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는 위상력과 함께 21화
검은코트의사내 2017-10-22 0
그 녀석은 다른 세계사람이라고 했으니 이런 화폐를 본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물어보기라도 할까? 나는 아직 고민이 된다. 이런 마법 재능을 받아도 되는지 말이다.
"세하야. 거기 있어?"
노크를 하면서 나를 부르는 미카누나, 일단 대답하고 문을 열어주자 누나는 잠깐 시간이 되냐면서 물어보자 나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 두 사람은 방 안에서 쉬고 있겠지. 미카누나가 갑자기 나를 부른 게 좀 신경쓰였다. 살벌하거나 그런 분위기는 절대 아니다. 이번에는 무슨 일인지 모르지만 식당까지 내려왔다.
"저기, 무슨 일이세요?"
"너 말이야. 무슨 고민이 있어? 평소와는 다른 모습을 보이잖아. 어째 기운이 없는 듯한 얼굴이라고 해야될 거 같은데?"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신경쓰지 않으셔도 되요."
"으응? 누나에게 말하지 못할 정도의 고민이야?"
"정말 아무것도 아니에요."
사람의 과거를 쉽게 말하는 사람이 어디있을까? 아무에게도 말하고 싶지 않는 내 힘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강한 힘을 손에 넣었다고 좋아라 하겠지만 나한테는 그게 아니다. 오히려 그 힘 때문에 나는 자유를 잃었으니 말이다.
"차라도 가져올게."
미카누나가 잠시 일어나서 부엌으로 간다. 미리 끓여놨는지 금방 가지고 와서 혼자있는 시간이 많지도 않았다. 여기 세계에서 처음으로 차를 마셔본다. 이렇게 단 둘이서 진지하게 대화하는 건 처음이다. 누나는 차를 한모금 마시면서 내게 말을 걸었다.
"전에 린제를 구해줬다면서?"
"네? 아... 그랬었죠."
"부럽다."
"네?"
무슨 말을 하는 거지? 부럽다니? 설마 이 누나도 이상한 상상하는 건 아니겠지? 옛날에 들었던 뭐 백마 탄 왕자라던가 그런 말도 안 되는 유치한 상황극을 생각하는 건가? 하도 많이 들어서 본능적으로 그 생각이 저절로 났다. 원래세계에서 엄마도 그렇고, 제이 아저씨에게도 그런 말을 들었다. 대체 뭔 소린지 하나도 모르겠단 말이지... 사람이 사람을 구하는 데 꼭 그런 전개가 나오라는 법이 없다. 그냥 구해야되니까 구한 것일 뿐이다.
"나에게도 힘이 있었다면 그 애들을 지켜주고 싶었어. 하지만 그럴 수가 없었지."
그러고 보니 미카 누나는 에르제와 린제와 이웃이었다가 여기로 이사온 거라고 했었지? 왠지 누나가 말하는 표정이 씁쓸해보였다. 린제가 그들에게 잡혀갔을 당시에 미카 누나도 소식을 들었던 모양이다. 기사단도 손을 함부로 못 대는 그 모험가들을 상대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여관일을 보는 게 직업이었으니 그들을 상대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게 당연한 거겠지.
"네가 부럽다. 그 애들을 지켜줄 수 있어서 말이야. 나는 할 수 있는 게 이런 일 밖에 없거든. 어렸을 때 정말 잘 지냈어. 하지만 이사한 뒤에는 오래 못봤었는데 그 애들이 멋지게 성장해서 다시 만나게 된 게 매우 기뻤었거든."
왜 이런 얘기를 나에게 하는 거지? 남의 과거나 들으려고 내가 온 것도 아닌데 말이다. 하지만 얘기를 더 들어보니 미카 누나는 내 고민에 대해서 거의 눈치챈 모양이었다.
"너, 마력의 재능을 알고 갑자기 얼굴이 창백해졌다면서? 혹시 힘을 가지면 안 되는 이유라도 있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을 해줬으면 해."
"아, 저기 그게..."
"난 이해가 되지 않아. 그렇게 강한 힘을 가졌으면서 왜 그런 자신을 부정하는지 모르겠어. 린제에게 마법을 배운 이후로 쭉 이래왔으니까 그 정도는 누구라도 알고 있어."
미카 누나가 표정이 돌변하더니 나를 계속 추궁한다. 이런, 아무래도 이 누나에게는 숨길 수가 없는 거 같았다. 아니, 내가 너무 티나게 고민을 해서 그런가? 하는 수 없이 나는 한숨을 내쉰 후에 숨겨왔던 일을 털어냈다. 내가 강한 힘을 거부하려는 이유를 말이다.
"그렇구나. 전에도 사명을 맡았었구나."
"네. 어렸을 때부터 부모의 뒤를 이으려니 뭐니 그런 말이나 들어서 어른들은 내 자유를 빼앗았죠."
"확실히 안 좋기도 하겠지. 하지만... 그래도 난 네가 부러워. 소중한 사람을 지킬만한 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거잖아."
"네?"
