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는 위상력과 함께 9화

검은코트의사내 2017-10-16 0

"처음에는 금화 1개라고 했잖아."

"뭘 모르는 소리하시네. 젊은 언니, 여기 봐봐. 흠집이 나있잖아."


천천히 골목으로 들어가니 두 여성과 두 남성이 서로 대면하고 있었다. 여성분 쪽은 나와 비슷한 나이 또래인 거 같은데 남성 쪽은 20대가 넘은 성인으로 보였다. 두 남성이야 딱 보면 불량배인 게 티가났지만 여성분들은 조금 묘하게 느껴졌다. 둘 다 스커트를 입은 비슷한 옷차림에 은색 머리카락과 초록색 눈동자까지, 쌍둥이인가? 한 여성은 장발머리에 양 옆 머리카락에 뭔가를 묶고 있었고 나머지 여성은 단발머리에 소심한지 장발머리를 한 여성의 뒤에서 벌벌 떤 채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 그림을 보면 저 두 남자들이 뒤에 숨어있는 단발머리 소녀를 헌팅하려다가 장발머리 소녀가 가로막은 채 그들과 대치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두 사람의 대화를 들으니 한 남자가 들고 있는 조각품 문제로 싸우는 거 같았다.


"자, 여기 실버 1개."

"겨우? 이걸 구하느라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고 하는 말이야!?"

"그거야 우리가 알바 아니지. 금화 1개를 받고 싶다면 방법이 있지. 오늘 하루만 우리랑 같이 어울려주면 생각해볼 수도 있고 말이야. 하하하하하!!"


그 말에 장발머리를 한 여성의 표정이 일그러지면서 당장이라도 덤벼들려고 두 주먹을 쥐고 있었다. 단발머리 소녀가 그녀를 말리려는 모습이 보였다. 이건 도와줘야될 상황인 거 맞지? 일단 보고도 그냥 지나칠 수는 없을 거 같았다. 내가 클로저 활동을 하다보니 누군가가 곤란해하면 가만 안있으려고 하는 거 같았다.


"저기,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앙? 넌 뭐야!?"

"다치기 싫으면 딴데로 **!!"


이런 이런, 초면부터 이런식으로 대하다니... 어느 영화의 한 장면이 생각나는 듯 했다. 그리고 엄마가 가끔 아버지와 있었던 이야기를 지겹게 해주었던 게 기억나는 데 말이다. 사람이 초면부터 매너를 보여줘야 좋은 이미지로 기억될 수 있다고 했다. 무엇보다 첫 인상이 중요하다. 하지만 이 두 사람은 첫 인상부터가 빵점이였다. 당장에 응징할까 했지만 왠지 모르게 화가 나지도 않았다. 나타에게 하도 욕을 들은 것 때문에 내성이 생겨버린걸까? 아니면 아버지에게서 배운 근성이 빛을 발한 건지도 모른다. 나는 어렸을 때 당한 괴로움을 아버지가 견디라고 했던 말이 다시 떠올랐다. 그것 때문인지 이들이 초면에 무례해도 별로 화가 나지도 않는다.


"저, 볼일이 있는 분은 저기 여성분인데요."

"에? 나?"

"저 장식품 말인데... 나에게 팔면 안 될까? 금화 1개 줄게."

"어? 으응... 팔게."


금화 한개를 준다는 말에 장발머리 소녀는 땡잡았다는 듯이 기쁘게 말했다. 역시나 이세계에도 돈을 밝히는 사람이 많구만. 어디서 굴러먹은 사람인지도 모르는 인간이 거액을 주겠다니까 순순히 받아들이는 거 봐라. 현실이나 이세계나 돈을 밝히는 사람이 있는 것은 똑같다. 물론 나도 예외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말이다. 좀 전까지 등 뒤에 숨어있었던 단발머리 소녀가 나를 힐끔 보고 있었다. 혹시 긴장되어서 열이 난 건가? 난 과학을 잘 모르니 그녀가 얼굴이 빨개진 이유를 모르겠다. 그냥 열이 받아서 그런 거겠지.


