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하유리] 모음집 part α(feat. 추석 황금 연휴)

루이벨라 2017-10-10 3



※ 연휴 기간동안 썼던 세하유리 모음집(17.10.05 ~ 17.10.08)






1. [세하유리세하] 하지만 세하가 아니다 (17.10.05)


※ 네틱세하 x 암광유리 x 인큐세하
※ 『어서 깨어나줘』 설정
※ 몽마는 상대방이 가장 사랑하는 이성의 얼굴을 보여준다는 설정을 바탕으로 씀




CN Seha x SoD Yuri x Incubus Seha



 

 언제까지 이러고 있어야 할까...유리는 또 한숨 어린 중얼거림을 내뱉는다.


 깨어나지 않는 세하를 보며 유리는 하루에도 몇십번씩 절망과 원망을 한다. 괜시리 뺨도 쓸어보고 자세도 여러번 고치며 세하만을 바라본다. 이렇게 애타게 기다리는 누군가가 있다는 걸 알까? 모르겠지, 왜냐하면 지금 이렇게 잠들어 있으니까.


 "이런이런, 우리 군단장님께서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시는걸까?"
 "...제발 **, 좀."
 "이렇게 각박하게 굴기는."


 키득키득거리며 유리를 알현하는 자는 이 영지 근처에서 사는 차원종이었다. 몽마(夢魔) 계열의 차원종이라고 했다. 이런 세계에도 몽마가 있구나, 했던 감탄 까지는 아니지만 깨달음. 그것까지는 괜찮았다. 이게 만만치 않게 거슬리는 게 된 건 이 몽마가, 유리를 매번 쫓아다니게 되면서부터였다.


 "철의 군단장이라고 불리시는 분께서...이렇게 아련한 부분이 있었다니..."
 "쓸데없는 동정이라면 집어치워."
 "너무 철벽이시군."


 이렇게 달라붙어서 짜증나기도 했고, 또 하나 거슬리는 부분은 바로...


 "아, 군단장께서는 왜 이렇게 차가우실까나?"
 "..."
 "혹시, 이 얼굴이 마음에라도 안 드는건지?"


 몽마는 자신의 얼굴을 가리켰다. 자신이 그토록 그리워하며 기다리고 있는 사랑하는 이와 똑 닮은 얼굴. 머리가 백발(몽마 계열 차원종의 공통된 특성 중 하나)인 것만 빼면 생전 세하와 똑 닮은 이목구비다.


 유리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걸 알면 그 얼굴 좀 치워주면 좋겠는데?"
 "군단장께 몇번이나 말해야하는걸까? 이건 어쩔 수 없다고. 몽마가 가지는 얼굴은 상대적이란 말이지?"
 "그럼 왜 하필 내 앞에 나타난건데!?"


 거의 절규에 가까운 고함이었다. 몽마는 상대방이 가장 사랑하는 이성의 얼굴로 나타나, 꿈 속에서 꿈꾸는 자의 정기를 취한다. 그 시점부터 유리에게는 절망적인 시나리오일 뿐이었다.


 떨리는 목소리로 유리는 확실하게 선을 그었다.


 "...넌...세하가 아니잖아."


 같은 건 겉모습 뿐, 실상은 다르잖아. 인간이 아닌, 차원종. 그리고 무엇보다도 세하는 저런 장난스럽고 느끼한(?) 표정을 짓지 않는다. 세하는 언제나 슬프면서도 고요한 표정을 지었다. 그 애틋한 표정을 보며 유리는 꼭 세하의 옆에 있어줘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생긴게 같으면 뭐하나, 다른 것들이 따로 노는데. 세하가 아니잖아...! 근데 왜 세하 모습으로 나타나서 날 더 미치게 하는거야!


 유리의 비로소 들을 수 있었던 속마음을 들은 몽마는 씩, 입꼬리를 올렸다.


 "그렇군, 군단장께서 원하는 모습은 이게 아니라..."
 "..."
 "이거란 말이군."
 "...!!"


 몽마의 손짓 한번으로 몽마의 얼굴이 변했다. 아니, 변했다고는 해도 크게 변한 부분은 없었다. 바뀐 부분은 흑안이던 눈동자가 금안이 된 것 뿐. 하지만 그 금안은 세하가 아직은 모두에게 밝히고 싶지 않다며 유리에게 살짝만 보여준, 유리가 아름다움에 취해 가슴 깊이 담가두었던 금안이었다.


