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는 위상력과 함께 7화

검은코트의사내 2017-10-15 1

주변에 있는 몬스터들은 푸른 불꽃에 휩싸였다. 타다 남은 그들의 잔해가 주변에 남아돌고 있었다. 조금 무리했는지 힘이 조금 들었다. 하긴 큰 기술을 두개나 한꺼번에 써버렸는데 당연하다. 오래 끌면 끌수록 다른 자들이 말려들 가능성이 있으니 조금이라도 빨리 끝내고자 하는 욕심이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안심을 했는데 갑자기 살기가 느껴지면서 뒤를 돌아서 건 블레이드로 적의 공격을 막았다. 묵직한 일격, 거대한 톱모양의 무기를 들고 있는 붉은 오크의 모습이 보였다. 오크의 지휘관, 분명하겠지. 하지만 내 초신성 공격에도 살아남다니... 어떻게 된 일이지?


"어떻게 살아남은 거지?"


고블린 지휘관이나 오우거 지휘관은 죽은 게 보였다. 하지만 오크 지휘관은 아닌 듯 했다. 붉은 기운이 나오면서 크게 포효하고 있는 상황, 아무래도 게임에서만 들었던 '버서커 모드' 라는 걸까? 체력이 줄어들 수록 공격력이 더 강해진다고 들었다. 그걸 증명하듯이 내 건 블레이드가 보라는 듯이 금이 가 있는 상태였다. 이거 위험하다. 여기 세계에서는 건 블레이드를 고칠만한 수리점도 없는 게 분명한데 말이다. 마법으로 무기를 수리할 수도 있다고 들었는데 그 마법을 익혀서 어떻게든 시도해보는 게 좋을 거 같다고 생각이 들었다.


"크워어어어어!! 죽어라아아아아아!!!"


완전히 이성을 잃은 모습이다. 지면을 내리치는데 그 충격파가 어마어마할 지경이었다. 하지만 이런 상대를 공략하는 법을 모르는 건 아니다. 게임에서는 어떤 보스라도 다 패턴이 있는 법이다. 오크 지휘관이 할 수 있는 건 그저 거대한 무기로 내리치는 것 뿐이었다. 그리고 지금 이성을 잃은 상태니 냉정한 판단을 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기회를 노리면서 카운터를 먹이면 되는 거다.


녀석이 내리치는 때를 노리면서 나는 옆으로 피한 뒤에 그대로 점프해 날아올랐다. 그리고나서 건 블레이드를 발포모드로 변경 후에 그대로 푸른 불꽃을 일으키는 탄환인 공파탄을 연속으로 발사했다. 목표는 놈의 얼굴, 푸른 불꽃이 얼굴에 타들어가면서 놈은 괴로워하고 있었고, 얼굴이 서서히 녹아내리기 시작하면서 놈은 쓰러졌다.


"후우... 결국 저질렀네."


싸우려고 다짐할 때는 언제고 막상 끝내고 나니 뒤늦게 후회가 밀려온다. 내 실력을 본 사람들 입장이라면 당연히 놀랄 게 뻔하니 말이다. 강한 사람을 발견하면 그 사람의 강함을 이용하려고 하는 사람이 있다. 내가 어렸을 때 겪었던 일이다. 내 위상력 잠재력이 강하니 어쩌니 하는 연구원들, 그리고 어른들은 엄마의 뒤를 이을 클로저가 되는 게 당연한 도리라면서 내 운명을 멋대로 결정하려는 발언을 했다. 어디까지나 내 강한 힘을 자기들이 평화롭게 살기 위한 도구로 쓰겠다는 말이었다. 이들도 마찬가지로 이용할 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 최대한 내 힘은 드러내지 않으려고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사람을 죽게 내버려둘 수가 없었다. 나는 두 가지 중에 한 가지를 선택한 거 뿐이다. 기사단과 총수의 목숨을 살릴지, 아니면 도구로 이용당하지 않는 자유를 선택할 지를 말이다.


신은 나에게 불공평함을 주었다. 내가 원하지도 않는 힘을 주었다. 그렇게 생각했다. 처음에는 원하지 않았지만 적어도 원래세계에서는 필요성을 이제 느끼기 시작했었다. 현재 이세계에 온 지금의 나는 위상력이 필요없었다.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이제 기사들과 총수의 반응은 어떻게 될까? 내 힘을 이용하려고 하겠지. 하지만 나는 순순히 그들의 의도대로 행동하지는 않을 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데로 할 것이다. 나는 그들의 도구가 되지 않을 테니까 말이다.


"자네는 대체... 정체가 뭔가?"


나는 그들에게 돌아가면서 총수의 질문에 약간 미소를 지으면서 답변했다.


"저는 이세하, 모험가입니다."

"놀라워. 자네, 혹시 우리 기사단에 들어올 생각 없나?"


선발대장이 이렇게 말한다. 역시나 이럴 줄 알았다. 분명히 강자가 있으면 자신들도 싸우다가 죽지 않을 가능성이 있었으니 말이다. 나는 당연히 고개를 저으면서 거절의사를 밝혔다. 세상을 여행하는 게 좋다는 거절 이유까지 밝히자 선발대장은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태연한 척 하면서 모험가를 상대로 억지로 권유는 여기까지 하겠다고 말했다. 아마 이 소식은 기사단장의 귀에 들어갈 것이고, 더 나아가 귀족들, 국왕폐하의 귀까지 들어갈 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되면 나는 왕국에서 쓰이는 도구가 될 지도 모른다. 이 왕국을 나가서 다른 왕국에도 가봐야될 거 같았다. 리플렛 마을에서 이세계에서 생활에 적응이 되면 곧바로 떠나야겠다.


