

 

“이걸로 벌써 몇 명입니까? 아직도 소체가 모자라다는 말씀을 하실 건가요?”

 

당장이라도 멱살을 붙잡고 흔들 기세인 그에게, 날 데려온 남자는 별 감흥 없다는 듯이 대꾸했다.

 

“이봐이봐, 진정하라고. 자네 한 명이 분노한다고 해서 이 차원종의 위협이 끝나기라도 한다면야 얼마든지 화를 내게 해주겠네. 혹여 차원문을 영원히 닫는 방법이라도 있다면 듣는 척이라도 해 주지. 그러나 두 가지. 자네에게 그 어떤 방법도 없거나, 위상능력자가 차원종에게 대처할 수 있는 최선책이 아니라는 걸 증명해내지 못해낸다면, 자네의 그 분노는 이쪽으로선 받아줄 수 없어. 알겠나? 그건 그저 어리광일 뿐이야.”

 

“그렇지만 앞으로 얼마나 많은 아이들을......”

 

“그렇게 아이들이 좋다면 보육원이나 가지 그랬나? 이곳은 ‘인류’가 살 방법을 모색하는 곳이지, 아이들이 살 방법을 모색하는 곳은 아니네만.”

 

가벼운 투로 말을 던지고는 있지만, 그 말에는 소름끼치는 냉기가 서려있었다. 자신이 하는 행동이 절대적으로 옳다는 신념이 느껴졌다. 그러나 그만큼 한없이 기계적이었고, 인간미라고 하는 건 눈곱만큼도 찾을 수 없었다. 자신은 하나의 톱니바퀴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것 같은 남자의 입은 청산유수로 말을 토해냈다.

 

“물론 자네가 지금 담당하고 있는 일이 자네 성격에 벅찬 일이라는 것쯤은 알고 있네. 그렇다고 해서 이 기관에서 나갈 생각은 하지 말게. 그리고 여기서 자네가 해야만 하는 일의 당위는 이미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다시 한 번 곱씹어 보게. 이 일들에서 계속 그렇게 고민해 봐야, 결국 괴로워지는 건 자네야.”

 

말을 끝마친 남자는 경쾌함을 유지하며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처럼 가볍게 통통 튀어갔다. 그러나 얼마 안 있어서 울려 퍼진 쾅 하는 소리에 깜짝 놀라 돌아보니, 그 남자가 종이를 밟고 미끄러져 넘어져 있었다.

방금 전까지 말다툼을 하던 올백머리는 깊은 한숨을 쉬며 머리를 감싸 쥐었다. 두통이 느껴지는지 나를 내버려두고 혼자서 계속 신음을 흘리던 그는 얼마 안 있어 체념한 얼굴로 내게 말을 걸었다.

 

“얘, 이름이 뭐......아니, 아니다. 굳이 알 필요는 없겠지. 지난번에 13번이 샘플을 남기기도 전에 죽어버렸으니, 아무래도 네 번호는 13번이 될 것 같네. 앞으로 여기서 13번이라고 부르면 그게 너인 줄 알도록 해.”

 

아무래도 내가 모르는 그 때부터 이곳에서의 내 이름은 정해져있었나 보다.

 

“난 백중현이라고 해. 굳이 알 필요가 없을 것 같긴 한데, 매번 여기 오는 애들한테 가르쳐주고 말아버리네. 아아, 정말이지. 쓸데없는 일이 맞는데, 왜 매번 이렇게 되는 거야. 정말, 나도 적성에 안 맞는 일 하고 있어! 그만해! 미안. 신경 쓰지 마. 아니, 이런 말도 굳이 필요 없다고. 몇 번을 말해야.......아 모르겠다. 시끄러워. 입 다물어. 아, 너한테 한 말 아니니 신경 쓰지 말고, 이리 따라와.”

 

......
아무래도 첫인상을 조금 바꿔야 할 것 같다. 이 사람, 어딘가 많이 이상하다. 말이 갑자기 빨라지면서 흥분을 하더니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그러다 갑자기 실이 끊어진 꼭두각시처럼 온 기력을 잃고 무기력하게 읊조리듯 말을 하는데 하마터면 무슨 소리인지 못 알아들을 뻔 했다. 괜히 거슬리게 하지 않는 것이 이로울 것 같아 가만히 따라갔다. 입은 열지 않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그를 따라가면서 주변을 둘러보니 참 넓기도 넓다 싶었다. 분명 그렇게 내려왔다면 상당한 지하일 것인데, 공간의 끝이 보이질 않는다. 그렇다고 천장이 낮은 것도 아니다. 그 산소를 보고 이런 곳이 있을 거라고 그 누가 생각을 했겠는가. 이곳은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런 곳에 있는지, 왜 이런 곳에 지어진 것인지 궁금증을 갖는 건 당연했다. 그런 것조차 하지 않는다면 생물로서 살아가기 힘들 정도로 본능이 마비되어 있는 거다.

 

그러나 그런 의문을 채 해소하기도 전에, 나는 온몸에 긴장을 불어넣을 수밖에 없었다. 내 눈 앞에 나타난 것은 따뜻한 침실도, 평화로운 식당도 뭣도 아니었다. 웃으면서 반겨주는 사람 같은 건 애초에 있지도 않았다.

있는 건 차갑게 식은 수술대였다. 마치 내가 오기를 여태까지 기다려왔다며 비웃는 것 같았다. 당연히 왠지 모를 불안감을 느끼며 난 올라가기를 거부했다. 어떻게든 빠져나가 보려고 이리 저리 도망을 다녔다. 그조차도 이미 여러 번 겪은 일이었던지, 거기 있던 사람들은 초탈한 태도로 남자를 쳐다봤고, 그는 옆에 서 있던 검은 옷을 입은 사람에게 명령을 내렸다.