 놀란 눈이 커다래진 유리를 보며 몽마가 입을 열었다.


 "-유리야."
 "..."
 "-이 모습은 싫은거야?"


 목소리까지 똑같은 '세하' 다.


 몽마는 한번 선택한 사냥감을 놓치지 않는다. 그리고 그 사냥감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과 목소리로 자신을 위장하여, 가장 원하는 말과 행동을 한다. 그렇게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고야 만다. 그야말로 '악마' 였다.


 유리도 이쯤되면 흔들릴 법도 했다. 아니, 실제로 한번 크게 흔들렸다. 하지만 유리의 평점심도 그만큼 대단했다. 유리가 몽마에게 행한 대답은 언제나처럼 똑같았다.


 "아니."
 "..."
 "그래도 넌 세하가 아니잖아..."


 아무리 똑같게 꾸민들, 행동한들, 말을 한들 변함이 없었다.


 저것은 세하가 아니었다. 오히려 진짜 세하는 자신이 원하는 행동과 정반대로 자신의 왕좌에 앉아서 잠에 취하고 있었다. 세하를 애틋하게 쳐다본 유리는 몽마를 향해 선전포고를 했다.


 "그러니 이제 그만두는 게 어때?"
 "...군단장."
 "마지막 경고야."


 유리는 몽마의 말을 일부러 잘랐다. 눈은 웃고 있었지만 그 안에 담긴 눈빛은 살벌했다. 정말...이제는 이런 기회 따위도 없이, 냉정하게 자르는 마지막 칼침.


 몽마는 혀로 입술을 살짝 축였다. 그럴 수 없었다. 여기서 포기한다며 몽마가 아니었다. 더 얻기 어려운 사냥감일수록 더 한 성취감을 맛보게 해주니까!


 그리고 몽마는 자신의 가슴을 쓸어내렸다. 유리가, 세하를 보고 있을 때마다 짓는 그 표정을 볼때마다 마음 한구석에서 알 수 없게 피어나는 안개처럼 짙고, 진흙처럼 끈적거리는 감정...


 난 아마도 저 프라이드 높으신 군단장님을 사랑하게 된 거 같아. 그래서 질투도 같이 하는거겠지...몽마가 사랑 따위를 하다니!? 웃기는 일이다. 하지만 실제로 일어난 일이기도 했다.


 감정의 어긋남이, 이렇게 아프고 괴로운 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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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세하유리] 남사친이 있었습니다...? (17.10.07)


※ 클로저스 전력 60분 연성
※ 주제는 '친구'




 안녕하세요, 제 닉네임은 'YURI' 라고 합니다. 평범한 고등학교 2학년! 이에요.


 최근에 들어 저에게 고민이 생겼습니다.


 2학년을 시작하면서 알게 된 같은 반의 남자 아이가 하나 있습니다. 이런 말 해도 될련지 모르겠지만, 저 사실 클로저에요! 좀 특이 케이스의 클로저라 특수처리반 팀에 속하게 되었어요. 그 팀에 속하면서 만나게 된 아이인데 우연히도 같은 학교, 같은 반이더라고요?!


 아, 이제 본론부터 말하자면 그 남자 아이랑 처음에는 별거 아니었어요. 그 아이는 어떤 일에도 심드렁...그래요. 임무가 내려와도 의욕적이지도 않고 빨리 끝내고 게임이나 하고 싶다는 게 말버릇이었어요. 그래서 같은 팀의 리더인 아이(얼마나 귀여운지 몰라요! 폭 안겨줄 수 있어요!)가 얼마나 꾸중하는지 몰라요. 저도 몇번이나 물어봤죠. 이런 상황에서도 게임이 되어지니...? 라고.


 처음에는 그냥 임무로 인해 교류가 또래 남자 아이들에 비해 많아진 아이였어요. 그 아이가 검 비스무리한 걸 무기로 써서 몇번 훈련 지도해주고, 임무가 없는 날에는 같은 학교에 다니는 팀원들과 같이 디저트 카페도 가고! 그런 정말! 정말로! 남.사.친.인 아이였는데요...


 최근 들어서 그 아이가 너무 멋있어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저랑 키가 비슷했던 아이였는데 어느 틈엔가 키도 저보다 훌쩍 커지고 제법 남자다운 티도 나더라고요. 가끔 그 아이가 고개를 숙여서 제 얼굴을 바라볼 때마다 얼마나 심장이 떨리는지 몰라요...


