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비아]CLOSERS-ARMAGEDDON-2화 은둔

CodeW2 2017-09-22 2

-    C    A    U    T    I    O    N    !    -

 





☞: 본 소설은 유니온 임시본부 후의 에필로그 에피소드를 약간 각색하여 다루고 있습니다.  스포일러를 원치 않으신 분들께선 읽지 않는 것을 권장드립니다.


 

 ☞: 본 소설은  클로저스의 원작의 내용과 세계관을 따르고 있지만 제 상상력과 예상에 근거하고 있으므로,  원작의 에피소드와는 차이가 있다는 점을 유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 클로저스 업데이트는 유니온 임시본부의 업데이트 까지만 계승하며 그 이후의 에피소드 업데이트는 계승하지 않습니다.

 

 


 ☞: 마지막으로 본 소설은 그 어떠한 정치적, 종교적 성향을 띄고 있지 않으며, 소설과 무관한 정치, 종교적 도발이나 비방 댓글, 또는 소설에 대한 근거 없는 일방적인 비방이나 욕설, 무관한 질문, 그리고 특정 캐릭터에 대한 일방적인 공격이나 비방 등은 삼가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설 링크:


  프롤로그 - http://closers.nexon.com/ucc/fanfic/view.aspx?n4pageno=1&emsearchtype=WriterName&strsearch=CodeW2&n4articlesn=11751


  제 1화 - http://closers.nexon.com/ucc/fanfic/view.aspx?n4pageno=1&emsearchtype=WriterName&strsearch=CodeW2&n4articlesn=12152







-    A    R    M    A    G    E    D    D    O    N    -




[ The chapter : 1 ]

 

- D  A  R  K  N  E  S  S-

 







​2화

-은둔-



[ S e c l u s i o n ]

















 시리아 남부의 어느 미확인 빈민촌​ _ 

  늑대개 팀의 은신처

2023년 4월 29일. ​- 5:50 a.m.__





  아직 어둠이 완전히 가시지 않은 빈민촌은 깊은 어둠의 수렁에 갇힌 채 태양이 떠오르기를 기다렸다.


  사방이 차갑고 짙은 어둠에 깊게 잠긴 가운데, 차가운 바람이 모래를 휘날리며 빈민촌을 뒤덮었다. 차가운 바람이 레비아의 흰 머리를 스쳐지나가자 그녀는 움찔했다. 그녀는 몸을 떨며 양손을 입가에 대더니 입김을 불었다. 그녀의 입에서 나온 숨에서 새하얀 입김이 피어올랐다.


 


  잠시동안 얼어붙은 손에 입김을 불던 레비아는 은신처 옥상 난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어둠이 너무 짙은 나머지 그 아래가 마치 끝없이 깊은 낭떠러지처럼 보였다. 그곳에선 암흑이 그녀를 바라보며 혀를 계속 낼름대고 있었다.


  한참동안 자신을 향해 혀를 날름대는 암흑을 바라보던 레비아는 계속 자신을 파고드는 냉기를 느끼며 티나가 서 있는 북쪽 난간을 바라보았다. 티나 역시 암흑 속에 있어 검은 안개 속에 파뭍혀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차가운 바람에 휘날리는 그녀의 길게 내려와 있는 회색 머리칼은 또렷하게 보였다.




  악몽 때문인지, 아니면 차가운 바람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그녀는 이상스러울 정도로 졸음이 오지 않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되려 맑은 정신으로 추위를 이겨내며 그 어떤 때보다 신경을 기울여 경계근무를 서고 있었다. 레비아와 티나는 이따금식 적의를 품은 누군가나 이상한 사물을 위협하듯 자신의 무기를 난간 바깥으로 겨누거나, 또는 흔히 경비병들이 하듯 느린 속도로 자신이 맡은 구역을 왔다갔다 순찰했다.


  

  그렇게 30분이 지났다.

레비아가 눈앞의 암흑을 노려보며 경계근무를 서다가, 가만히 양손을 합장하듯 가슴 앞에 모았다.

  이내 그녀가 조그만 목소리로 주문을 외우자 약한 하얀색 빛이 맞닿은 양 손바닥에서 발산하더니 그곳으로부터 유연하게 흘러나와 긴 형태로 변했다. 그리고 그 새하얀 형태는 레비아의 주위를 가만히 맴돌기 시작했다. 그건 그녀의 사역마였다.