 

“잡아.”

 

남자의 말과 함께 배에 거센 충격이 들어왔다. 숨을 쉬려고 시도할 때마다 공기 입자 하나하나가 쓴 약초 같아서 곧바로 뱉어낼 수밖에 없었다.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는 나를 집어 들어 수술대에 눕히는 누군가의 팔이 느껴졌다. 덤으로 횡설수설하기를 계속하는, 이젠 상대해주기도 싫어지는 목소리도 따라왔다.

 

“미안해. 나도 이러고 싶은 게 아냐. 하지만 이러지 않으면 차원종이 다시 쳐들어왔을 때 어떻게 할 수가 없어. 그러니 내 잘못도, 네 잘못도 아냐. 원망할 거면 차원종을 원망해. 아냐, 신원이 명확하지 않아서 ‘유령’이나 다름없는 널 원망해. 나, 난, 잘못 없어. 잘못 없다고.”

 

그러나 그 말이 내 귀에 제대로 들어온 건 아니었다. 단순히 여러 번 똑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었기 때문에 머리에 새겨져있던 것 뿐 이었다. 내 신경은 그런 ** 인간의 헛소리 따위 집어치우고 눈앞에 있는 일을 어서 인식하라고 재촉하고 있었다. 나한테 곧 어떤 일이 일어날지를 객관적으로 인지하는 편이 좋을 거라며 두 안구가 나지막이 충고했다.

 

내가 눕혀진 수술실의 옆은 또 다른 수술실이었다. 그리고 쾅 하는 소리와 동시에 내 나이 또래의 아이가 뛰쳐나왔다. 눈에 핏발을 세우며 괴성을 지르며 주변을 위협하는 그 모습은 너무나도 불안정해 보였다. 소년은 잠시 메스를 들고 뭐라 중얼거리며 숨을 헐떡였다. 그러다 내가 들어왔던 그 길고 긴 나선 계단이 있는 곳으로 뛰어갔다.

문 틈 너머로 보인 소년은 어떻게든 문을 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조금씩 으직거리는 소리를 내는 강철문을 내가 경악하면서 보고 있던 그 때였다.

 

“당장 붙잡아!”

 

내 옆을 소리 없는 검은 바람이 지나갔다.
그 기척을 느낀 소년은 절규하며 주변을 살피며 마지막으로 문을 쥐어뜯으려 했으나, 목덜미에 주사를 맞은 후 기절했다. 이 모든 것이 한 순간에 일어났다.
수술실에서 뛰쳐나온 소년의 믿기지 않는 괴력. 그리고 그 소년을 제압한 사람의 움직임. 그건 일반적인 사람의 것이 아니었다. 차원종과 싸울 정도의 힘을 가진 사람, 위상능력자들이 가진 그것이었다.

그제야 느끼고 있던 위화감의 정체를 깨달았다.


이곳에 들어오기 위해 지난 수많은 철문. 그것들은 절대 남들이 쳐들어올까봐 그런 것이 아니었다. 완전히 착각했다는 걸 깨달았다. 반대였다.

여기에 있는 위험한 사람들이 바깥으로 도망가지 못하게 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 위험한 사람들이 필요하니까, 그리고 그 위험한 사람들이 도망가면 곤란하니까. 그들은 아마 어지간한 벽 정도는 가볍게 부수고 뛰쳐나갈 수 있겠지. 아마 두꺼운 철문이라도 충분히 시간이 있다면 어떻게든 돌파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위험한 사람들은 만들어지는 거였다. 그러니까, 나도 ‘위험한 사람’으로 될 것이었다.

 

그래. 그 나선 계단도, 철문도 바깥에서 오는 사람들을 막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조금이라도 안에 있는 사람들이 바깥으로 탈출할 때 더 많은 시간을 쓰게 만들기 위한 거였다.

짧게 말하자면,
이곳은 감옥이었다.
눈앞으로 수술용 메스가 내려오는 것을 올려다보며, 힘이 빠진 나는 생각하기를 포기했다.

애초에, 잠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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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Closenea입니다. 어떠셨는지요. 조금 구닥다리 같은 소재가 쓰인 것 같다면 착각이 아닐 겁니다?! 아니, 이게 아니지. 나타의 과거 이야기를 쓰게 되다 보니, 거의 모든 캐릭터를 자작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건 구상 단계에서도 좀 부담되더군요. 이미 있는 캐릭터를 해석하는 것도 쉽지는 않지만, 새로 만든다는 건 또 다른 방면에서 어려웠어요.

그럼 산뜻하게 정신이 맛이 간 사람들을 넣어보자(?!)! 농담처럼 던지긴 했지만, 유니온의 연구원들도 그런 실험들을 하면서 죄책감이 없는 사람이 없었겠나, 그런 생각에 남아있는 양심 때문에 정신이 망가져 가는, 그런 사람들은 왠지 있을 것 같더군요. 그래서 등장한 게 백중현 입니다.

모쪼록 재밌게 보셨으면 좋겠네요.



Ep-0 Prologue 

http://closers.nexon.com/ucc/fanfic/view.aspx?n4articlesn=12800


Ep-2 정보

http://closers.nexon.com/ucc/fanfic/View.aspx?n4ArticleSN=12809


12/4 명전 감사합니다!

2024-10-24 23:17:53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