"야, 너 뭐야? 이거 우리 꺼거든? 네가 뭔데 우리 것을 사겠다고 난리야!?"

"아니, 저 여성분들은 당신들에게 팔 생각이 없었던 거 같은데요? 아까부터 듣고 있었는데 당신들이 한 행위는 공정한 거래가 된 게 아니에요."

"뭐야!?"

"이 자식이 어디서 설교질이야!? 죽을래!?"
"나 참, 괴롭힐 사람이 없어서 이런 연약한 숙녀분들을 괴롭히십니까? 당신들이 남자라는 게 한심할 정도네요."

"뭣이 어째!? 죽어라!!"


내 주변에는 없었지만 이런 불량배들은 의외로 많이 있다. 그리고 만약 여기가 원래세계였으면 바로 경찰에 넘길 수 있었다. 이들은 미성년자가 아니었으니 말이다. 여기 이세계에도 불량배가 있긴 있었나 보다. 아마 직업을 구하지 못하고 거리에서 약한 사람 때리고 돈을 빼앗는 그런 사람들이겠지. 그나마 여기 세계에서 불량배가 저렇게 날뛰는 이유는 대부분 직업을 못 구하고 백수가 되었기 때문이라고 알고 있었다. 이미 이세계 물 게임을 해본 사람의 경험담으로써 말하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이 사람들이 불쌍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자신들이 생존하는 데에 내가 방해물이 되면 누구라도 화가 날 것이다. 하지만 말이다. 그렇다고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입히게 하는 건 절대로 정당성이 되지 못한다. 사람은 먹고 살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한다. 그 중에 범죄도 포함되기 마련이다. 그래서인지 나는 이들에게 별로 화가 나지 않는다. 그냥 철없는 거지가 어린애처럼 구는 거라고 생각이 들 정도다.


한 놈이 달려들자 나는 그 사람의 주먹을 한 손으로 잡고 그대로 그 사람의 등 뒤로 돌아가 팔을 꺾은 채로 지면에 쓰러뜨렸다. 간단한 호신술, 이건 트레이너 씨에게 배웠던 격투기술이었다. 클로저 활동을 하면서 차원종 뿐만 아니라 인간과 불가피하게 싸우는 경우도 있으니 말이다. 클로저가 자기몸을 보호할 수 있는 호신술 정도는 익혀야된다면서 나를 가르친 분이다. 그리고 무기가 망가졌을 때를 대비해 간단한 격투술로 차원종이나 테러리스트를 상대하는 데에 효과적이라고 말씀하신 게 생각이 났다.


"아아악!"


일단 그 사람을 그대로 엎드리게 한 채로 기절시킨 뒤, 다른 상대도 마저 처리하려고 했지만 이미 장발머리를 한 소녀 앞에 쓰러진 뒤였다. 보아하니 격투술을 배웠나보다. 단발머리 소녀는 두 사람이 쓰러지자마자 곧바로 나에게 모습을 드러냈고, 내가 빤히 쳐다보자 또 그녀의 등 뒤로 숨어버렸다. 낯을 가리는 걸까? 하긴, 이런 꼴을 당했으니 그럴 만도 하겠지. 일단 남자가 들고 있는 조각품을 들고 금화 한개를 장발머리 소녀에게 건네주었다.


"정말로 괜찮아? 조각품에 금이 갔는데?"

"아, 신경쓰지 않아도 돼."


그 조각품을 갖고 싶다거나 그런 것은 아니었다. 그냥 가난한 거 같길래 도와준 거 뿐이었다. 금화 1개 쯤이야 얼마든지 선행을 베푸는 데 쓸 수 있었다. 길드에서 정식으로 등록되었고, 교육까지 받은 상태였으니 말이다. 다만 설명이 복잡해서 가이드 책을 한 권 구입하고 말았지만 말이다. 그리고 내가 의뢰한 내용도 있으니 소식이 들어오면 내게 사람을 보낸다고 했었다. 빨리 여관을 잡아야되는데 말이다.


