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는 위상력과 함께 28화

검은코트의사내 2017-10-26 0

우리는 저택 안으로 들어선다. 나 외에 동료들은 무거운 발걸음으로 들어서려고 한다. 당연하지. 귀족의 저택을 방문하는 건 처음일테니 말이다. 나는 이것보다 더한 곳도 들어가봤다. 전에 늑대개 팀의 요원이었던 바이올렛 아가씨의 저택을 말이다. 모든 상류층들은 돈만 밝히는 한심한 인간이라고 들었는데 바이올렛 아가씨는 예외였다. 신분차별을 하지 않고 오히려 우리를 우호적으로 대해주었으니 말이다. 특히 서유리와는 친하게 잘 지내는 편이었다. 그리고 그녀 곁을 지키는 집사도 굉장히 좋은 분이었고 말이다. 그 아가씨의 저택만큼은 아니지만 내부가 넓은 것은 기본이고 커다란 계단으로 올라가는 길이 있었다. 그리고 메이드들이 일렬로 서서 우리를 맞이하는 모습도 보이고 말이다.


그 저택에 들어가서 혹시 게임기가 있냐고 물었던 기억이 났다. 물어본 내가 한심하지만 말이다. 적어도 여긴 이세계니까 게임기같은 건 없겠지. 그러고 보니 의뢰를 실행하느라 게임을 못했던 거 같다. 어차피 온라인은 할 수 없으니 오프라인 정도니까 그다지 승부욕이 나지는 않으니 게임기를 잘 안 건드린 건지도 모른다.


"스우!!"

"아버님!!"

"습격을 받았다고 해서 걱정했단다."


두 부녀의 상봉이다. 분명히 저 금발머리 남자가 스우의 아버지겠지. 척봐도 고급 옷차림을 하고 있는 거 보니까 공작님이 맞는 거 같다. 아무리 귀족이라도 자기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은 다 똑같은 거 같았다. 어느 나라 귀족이라도 신분이라는 게 존재하는 한 평민들을 차별대우하기 떄문에 나는 이세계의 귀족들을 별로 좋게 **는 않는다. 리플렛 마을에서도 기사단이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알기나 하는 걸까? 적어도 왕국에 속한 귀족들이라면 왕에게도 가서 소식을 전할 수도 있을 텐데 왕도에서는 아무런 소식도 들리지 않는 걸 보니 리플렛 마을은 별로 신경 안쓰는 듯 했다.


"오오, 자네들이 스우를 구해준 모험가들인가? 정말 고맙네."

"허억!"


어라라? 내가 생각한 귀족의 모습은 이게 아닌데? 갑자기 공작님이 우리에게 무릎을 꿇고 인사를 올리자 우리 모두 당황해했다. 나는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이라며 일어나주시라고 말했고, 공작님은 나더러 겸손한 사람이라면서 자리에서 일어나며 자기 소개를 했다.


"반갑네. 나는 알프레드 에르네스 오르트린네일세. 잘 부탁하네. 하하하하하하!"


뭐랄까... 내가 생각한 이미지와는 완전히 틀린 분이다. 전혀 품위가 느껴지거나 그런 게 없는 거 같다. 물론 바라지도 않았지만 말이다. 아니지... 딸의 생명을 구해준 은인에게만 저렇게 친절한 건지도 모른다. 경계를 늦춰서는 안 된다. 주변 메이드들은 무표정이라 이 집안의 공작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고, 우리에게 호의적인 모습을 보이니 일단은 알 수가 없었다. 사실은 공작이 더러운 일을 꾸며서 거기에 원한을 갖고 도적패에 합류해서 싸우는 평민들일 수도 있다. 도적이 되는 건 이유마다 다르지만 내가 알기로는 직업을 구하지 못한 사람들이 주로 도적패가 된다고 알고 있으니 말이다. 영주가 세금을 엄청나게 걷어들여서 반기를 드는 경우도 있다.


왕국에 걷는 세금들, 그 일부가 귀족에게로 간다. 오늘날 국회의원과 같은 것이다. 그들은 사람들의 세금을 먹고 사는 녀석들이니 당연히 재산이 많을 수 밖에 없었다. 그 도적패들도 돈 때문이라고 했지만 사실은 공작에게 원한을 가지고 이런 짓을 하는 거라고 생각이 들었다. 일단은 좀 더 지켜봐야겠지. 아직까지는 그럴만한 인물이라고 보이지는 않지만 좀 더 관찰하면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차, 이럴 줄 알았으면 리플렛 마을 기사단장에게 거짓말을 탐지하는 그 물건을 빌려달라고 할 걸 그랬다. 그걸로 내가 적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길드 총수 호위에 이용해먹은 게 괘씸했지만 말이다. 이제 와서 다시 돌아가는 것도 머니 어쩔 수 없다.


우리는 2층에 있는 테라스로 안내받아 차를 대접받았다. 나와 공작님은 마주 앉아서 차를 마시고 있었고 다른 세 사람은 따로 앉아서 차를 마시는 중이었다.


"그렇군. 왕도에 편지를 전해주러 온 거였나?"

"네."
"그 의뢰한 분에게는 감사해야겠군. 아무튼 우리 딸을 구해줘서 다시한번 고맙게 생각하네."

"공작님이라고 하셨죠? 그럼 왕국 상황을 잘 아실 거 같은데요. 실례지만 여쭤봐도 될까요?"


