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세하x슬비] 고백

페리스먼 2015-02-11 7




이세하는 엉망진창인 큐브 안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또 다른 자신의 눈을 마주쳤다. 그는 마치 자신이라도 된 양 자신과 똑같은 기술을 쓰고 똑같은 무기를 휘두르며 똑같이 행동했다. 하나 다른 것이 있다면 조금 더 자유로운 위상력 제어랄까...



이세하는 그런 그에 밀려 지쳐가고 있었다.



"하악..하악..."

"거기 까지냐? 쿡, '나'도 별거 아닌걸? 나와 너는 똑같은 존재 아니였나? 어째서 '너'따위를 이기지 못하는 거지?"



이세하는 점점 다가오는 또 다른 자신을 보며 눈을 흐렸다. 이제 그의 눈에는 또다른 자신의 무기밖에 보이지 않았다. 또 다른 자신은 이세하와 1m정도 떨어져 서서 물었다.



"마지막으로 묻지. 나같은 힘을 원하지 않나?"
"너가...나..와......무..엇이...다르...ㄴ...거지...?"



이세하는 힘겹게 입을 열어 물었다. 그에 입가에 비소를 머금은 또 다른 자신이 그를 비웃었다.



"아직도 못느꼈나? 너와 나의 차이를? 그럼 절실히 느끼게 해주지.."



또 다른 자신은 아래로 들고있던 건블레이드를 올려들었다. 그리고 이세하를 향해 겨눴다. 그의 건블레이드에 푸른 입자가 모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공파탄"



'공파탄?'



핑!-



이세하의 예상과는 달리 그의 건블레이드에선 얇고 가느다란 위상력이 농축된 탄알이 쏘아져나왔다. 그의 공파탄은 자신의 공파탄보다 빨랐고 더욱 큰 힘을 가지고 있었다.



푹-



"큭..."



이세하는 미약한 신음을 흘리며 복부를 붇잡았다.



"진짜 마지막으로 묻지. 심장을 맞추진 않았으니 대답할 수 있겠지. 차원종이 되지 않겠나? 나와 같은 힘을 갈구하지 않는 건가?"
"크..윽...차워종 따위...되고싶지...않아...!"



또 다른 자신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가로젓더니 건블레이드를 다시 이세하에게 겨눴다.



"어쩔 수 없군. 죽어라...."



이세하는 그의 건블레이드에 모여가는 푸른 입자를 보며 상념에 빠졌다.

처음 검은 양 요원이 되었을때....게임만 하다가 이슬비에게 꾸중을 들었을 때...이슬비, 서유리, 미스틸테인, 제이씨랑 다같이 회식했을 때...제이씨가 건강 챙기라며 건강 주스를 줬을 때...엄청 썼지만..큭...작전 나갔다가 게임기 잃어버려서 새벽까지 찾으러 다녔을 때.. 이슬비가 가지고 있었지만...이슬비...이슬비랑 둘이서 임무가 끝나고 노을지는 강변을 거닐었을 때...이슬비가.....이슬비...?



'아아...이제는 더 이상 검은양 요원들을 ** 못하겠군...이슬비도...'



그의 건블레이드에 푸른 입자가 거의 다 모였다. 이세하는 죽음을 직감하고 두 눈을 감았다.



콰쾅!-



그 때 굳게 닫혀있던 큐브의 문이 열리더니 한 사람이 뛰어들어왔다.



"이세하!!"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눈을 슬며시 뜨고 먼지가 자욱한 큐브의 문을 보자 작은 실루엣이 보였다. 또 다른 자신은 갑작스런 사람의 등장에 뒤로 물러났다. 먼지가 걷히고 두 단검을 굳게 쥔 이슬비가 이세하에게 달려왔다.



"이세하! 괜찮아?"



이슬비는 이세하의 몸 곳곳을 살피며 걱정어린 눈빛을 보냈다. 이세하는 이슬비의 등장에 마음을 놓으며 말했다.



"어떻게...들어..온거야...."

"지금 그런거 물어볼 시간 없어! 얼른 큐브에서 나가자!"



이슬비는 이세하를 부축해 세우며 큐브의 문으로 이끌었다. 이에 또 다른 이세하가 이슬비에게 달려들었다.



"어딜!"
"결계의 생성!"



이슬비는 이세하와 자신의 주변에 결계를 둘렀다.



"유정이 언니가 큐브를 자폭시킨다고 하셨어. 곧 큐브도 사라지겠지. 너는 큐브에서만 존재할 수 있는 몸. 큐브에서 나올 수 없을거야. 이제 포기해.. 이세하는 차원종이 되지 않아!"



또 다른 이세하는 이슬비의 말에 건블레이드를 이슬비의 머리로 겨눴다.



"하하! 그럼 둘 다 죽어버리라고!!"



또 다른 이세하는 자신의 건블레이드에 위상력을 가득 담아 이슬비의 머리로 쏘아냈다. 빠르게 날아오는 탄알에 이세하를 끌고 자리를 빠르게 벗어나려던 이슬비는 그만 다리가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이슬비의 눈에 절망이 자리잡고 이세하는 이슬비의 앞에 섰다.



