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수의 심정으로 핑1챙의 심장을 쏘다

21대대통령서유리 2017-09-22 1

나딕정보부장 서유리는 이슬비 대통령과 함께 오염지옥 준공식과, 플레인 게이트에 있는 요드 파티에 참석하려 했다. 그러나 '나딕 권력의 제2인자'라 불리던 대통령 경호실장 미스틸테인은,


“우웅, 지금 시국이 어느 때인데 정보부장까지 자리를 비우면 어떡해요? 틴달 각성옵 좋병1신인 주제에 감히 요드 파티에 끼신다니, 잃어버린 양심 좀 찾으시는 게 어떠세요? 누나는 그냥 신서울이나 잘 지키고 있어요.”


라며 통화를 단칼에 끊어버렸다. 서유리 부장을 일방적으로 제외시킨 것이었다. 그 결과 오염지옥 준공식은 서유리가 없는 상황에서 진행되었다. 그리고 이것이 안 그래도 지강캐인 미스틸테인과의 사이가 최악이었던 서유리 부장을 분노하게 만든 요인 중의 하나가 되었다.


생각해보면 지난 2월 패치부터 모든 것이 단단히 잘못 돌아가고 있었다. 느닷없이 이슬비의 규칼이 평타강화가 되어 씹지강이 되어버리지를 않나, 스킬구조가 씹사기라고 부를 만한 수준의 전반적인 개편을 거치며 계수가 팍 올라가 버리지를 않나. 무엇보다 설치기들이 개사기라 한 번에 딜 다 꽂아넣고 엄마 없는 폭딜이 가능했다는 것이 더욱 그녀에게 열등감을 부여해주고 있었다.


이슬비가 준공식에서 돌아오자, 미스틸테인은 다시 서유리 부장에게 전화를 걸어 오후 6시에 신서울 종로구 궁정동 검은양팀 동아리 부지 내에 있는 유니온 소속의 한 안가로 오라는 이 대통령의 명령을 전한다.


“옳아, 이 놈들이 제 무덤을 파는 게야.”


서유리 부장은 천운이 자신을 위해 돌아가고 있음을 직감했다. 그녀의 살의가 발동 된 것은 그 때부터였다. 반 년간 이어져 오던 이슬비 대통령의 지강캐 독재를 끝장낼 절호의 시기가 자신의 눈 앞에 어른거리고 있는 듯한 환상이 그녀의 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그랬기에 그녀는 집무실 금고에 보관 중이던 발터 PPK 페이즈건을 거리낌 없이 꺼내어 탄환 7발을 장전하고, 언제든 쉽게 꺼낼 수 있도록 책장에 숨겨놓았다. 거사를 치루기로 마음을 먹은 것이었다.


저녁 6시경, 이슬비 대통령과 미스틸테인 일행이 동아리방에 도착했고, 대기 중이던 이세하 비서실장과 서유리 부장이 맞이하여 안가의 테이블에 마련된 연회장으로 안내하면서 운명의 만찬이 시작되었다. 한창 연회가 진행되는 와중에, 이슬비는 얼근하게 취한 상태로 서유리에게 문수기사단 공작은 잘 되어가냐며 보고를 재촉했다.


“댓글부대원들을 아예 클갤에 상주시켰어. 24시간 모니터링을 지속하며 조금이라도 현 게임 밸런스에 불만을 가진 이가 있다면 리플에 꼬접콘이 자동으로 올라가게 되어 있고. 또한 여론공작을 위해서 문수기사단의 안티테제 버전인 금태기사단이란 용어를 적극적으로 권장하며 퍼나르는 중이야. 하지만 슬베충들에 대한 비난 여론이 잠잠해지려면 몇몇 스킬들의 너프는 불가피 할 것 같아보여.”


이에 이슬비는 반상을 내리쳤다. 모두가 일제히 움찔했으나 서유리 부장만은 예외였다. 벚꽃색 머리카락을 거칠게 쥐어뜯은 그녀는 히스테리성이 다분한 목소리로 육두문자를 중얼거렸다. 동아리방 안가는 순식간에 정적으로 물들어갔다. 어느 누구도 그녀의 분개에 토를 달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이 더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양인지, 그녀는 신던전 패치와 류금태의 강연활동을 들먹이며,


"**, 류금태 고 새1끼를 진작에 구속시켜야 했어."


하고 강한 어조로 서유리 부장을 밀어붙였다. 그러나 그녀는 그것에 굴하지 않고,


"이미 퇴사당한 류금태를 구속시키는 건 그 아저씨를 두 번 죽이는 셈이야. 팀을 좀 대국적으로 이끌어야지, 슬비야.”