  사역마가 추위에 움찔하자 레비아는 사역마를 한손으로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계속 난간 바깥을 주시했다. 그녀에게는 눈 앞의 암흑이 너무 짙어 앞이 보이지 않았다. 

  대신 그녀는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육감으로 주위의 사물들을 마치 자신의 눈 앞에 보이는 것처럼 선명하게 감지해 냈다. 레비아는 온 신경을 사방에 집중하며 이상한 기세나 적의가 없는지 감시했다.

  한편, 티나는 소총을 저격총으로 교체하고 적외선 조준경으로 은신처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그녀는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 왼쪽 허벅지에 권총을, 오른쪽 허벅지에 단도를 차고 있었다. 그녀의 주황색 눈은 조준경을 통해 은신처 일대를 날카롭게 감시했다. 조준경 끝에서 발사되는 레이저 조준기의 빨간 레이저가 암흑을 날카롭게 꿰뚫으며 티나가 타겟을 조준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그렇게 주위를 정밀하게 주시하던 티나는 잠시 저격총을 거두고 오른손으로 얼굴과 목덜미에 부채질을 했다. 너무 집중한 탓인지 동체에서 평소치보다 높은 열이 나고 있었던 것이다. 마침 차가운 칼바람이 티나의 정면으로 불어오기 시작했다. 차가운 바람이 그녀의 몸을 스쳐지나가며 냉기가 그 몸속으로 깊게 스며들기 시작했다.


 그녀는 불어오는 바람에 맞추어 기지개를 하듯이 몸을 쭉 폈다.


 그러자 냉기가 더더욱 깊이 티나의 몸속으로 스며들었다. 그에 따라 그녀는 더더욱 정신이 맑아지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흐읍하며 차가운 공기를 몸 깊숙이 빨아들였다. 밤의 차가운 냉기가 티나의 온몸을 맴돌며 그녀에게 활력을 주었다.

  하지만 레비아에게는 너무나도 차가운 바람이었다.

살결이 많이 노출되어 있는 대원복을 입어서인지, 그녀는 마치 세띠아르마딜로가 위협을 느꼈을 때처럼 반사적으로 몸을 공처럼 웅크리며 차가운 바람에 저항했다. 앞으로 굽혀진 그녀의 등에 내려와 있던 희고 긴 머리칼이 차가운 바람에 휘날렸다.


  얼마 안가 레비아의 주위를 멤돌던 그녀의 사역마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둔해졌다.

  그녀가 추위에 위축된 것이다.

잠시동안 칼바람을 만끽하던 티나는 잠시 내려놓았던 저격총을 다시 들다가 레비아가 있는 방향을 돌아보았다. 이윽고 공처럼 몸을 웅크리고 있는 그녀가 눈에 들어오자 티나는 그 옆으로 다가갔다. 티나는 웅크리고 있는 레비아 왼편에 한쪽 무릎을 꿇고 그녀의 상태를 살폈다.


 

  "레비아? 괜찮나?"



​ 

  "으으..."

 



  레비아의 몸은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에 맞추어 사시나무 떨듯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 그녀의 백지장 처럼 창백해진 얼굴이 희미하게 보였다. 그러자 티나는 자신의 눈에 장착되어 있는 온도감지 센서를 통해 레비아의 상태를 살폈다. 팔과 다리, 그리고 등과 목, 어깨같은 살결이 노출된 부분이 상당히 차가워져 파랗게 보였다.




  "으으... 추워...."




  레비아가 이를 떨며 말했다. 그녀는 더더욱 몸을 공처럼 웅크리며 바람에 저항했지만 소용없었다. 날카로운 칼바람은 대원복을 꿰뚫고 그녀의 여린 살결을 무자비하게 찌르며 냉기를 찔러넣고 있었다. 매서운 추위가 몰아치는 가운데, 레비아에게 그 이상의 근무는 불가능해 보였다.


​ 

​ 

  "레비아. 그만 들어가보는 게 좋을 것 같군."


 


  그녀는 가만히 웅크리고 있을 뿐 움직이지 않았다.

바람이 겨우 조금 사그라들었을 때에서야, 겨우 고개를 들어 티나를 바라볼 뿐이었다. 하지만 레비아는 들어가려 하지 않았다.


