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는 위상력과 함께 53화

검은코트의사내 2017-11-09 0

사건 수사한 지도 5일이 지났다. 은월 여관에서는 내가 잘 말했다. 에르제 일행은 그들을 쓰러뜨리려고 계속 시도하고 있다고 했다. 내가 그렇게 설명했는데도 안 되겠다 싶어서 후퇴한 거라고 했다. 뭐 됐다. 그들 스스로 파악하고 행동하는 게 중요하니까 내버려두기로 하고 나는 계속해서 사건 수사를 지속했다. 그 때마다 공주님이 동행해주셔서 어렵지 않게 많이 알아낼 수 있었다. 보통 귀족들은 메이드들의 이름에는 관심이 없는 게 정상이다. 거기다가 레이네씨를 협박하여 독을 넣게 만들었다. 그렇다면 용의자는 레이네 씨를 알고 있는 사람이여야 맞다. 나는 수인반대파 귀족들을 한분씩 만나서 라크레트 백작처럼 여자밝히는 남자로 연기하면서 레이네 씨를 아냐고 물어봤지만 아는 사람도 있기도 했지만 모르는 사람이 더 많았다.


진범은 레이네씨를 아는 3명 중 하나였다. 어떻게 알게 된 건지는 말 안해주었다. 아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지. 일단 용의자를 정리해보면 라크레트 백작과 레이폰드 후작, 그리고 바르사 백작, 이렇게 3명이었다. 유력 용의자 두명의 저택 조사도 이미 다 끝낸 뒤였다. 그리고 의료소에서 독 검사결과도 나왔고, 벨파스트 영 내의 지도도 보았고, 이제 모든 준비가 다 되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진범을 밝혀낼 준비가 말이다.


[게이트]를 통해 왕궁으로 온 다음에 폐하에게 요청하여 세 사람을 불러들이게 했다. 진범을 밝혀낼 때라고 말이다. 왕궁사람들이 내찾아와서 내 말에 주목하기 시작한다. 국왕폐하, 왕비님, 공주님, 오르트린네 공작님, 레온 장군님, 메이드 레이네씨, 대사인 오리가씨, 그리고 궁정마법사까지 말이다. 현재 나는 장갑을 낀 채로 국왕폐하의 잔에 손을 댄 상태다. 사건 조사를 위해 쓰는 것이기에 어쩔 수 없이 가지고 있는 것이라 전부 이해해주었다.


"이제부터 범인을 밝혀내도록 하겠습니다. 레이네씨. 준비는 되셨습니까?"

"네."


레이네 씨는 이 참에 모든 것을 자백하기로 했다. 이미 숨기고 있어봤자 죄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꼼짝도 못할 것이니 말이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솔직하게 털어놓아달라고 내가 설득을 했었다.


"사실은 대사를 위한 파티를 준비할 때, 폐하의 잔에 독을 묻혔습니다. 검은 복면을 쓴 사람이 가족을 인질로 잡고 있다면서 시키는 데로 안하면 가족을 죽이겠다고 했었습니다. 그리고 성공하면 거액의 돈을 준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받은 게 바로 이 돈입니다."


백금화 20개였다. 그 정도라면 귀족이 시켰다는 증거가 충분히 되고도 남는다. 그리고 용의자에 대한 설명은 계속 된다.


"메이드님을 시킨 배후는 귀족들 중에 있습니다. 그리고 폐하를 시해할 동기는 바로 미스미드와의 동맹을 막는 것, 그 동기를 가진 사람들은 수인반대자 귀족들 중에 한명이라는 얘기죠. 그런 다음에 모두가 보는 앞에서 대사가 선물한 와인을 마시고 쓰러졌다는 걸 모두에게 보여주었습니다. 와인안에 독이 들어있다고 생각하시겠지만 사실은 아닙니다. 독은 바로 이 폐하의 잔에 묻어있었던 것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투명한 액체로 발라져 있으니 구별이 되지 않았겠죠."


귀족들은 쉽사리 반발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러자 바르사 백작이 나서서 말했다. 내 말에 반박하려고 했다.


