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는 위상력과 함께 30화
검은코트의사내 2017-10-27 0
공작님은 우리를 응접실로 안내했다. 우리에게 줄 선물이 있다면서 말이다. 나는 적극 사양했지만 가족을 구해준 것에 대해 감사하고 싶다고 했다. 그냥 곤란한 사람을 돕는 데 별로 이유같은 거 따지지도 않았다. 상대가 나쁜 귀족인지 아닌지는 몰라도 그냥 어려우면 도와줄 뿐이다. 그걸 이용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해도, 그건 나중에 생각할 일이다. 이미 배신을 한번 당해봤기에 그 배신자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할 지도 이제 파악한 상태니 말이다. 여자애들은 눈물자국이 가득했다. 얼마나 운 거야? 아무리 강해도 여자는 여자인가? 그래도 이들은 순수하니까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자네들에게는 너무나 신세를 졌네. 딸 뿐만 아니라 아내까지, 뭐라고 감사해야될 지 모르겠네. 약소하지만 선물을 받아주게."
사실상 나 혼자 다한 거지만 스우를 구해낸 건 여기 세 사람과 함께한 건 사실이다. 스우는 엘렌 부인 방에서 단 둘이 이야기하고 있다고 한다. 레임 집사가 보석상자를 가져와서 그 뚜껑을 열자, 공작님은 내게 조그마한 보따리를 하나 건네주셨다. 꽤 묵직한데? 돈을 얼마나 넣어주신 거지?
"안에 백금화 40개가 들어있네."
"네?"
백금화가 뭐지? 금화, 실버, 동화는 알겠는데 백금화는 처음듣는다. 그러자 여자애들의 표정이 전부 굳어져버리는 게 보였다. 혹시 큰돈인가? 에르제에게 물어보자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찻잔을 들면서 답했다.
"금화의... 상위 화폐야... 백금화 한개당 10개 금화..."
이런, 역시나... 금화 1~2개도 많다고 하는 이세계인데 백금화 40개라니... 금화 400개 정도 가졌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거야 원, 당분간 야에의 식비는 걱정없겠구만. 아니... 이게 아니지.
"이건 너무 많습니다. 받을 수가 없습니다."
"자네들이 앞으로 모험할 때 분명히 그 돈이 꼭 필요해질 걸세. 그것을 위한 자금으로 생각해두게나. 그리고 여기 이 메달들도 받아주게."
은메달로 쓰이는 조그마한 동전모양이었다. 이게 메달이라고? 이건 화폐에 쓰이는 게 아닌 거 같았다.
"이건 공작 메달일세. 이것만 있으면 귀족들만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나 검문소, 그리고 무기/방어구 점에 들릴 때 제한없이 이용할 수 있을 것이네. 이건 공작가문에서 지원해준다는 뜻이니 모험활동을 할 때 좀 더 편하게 할 수 있을 것이네."
그렇군. 귀족들만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 이세계에 있다. 하긴, 어느 학원물 게임에서는 상류층 기숙사는 고급인데 그 외에는 시설이 좋지도 않았다. 그리고 상류층 학생과 마주하면 그들이 신분을 가지고 '하류층 주제에 어디서 얼쩡대냐' 고 말하면서 멸시한다. 신분 차별주의자들의 모습을 담았지만 하류층인 주인공이 상류층을 상대로 콧대를 납작하게 해주는 스토리 내용이 담긴 게임이었다. 생각만해도 재미있었는데 오프라인으로 마침 되어있으니 시간날 때 한번 게임을 해볼까?
"뭐라고 감사해야될 지 모르겠습니다."
"아니, 감사해야할 쪽은 이쪽이네. 새야 공. 정말로 고맙네."
공작님이 또 무릎을 꿇고 인사를 드리자 우리는 그만두라면서 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러면 우리만 곤란해진다고요. 일단 갑자기 많아진 백금화 40개, 마침 네 명이니까 한사람당 10개의 백금화씩 나누면 될 거 같았다. 야에는 더 줘야되나? 식비 때문에 돈이 더 필요할 거 같은데 조금 고민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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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공작님의 가족의 배웅을 받고 마차를 타고 떠난다. 그리고 공작님이 알려주신 데로 편지를 전해줄 사람을 찾아서 전해주었다. 이 일은 그리 오래 걸릴 일도 아니었다. 편지를 전해주고 답장을 받으면 되는 일이었으니 말이다. 우리는 이제 의뢰도 볼일도 다 끝났으니 리플렛 마을로 다시 돌아갈 계획이었고, 일단 백금화 40개를 한사람당 10개씩 나누어주었다.
"야에. 우리는 이제 리플렛 마을로 돌아갈 건데 너는 어떻게 할래?"
"소인, 결정했소. 전부터 말했어야했지만 이제 말씀드리오."
야에가 갑자기 검을 꺼내 땅에 박은 후 내게 무릎을 꿇고 예를 갖추면서 말했다. 아니, 잠깐 왜 이러는 거지? 야에의 행동에 당황한 우리 세 사람이었다.
"새야 공. 소인을 제자로 받아주시오."
"뭐어어엇!?"
