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는 위상력과 함께 45화

검은코트의사내 2017-11-06 0

한달이 지났다. 여관 숙박기한이 다가왔지만 추가요금을 내어서 이미 연장했었고, 에르제 일행은 그 동안에 성장할 수 있게 되었다. 역시나 게임과 현실은 틀리다. 성장하는 속도는 게임처럼 빠르지 않는다. 하긴 뭐, 현실세계 군대에 소속된 특수부대도 8개월 이상 훈련받아야된다고 들었는데 당연한 거다. 그래도 적어도 물리적인 방어능력으로 생존력을 높이는 데는 성공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것 뿐이다. 나는 전문가가 아니었으니 말이다. 나머지는 나와의 대련으로 얼마나 더 성장했는지는 그녀들이 하기 나름에 있었다. 전에 본 '모몬트' 집단이나 '골드사자' 집단 정도는 가볍게 상대할 수 있을 것이다.


"저기 말이야. 이제 슬슬 의뢰를 해야되지 않을까?"


한달동안 죽어라 수련만 시켰다. 나도 이제 좀 놀고 싶다고. 게임이나 하고 싶은데 에르제와 야에가 끈질기게 나에게 말을 걸어서 특훈시켜달라고 하니 어쩔 수 없었다. 상처받으면 내가 치료하고 또 대련상대하는 것으로 반복적인 일상을 보냈으니 당연하다. 나는 지금 이럴 때가 아니라 '벨파스트 원정대' 를 찾아야 되는데 계속 이런식으로 반복하면 정보를 얻을 수 없다. 물론 이건 내가 원해서 한 거지만 적당히 하고 끝내려고 했었다. 하지만 이들이 계속 나를 찾아와서 근성있는 모습을 보이는 건 예상하지 못했다. 지금도 충분한데 더 해야된다는 식으로 말하고 있는 그들이었다.


"으음. 그렇긴 하지만... 소인들은 새야공을 이기려면 아직 멀었소이다!!"

"그래. 맞아!!"


아니, 그렇게 나를 이기고 싶냐? 아우 정말이지. 그냥 일부러 져줘야될 거 같았다. 나는 검집을 들고 자세를 취했고, 적당한 선에서 그냥 끝내려고 한다. 일단 두 사람의 공격에 밀리는 척 하면서 물러나야겠지? 나는 그들이 공격해오기를 기다렸지만 2명이 동시에 움직임이 멈추는 게 보였다. 그리고 익숙한 소리가 들린다.


꼬르르르륵-


벌써 점심인가? 요즘 들어 운동을 제대로 하는 기분이다. 야에와 에르제는 얼굴이 붉어지고 있었지만 나는 그것을 신경쓰지 않고 기다렸다는 듯이 미카 누나를 부르면서 식사얘기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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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식사 이후로도 훈련을 계속 하겠다는 두 사람의 말에 나는 녹초가 되어버릴 지경이었다. 난 트레이너 씨처럼 근성이 있는 인간이 아니다. 훈련조교 스타일이 아니었기에 일단 어떻게 해서든 빠져나갈 궁리가 필요하다. 게임에서는 몬스터를 잡는 것을 반복하면서 경험치를 올려 레벨업하는 식으로 전투력을 향상시키는데 음? 잠깐만... 마침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저기, 에르제, 야에. 오후에는 강한 몬스터를 상대로 실전훈련을 해보는 게 어때? 지금 실력이라면 가능할 거라고 보는데? 린제도 그 동안에 마법공부 많이 했지?"

"네."


린제는 내가 가르칠 수 없었기 때문에 그녀 스스로 수련을 쌓아야했다. 마나의 최대치를 증가시키는 마나수련이나 마법을 익히는 게 전부다. 일단 나는 길드에서 의뢰를 받아오겠다고 했고, [부스트]를 통해 5분 내로 빠르게 다녀왔다. 엔데가 준 마력증폭목걸이를 이용해서 <매직소어>를 이용하니 눈 깜짝할 사이에 다녀온 것이다. 대신에 먼지가 많이 날렸지만...