라고 진언하였다.


하지만 이슬비는 그것에 이젠 넌더리가 난다는 듯이 고개를 휘저으며,


“나딕 정보부가 좀 무서워야지. 꼬접콘만 쓴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야, 서유리. 차원종 토벌하듯이 잡아들일 놈들은 확실히 잡아들여야 돼.”


라며 서유리 부장을 심하게 질책했다. 그에 옆에 앉아 있던 미스틸테인이 얼굴에 선한 미소를 싱글벙글 띄운 채 말하기를.


“우웅, 맞는 말씀이예요. 슬비 누나! 지들 주제 파악도 못하는 개돼지 놈들, 까불면 유저고 뭐고 전부 버스폭격으로 싹 깔아뭉개야 한다구요. 요새 나딕정보부는 저번 미간대첩 사태 처리도 그렇고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거예요? 누나, 영혼일꾼에서도 지옥불 패치로 개돼지 새1끼들 그래픽카드를 녹여버렸다던데 우리가 버스로 깔아 뭉갠다고 뭐 대수겠어요?”


서유리 부장은 자꾸만 맞장구를 치며 자신을 조롱하는 미스틸테인의 작태가 몹시도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 저 보추놈은 똥인지 된장인지 구분도 못하면서 계속 자신을 극단으로 몰고 있지 않는가. 그녀는 자신의 인내심에 한계를 느꼈다. 끝을 모르는 이슬비과 미스틸테인의 광기어린 폭주와 굴욕적인 상황을 더 이상 참을 순 없었다.


이런 살벌한 상황을 무마시키려고 이세하 비서실장이 평소 고기를 좀 구울 줄 아는 서유리에게 육즙이 흘러나오게 스테이크를 잘 굽는 방법을 묻기도 하고 오늘 플레인게이트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는 등 화제를 전환하려 했지만, 미스틸테인이 수시로 서유리에게 시비를 걸어대는 바람에 상황을 진전시키기에는 소용이 없었다.


저녁 6시 30분쯤, 이슬비 대통령의 명에 따라 특별히 초청된 볼프강과 나타를 비롯한 미색의 남창들이 연회장에 들어오면서 이런 분위기는 조금 누그러졌지만, 이미 분노가 폭발한 서유리는 연회장을 나와 김유정 차장보와 저녁 식사 중이던 데이비드 장군에게 곧장 향했다. 


"갑자기 슬비, 아니 각하의 부름을 받고 연회에 참석 중입니다. 유정이 언니가 최근 밸패에 대해 잘 알고 있으니 이 분과 없뎃 얘기 좀 나누고 계세요. 끝나는 대로 곧 오겠습니다.”


라고 간략하게 해명을 한 서유리 부장은, 집무실 책장에 숨겨놓은 자신의 발터 PPK를 특요 치마 호주머니에 숨겨 나왔다. 그리고 서유리 자신과 인연이 오래된 심복들인 수행비서 우정미 대령과 유하나를 동아리방 안가 마당으로 불러내었다. 그녀는 자신의 호주머니에 들어 있는 권총을 그들에게 내보였다.


“너희들은 어떻게 생각해? 일이 잘못되면 너희들이나 나나 셋 다 죽은 목숨이야. 오늘 저녁, 양심도 없는 지강캐 년놈들을 단숨에 해치운다. 방에서 총소리가 나면 너희들은 경호원들을 처치해. 지금 본관에 유정이 누나랑 데이비드 아저씨도 와 있어. 각오는 되어 있겠지?”


“야 서유리, 이슬비도 포함되는 거야?”


우정미 대령이 약간 떨리는 듯한 목소리로 그리 물었고,


“그래.”


서유리 부장은 담담하게 시인하였다. 그러자 유하나가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돌변하더니,


“유리야, 오늘은 경호원이 일곱 명이나 와 있고 날이 영 좋지가 않아. 다른 날을 고르는 게 낫지 않을까.”


“안 돼, 오늘 해치우지 않으면 보안이 누설될거야. 똑똑한 녀석 세 놈만 골라서 나를 지원해. 다 해치워 버려. 믿을 만한 놈 세 놈 정돈 있겠지.”


“좋아, 그렇다면 3분만 여유를 줘.”


“3분은 너무 길어.”


“3분이 필요해. 3분 전에는 절대 행동하지 마. 부탁이야.”


“알았어.”