 

  한번 자신이 하겠다는 일을 끝마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죄책감과,  혼자서 경계를 계속하며 신경을 곤두세울 티나를 생각해서 였으리라. 그러자 마치 그것을 알고 심술을 부리듯, 바람이 다시 날카롭고 거세게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어둠속에서 자신의 흰 머리칼이 거세고 차가운 바람에 나부끼는 것을 느끼자 레비아는 다시 고개를 무릎 사이에 묻어야만 했다.



 


  "레비아. 어서 들어가라."





 

 


   티나의 건조한 목소리에 단호함이 깃들었다. 그것은 레비아의 상태를 조금이라도 호전시키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그녀는 가만히 자리에 오들오들 떨리는 몸을 잔뜩 웅크린 채 움직이지 않았다. 한참 후에 바람이 잠잠해지자, 그녀는 얼어붙은 몸을 서서히, 아주 천천히 일으켰다.

  그녀의 몸은 얼대로 얼어붙어서 제대로 움직이는 것 조차 불가능해 보일 정도였다. 어둠속에서 희미하게 보이는 그녀의 살결과 대원복에는 마치 얇고 새햐얀 실크옷을 걸친 것 처럼 하얀 서리결정까지 끼어 있었다.

 


  "우으으...  

   호..  혼자서... 

   ​괘..  괘.. 

   괜찮으 ...  시.. 겠어요?"


  레비아는 고개를 숙인 채 이를 떨며 말했다.

티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다소 걱정스런 표정으로 어서 들어가라는 손짓을 해보였다. 레비아는 자신의 몸을 양 팔로 감싸안은 채 비틀거리며 옥상 계단으로 통하는 출입구로 멀어져갔다.



  티나는 세차게 부는 칼바람과 암흑 속으로 멀어져가는 레비아를 잠시동안 지그시 바라보다가, 다시 저격총을 들고 경계를 시작했다. 그녀는 저격총의 탄창 부분을 왼손으로 잡다가 손을 떼고 자신의 눈앞으로 들어올렸다.


 

  차디찬 서리결정이, 티나의 검지와 중지, 약지의 끝에 하얗게 맺혀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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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00 am.

 은신처 옥상 계단


  다시 실내에 들어온 레비아는 옥상 계단에 앉고 등을 벽에 기댄 채 공처럼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그녀는 실내에 들어오면서 공기가 아까보다 따듯해 진 것을 느꼈지만, 실내의 공기가 가지고 있는 열은 그녀의 얼어붙은 몸을 녹이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그녀는 계속해서 몸을 떨며 몸을 더더욱 웅크렸으나 그녀에게 맞닿은 차가운 계단과 벽이 계속해서 열을 앗아갔다. 다시 그녀는 힘없이 비틀대는 다리를 움직여 자신의 방으로 움직였다.

  칠흑같은 암흑에 잠긴 복도 속에서, 레비아는 자신의 힘없는 발걸음 소리를 들으며 새삼 어둡고 냉혈한 현실을 느꼈다. 온몸에 내려앉은 냉기가 그녀의 몸을 무겁게 내리누르며 차가운 현실을 속삭이고 있었다.

 

  레비아는 애써 그 속삭임을 무시하고 힘없이 자신의 방에 돌아왔다.

  그녀는 힘이 사라진 몸을 이끌어 문을 열었다.

 ​그러는 사이, 그녀 주위에서 맴돌던 사역마도 다시 자기가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갔다.

  문이 힘없이 열리며 끼익이는 소리를 내자, 레비아는 방안으로 힘없이 들어갔다. 불을 킬 힘도 없어, 그녀는 어둠속에서 장님처럼 여기저기를 더듬어 행거를 찾아냈다. 그 옆에 자신의 지팡이를 기대어 놓고, 입고 있던 정식대원 복을 행거에 건 후, 행거에 걸려있던 새하얀 실내복을 찾아내어 갈아입었다. 

  다시 실내복으로 갈아입은 그녀는 침대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이내 감각이 무뎌진 그녀의 다리에 차갑고 긴 무언가가 닿았다. 철제 이동식 침대의 철봉 기둥이었다. 그녀는 손을 앞으로 뻗어 새까만 허공을 더듬었다. 그러자 차갑고 꺼칠한 무언가가 그녀의 손에 닿았다. 침대의 눕는 부분이었다.​


   레비아는 차가운 침대 속에 다시 들어가 몸을 뉘이고 몸을 공처럼 웅크렸다. 그 모습은 마치 극지방의 늑대들이 추위에 저항하기 위해 몸을 웅크리는 것을 연상하게 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그녀에게 열이 조금씩 돌아오기 시작했고, 몸이 점차 노곤해지기 시작하자 그녀의 길고 짙은 눈썹이 감기기 시작했다.