 얼마 전에는 임무를 하다가 발을 헛디뎌서 움직일 수 없었던 때가 있는데, 그 아이가 대뜸 저에게 등을 내밀더라고요?! 못 걸을테니 업어줄게, 하면서요. 처음에는 당연히 거절을 했죠! 안 그래도 요 근래 들어 얼굴 제대로 들어서 볼 수 없었는데 업힌다니요! 그래도 결국 업혀서 돌아왔어요. 제 심장 소리가 얼마나 컸는지 그 아이한테 들릴까봐 혼쭐이 났다니까요!


 그리고 그 때 얼핏 본 그 아이의 얼굴도 살짝 붉었던 거 같지만, 제 착각이겠죠?!


 아무튼 이것 때문에 제보 보내봐요. 정말 소설이나 영화에 있는 일처럼 남자 사람 친구였던 아이를, 어느 날 갑자기 좋아할 수 있게 되나요?! 이건 영화가 아니야! 소설도 아니야! 현실이야! 그런 일 없어! 라고 단단히 자기암시를 걸지만...


 저 아무래도 그 아이를 좋아하는 거 같아요. 고백을 이참에 해볼까? 생각은 했지만 그 아이한테 함부로 할 수 없을 거 같아요. 지금 심정에 변화가 있는 건 저뿐인거 같고, 그 아이는 정말 천연덕스럽거든요. 저한테 하는 행동이 별반 달라지지 않았어요!


 저 어쩌면 좋을까요...?


<인기 라디오 '고민이여 모여라!' 의 제보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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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세하유리] 또 한번, 두근거렸다 (17.10.08)


※ 지인분 썰 기반




 "오랜만에 세하와 하는 합동 임무네!"
 "오랜만이랄까..."


 유리의 말은 사실이었다. 요 근래 둘다 검은양 팀원보다는 늑대개 팀원들과 페어를 지어 하는 임무가 많았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언젠가를 계기로 세하는 유리와 같이 임무를 한 적이 없었다.


 "세하 실력 어디 좋아졌는지 볼까나?"
 "피차 마찬가지야, 서유리."
 "좋아! 내기다!"


 진 사람이 한턱 크게 쏘기! 이 말을 당당하게 외치며 유리가 먼저 출발했다. 건블레이드의 조작에 한발 늦은 세하가 뒤늦게 유리의 뒤를 따라갔다. 인력 부족으로 인해 이 둘이 해야하는 임무의 양이 만만치 않음에도 불구하고 둘의 발걸음은 가벼웠다. 심지어 세하는 이렇게 뛰어가면서 느껴지는 바람마저도 상쾌하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그리고 그 앞에는 유리가 있었다. 물 흐르듯이 수려한 동작의 연속으로 차원종 처리를 하는 유리를 보며 세하는 내심 감탄했다. 역시...검도 천재란 말이 괜한 게 아니다. 유리는 자신보다 전투감각이 훨씬 뛰어나다. 그리고 요새 하피와 합동 임무를 몇번 해서인지 예전보다 움직임이 더 유려해진 것도 같았다.


 세하는 찰싹! 자신의 뺨을 살짝 때렸다. 지금 이렇게 한가하게 넋이나 놓을 때가 아니었다. 유리가 출발 직전에 했던 말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유리는 한다면 하는 아이였다. 특히 디저트 내기, 같은 것은 꼭 하고야 마는 아이였다. 물론 세하가 이긴 적은 별로 없었다. 이번에도 결과는 같을 것이라고 예상은 하지만, 내기가 아니라고 해도 세하는 자신의 몫은 그래도 해야하는 성격이었다. 더욱이 같이 있는 동료에게 짐을 더 주는 것도 싫었다. 특히 그 상대가 유리라면...


 그렇게 한창 정신 없이 처리 임무를 계속 하는데 무언가가 세하의 뺨을 찰싹찰싹! 때리고 있었다. 어느 틈엔가 가까워진 유리의 긴 머리카락이 세하를 매타작(?)하고 있었다. 임무에 지장을 주는 정도는 아니라서 무시를 하는데 계속 때려대는(?) 유리의 머리카락이 종국엔 여간 신경이 안 쓰일 수 없었다!


 잠시 한숨을 돌리는 시간에 세하가 유리에게 말했다.