"폐하의 잔에 묻어있었다고? 와인 자체가 유통기한이 지나서 생긴 것일 수도 있잖아."


유통기한말인가? 여기 이세계에도 유통기한이라는 단어가 있구나. 하긴, 유통기한 지난 것이라면 독이 될 수도 있긴 하지. 아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잖아. 왜 나도 모르게 수긍하지? 가만, 이 사람은 다른 뜻으로 뭔가를 말하려는 건가?


"폐하의 잔은 우리가 마시는 유리잔과는 다른 것이지. 폐하의 잔을 이루는 재료가 유통기한이 지난 와인과 섞여서 독을 만들어낸 것일 수도 있어."


이거야 원, 핵심을 찔렀네. 확실히 그럴 수도 있겠군. 만약 유통기한이 지난 싸구려 와인이라면 말이다. 하지만 바르사 백작님. 이미 저는 와인에 대한 조사도 끝낸 참이었습니다. 아쉽게 되었네요.


"바르사 백작님. 죄송하지만 이미 벨파스트에서 미스미드 왕국으로 간 시에틀님에게서 다 들었습니다. 그 와인은 미스미드 왕국에서 가장 비싼 와인입니다. 그리고 이미 실험도 해봤습니다. 실제로 마셔도 봤거든요. 아무 이상이 없었습니다."


나는 미성년자니까 마시면 안 되지만 여기는 이세계니까 상관없다. 정 그렇다면 직접 보여준다고 이야기하면서 다시한번 오리가씨가 가져왔었던 와인을 국왕에 잔에 따른 후 직접 마셔보았다. 그러자 바르사 백작도 뒤로 물러났다.


"으윽..."

"그리고 시에틀님의 말씀에 따르면 미스미드 왕국에서는 벨파스트 왕국 대사를 정성껏 대접해주었고, 국왕도 나서면서까지 미스미드 왕국 수도를 안내해주셨다고 하시는 군요. 정말로 우리 벨파스트를 적대했다면 그럴 필요가 있었을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이로써 한가지 알아냈습니다. 미스미드 왕국에서 이곳 벨파스트를 적대할 이유가 없다. 따라서 폐하를 시해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겁니다. 따라서 오리가 씨는 범인이 아닙니다."

"그럼 누구란 말이야!?"


라크레트 백작이 소리를 질렀다. 이미 나는 수수께끼를 다 풀어냈다. 나는 검지 손가락으로 가장 나이가 드신 레이폰드 후작님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레이네씨를 시켜서 폐하를 암살하려는 사람은 바로 당신입니다. 레이폰드 후작님."

"뭣!?"

"후작님이라고?"


두 백작님은 물론이고 왕궁 사람들이 그의 시선을 주목했다. 레이폰드 후작은 고개를 저으면서 무슨 말인지 통 모르겠다는 듯이 시치미를 떼고 있었다.


"무슨 말인지 전혀 모르겠군. 내가? 레이네라는 저 메이드를 안다고 해서 내가 범인이라는 건가? 그리고 말이지. 레이네를 시킬 수 있는 건 우리 귀족만 있다고 생각한 모양인데 커다란 착각이다. 왜냐하면 여기 미스미드 왕국 대사도 부잣집 가문이라고 알고 있거든."


응? 부잣집 가문? 그런 말은 처음들어본다. 오리가씨에게 정말이냐고 묻자 그녀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아버님이 상인을 하시는데 너무 잘나가는 편이라서 재산이 많다고 했었다. 레이폰드 후작, 나는 그가 범인이라고 확신한 이유가 있다. 그의 저택에서 이상한 꽃밭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레이폰드 후작님. 저택을 조사했습니다만 뒷뜰에 무슨 꽃들을 심고 계셨더군요. 푸른 잎이 나는 꽃들이었는데 말이죠."
"그게 뭐 어쨌다는 거지?"

"꽃의 이름은 '포이루' 인간의 몸에 해로운 독을 만들어내는 독초라고 하죠. 제조방법은 간단합니다. 그 꽃에서 나오는 액체를 추출하면 되는 일이지요."