 -몇 시간 후. 점호 시간.






   점호시간 전에 일어난 트레이너는 다시 노트북을 켜고 평상시 그래왔던 것처럼 세계 뉴스부터 찬찬히 살핀 후, 기타 다른 업무를 쇼그와 같이 처리하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방에서 서류뭉치를 정리하며 어질러진 방을 대강 치우고 있었고, 그 옆에서는 쇼그가 뻐꾸기 몸체를 이용해 세계의 온라인망에 침투해 이런저런 정보들을 살피고 있었다.


그때였다.



 

   -삐비비빅


  -삐비비빅




  점호시간을 알리는 디지털 시계의 알람소리가 울리자, 허리를 굽혀 바닥을 치우던 트레이너는 철제 선반에 올려져 있던 디지털 시계의 버튼을 눌러 알람을 껐다. 그리고는 자신의 왼쪽 손목에 차고 있는 손목시계를 확인한 후, 쇼그에게 말했다.




  "쇼그, 스캔 준비를 부탁한다."



  "-네. 트레이너 님.-"




  쇼그가 조종하고 있는 뻐꾸기 기체의 화면이 초록색 배경의 레이더 화면으로 바뀌기 시작하자, 트레이너는 늘 노트북 오른쪽에 놓여져 있는 수첩과 검은색 볼펜을 집어 뭔가를 적기 시작했다. 그는 수첩의 면에 표를 그렸다. 그 표는 매일 각 대원들의 모든 상태를 기록하는 일종의 기록표였다. 그리고 그 수첩은 일종의 기록일지였다. 그는 그 수첩에 대원들의 상태를 기록함으로서 대장의 하루를 시작했다.





  표의 크기는 다른 때보다 현저히 작았다.

  그도 그럴것이, 레비아와 티나를 제외한 모든 대원이 다른 임무로 부재중이었기 때문이다. 트레이너는 표를 작성하다 말고 태양으로 인해 밝아져 오는 동쪽 창가를 바라보았다. 은신처에 부재중인 대원들의 얼굴이 그의 눈에 비치는 햇살에 오버랩 되었다.




  잠시동안 햇빛을 바라보던 트레이너는 다시 고개를 돌려 표를 마저 작성했다. 표가 다 작성되자, 그는 지체없이 자신의 방을 나섰다. 그는 방문을 닫고 곧장 티나의 방으로 먼저 향했다.


  한편, 티나는 행거에 옷을 가리런히 걸어놓고 방 정리를 하는 등, 점호준비를 다 마치고 방문을 열어둔 채 트레이너를 기다리며 문가 가까이에 차려 자세로 곧게 서 있었다. 하얀 실내복을 걸친 채 트레이너를 기다리던 티나는,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권총과 단도를 양 허벅지에 찼다. 그녀는 자기 자신에게 팀이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켰다.



 

   그렇게 5분이 흘렀을까, 묵직한 구두소리가 그녀의 방 앞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벽 가까이 기대서 있던 티나는 소리를 듣자마자 곧바로 열려져 있는 문 앞에 차려자세로 곧게 섰다. 이어 트레이너가 부동자세로 그녀의 방문 앞에 서자, 티나 역시 부동 자세로 그에게 경례했다. ​



   "티나. 아무 이상 없음을 알린다."


  그에게 경례를 하며 나온 티나의 말이었다. 트레이너는 살짝 웃는 듯 했지만, 그는 날카로운 눈으로 티나의 상태와 그녀의 방 상태를 ​찬찬히 살폈다. 곧이어 그가 펜으로 메모장의 표에 표기를 하자, 티나는 경례하기 위해 눈썹 위로 들어올렸던 오른손을 다시 편하게 아래로 내리며 아침인사를 건넸다.



   "좋은 아침이군. 트레이너."

   "그래. 좋은 아침이다. 티나."



​   티나의 상태를 살피던 그는 평소의 습관대로 그녀에게 말했다.



​   "티나. 혹시 몸에 이상은 없나?"



   "없다. 그나저나 레비아의 몸 상태가 괜찮을지 걱정이군."


 

 ​   "...그게 무슨 말이지?"



​   난 평소처럼 경계근무를 서고 있는데, 레비아가 도와주겠다며 옥상으로 올라왔다.