내가 묻는 이유는 하나다. 모몬트 모험가 사건 때도 왜 왕도에서 답을 주지 않았느냐다. 기사단장이 분명히 보고를 올렸을 텐데도 말이다.


"지금 내 형님께서는 아주 중요한 일을 하고 계시네. 미스미드 왕국과 동맹을 말이지."

"미스미드 왕국이라고요?"

"수인족의 나라라고 불리는 곳일세. 형님은 그 왕국과 동맹을 생각하고 계시지."

"잠시만 형님이라면 혹시 국왕폐하십니까?"

"아, 설명을 안했군. 미안하네. 나는 국왕폐하의 동생이 되는 사람일세. 하하하."


이거야 원, 공작이라지만 국왕폐하의 동생이었다니...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다른 세 사람도 우리 대화를 들었는지 뻣뻣하게 몸이 굳은 게 보인다. 얼마나 놀랐으면 저렇게 굳어버리냐? 오늘 동료들이 아주 제대로 놀라는 일을 겪고 있는 거 같았다. 아주 좋은 경험이 되겠지. 이게 바로 모험가의 재미인가? 의뢰를 실행하면서 식당에도 가보고 귀족들도 만나고, 국왕폐하까지 만나고, 아무나 할 수 없는 경험도 하게 되기 마련이다.


"공작님. 미스미드 왕국과 동맹을 맺으려는 이유가 있습니까?"

"우리 벨파스트는 여러 왕국에 둘러싸인 상황이지. 북서쪽으로는 리프리스 황국, 북동쪽에는 레굴루스 제국, 그리고 남쪽에는 미스미드 왕국, 이렇게 되어있네. 리프리스 황국과는 우호적으로 지내는 편이지만 레굴루스 제국을 우리는 경계하는 편이었네. 그 나라에 첩보원을 보냈는데 심상치 않는 움직임이 있다고 하더군. 마치 침공준비를 서두르는 듯한 군사훈련과 물자들을 생산하고 말이지. 특히 레굴루스 제국은 우리 벨파스트 왕국과 리프리스 황국이 합한 군사력보다 더 강한 군사왕국일세. 그 나라가 우리 벨파스트를 침공이라도 하면..."

"반드시 벨파스트가 패배한다는 뜻인가요?"

"그렇다네. 형님께서는 벨파스트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서 미스미드 왕국과 동맹을 생각하고 계신다네. 그나마 미스미드 왕국이 함께해주면 레굴루스 제국의 군사력과 맞먹을 수도 있을 가능성이 있으니 말일세."


오호, 한마디로 제국이 침공할 거 같으니까 외교문제에 그만큼 신경쓰느라 리플렛 마을 사태는 거들떠** 않았다는 건가? 그렇다고 비난을 받지 않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원래 대통령이나 왕도 사람이기 때문에 벌어진 문제들을 전부 다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겠지. 누가 국가원수인 대통령이나 왕이 된다 해도 누군가에게는 비난받게 되어있다. 우리나라 대통령들도 계속 바뀌지만 비난을 안받은 적이 한번도 없었다. 엄마가 말하기를 아버지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고 했다. 어느 대통령이라도 비난을 안받을 수가 없는 위치라면서 말이다.


외교문제를 해결하는 데 주력한다면 내부 문제를 소홀히 할 수밖에 없다. 이런 게 이세계도 적용이 된다면 그나마 이해를 하겠지만 만약 내가 없었으면 리플렛 마을은 범죄소굴이 되어 피해입는 사람들이 왕을 원망하면서 살았을 것이다. 왕도 참 힘든 직업이구나.


"하지만 문제가 있네만 바로 귀족들일세. 귀족들 과반수가 미스미드 왕국과의 동맹을 반대하고 나섰지. 그래서 형님도 지금 곤란해하고 있다네. 수인족이랑 동맹이라니 말도 안 된다면서 말이지."


역시나 귀족들은 왕권에 관여할 수 있구나. 그리고 그런 이유라면 귀족들은 인종차별주의자라는 건가? 수인족이라면 분명히 거리에서도 본 거 같았다. 겉으로는 사람인데 동물 꼬리와 머리에 달린 귀가 그들을 구별하는 종족이었다. 짐승의 힘을 낼 수 있다나 뭐라나? 그거야 뭐 상관없는 일이고, 수인족은 우리 인간을 우호적으로 보기는 하는 걸까?


"저기, 미스미드 왕국에서 받아줄까요?"

"미스미드 왕국도 우리에 대해서는 우호적으로 보고 있네. 지금 현재 미스미드 왕국의 대사가 왕도에 와서 형님이 큰 대접을 하겠다고 하더군. 잘 풀리면 좋을 텐데 말이야."


으음, 제국과의 전쟁을 앞둔다면 모험가들에게도 길드에서 공지하겠지. 전쟁에 참여해달라고 말이다. 라고 말하겠지만 참여할 만한 모험가들이 있을까? 그들은 여행하는 존재다. 나도 마찬가지고, 여기 계속 머물 생각이 없었고, 이센이라는 곳으로 한번 가보고 싶었다. 마치 옛날 일본시대로 가는 기분이 드니까 말이다. 에르제와 린제, 야에도 전쟁은 싫어하겠지.


"아버님. 오래기다리셨죠?"


아까와는 다르게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오는 스우였다. 역시나 공작가문의 따님이 맞긴 하구나. 아까는 가벼운 차림이라서 그저 그랬는데 지금 복장을 보니 정말로 귀족 아가씨가 맞다고 생각이 들었다.


To Be Continued......

2024-10-24 23:17:34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