"이슬비! 너라도 살아라..."

"이세하! 안돼!!"



거대한 위상력이 담긴 탄알이 이세하의 몸에서 폭발했고 이세하는 뒤로 쓰러졌다. 쓰러지는 이세하를 잡아 든 이슬비는 절규했다.



"이세하!!... 죽지마!!"



삐이이이이이이!-



큐브 안에 사이렌이 울리고 큐브가 붕괴되기 시작했다.



[큐브, 자폭합니다. 큐브, 자폭합니다. 큐브, 자폭하...ㅂ...]



그와 함께 들리던 안내 방송도 끊기고 큐브가 완전히 붕괴되기 시작했다. 이슬비는 큐브에서 이세하를 이끌고 문으로 향했다. 문 밖에서는 김유정이 기다리고 있었다.



"유..유정이 언니..."



이슬비는 김유정 앞에 쓰러져 이세하를 내려놓았다. 이세하의 모습에 놀란 김유정이 이세하를 잡고는 물었다.



"슬비야!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세하가...세하가...왜이래?"
"흑..언니...세하가..세하가....."



김유정은 충격받은 눈빛으로 이세하를 바라보다 이슬비를 달래며 치료반을 불렀다. 치료반은 바로 이세하를 업어 긴급치료소

로 향했다. 김유정은 눈물을 멈추지 않는 이슬비를 달래며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자폭한 큐브는 완전히 붕괴되었고 유니온에 의해 폐기되었다.






-2일 후-



신 서울 종합병원의 709호.



이슬비는 산소호흡기와 여러 약품, 그리고 기계들에 의존해 간신히 숨을 쉬고 있는 이세하 곁에 앉아 그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



"이세하...아직...말도 못했단말야...꼭...살아서 눈 쭤줘..."



이슬비는 이세하의 손에 얼굴을 묻고 눈물을 흘렸다. 멀리서 그들을 지켜보던 제이와 서유리는 조용히 눈물을 훔쳤다. 조용한 병실에 흐느끼는 소리와 삐-삐- 소리만 울렸다.



스르륵-



모두가 고개를 숙이고 울고 있을 때 감겨있던 이세하의 눈이 살며시 떠졌다. 눈을 뜬 이세하가 고개를 돌리자 자신의 손에 얼굴을 묻고 우는 이슬비가 보였다.



"이...슬비?"



이슬비는 이세하의 목소리에 고개를 바로 들었다. 그녀의 눈 앞에는 힘겹게 눈을 뜨고 숨쉬고 있는 이세하가 보였다. 그의 목소리를 들은 서유리와 제이도 고개를 들어 이세하를 바라봤다.



"이세하! 정신이 들어?"



이슬비는 이세하의 양 볼을 잡고 두 눈을 맞췄다. 이세하는 그녀의 행동에 양 볼을 붉히며 고개를 끄덕였다.



"유..유리야! 의사선생님 불러와줘! 얼른!!"



이슬비는 서유리에게 의사를 불러와 달라며 재촉했다. 서유리가 나가고 제이는 조용히 자리를 피했다.



"이세하..왜그랬어...그 때 너가 나서지만 않았어도 이렇게 심하게 다치진 않았을 텐데.."



이세하는 아니라는 듯이 고개를 저으며 이슬비의 눈을 똑바로 바라봤다.



"어..떻게...그래...내가....좋...ㅇ.............한...테..."

"뭐라고?"



이슬비는 이세하의 작은 목소리에 안들린다는 듯이 물었다.



"아냐..."



이세하는 뜬금없이 자신의 마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싶어 고개를 돌렸다.



"이세하...아니..세하야...실은.."



이슬비는 고개를 돌린 이세하의 옆모습을 보며 입을 열었다. 그동안 느꼈던 감정과 그동안 그를 보며 생각했던 것 그리고 그가 혼자 큐브에 들어갔다고 했을때 느꼈던 감정까지...모두 털어놓고 싶었다.



"세하야..."



이세하는 다정하게 불러오는 이슬비에 다시 고개를 돌렸다. 그녀는 어느새 눈물을 그치고 맑게 웃고 있었다.



"좋아해..."



이슬비의 입에서 나온 말에 이세하는 놀라며 그녀를 바라봤다. 이슬비는 여전히 맑게 웃으며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도..."



이세하는 나즈막하게 읊조렸다. 그리고 입끝을 올려 작게 웃었다.




20xx년 oo월 ##일


신 서울 종합 병원 709호실에 밝은 햇빛이 한 쌍의 남녀를 비춰주었다. 맑게 웃는 그들을...







-END-




--------작품 후기--------

헐..내가 결국엔 질렀다...읽으면서 오글거리셨죠? 알아요,,저도 다시 퇴고 하면서 오글거려 죽는 줄 알았어요...큐브에서 차원종이 된 세하한테 당한 세하는 어떨지 궁금하기도 하고 [세하x슬비]를 밀고 있기 때문에 한번 써봅니다. 후후 즐감 하셨길 바랍니다!

2024-10-24 22:23:09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