  아직 그녀가 잘 시간이었기에 난 왜 잠** 않고 올라왔는지에 대해 물었고, 그녀는 더 이상 잠이 안와

뭐든 도와주고 싶어서 올라왔다고 했지.

  들어가라고 권유했지만, 레비아는 뜻을 굽히지 않았어. 그래서 같이 경계근무를 서게 되었는데, 찬바람 때문에 매우 추워하더군. 상태가 꽤 심각해 질 것 같아 서둘러 안으로 돌려보냈다."



  트레이너는 잠시 아무런 말이 없었다.

한참 후에 그는 이렇게 말했다.



 "...티나. 혹시 다음부터라도 레비아가 새벽에 도는 경계근무를 도와주겠다고 하면 그녀를 잘 설득해 주기 바란다. 내가 왜 이렇게 말하는 지는 알겠지?"



 "...물론이다. 트레이너."



​ 그 말이 끝나자 티나와 트레이너는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거기에는 차가운 현실과 자신들이 사는 곳에 대한 긴장감이 담겨져 있었다.



​  "레비아는 나처럼 찬 바람에 강하지 않다. 그녀가 정말 감기에 들었다면..."

  "걱정하지 마라, 티나. 레비아는 괜찮을 거다."



  "...그래, 트레이너. 필요한 일이 있다면 호출해라."​



  "알았다. 그럼 수고해라. 티나."

 



  트레이너는 넓은 등을 티나에게 보인 채 다시 복도를 걸어가기 시작했다.

  잠시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티나는 다시 단도와 권총으로 가벼운 무장을 하고 트레이너의 뒤를 따라 복도를 걷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그녀는 때때로 날카로운 시선을 창가에 던졌다. 밖에서 건물을 올려다 보던 남자들 몇몇이 티나의 날카로운 시선을 알아채자 서둘러 자신들이 있던 곳으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티나는 멀어져가는 그들의 뒷모습을 지켜보았다. 남자들이 맨발로 뛰어가는 모습은 뛰어가는 사막의 모래바람 속에 파뭍혀 사라졌다.






  한편, 트레이너는 빨갛게 녹슨 철제 손잡이를 달고 있는 계단을 통해 1층의 창고로 내려가고 있었다.

  계단을 다 내려온 그는 식당 겸 응접실의 역활을 하는 방 옆에 붙어있는 덧문을 열었다.

  그러자 어둠 속에 파뭍혀 있던 잡동사니 더미가 약하게 새어들어온 빛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손전등으로 그 잡동사니들을 뒤지기 시작했다. 한참동안 부시럭 거리는 소리가 났으나 상당히 많은 그 잡동사니 속에서 약을 찾는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상자가 떨어지는 소리와 무언가가 엎어지는 소리가 들리고 나서야 트레이너는 겨우 의료품 상자를 꺼낼 수 있었다. 약한 하늘색 상자는 겉은 단단하고 속은 부드러운 재질로 되어 있어 의약품들을 왠만한 손상없이 보관하게끔 되어 있었고, 여는 부분에는 적색 십자 모양이 새겨져 있었다.

  트레이너는 의약품 상자를 옆에 있던 탁자에 올려놓고 창고 주변에 어질러진 물건들을 정리한 후 덧문을 닫았다. 이윽고 정리를 마친 그는 의약품 상자의 손잡이 부분을 잡고 레비아의 방으로 향했다.





  한편, 레비아는 침대에 누운 채 머리위로 오른팔을 올려놓고 있었다. ​자신의 머리에서 느껴지는 열을 느낀 그녀는 숨을 헐떡이며 심한 두통을 동반한 어지럼증을 느끼고 있었다. 그런 그녀에게 강렬한 태양빛이 내리 쪘다. 햇빛은 끊임없이 누워있는 그녀를 찔러대며 괴롭히고 있었다. 레비아는 자신에게 햇빛이 내리찌는 것 조차 고통으로 느끼고 있었다. 열이 잔뜩 오른 숨을 헐떡이며 그녀는 문가 방향으로 돌아누웠다.




   정신이 혼미해진 그녀는 복도로부터 들려오는 발걸음 소리를 들었다. 소리를 들은 그녀는 실눈을 떠 문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트레이너가 방에 오고 있다는 것을 알고 일어서려 팔에 힘을 주었지만, 팔은 사시나무 떨리듯 떨릴 뿐 결국 일어서는 데에는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했다.


