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하] Icarus
루이벨라 2017-10-18 7
※ 츠별(@cheubyeol)님 출처
※ 세하 등에 흉터가 존재한다는 뇌피셜
※ 볼프강 후반부 에픽 스포 네타가 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흉터 같은 반점 자국이 어깨뼈를 타고 새겨져 있었다. 반점이 있다는 걸 왜 굳이 '새겨져 있다' 라고 표현을 하냐면 자연스럽게 생긴 반점이라고 생각할 수 없게 기특하게도 문양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생전 처음 보는 문양. 내가 기억하는 가장 오래된 옛날부터 줄곧 가지고 있었던 걸 보면 태어났을 때부터 있었던 거 같았다.
도저히 자연적으로 생긴 거라고 할 수 없는 반점에 대해 예전에는 꽤 끈질겼다. 반점이 있다고 해서 일상 생활에 불편이 있다거나 그런건 아니었다. 오히려 나에게 있는 '위상력' 이라는 것이 어깨뼈 부근에 있는 반점보다 더한 불편을 주었다. 하지만 나한테 위상력이 있고, 그 위상력으로 인해 난 평범한 아이가 아니라는 걸 자각하기 전에는 그 반점이 많이 신경쓰였다. 또래 아이들에게 반점이 특이해! 라는 말을 들은 이후로 더욱, 부쩍.
그래서 엄마한테도 끈질기게 반점에 대한 이야기도 했었다.
-엄마, 나는 여기에 왜 반점이 있어요?
-우리 아들은 궁금한게 많나보네.
엄마는 살짝 이마를 밀며 가볍게 웃어보이셨다. 그게 어딘지 모르게 씁쓸한 미소였다는 걸 나는 한참 후에 알았다. 엄마는 그 반점에 대해 무언가가 짚이는 게 있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 짚이는 게, 엄마의 기준으로는 그렇게 좋은 일은 아니라는 것도.
이런 철없는 나의 질문에 엄마는 현명하게 대처하셨다.
-세하야, 세하는 어디서 온 줄 알아?
-음...몰라요.
-세하는 하늘에서 엄마한테 똑, 떨어져서 왔단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유치한 발상이라고 생각하지만 어렸을 때의 나는 정말 진지하게 그 말을 믿었다. 엄마는 나를 품에 안으며 다시 말을 이으셨다.
-그래서 하늘에서 엄마한테 오다가, 세하 뒤에 달린 날개도 똑! 하고 떨어진거야.
-그럼 날개 자국이야?
-그럼~!
엄마는 그 때 당시에도, 지금도 나의 물음에 대한 답을 정확히 알고 계셨다. 하지만 어렸을 때의 나는 그 답을 듣기에는 한참이나 어렸다. 다른 사람에게서든, 그리고 엄마 본인에게서든 이에 대한 정확한 답을 들은 건 그로부터 한참 뒤의 일이었다.
* * *
어깨뼈 부근에 있는 반점이 아닌, 위상력에 신경이 더 쓰이고부터는 잊어버렸다. 신경 쓸 겨를도 없었다. 어렸을 적 엄마가 나한테 해준 답은 어떤 면에서는 좋은 답변이었다. 게다가 엄마의 입장에서는 어느 정도의 진실도 같이 곁들이며 답한 말이었다.
-내가 우리 아들 날개 괜히 꺾은 게 아닐까, 싶기도 해서...
-그게 왜 엄마 탓이에요?
정식으로 클로저가 되고부터 차원종과의 많은 충돌이 있고부터 무언가가 켕기는 게 있었다. 차원종과 싸우면서 수많은 차원종은 물론 그들이 몸에 새기고 있는 문양 같은 것도 많이 보았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그 문양을 어디서 보았던 거 같은 기시감이 들기 시작했다. 어디서 보았더라, 분명 보았는데...?
그리고 그 문양을 본 근원지가 바로 내 어깨에 있는 반점이라는 걸 깨달았다. 어렸을 때, 그리고 관심이 심드렁해졌을 무렵에는 자연적으로 생긴 반점 치고 너무 인위적이고 모양도 꽤나 뚜렷한데? 라고 생각한 그것이...
알고 보니 차원종의 문양과 비슷한 형태였다. 이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난 가장 빠른 방법을 선택했다. 제3자에게 들어도 되지만, 당사자인 엄마한테 직접 듣는 것.
-엄마.
-응?
-엄마는 이 반점에 대해 다 알고 계셨죠?
엄마의 표정이 굳어졌다. 나는 내가 억측으로 생각한 것이 정말 사실이었는지에 대한 믿음이 가기 시작했다.
-차원종의 문양이랑 너무 비슷하잖아요.
-...
-정말 나도 모르는 무슨 일이 있었던거에요?
-...엄마가 미안해.
그냥 진실을 알고 싶었던 거 뿐인데 엄마는 나에게 대뜸 사과부터 구했다. 당황스러웠다. 엄마의 잘못이라는 말인가? 화가 나지 않았다. 아니, 애초에 엄마의 잘못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엄마는, 나한테는 적어도 그럴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엄마에 대한 믿음. 그거였다.
-화난 거 아니에요.
-...
-그냥, 궁금한거에요.
순수한 호기심. 그뿐이었다.
엄마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차원전쟁 시절 애쉬와 더스트의 농간으로 반차원종이 될 뻔했던 일, 그 당시 나로 인해 인간으로 남아있을 수 있었다는 것.
-...
-그렇게 된거야.
-...
-엄마가 미안해.
-엄마한테 그런 말 들으려고 물은 거 아닌데.
엄마의 이야기를 듣고도 화는 나지 않았다. 그냥 실감이 가지 않았다. 그때야 알았다. 어렸을 적 엄마의 그 표정의 의미를.
-그럼 정말 그때 일로 생긴 흉터인거에요? 반점이 아니고.
-으응...
-왜 사실대로 말씀을 안 하신거에요?
-그냥 미안해서. 내가 우리 아들 날개 괜히 꺾은 게 아닐까, 싶기도 해서...
-그게 왜 엄마 탓이에요?
엄마의 탓보다는 그 애쉬와 더스트의 탓이 더 커보였다. 다른 사람이 봐도 그렇게
-그럼 어렸을 때 하늘에서 똑 떨어진 천사라느니 그런 표현 진심이셨던 거에요?
-응.
-...
이해가 된다. 엄마는, 생각보다 잔정이 많다. 특히 나에서는 더 그랬다. 엄마가 나를 볼때마다, 내가 반점에 관해서 물을 때마다 엄마에게 교차되던 복잡미묘한 감정. 그 감정을 당사자가 아니니 전부 다 이해할 수 있는 건 불가능했지만 짐작은 가능했다.
-엄마가 미안할 필요 없어요.
-세하야...
-난, 내 본일을 한 걸테니까요.
엄마의 표현대로 날개가 꺾여서 추락해서, 다시 못 나는 거라고 해도...내가 바다에 빠진 것도 아니고. 육지 위에서 평범하게 잘 다니니 난 괜찮았다. 큰 불편 없이 잘 살고 있으니, 이제는 없었던 일이라고 치부해도 되었다.
그렇기에 엄마가 너무 그 일에 신경쓰지 않았으면 했다.
-응, 아들! 우리 아들 뿐이라니까!
-수, 숨막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