"빨리 왔네."


세 사람은 나를 보면서 입을 벌렸다. 이제 좀 익숙할 때 되지 않았나? 내가 뭐 한 두번 놀라게 한 것도 아니고 말이다. 나는 의뢰서를 꺼내보였다.


"자, 여기 메가슬라임 토벌이야. 어때?"

"히이이이이익!! 싫어어어어어어어!!!"

"미끈거리는 건 질색이오이다!!"

"이건 절대 하기 싫어요!"


나 참, 하여간에... 가만있자, 슬라임은 마법 생명체이니 에르제와 야에에게는 무리려나? 그럴 줄 알고 의뢰서를 하나 더 가져왔었다. 이번에는 킹 스네이크다.


"그럼 이건 어때? 거대한 뱀이고 독성공격이 있지만 지금 실력으로는 충분히 가능할 거라고 봐."

"히이이익!! 이것도 싫어어어어!!"

"낼름거리는 혀가 온몸을 거부반응으로 이끄오."


뭐 이렇게 질색인 게 많아? 나중에 이런 적들을 상대하면 그냥 도망갈 생각인 거야 뭐야? 하여간 여자애들은... 아니지... 사람마다 두려운 게 분명히 한가지 이상은 존재한다고 트레이너 씨가 말했다. 그래. 이들에게는 지금 공포를 극복하는 게 먼저다. 정말로 싸워야 될 적들 중에 슬라임이나 킹 스네이크같은 몬스터와 마주하게 된다면 그들은 제대로 싸울 수 없게 된다. 극복해야겠지. 일단 이들이 극복하는 데 내가 도와줘야 될 지도 모르겠다.


"앞으로 모험가활동하면서 이러한 의뢰는 많이 받을 거라고. 그리고 어쩔 수 없이 해야되는 순간도 반드시 올 거야. 슬라임은 린제가 마법으로 원거리로 제거하면 문제없는 거 아니야? 그리고 킹 스네이크는 물기 공격과 조이기 공격을 조심하면 되는 거라고."


슬라임은 린제 마법으로도 충분히 제거 가능하다. 조심해야될 건 킹 스네이크, 이빨에 독액이 있으니 물기 공격을 조심해야 된다. 그리고 거대한 덩치이기에 몸으로 조여서 사람 정도는 쉽게 죽일 수 있다. 에르제와 야에의 협공이라면 충분히 가능할 지도 모른다. 피부는 단단한 게 아닌 말랑한 편이니까 야에의 검으로도 충분히 뚫을 수 있고, 에르제의 힘이라면 거대몬스터도 한방으로 치명상을 입히게 할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머리를 공략하면 된다고 내가 얘기해주지만 여자애들은 자신이 없다고 이야기한다.


"나와의 대련보다는 실전이 우선이야. 실전 경험이 부족하게 되면 더 이상 성장할 수 없어. 전투에 대해서 스스로 판단할 수 없게 된다고. 항상 나와 파티를 맺어서 싸운다는 생각은 버려. 나도 어쩔 수 없이 혼자 따로 행동할 때가 있으니까 말이야. 두려움을 극복하는 수련을 해. 그건 너희 스스로 할 수 있는 거니까."


내 말에 그들은 아무도 반박하지 않았다. 맞는 말이니까. 나는 여기 두 가지 의뢰를 놔두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휴우, 이제서야 숨 좀 돌리겠네. 오랜만에 게임이나 해봐야지. 히히히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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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제 일행은 무장을 하고 밖으로 나갔다. 그들이 실패하더라도 생존능력 정도는 내가 성장시켜줬으니 죽지는 않겠지. 오프라인 게임을 하니 질린다. 역시 온라인을 해야되는데 말이다.


"하아..."