"그게 뭐 어쨌다는 거지?"

"사실, 폐하의 잔에 독이 묻어있었다고 좀 전에 제가 말했습니다. 그리고 그 독 성분을 의료소에서 검증해본 결과 포이루의 독인 것으로 판명이 났습니다."


그 말에 웅성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대부분 납득하는 표정들이었다. 후작님의 표정이 살짝 불편해 보인다. 후훗, 내가 아무래도 와인에 독이 있다는 건 알았지만 독 성분까지 검사할 거라고는 생각못한 모양이다. 아마 레이네 씨가 실행범이라는 사실도 예상못했겠지. 지문으로 비교해서 찾아낸다는 개념자체를 모르니까 말이다. 포이루의 독, 그것은 생명체의 몸을 서서히 녹이기 시작하여 24시간 내에 죽음에 이르게 할 수 있는 무서운 독이라고 했었다. 다만 해독초를 만들어내는 건 불가능하다고 되어있는데 무슨 변이인가? 그런 게 있다고 해서 불가능하다고 했다. 과학 설명은 너무 어려워. 정미에게 쉽게 말해달라고 말하고 싶지만 바랄 걸 바래야지.


"이런 이런... 모험자 주제에 거기까지 조사한 건가? 뭐 좋아. 그 독이 포이루 독이라고 하자. 하지만 포이루 식물이 내 저택에서 쓰인 거라고 할 수 있을까? 그런 증거는 없을 텐데? 아시다시피 포이루 식물은 내 집 말고도 다른 곳에서도 피어난다. 다른 사람들도 얼마든지 구할 수 있단 말이다."

"얼마든지 구한다는 말씀이신가요?"

"그래!!"

"그럼 이걸 봐주시겠습니까?"


나는 책하나를 코트 안 주머니에서 빼냈다. 생각보다 넓어서 책이 들어간 게 다행이었다. 꽃에 대한 도감이다. 이게 어쨌다면서 내게 항의하는 레이폰드 후작, 그러자 나는 씨익 웃으면서 말했다.


"36페이지를 펼쳐보세요. 포이루 식물에 관한 도감이 있습니다."

"그게 뭐 어쨌다고 이러는... 이... 서... 설마..."


레이폰드 후작은 책을 떨어뜨렸다. 떨어뜨린 것을 본 레온 장군이 그 책을 들어올리면서 어떻게 된 영문이냐면서 내게 설명을 요구하자 나는 간단하게 답을 했다.


"두번째 줄에 피어나는 시기가 있습니다. 바로 가을이죠. 지금 계절이 어떻게 됩니까?"

"봄... 이네만... 앗!?"


레온 장군님도 아신 모양이다. 포이루 식물은 가을에 피어나다가 겨울에 다 시들게 되어있다. 레이폰드 저택에 있던 포이루 식물은 살아있었는데 그건 아마 마법의 힘으로 된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아마 돈을 주고 고용해서 마법으로 생존하게 했겠지. 나중에 독으로 써먹기 위해서 말이다. 지금 계절은 봄이다. 그렇기 때문에 포이루 독을 줄 수 있는 건 레이폰드 후작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 아니야!! 포이루 꽃밭은 그냥 내 취미로 키웠던 거야. 절대 나쁜 뜻으로 쓴 건 아니라고. 인위적으로 포이루 꽃을 살아있게 하는 건 미스미드 대사나 다른 귀족들도 마찬가지야!! 그래. 다른 두녀석의 저택을 조사했다고도 했는데 꽃은 나오지 않았다는 말이지? 그럼 저 수인족이 한 짓이야!! 저 여자가 한 짓이라고. 그래. 사실은 미스미드 왕국 영지 내에 피어나는 포이루 꽃을 채취해 독을 만든 다음 그걸 레이네씨에게 건네주려던 게 틀림없어!! 검은 복면이 건네줬다고 했지? 그건 바로 자신이 수인족이라는 사실을 들키지 않게 하기 위한 거야. 그래... 틀림없어!!"


