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는 위상력과 함께 3화

검은코트의사내 2017-10-14 0

이런, 5일이나 걸리는 거리를 걸어서 가다니... 다리아프기보다는 지루하기 짝이 없었다. 심심한데 게임기나 켜볼까 싶었지만 기사들의 눈치 때문에 못 켤 거 같았다. 켜는 순간 곧바로 칼을 빼들어서 덤벼들 것처럼 굴 거 같았으니 말이다. 아까부터 나를 노려보던 시선이 많이 느껴졌다. 그 때문에 나는 불안한 마음으로 계속 걸어가는 상황이었고, 5일동안 지옥을 간접적으로 체험해야될 거 같았다.


"잠시 휴식!"


선발대장의 명령이었다. 이제 좀 휴식을 취할 수 있겠다. 이 시간이라면 게임기를 켜도 되겠지. 볼륨은 최대한 낮추고 전원을 킨다. 지금도 따가운 시선이 느껴져서 집중이 안 될 거 같지만 아무도 없다고 생각하면서 버튼을 조작한다.


"으음, 온라인 게임은 역시 못하는 구나."


내가 하는 게임은 거의 대부분 온라인 게임이었다. 여기 이세계에서는 네트워크연결같은 건 없기 때문에 온라인 게임을 하는 건 불가능했다. 설령 하더라도 내 주민번호는 이미 죽은사람 취급되어 계정이 삭제되었을 가능성도 있다. 어쩔 수 없이 오프라인 게임을 오랜만에 해보기로 했다. 주로 RPG게임을 즐겼기에 여러 세계관을 돌아다니면서 이세계가 어떤 식으로 이루어졌는지 알 수 있었던 것이었고, 여기 세계에서 적응하는 게 빨라질 수 있다고 판단이 되었다.


"식사준비를 서둘러라."


응? 벌써 식사하려고? 으음, 하긴 마침 출출하던 참인데 말이다. 가만있자... 여기 이세계 음식이 내 입맛에 맞을까? 그게 갑자기 생각이 나서 불안해했다. 이세계 음식은 아직 한번도 본 적이 없었다. 판타지 세계관 마다 다르지만 다른 세계에서 온 사람이 이세계 음식에 안맞아서 토해내는 경우도 있었다. 설마 나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 두려웠다. 사람마다 입맛은 다르기 마련이다. 나는 음식을 그렇게 가리는 편은 아니다. 어렸을 때 골고루 먹는 습관을 길렀으니까 말이다. 뿐만아니라 요리하는 법도 배웠다. 기사들이 지금 나에게 무서운 살기를 보내는 것을 멈추게 하려면 일단 그들에게서 신뢰를 얻어야 되는데... 아, 그 방법이 있었다. 나는 게임기의 전원을 끄고 자리에서 일어나서 요리준비하는 기사 두명에게 다가갔다.


"저기, 실례합니다. 요리는 제가 하면 안 될까요?"

"응? 그게 무슨 말이야?"

"제가 이래뵈도 고향에서 유명한 식당에서 주방을 맡았었습니다. 여기서 실력을 보여드리고 싶어서요."


거짓말을 섞어서 말했다. 그럴 수밖에... 그냥 어렸을 때 부모에게 배웠다고 말하는 것만으로 이들에게 신뢰를 줄 수는 없다. 적어도 유명한 식당의 주방정도라고 말해야 신뢰가 될 것이라고 판단했으니 말이다. 그러자 요리 준비하려는 기사 두명이 서로 바라보다가 동시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미소를 지었다.


"응. 그럼 부탁하네. 얏호!"


에엥? 반응이 왜저래? 혹시 요리를 하기 싫었던 걸까? 아무래도 이세계에서 남자가 요리를 잘하는 경우는 드문 거 같았다. 기사들이 저렇게 좋아하는 반응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들이 요리를 잘했다면 많은 사람들이 음식에 대해서 칭찬하기에 그것에 영향을 받아 요리할 의욕이 생기기 마련이다. 하지만 저렇게 하기 싫어한 사람처럼 보이는 것은 그들의 요리 실력이 형편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내가 자진해서 안 나섰다면 틀림없이 맛없는 것을 만들어서 나는 곧바로 토해냈을 지도 모른다. 그들이 가고난 뒤에 나는 요리 재료들을 살펴보았다. 당근과 돼지고기, 어라? 이세계에도 이런 게 있네. 재료는 내가 있던 세계에 있는 거랑 동일했다. 그리고 처음보는 야채도 하나있긴 한데... 이건 빼야될 거 같았다. 일단 돼지고기는 등살, 삼겹살, 목살 등으로 나뉘어져 있으니 식칼로 손질을 한 뒤에 적당한 크기로 나누어서 후라이팬에 올리면 되는 거였지만 일단 식량은 5일치에 1끼당 30인분으로 만들어야하니... 으음... 일단 오늘은 삼겹살로 구워버리는 게 낫겠다.