"언제든지 그 힘을 네 주변 사람들에게 쓸 수 있는 네가 부럽다고 생각했어. 그리고 세하야. 자신을 부정하지 마. 그 힘은, 다른 누군가에게 있어서 행복을 선사해줄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 데에 써보면 상대방도 기쁘겠지만 너도 기쁠 수도 있을 거야."
상대방을 돕는 데 쓴다? 그러고 보니 나는 지금까지 클로저 생활하면서 다른 사람을 돕는 데에는 거의 안 썼던 모양이다. 어차피 차원종을 박살내봤자, 흑막이 가득한 Union 밑에서 일한 거나 다름없기에 그다지 기쁘지도 않았었다. 그들의 의도대로 행동해온 거나 마찬가지다. Union의 체면을 살리는 그들의 목적에 우리는 이용당했었다. 그리고 그들과 맞서는 것은 너무나 험난했다. 마지막에 우리 팀을 제거하려고 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확실히 그것도 나쁘지 않겠네요."
"그럼 부탁할게. 에르제와 린제를 지켜줄 수 있을까?"
"네!? 그 두사람을요?"
"응, 아무리 수련을 받았다지만 아직 모험가 중에서 초심자나 다름없어. 그리고 또 그 일이 터질지도 몰라. 그러니까 부탁할 게. 내가 할 수 있는 건 너에게 부탁하는 것 밖에 없어."
미카 누나의 심정이 이해가 된다. 그 두 사람이 다치는 게 싫어서 그런 거 같았다. 확실히 나라면 자신이 있기도 했다. 마력 재능도 있고, 위상력도 있고, 엔데가 준 마력 증폭 목걸이가 있으니 말이다. 잠시 고민해보았지만 그 두 사람을 지키는 건 별로 어렵지 않을 거 같았다.
"네. 그럼... 그렇게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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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흘러 저녁식사 시간이 되었다. 미카 누나는 에르제와 린제에게 좀 전에 나랑 했던 얘기를 들려주자 동시에 얼굴이 붉어지면서 나를 쳐다보았다. 어이, 밥 먹는데 그렇게 쳐다보면 이 쪽이 집중을 못하잖아. 어떻게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쌍둥이답게 똑같은 건지 모르겠다.
"어... 언니, 그게 무슨..."
"말한 대로야. 앞으로 새야와 같이 모험가 활동을 했으면 해. 새야같은 남자가 있으면 너희도 든든하잖아. 안 헤어져도 되고."
"무... 무슨 소리하는 거야!?"
"그... 그건..."
뭔 소리지? 헤어진다니? 난 이들과 지금 당장 헤어진다는 소리도 안했다. 여관도 한달 정도 숙박잡아놨는데 헤어질려면 아직 멀었다. 여기 세계도 이상한 소리를 하는 사람이 있긴 있구나. 뭐, 그래도, 이 두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은 확실히 내게 전해진 거 같았다. 덕분에 나도 기운이 좀 나는 거 같기도 하고 말이다. 마력의 재능, 위상력, 이 두 사람을 지키기 위해 쓰는 거라면... 확실히 나도 만족할 거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고 보니, 램스키퍼에서 나타를 구해냈을 때도 그렇게 나에게 차갑게 대하던 나타가 무사한 것을 확인하고 마음속으로 기뻐했던 일이 생각났다. 그 녀석이 고맙다는 인사를 안해도 과거를 알게 된 이상, 충분히 이해해줄 수 있었다. 그래도 그 녀석은 나쁜 애만은 아닌 것은 확실했었으니 말이다. 그 일이 생각나니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그게 바로 남을 위해 싸운 사람이 가지는 기쁨인 걸까?
"그러므로, 앞으로 잘 부탁해."
"어? 으응."
미카 누나의 부탁으로 시작되었지만 기쁘게 받아들였다. 에르제와 린제, 이들을 보고 있으니 유리와 레비아와 함께하는 기분이라서 빠르게 적응이 될 거라고 확신이 들었다. 일단 파티를 짜는 거니까 에르제가 전방에 린제가 후방을 세우는 게 좋겠지.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마법을 배워야될 거 같았다. 간단한 기초마법 정도는 써야되겠지. 내 클래스는 검사가 어울릴 듯 하지만 마검사도 나쁘지 않는다. 마법을 쓰는 검사, 마법방어에 약한 적을 상대하기에 아주 큰 도움이 될 것임에 분명했다. 그렇게 생각하니 지금 당장 마법을 배워도 될 거 같았기에 린제에게 어느 정도 배워놔야겠다고 생각했다.
"린제, 마법 몇 개를 좀 알려줄 수 있어?"
"아, 그게... 제가 가지고 다니는 마법서가 있으니 그걸 보고 공부하시는 게 어떠신가요? 오늘 하루 동안 빌려드릴게요."
마법서? 그걸 보고 혼자서 공부하라는 건가? 뭐 일단, 상관없을 거 같다. 내 마력재능이 그들이 놀랄만큼 크다면 말이다. 일단 식사를 마저하고 마지막에 물을 마시니 오랜만에 개운해진 느낌이 들었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