포기를 모르는 녀석이네. 정신이상자처럼 큰소리를 치고 있었다. 오리가씨는 범인이 아니라고 내가 증명했는데 계속 그렇게 몰아가고 싶어하는 모양이다. 자꾸 이런식으로 나오니 짜증이 치밀어오르긴 하다. 하지만 이미 나는 포이루 꽃에 대한 도감을 머릿속에 다 집어넣은지 오래다.


"레온 장군님. 포이루 꽃 도감 5번째 줄에 뭐라고 써져 있나요?"

"으음, 이 꽃은 시게이트 산맥과 알브르 마을 주변에서 피어나기도 하고 리플렛 마을 주변에서도 나기도 한다. 그 밖에 이 장소들은... 리프리스 황국과 벨파스트 영내 있는 마을과 산맥 이름 뿐이라고 되어있군."

"이럴수가!!"


레이폰드 후작은 정곡을 찔린 듯이 뒷걸음질을 했다. 그리고 나는 후작에게 검지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말한다. 당신이 진범이라는 말을 시작으로 말이다.


"당신이 진범입니다. 대사님은 벨파스트 왕국 영토에 들어오시면서 기사들의 호위를 받아 곧바로 왕도로 왔습니다. 그 말은 즉, 대사님이 독초를 얻으러 갈 시간자체가 없었다는 게 됩니다. 그리고 왕국방문에 처음이신 오리가씨가 벨파스트 영지 내 지형을 잘 알리가 없죠. 미스미드 왕국 내에도 피어난다? 그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왜냐하면 그 왕국에는 포이루 꽃 자체가 없으니까요."
"아니야!! 이건 거짓말이라고. 거짓말이야!!!"

"거짓말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그럼 이 잔에 와인을 따라드리겠으니 마셔보시겠습니까? 참고로 아직 독은 남아있습니다. 만약 제 추리가 틀렸다면 몸으로 증명해주십시요. 자신이 결백하다면 그만한 각오가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나는 새로운 와인을 폐하의 잔에 따라서 마셔보기를 권장했다. 그러자 레이폰드 후작은 그 잔을 받으면서 떨고 있으면서 서 있었다. 자신이 범인이 아니라고 몸으로 증명하라는 내 주장이었다. 과연 마실까? 그럴 리가 없다. 이미 내 추리 내용은 레이폰드 후작이 범인이라는 걸 말해주고 있다. 만약 내 추리가 틀린거라면 잔에 독이 들었다는 사실을 부정하면 되는 일이다.


"이미 그 와인은 장군님이 직접 확인해주셨습니다. 와인에 독은 없어요. 한번 마시세요. 제 추리가 틀렸다면 그 잔에 독이 들어있지 않다는 것을 몸소 증명해주셔야죠."


레이폰드 후작에게 다시한번 말했다. 다른 귀족들도 떨면서 쳐다보고 있었고, 왕궁사람들은 그의 행동에 주목하고 있었다. 그러자 후작님은 나를 무섭게 노려보다가 폐하의 잔을 그대로 내 머리에 던지면서 도망을 치기 시작했다. 이거야 원, 폐하의 잔에서 흘러나온 와인이 내 머리를 적셨다. 마시는 와인을 내게 뿌려? 혼을 내줘야겠다.


[슬립]

"우어억!"


내가 마법을 발동하자 레이폰드 후작은 그대로 미끄러지면서 쓰러졌다. 마찰을 없애는 무속성 마법 [슬립] 이런 마법은 쓰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왠지 모르게 남을 너무 괴롭힌다는 생각이 든다고 할까? 거기다가 정당한 승부를 하는 데 이런 기술은 비겁에 가깝다고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비겁한 싸움은 하지 않는다. 그건 인질을 잡는 인질범이 하는 짓이나 다름없다고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무튼 간에 사건은 이걸로 막을 내렸다. 페하의 명에 따라 레이폰드 후작은 경비병에게 체포되었고, 레이네씨가 내게 손수건을 가져다 주어 나는 얼굴에 묻은 와인을 닦아냈다. 그래도 찐득거리는 불쾌감은 참기가 힘들군.


To Be Continued......

2024-10-24 23:17:42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