오프라인 게임을 삭제해버릴까? 아니지, 그렇게 되면 게임기에서 더이상 내가 할 게 없어진다.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벨파스트 원정대' 를 떠올렸다. 국왕폐하를 만나서 알아내야겠지? 비밀리에 결성된 탐험대라면 말이다. 하지만 국왕이 아무나 쉽게 만나줄 리가 없고 뭔가 계기가 필요할 거 같았다. 오르트린네 공작님에게 가서 부탁이라도 해야될 거 같다. 으음, 공작님이라도 국왕을 만나주는 데 있어서 어렵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지만 일단 가보기로 했다. 가는 김에 선물이라도 준비를 해야겠지.


"저기 미카 누나. 부엌 좀 빌려도 될까요?"


밖에서 청소를 하는 미카 누나에게 묻자 쉽게 허락해주었다. 미카 누나와의 친밀도도 최대로 된 거겠지? 여관 부엌도 이제 쓸 수 있고 말이다. 물론 허락없이 쓰는 건 예의가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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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한 선물을 보따리에 담은 다음에 [게이트]를 통해서 공작님 저택 입구까지 왔다. 입구를 지키던 경비병들이 놀라면서 창을 내게 겨누자 나는 양 손을 들며 공작메달을 보여준 다음에서야 경계를 푼다.


"저, 오르트린네 공작님을 뵈러 왔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요."


경비병 한명이 안으로 들어가서 사람을 불러온다. 그러자 잠시 뒤에 집사가 나와서 나를 보며 정중하게 인사를 드린다. 분명히 레임 집사님이었지? 스우를 구해준 이후로 알게 된 사이였으니까 말이다. 집사의 안내를 받으면서 저택 안으로 들어선다. 두번째로 와**만 정말로 굉장한 내부다. 이런 커다란 저택에 사람 한 두명이서 지내기에는 너무 크지 않을까 생각했다. 카페트는 물론이고 청결을 유지하는 환경까지 기본이었다.


"오오... 새야 공! 어서오시게."


공작님이 직접 나와서 나를 맞이한다. 그리고 무릎을 꿇으면서 전에 도와준 거에 대해서 다시한번 감사하다고 말하자 나는 이제 됐다면서 일어나달라고 했다. 이미 감사인사를 받았는데 또 받으려니까 부담스럽다. 공작님의 안내를 받아 2층 응접실로 들어와서 차를 대접받았다.


"안 그래도 엘렌이 자네를 한번 더 만나고 싶다고 했네만 여기 왕도에서 리플렛 마을까지는 너무 멀어서 말일세."

"아, 그렇군요. 그 뒤로 무슨 일 있었습니까?"

"아, 괜찮네. 우리 가정은 자네 덕분에 행복하니까 하하하하하!"

"네. 공작님. 제가 찾아온 것은 다름이 아니라... 정보가 필요해서입니다."

"정보?"

"혹시 '벨파스트 원정대' 라고 아십니까?"

"자네가 그건 어떻게 알았나?"


놀란 표정을 짓는 공작이었다. 정보상인 말대로 비밀리에 되어있었다는 게 정말인 모양이다. 일단 정보상인으로부터 들었다고 솔직하게 대답했다. 하지만 자세한 건 모른다고 말하자 공작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고개를 저으면서 내게 답했다.


"안 된 말이지만 이 정보는 왕국에 중요한 사항이라 자네라도 알려줄 수 없는 상황이네. 정말 미안하게 생각하네. 그런데 그건 왜 묻는 거지?"

"아뇨. 억지로 캐낼 생각은 없었습니다. 다만... 그 원정대에 제 동료의 가족분이 있다고 알고 있어서요. 가족분을 찾아드릴까 하고 말이죠."

"그랬었군. 자네는 누군가를 위해 노력하는 타입인가?"

"곤란한 사람이 있으면 도와주는 건 당연하잖아요."

"후후훗. 그렇군."


공작이 차를 마시면서 쓴 웃음을 지었다.


To Be Continued......


2024-10-24 23:17:41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