  그 사이 트레이너는 레비아의 방문을 두드렸다.

  그러자 방안에서 콜록콜록 거리는 기침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를 들은 트레이너는 레비아의 상태가 매우 좋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말이 기침으로 나올 정도라는 건 그만큼 몸 상태가 좋지 않다는 의미였다.



  트레이너는 이어 방문을 열었다.


  곧이어 그의 눈에 레비아가 심한 ​기침을 연이어 하며 누워있는 것이 보였다. 심한 기침을 연거푸 토해내던 레비아는 트레이너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일어나려 했으나, 그는 한손을 들어 말렸다. 평소같았다면 조심스럽게 누웠을 레비아였지만, 허락이 내려지자 마자 그녀는 힘없이 털썩 침대에 누웠다. 그녀는 숨을 힘겹게 내쉬면서 기침을 계속 내뱉고 있었다.

  트레이너는 레비아에게 다가가 그녀의 이마에 손을 댔다. 예상대로 불덩이같​이 뜨거웠으며 식은땀으로 축축해져 있었다. 감기몸살의 증상이었다. 그는 레비아의 상태를 확인하더니 수긍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말없이 약품상자를 열더니 약을 꺼냈다. 그것은 해열제와 종합감기약이었다.



  그는 그 약을 책상위에 올려놓더니 잠시 자리를 비웠다.

 



  다시 그가 돌아왔을 때에는 얼음주머니와 생수가 담겨져 있는 물통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두꺼운 커튼으로 창가에서 들어오는 강렬한 햇빛을 막고 레비아의 이마에 얼음주머니를 올려놔주었다.




  "트... 트레이너 님.. 그렇게 까지 하지 않으셔도..."




  "아니다. 레비아."




  레비아는 백지장 처럼 새하얘진 얼굴로 트레이너를 올려보고 있었다. 그 얼굴에는 사죄를 담은 표정이 가득 떠올라 있었다. 트레이너는 가만히 그 표정을 바라보며 건강했던 몸으로 임무를 맡고 활동했던 그녀의 모습을 떠올렸다.


 

  2년 가까이 은둔과 도주 생활을 쉴 새없이 반복하면서, 자연스럽게 레비아의 육체는 병약해지기 시작했다. 뉴욕 참사 이후 충분한 휴식이나 기초적인 치료조차도 받을 수 없었고, 수배령에 쫒겨 몸을 숨기기 바빴다. 결국 모두가 보는 앞에서 레비아의 상태는 천천히 악화되어 갔고, 그렇게 치료의 시기가 늦은 채 악화되어가는 병세는 점점 그녀의 몸을 옥죄고 있었다.




  그런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트레이너는 가만히 그녀를 지켜보는 수밖에 없었다. 손을 써 줄 수도, 그렇다고 치료하려고 도와줄 수도 없었다. 손을 썼다면 진작에 나았을 그런 병세의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 레비아를 바라보며 그는 깊은 죄책감과 무기력감, 그리고 분노를 느꼈다.




  그 만이 아닌 늑대개 팀 전원이 아마도 그와 비슷한 감정을 느끼리라.




  그는 병세에 시달려 안색이 창백해진 레비아를 가만히 바라보다 옆에 감기약과 물병을 놓아주고 조용히 방문을 닫고 나갔다. 방문을 닫고 나온 그의 등 뒤로 레비아의 나지막한 기침 소리가 울렸다. 그의 눈 앞에는 어둡고 칙칙한 은신처의 복도가 앞으로 쭉 나 있었다. 낙후된 벽은 새까만 때와 먼지가 잔뜩 끼의  폐가의 그것을 연상하게 했다.


 

  낮임에도 불구하고 빛이 잘 들어오지 않고 어둑어둑한 복도는 그들이 처한 암담한 현실을 너무나도 잘 말해주고 있었다. 그는 잠시 멈춰서서 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비참한 기운이 가득한 눈으로 벽을 바라보다, 자신의 일정을 시작해야 하는 것을 떠올리고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자신의 방으로 돌아온 트레이너의 표정은 어두웠다. 그는 평소처럼 서류들로 뒤덮인 채 노트북을 머리에 이고 있는 탁자 앞 의자에 수심깊은 표정으로 앉았다. 새삼스럽게 자신들이 처한 극한 상황의 압박감이 어깨를 누르는 것을 느끼면서, 그는 불편한 기색으로 다시 노트북의 타자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트레이너 님. 무슨 일 있으십니까?