그리고 서유리는 우정미 대령을 향해 "평등밸패주의를 위하여" 라고 중얼거리고는 권총이 든 호주머니를 탁 치면서 연회장으로 돌아갔다. 남창 볼프강과 나타의 꾀꼬리같은 노랫소리가 장안을 진동시키고 있었다. 그녀는 당장이라도 이세하 비서실장의 똥송 수염을 뜯어내 귀를 틀어막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거사가 틀어질 수도 있단 생각에 차마 그런 욕망을 실행에 옮기진 못하였다.


저녁 7시 38분경, 귀띔을 받고 밖으로 나오자 우정미에게 준비가 다 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서유리 부장은 다시 연회장으로 들어왔다. 이 때, 이슬비 대통령은 양 옆에 끼고 있던 볼프강, 나타와 함께 혼성 듀오 애쉬앤더스트의 ‘사랑해’를 부르고 있었으며, 이세하와 미스틸테인이 맞장구를 치고 있었다. 예이예이예이 예예에 예이예이예, 노랫가락이 귓속에서 어지러이 맴돌았다. 저 남창들, 저 남창들이 시끄럽게 굴어 못 살겠다. 서유리는 속으로 욕지거리를 하며 눈 앞에 놓인 황금빛 양주를 홱 들이켰다.


“세하야, 슬비를 좀 똑바로 보좌하지 못하겠어?!”


순간 분위기는 매우 싸늘해지고 다시 서유리가 이슬비에게 말했다.


“야 이슬비, 이 따위 버러지 같은 보추새1끼를 데리고 정치를 하니, 정치가 올바로 될 것 같아? 너 이 새1끼 조테인, 아주 건방져! 죽일 놈!”


순간 서유리가 총을 쏘고 총알은 보추놈의 팔에 맞았다.


“끄악! 왜 이래요, 유리 누나!”


“지, 지금 뭐하는 짓들이야!”


하고 이슬비가 당혹스런 얼굴로 호통을 치자, 서유리는 발터 PPK의 총구를 그녀에게 돌리며 이렇게 말했다.


“슬비야! 좀 더 대국적으로 팀을 이끌어라!!”


“유, 유리야!”


이내 서유리는 야수의 심정으로 핑1챙의 절벽가슴을 쏘아내었다.



탕! 탕! 탕!



세 번째 총성이 울리고, 비릿한 화약 냄새가 주변을 물들였다. 특요복의 하얀 셔츠가 공허하게 깎아진 가슴을 중심으로 천천히 진홍색으로 물들어갔다. 이슬비 대통령은 눈을 감은 채 그대로 정좌하고 있었다.


“우우우웅, 경호원! 경호원!!”


갑자기 저격당해 당황한 조테인은 관통당한 손목을 움켜쥐며 밖으로 뛰쳐나갔다. 서유리는 보추놈까지 전부 죽여놓을 심산이였지만, 발터 PPK가 격발 불량을 일으킨 탓에 즉결 처형을 미룰 수 밖에 없었다.


우정미와 유하나는 대기실과 주방에서 경호원들에게 총을 난사했다. 총이 고장 나 서유리가 밖으로 나간 사이, 볼프강과 나타가 이슬비 대통령을 부축했다.


“각하! 각하! 괜찮으십니까?”


등에서 피가 쏟아지고 있었지만, 이슬비는 자신의 특요복을 조심스레 어루만지며 흐려져가는 의식을 조금이나마 붙잡고 있었다.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나는 괜찮아….”


그 말을 끝으로 그녀는 의식을 잃었다. 잠시 후 정미정미의 권총을 빼 들고 와 조테인을 쏜 서유리는, 정좌한 이슬비의 머리 50㎝까지 총을 들이밀었다. 볼프강과 나타를 비롯한 남창들은 겁에 질려 안가에서 달아났다. 그녀는 그 순간까지도 자신의 선택을 망설이고 있었다. 정말, 정말 이 핑1챙1년을 쏘면 내가 상향될 수 있을까? 관짝에 들어갔다 가까스로 나오기도 해보며, 이 자리에 오기까지 겪었던 숱한 고생담들이 머리 한 구석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러나 그 경험들은 오직 하나만의 해답을 가리키고 있었다. 종신 지강캐 대통령 이슬비를 죽여라.


탕!


방아쇠가 당겨졌다. 동아리방에 자욱한 초연이 피어 오른다. 머리를 관통당한 이슬비의 머리가 갈 곳을 못 찾고 휘청이더니 이내 마룻바닥에 힘 없이 내려앉는다. 꿍 소리가 천지를 뒤흔드는 듯한 착각이 일었다. 확인사살이였다. 대통령 이슬비, 지강캐 이슬비의 삶이 끝장난 순간이였으며, 달콤한 꿈을 꾸던 한 핑1챙의 시대가 막을 내리는 순간이기도 하였다.









2024-10-24 23:17:17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