"자네에게는 정말 큰 보수를 해야겠네. 나 뿐만 아니라 기사단의 목숨까지 살렸으니 말이지. 하하하하! 원하는 게 있으면 말해보게."

"그렇다면... 제가 여기서 몬스터 연합군을 쓰러뜨린 거에 대해서는 비밀로 해주실 수 있으십니까? 기사님들에게도 부탁드립니다."

"뭣!? 아니 그 이유가 뭔가? 자네의 공은 엄청나네. 내가 국왕폐하께 잘 말씀드려서 자네에게 커다란 지위와 명예를 줄 수도 있네, 한 순간에 인생에서 성공할 수 있는 벼슬을 받게되는 거라고. 그런데 왜 그러는 건가?"

"전 모험가니까요. 총수님이 무사하신 것만해도 전 만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버지에게 가르침을 받은 게 생각났다. 무언가의 대가를 바라고 하는 선행은 선행이 될 수가 없다. 남들에게 먼저 주려고 할 줄 알아야 나중에 남들에게 받을 수 있다고 말이다. 나는 당시에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뭔가를 얻지도 않고 남을 돕는다니... 그건 상대방만 좋은 게 아니냐고 아버지에게 따진 적 있었지만 그건 아니라고 말씀하셨었다. 자신에게도 얻는 이익이 있다고 했다. 그건 바로 내면의 평화, 누군가를 돕고 난 뒤에 얻는 기쁨이 넘치는 마음으로 가득한 내면의 평화였다는 것이다. 상대에게 고맙다는 말을 듣거나 듣지 않더라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말씀하셨다.


그러니 나는 그 보수에 대해서 별로 기대하지 않는다. 얼마든지간에 생활하는 데 지장없을 정도라면 굳이 욕심 부릴 필요가 없었다. 총수님은 기분이 좋은 듯이 웃는 미소를 짓더니 내게 말했다.


"자네는 정말 재미있는 소년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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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간의 호위임무를 마치고 나는 기사단과 헤어진 뒤에 바로 길드 건물로 들어왔다. 총수를 반기는 길드에서 근무하는 자들, 그리고 총수는 나를 소개시켜주면서 인사를 시켰다. 나는 이제 보수만 받고 갈 생각이었지만 길드 총수님이 잠시 할 말이 있다고 하시면서 나를 총수 방으로 안내해주었다.


"자네, 길드에 등록한 거 맞나?"

"네? 등록이라뇨?"

"역시나 그랬군... 요즘 착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니까..."


응? 무슨 말이지? 총수님은 일단 나를 방 안으로 안내하면서 손님 맞이용 좌석에 앉혔고, 총수님이 나와 마주앉은 뒤에 보좌관을 불러 차를 준비하라고 말하는 게 보였다. 그리고 총수님은 나에게 중요한 사실을 알려주자 나는 그제서야 이 사람이 하는 말의 의미를 알게 되었다.


모험자는 본래 길드에 반드시 등록된 자를 합법으로 보고 있었다. 아무나 쉽게 되면서 위험한 일에 끼어드는 방랑자 직업이 아니었던 것이다. 사람들이 너무 많이 잘못알고 있다면서 불법적으로 모험가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적발되고 있다는 사례가 있다고 한다. 이런, 그렇다면 나는 본의 아니게 불법적인 모험가를 하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이거, 처음부터 죄인으로 되면서 잡혀가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지만 총수님은 이번 건은 공을 봐서 넘어가주겠다고 했다.


"감사합니다. 총수님."

"하지만 이번 만일세. 정식으로 길드에 등록하고 설명을 잘 듣도록 하게. 그리고 정식으로 모험가로써 앞으로 활약해주길 바라네. 자, 여기 약속했던 보수일세."


묵직한 돈 주머니다. 안에 얼마 들었을까? 이 정도라면 당분간 먹고 살기에 지장이 없을 거 같았다. 일단 첫번째 의뢰는 이걸로 끝이 났다. 하지만 다음 해야할 일이 있었다.


"혹시 필요한 거라도 있으면 언제든지 말하게."

"저... 글을 배울 수 있을까요?"

"응? 방금 뭐라고 했나?"


내 질문이 이해가 되지 않았는지 눈을 휘둥그레한 총수의 모습이 보였다. **, 내가 이런 말을 총수에게 꺼내다니... 높은 사람 앞에서 이런 말을 꺼내는 거 자체가 남들이 보기에는 황송할지는 모르지만 난 이미 높은 사람들을 질리도록 상대해봤다. 관리요원인 유정누나부터 시작해서 데이비드, 그리고 총본부장까지 말이다. 엄마를 닮아서인지 그 사람들 앞에서도 당당했던 기억이 있다. 무섭다는 생각은 들지도 않았다. 나는 하고 싶은 말을 내뱉는 성격이었으니 말이다. 그래서인지 총수 앞에서도 긴장하지 않고 감히 이런 말을 한 것이다. 좀 어이없는 부탁이긴 하지만 말이다. 말은 할 수 있는데 글을 못 읽는다는 불편한 진실을 가진 사람을 처음보면 나같으면 굉장히 어이없어할 만도 했다.


"으음... 이해가 되지 않지만 그 정도 부탁이라면 길드에 의뢰를 접수하는 게 어떤가? 그러면 누군가가 와서 해결해 줄 것이네."


아, 그런 방법이 있었구나. 길드에 의뢰내용을 접수해서 모험가들 중에 글을 가르치려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에게 배우면 되는 것이었다. 나는 총수님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했다.


To Be Continued......

2024-10-24 23:17:27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