 

  "아니. 아무것도 아니다."



  쇼그의 물음에 트레이너는 아무런 일도 아니라는 듯이 대답했다. 뻐꾸기 기체를 이용해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쇼그는 잠시 가만히 있다가 다시 제 할 일을 하기 시작했다. 한참동안 업무를 계속 하던 트레이너는, 잠시 하던 일을 제쳐두고 최근 늑대개 팀 대원들의 신체검사 결과 데이터를 조회했다.



  늘 유니온과 전 세계의 추격에서 팀을 보호해야 했기에, 트레이너에게는 좀처럼 대원들의 몸 상태 조차 확인을 할 여유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그만큼 상황은 각박했고, 더더욱 각박해져갔다. 시시각각 전 세계의 포위망이 늑대개 팀을 향해 조여오고 있었고, 이젠 비밀 보급로 마저도 서서히 탄로나기 일보 직전의 상황까지 놓였다.



  그런 상황 때문에 트레이너는 대원들에게 극히 기본적인 의식주만 제공할 수 밖에 없었고, 당연히 의료 서비스같은 건 거의 제공이 불가능했다. 마음 한 구석에서 대원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숨기고 있던 트레이너는 거의 1년이 다된 마지막 정밀검사 데이터를 조회하자 가슴 한 구석에서 아련한 기색이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한명, 한 명 천천히 신체상태를 살피던 트레이너는 레비아의 신체검사 결과를 조회하자마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위상력 과도 사용으로 인한 전신 위상 붕괴 진행이라는 단어가 명확하게 노트북의 화면에 떠올라 있었다. 잠시동안 트레이너의 눈에는 초점이 없었다. 곧 다시 정신을 차린 그는 심각한 표정으로 이마를 짚었다.


  이마를 짚은 채 깊게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던 트레이너는 누군가에게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몇 번 가자, 여자의 목소리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나다."


  "음? 갑자기 무슨 일이야? 트레이너?"



  사근사근하고 상냥한 목소리에 의아함이 깃들었다. 아마도 평소와는 트레이너의 목소리에 깃든 감정이 다르다는 걸 알았을 것이기에 그랬을 것이리라. 



  "미안하지만, 가까운 시일내에 복귀해 수 있겠나? 너와 유하나 양의 힘이 필요해."




  "...무슨 일 있어?"




  "내 힘으로는 어떻게 할 방법이 없어서 말이야. 우리 팀 대원의 생명이 걸린 일이다."



 

  "알았어. 최대한 빨리 갈께."


 


  트레이너는 잠시동안 통화로 여성과 대화하면서 무언가에 대해서 잠시 상의하더니, 인사를 나누고 연락을 끊었다. 그 모습을 방 모퉁이에서 지켜보던 쇼그가 뻐꾸기 기체를 이용해 그에게 다가오며 말했다.


 


  "트레이너 님. 스캔 결과를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래. 말해봐라."


 


   쇼그는 그의 말투에서 어두운 기색을 감지했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듯 결과를 보고했다.




  "현재 시리아 남부에 있는 유니온 전초기지에 약간의 대위상병기가 들어온 것 같습니다. 그리고 병력도 증강됐고요. 이곳 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도 유니온 전초기지가 세워졌고, 또한 탐색도 강화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괜찮지만, 이대로 가다간 탐색망에 포위 될 것입니다."




  "그런가..."




 트레이너는 탁**에 펼쳐져 있던 커다란 접이식 지도를 가져오더니 그중 한 부분을 펼쳤다. 그 면에는 중동 지역의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트레이너는 지도 포스트잇을 붙인 뒤 볼펜으로 메모를 적고 잠시 도주로 확보를 위해 지리를 가늠했다.


 


  "쇼그, 지금 스캔 데이터를 내 노트북에 전송해주기 바란다."




  "알겠습니다."


 


   트레이너는 모니터 화면에 여전히 띄워져 있는, 레비아의 신체검사 결과를 잠시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 잠시 죄책감이 드러났지만, 곧 그는 다시 평소의 냉정함을 되찾고 업무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레비아를 위해서도, 그리고 자신의 팀을 위해서라도, 그는 멈춰서 서 있을 수는 없다.



  그는 다시 업무에 집중했다.