요리도구 후라이팬, 그리고 기름, 후추, 소금, 등... 이건 뭐 내가 시간을 되돌려서 과거로 가버린 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설마 역사적으로 기록되지 않았던 이세계 생활이 있었던 걸까?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 뭐 일단, 이런 건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고 간단하게 삼겹살부분을 칼로 손질한다. 일단 사람들이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삼겹살구이를 만들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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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가 완성이 되었다. 일단 하나를 먹어보니 맛이 있었다. 이세계 음식이 다행히 내 입맛에 맞는 게 다행이였다. 난 딱히 요리에 이름을 붙이지는 않는다. 표면이 갈색이 완전히 보일정도로 삼겹살을 구워서 식칼로 먹기 좋은 크기만큼이나 썰었다. 돼지 장조림을 먹을 때가 생각나서 이대로 만들어보고 그 위에 소금을 약간씩 뿌렸다.


"어디서 맛있는 냄새가 나는데?"


애초에 요리하는 데에 시선을 두지 않았던 기사들이 삼겹살 냄새를 맡고 나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나는 접시에 삼겹살을 듬뿍 한 5인분 올려놓고 기사들에게 가져다주었다.


"우와! 냄새 끝내준다. 밥하고 먹으면 딱이겠어."


밥? 설마 내가 아는 그 밥인가? 여기 세계에도 밥은 있었던 모양이다. 나 정말 시간을 거슬러서 과거로 온 거 아니야? 이런 생각이 계속 든다. 아니 어떻게 이렇게 똑같을 수가 있지? 여기 정말 이세계 맞아? 그들이 품에 숨겨놨던 밥을 꺼내 젓가락으로 삼겹살 한점을 먹었다.


"우오오오오오오!!! 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삼겹살 한 점을 먹은 기사 한사람이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비명을 지르면서 뒤로 넘어갔다. 다른 기사들이 달려와서 혹시 독을 먹었냐고 물었지만 그 기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한번 먹어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자 3명의 기사들도 고기를 먹어보자 반응이 똑같이 나왔다.


"오오? 오오오오오오오오옥!!!"


하늘로 승천한 사람처럼 양팔을 하늘 위로 쭉 뻗은 채로 펄쩍 뛰어오른다. 아니 고작 삼겹살 만든 거 뿐인데 왜 저렇게 반응을 보이는 거지? 아, 여기 이세계 사람들은 삼겹살 구이를 먹어본 적이 없었던 모양이다. 거기다가 적당한 조미료를 뿌렸을 뿐인데 말이다.


"야? 무슨 일이야? 그렇게 맛있어? 나도 나도... 우아아아아아아아아악!!!"


이거야 원, 여기 세계는 삼겹살 구이가 없나? 대충 구워서 먹는 게 대부분이었던 모양이다. 아니, 삼겹살을 구울 줄 모르는 건 아닐 것이다. 단지 부위를 자르지 않고 구웠기 때문에 잘 안 익은 것일 가능성이 크다. 속까지 익히려면 한번 구울 때 바로 뒤집은 상태에서 가위로 작게 썰어야 속까지 익히는 게 쉽다.


"우와!! 신기해!! 전부 다 익었어!! 속까지 골고루 다 익었어!! 이런 건 처음이야."


역시나... 삼겹살을 먹는 법을 모르는 사람들이었구만. 여기 세계 음식은 무엇이 있는지 궁금해졌다. 배울 거 있을 거 같고, 아닐 수도 있으니 말이다.


"야! 나도 줘!! 나도..."

"야 비켜!! 밀지 마. 내가 먼저야!!"


이거이거... 이제 삼겹살 하나 가지고 싸우는 사람도 생겨났다. 그나마 한 접시에 담은 5인분이 순식간에 비워진 상황이 되었다. 내가 사는 세계는 당연한 건데 여기는 신의 축복을 받은 사람처럼 좋아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들은 나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도대체 얼마나 맛있길래 이렇게 소란스러운 것이냐? 에잇! 나도 한번 먹어보자."


선발대장도 궁금함을 못참는 나머지 삼겹살 한 점을 집어먹자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


"끄아아아아아아아!! 이건... 이건.... 우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얼씨구, 몸을 구르면서 비명을 지르고 있다. 데굴데굴 구르는 리액션, 어이, 당신은 지휘관이잖아요. 부하들이 다 보고 있다니까요. 하지만 부하들이 아무도 불편한 시선을 보이지 않고 오히려 행복해하는 거 같았다.


"더 만들어주게!! 더!!"

"나도 더줘!!"


순식간에 30인분을 다 먹어치운 사람들이다. 이런 무서운 사람들... 10분안에 30인분을 순식간에 먹어치울 줄은 생각도 못했다. 하지만 나는 식량을 좀 아껴야되는 게 아니냐면서 물었지만 그런 거야 사냥하면 된다면서 선발대장이 당장 만들라고 흥분하면서 말하자, 나는 남아있는 삼겹살을 전부 써야되는 상황이 되었다.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지?


To Be Continued......

2024-10-24 23:17:27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