 "서유리...너 머리 좀 묶으면 안돼?"
 "응?!"


 세하가 겪었던 고충을 몰랐다는 듯이 유리가 말똥말똥한 눈으로 되묻는 듯 했다. 세하는 괜히 헛기침을 했다.


 "임무 하는데 자꾸 신경이 쓰였다고."
 "아, 그래? 미리 말하지 그랬어! 어디 보자, 머리끈이..."


 주섬주섬, 호주머니에서 유리는 머리끈을 꺼냈다. 얼마 되지 않은 시간이 흐른 후, 유리는 머리를 한갈래로 묶었다.


 "짠! 이제 됐지?"
 "흐음..."


 하지만 그마저도 세하는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삐딱한 표정을 지었다.


 "좀 단정히 묶을 순 없어?"
 "응? 안 흘러내리면 되는 거 아니야?"
 "...하아...잠시만..."


 말로 해서는 안 되겠다 싶어서 세하는 유리의 뒷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유리가 묶은 머리를 풀고서 손으로 빗질을 하기 시작했다. 빗으로 하는 게 더 좋지만, 이런데에 빗이 있을리가 만무했다. 딱 단정하게 하면 그만이었다.


 '그나저나...유리 녀석, 머리결 생각보다 좋네?'


 삐죽삐죽거리는 겉모습에 비해 유리의 머리결은 부드러운 편이었다. 세하가 빗어주는 걸 유리는 눈을 감고 즐기고 있었다.


 "세하 꼭 엄마 같다."
 "엄마라니..."


 좀 다른 말로 표현할 순 없나? 섬세한다느니 그런 표현...엄마가 뭐야, 엄마가.


 "옛날에 엄마가 이렇게 머리 빗어주곤 했는데."
 "..."


 얼추 매만져진 머리카락을 세하는 틀어올렸다. 틀어올리며 세하는 문득 어디서 좋은 향이 나는 걸 느꼈다. 근원지는 아마도...자신이 지금 손질해주고 있는 유리의 머리카락이었다.


 '좋은 냄새...'


 화려한 꽃보다는 은은하고 수려한 꽃에 나는 향기와 비슷한 향기였다. 세하가 거의 마무리 단계에 진입했을 무렵, 유리가 대뜸 말했다.


 "세하 손 은근 따뜻하네?"
 "위상력이 열을 발산하기에 다른 사람보다 체온이 높긴 한데."
 "아니, 난 그런 의미가 아니라..."


 어쨌든, 좋아...! 유리는 엄지를 펼쳐보였다. 피식, 저절로 작은 미소가 지어진다. 마무리가 되자, 세하는 살짝 유리의 어깨를 쳤다.


 "자, 끝!"
 "오! 끝내준다!"


 유리는 세하가 묶어준(정확히는 위로 틀어올린)머리를 보며 감탄을 연발했다. 보통 솜씨가 아니었다. 유리보다 세하가 묶는 레벨이 더 높은 듯 했다.


 "세하 정말 손재주 좋구나! 조리 실습이나, 종이접기했을 때 알아봤어야 했어!"
 "종이접기라니..."


 세하는 뺨을 긁적였다. 참고로 여기서 유리가 말하는 종이접기는 미스틸테인의 생일 파티 때, 억지로 참가했던 데코레이션 때 했던 것이다.


 "세하 미용사 되면 손님 엄청 많을거 같아!"
 "그정도로 안 띄워도 되는데..."
 "아냐! 정말이야!"


 이제 흘러내릴 것도 없고, 마음껏 임무나 계속하자! 하며 기운좋게 화이팅을 외치는 유리를 보며 세하는 손을 몇번이나 괜스레 그러쥐었다.


 부드럽고 향긋하고 따스한...그런 감촉이었다. 그리고 얌전하게 틀어올린 유리는 또 다른 느낌이 들었다. 평소에 쾌활한 분위기와는 다른, 정적인 분위기. 정확히 끄집어낼 순 없지만,


 아마도...또 반한거 같은 그런 느낌?


 아...나는 유리를 좋아하는거구나...원래부터 알고 있었지만 오늘 또 알게 되었다.


 "같이 가, 서유리!"


 먼저 앞서 가는 유리를 부르며 세하가 한숨 쉬듯 소리쳤다. 유리는 세하가 늦는거라며, 빨리 오라며 손을 흔든다.


 오늘은 그런, 기분이 들뜨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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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24 23:17:25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