야에를 뺀 우리 셋이 동시에 소리를 질렀다. 이것보세요. 저는 누구한테 검술 배우거나 그런 사람 아니거든요? 검도는 유리가 더 뛰어나다고요. 이럴 때 유리가 있었으면 가르쳐주었을 건데... 갑자기 왜 내게 이런 부탁을 하는 거지? 그리고 대륙에서 가장 강한 사람이 아니라고. 나보다 더한 강자가 있을 지도 모르는데 왜 굳이 이렇게 배우려고 하는 거지?
"소인은 보았소. 그날, 도적을 상대로 화살비를 피하면서 검술을 하는 새야공의 모습을 말이오."
아, 그 때였군. 하긴 내가 그런 실력을 보여줬으니 야에가 감탄할 만도 하지. 도적들을 상대로 검술은 물론 빠른 움직임까지 보여줬으니 말이다. 하지만 빠르게 움직인 건 무속성 마법이지 내가 검술을 하는 거랑 아무 상관이 없었는데 말이다. 야에는 아무래도 내 무용에 반해버린 모양이다.
"그리고 소인은 새야 공의 인품에 감격했소. 곤란한 사람을 아무렇지도 않게 도와주려는 모습에 말이오. 사무라이의 정신은 맑아**다고 아버지에게 배웠소. 새야 공, 소인도 함께 따라가면 안 되오이까?"
이거야 원, 이렇게까지 말하니 뭐라고 말해야될 지 모르겠다. 굳이 딴데로 가라고 말한 적도 없었지만 야에가 우리 일행에 합류하면 생기는 일은 바로 식비다. 그리고 나는 검술을 유리에게 조금 배운 거 뿐인데 사실상 누구를 가르치는 건 불가능하다고요. 트레이너씨에게 배운 훈련으로 가르칠까? 야에가 잘 따라와줄 지는 의문이지만 말이다. 그래도 강한 동료를 만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도 있다.
"괜찮지 않아? 동료가 많으면 의뢰를 수행하기에 딱 좋다고."
"네. 저도 상관없어요. 야에씨가 동료가 되어주신다면 든든해질 거에요."
에르제와 린제는 반대할 생각이 없었다. 그러면 나도 뭐,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지.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허락하자 야에는 감사하다면서 좋아했다. 저렇게 신나는 표정을 보니 아까 그 사무라이 자세는 어디로 가고 왠 어린애가 와서 기뻐하는 거 같았다. 그나저나... 뭐랄까... 어째 나만 더 곤란해질 거 같은 생각이 드는데 왜지? 혹시 야에는 우리 돈을 목적으로 같이 다니려고 하는 건 아니겠지?
일단 돌아가기로 결정하려고 하지만 야에가 우리를 멈췄다.
"모처럼 왕도에 왔으니까 필요한 무기를 사는 게 어떻겠소이까?"
"확실히 그러네. 리플렛 마을에서 팔지 않는 고급 무기가 여기에 있을 테니까 말이야."
"네. 저도 그러고 싶어요."
이거야 원, 그냥 빨리 리플렛 마을로 가서 미카 누나가 차려주는 밥이나 먹고 싶었는데 여자애들이 이러니 나는 차마 반대를 하지 못했다. 난 이미 그 누나의 요리에 포로가 되어버린 상황인 듯 했다.
"새야야. 왜 그래?"
"아니야. 아무것도... 나는 그럼 방어구를 사러 갈게."
"방어구는 무거워서 움직이기 힘들텐데 괜찮은 거야?"
"어, 상관없어."
게임에서는 방어구는 아무렇지도 않게 착용할 지는 몰라도 이세계는 그렇지 않는다. 모험가들을 많이 봤지만 고급 방어구를 착용하는 사람은 얼마 되지 않는다. 무겁기 때문이다. 움직이기 불편하기 때문에 스피드가 떨어져서 보통은 무기를 쓰면서 몬스터의 공격을 피해내려고 하는 게 보통이다. 정말로 필요한 경우라면 보스 레이드급 몬스터를 사냥할 때겠지. 나한테는 굳이 무기가 필요없다. 내 힘과 마법재능이 있으니까 말이다. 가볍게 쓸만한 옷을 사기 위해 나는 일행들과 잠시 헤어졌다.
무기와 방어구, 그건 모험가들에게는 그냥 도구일 뿐이다. 어떤 사람은 몬스터를 물리치지 못하면 무기 탓으로 돌린다. 무기의 힘도 있지만 사용자가 가지는 힘도 필요한데 말이다. 아무리 고급 무기라도 사용자의 힘 조건이 되지 않으면 그냥 장난감 수준의 위력으로 발휘될 수밖에 없다. 그거랑 같은 것이다. 반면에 나는 힘이 남들보다 강한 편이기에 지금 당장 고급무기가 필요가 없다. 위상력을 쓰지 않고 내구력만 잘 관리해주면 되는 일이었으니 말이다.
왕도는 역시나 넓구나. 서울만큼은 아니지만 여기에는 수인족도 보이는 듯 했다. 가만 있자... 한 가지 중요한 것을 까먹고 있었다. 난 여기 왕도 지리를 몰랐지... 이거야 원, 다시 돌아가는 길도 잊어버렸는데 어떻게 해야되지? 나 또 방향치로 길을 잃어버린 거 같아서 매우 곤란한 처지에 놓여버린 거 같았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