  ...그렇게 업무에 한참동안 집중하던 트레이너는 문득 ​검은색 키보드가 주황색 빛을 반사하는 것을 알았다. 창가를 보자, 어느 새 태양이 서산에 걸려 있었다. 방을 둘러보니, 황혼에 단체사진이 세피아 빛으로 물들어있었고 뻐꾸기 기체가 **있었다. 아마도 쇼그는 쉬는 중이리라. 방안이 황혼빛과 그림자로 극명하게 갈라지면서 나른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분위기에 잠깐 사로잡힌 듯 하던 트레이너는, 방안에 밀폐시켜놓은 건빵 봉지를 꺼내더니, 건빵 몇개로 대강 끼니를 채웠다. 그리고 몇 시간이나 앉아 있어서 굳었을 몸을 풀기 위해 간단한 ​스트레칭을 하더니, 방 밖으로 나왔다. 잠시동안 창가로부터 황혼과 긴 그림자가 드리우는 것을 보다가, 한 방으로 걸어갔다.

  닫혀져 있는 방문을 보자, 그는 조용하게 방문을 열었다.

창가에서 드리우는 황혼과 그림자를 ​그대로 받으며, 레비아가 침대위에 누워 있었다. 티나가 도중에 간호해 준듯 머리위에 올려져 있는 얼음 주머니의 상태는 거의 그대로 였고, 병 안에 있는 물은 줄어 있었고 약 한 캡슐이 비어있었다.

 잠시 레비아가 자는 것을 지켜보던 트레이너는 손을 뻗어 조심스럽게 레비아를 쓰다듬어 주었다. 조용하지만 규칙적인 숨을 내쉬며, 레비아는 정신없이 자고 있었다. 그녀의 방 분위기는 너무 조용한 나머지 평화롭고 나른하기까지 했다. 그 느낌은 마치 납덩이가 등과 어깨에 가득 매달려 있는 것처럼 사람을 주저앉게 만들 정도로​ 무겁고 짙었다.

 

 ​ 그는 자신의 되도록 부드럽고 조용히 레비아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오전보다 괜찮아지긴 했으나 여전히 안색은 창백했고, 그녀의 흰 머리는 문드러져가고 있었다. 살결은 꺼칠꺼칠해졌고, 체온은 죽어가는 사람처럼 차가웠으며 몸은 수척해지고 앙상하게 변하고 있었다. 그녀를 바라보는 트레이너의 눈빛에는 죄책감과 분노가 가득했다.


   마음속 솟아오르는 죄책감과 분노를 느끼며, 그는 천천히, 그리고 조용히 그녀의 방을 나왔다. 곧장 그는 황혼이 드리운 복도의 창가로 다가갔다. 서산에 잠겨가는 태양을 바라보며, 그​는 수심에 잠긴 표정을 지었다. 그림자가 드리운 그 뒷모습은 팀을 위해 무거운 짐을 가득 진 그의 부담감과 의무감이 가득했다. 깊은 한숨을 들이쉬며 미래를 걱정하는 그 모습을 뒤에서 지켜보고 있는 소녀가 있었다.

   그림자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지만 포니테일 머리칼을 지니고 있는 소녀는 라이플을 들은 채 가만히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한참동안 그 모습을 뒤에서 지켜보던 소녀는 곧 다시 복도로 이동했고, 그러는 사이 해는 서산으로 넘어가고 암흑이 내렸다.

 


  그렇게 그들의 하루가 지났고...

  그렇게 그들의 은둔 생활은 다시 시작될 것이다.​





 후기-


 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케사이르, CodeW2입니다.


 정말 정말 오랜만에 소설로 뵙습니다. 이 소설을 내기 위해서 꼬박 6달을 썼네요! 괴로웠습니다. 이제 겨우 2화를 리메이크하고 다음 편을 이어야 하는데... 정말 힘드네요.. 네. 이렇게 힘든 적은 처음입니다.


 너무나도 힘들게 썼기 때문에, 마지막 부분이 다소 허접할 수도 있습니다. 맥락에 안맞을 지도 몰라요. 제발 심각한 정도는 아니길 바랍니다...


 좀 쉬고 3화 가지고 오겠습니다. 너무 오래걸려서 죄송합니다.


 더 좋은 글. 더 재밌는 글, 더 유익한 글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글이 명전에 올라갈 거라곤 생각도 못했는데! 정말 감사드립니다! 더 좋은 글을 가지고 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P.s  언제나 여러분의 피드백과 건의를 환영합니다.


2024-10-24 23:17:17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