"도와줘서 고마워. 나는 에르제 실레스카라고 해. 이쪽은 동생인 린제 실레스카."

"도...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역시나 쌍둥이 자매였다. 장발 쪽이 에르제 실레스카였고, 단발 쪽이 린제 실레스카라... 사람 이름을 외우기가 좀 힘든데 괜찮을까 모르겠다. 언니쪽은 활발한 성격인 데 반해 동생 쪽은 소심한 성격인 듯 했다. 으음, 원래세계에서 클로저 활동을 같이 한 동료 두명이 생각난다. 에르제는 서유리를 닮았고, 린제는 레비아를 닮은 거 같았으니 말이다. 여기 이세계에서도 닮은 꼴을 한 사람이 있구나 생각이 들어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뭐야? 갑자기 왜 웃는 거야?"

"아, 미안!! 아무것도 아니야. 나는 이세하라고 해."

"이...새야?"


으윽, 내 이름을 처음듣는 사람들은 왜 다들 새야라고 하냐? 이러다가 난 정말로 새가 될 거 같았다. 라고 생각이 들 정도로 한숨이 나오려고 했다. 그냥 새야라고 부르게 놔둘까? 그게 훨씬 편할테고 말이다. 그들이 어려워하는 것보다는 이름을 쉽게 부르게 하는 게 더 낫겠지.


"이름이 너무 특이하네. 어디 출신이야?"

"아... 그게... 이센."

"이센? 그럼 성이 이새고 이름이 야라는 거야?"

"아니 아니... 성이 이씨고 이름이 새야라는 뜻이야."


이런, 나까지 내 이름을 새야라고 하네. 에이, 그냥 이걸로 하고 따지지 않기로 하자. 남들이 편하게 부르는 게 훨씬 더 낫다는 사례는 이미 충분히 들었다. 친구들끼리 그냥 편하게 별명으로 부르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말이다. 아, 그러고 보니 이 두사람의 이름은 성과 이름이 나와는 반대로 되어있는 거 같았다. 왜냐하면 같은 가족끼리는 보통 성이 같게 정해져 있었다. 두 사람의 이름이 공통적으로 실레스카인 것을 보면 이름이 앞에 오고 성이 뒤에 오는 거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이건 굳이 확인할 필요도 없겠지. 굳이 성과 이름을 따질 생각없으니까 말이다.


"저, 에르제 실레스카씨. 이 조각품은 어디서 얻었어요?"

"에르제라고 불러. 나도 새야라고 불러줄게. 그 조각품은 그 불량배들의 의뢰를 받고 힘들게 찾아다닌 건데 그 자식들이 그렇게 나올 줄은 몰랐어."

"리... 린제라고 불러주세요. 그래서... 그만두자고 말했는데..."


여동생 쪽은 아직도 나에 대해서 긴장이 되는 모양이다. 이제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았을 테니 긴장 풀 때도 되었는데... 그냥 놔두기로 할까? 아무튼 에르제와 린제라... 어쩌다보니 통성명까지 하는 관계가 되었다. 아 참, 그것보다 중요한 게 떠올랐는데 그것을 물어봐야될 거 같았다.


"저기, 혹시 여관이 어디있는지 알아?"

"여관? 응. 알지. 거기로 가는 길이야? 마침 잘 되었네. 우리도 마침 여관에 갈 생각이었거든. 같이 갈래?"

"어? 으응."


이거 행운이었다. 직접 같이 가주는 사람이 있는 거 자체가 좋은 일이었다. 나는 이런 안내원을 원했다. 이걸로 방향치(?) 수준으로 헤매던 내 여정은 여기서 끝이났고, 두사람의 안내로 나는 무사히 여관에 도착할 수 있었다.


To Be Continued......


프롤로그가 베스트로 올라왔네요. 감사드립니다 ^^

2024-10-24 23:17:28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