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세리] 겜창팔이 소녀의 재림 (2화)

21대대통령서유리 2017-08-21 0







대략 한 10분 동안 공황상태에 빠져 있었던 것 같다. 충격과 공포, 그리고 혼란과 혼돈. 그게 내 심리 상태였고 그것은 10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솔직히,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을 이성적으로 판단하고는 싶었지만 도저히 그러질 못하겠고. **, 멀쩡하게 있던 내 **가 사라졌는데 세상 어느 남자가 충격을 받지 않겠는가. 애초에 지금 나에게 벌어진 이 망가같은 상황을 논리정연하게 설명할 수 있을 사람이 이 세상에 과연 존재할까?



아니, 그 문제야 둘째 치더라도 제일 중요한 의문점이 남아있다. 난 그 교통사고에서 분명히 ‘사망’했다. 죽었다고, 뒈졌다고. 근데 정신 차려보니까 이쁘장한 여고생 몸뚱이로 살아났네? 응? 이게 말이 돼? 아니 ** 이게 말이 되냐고요. 진짜 인생 개 **…….



가슴 속 심연 깊숙한 곳에서부터 치밀어 올라오는 절망스러움에, 납짝 엎드린 상태로 타일 바닥을 주먹으로 쾅쾅 내리찍는다. ** 죽일거면 곱게 죽이던가... 왜 내 **를 없애요……꺼이꺼이…….



“내가 무슨 죄가 있어서…….”



어머니, 제가 딸로 태어났으면 좋았을거라는 말을 늘 입에 달고 사셨죠? 축하드립니다, 하나뿐인 아들내미의 성별은 등가교환의 법칙에 따라 죽음으로써 전환되었습니다. 이제 신붓감이 아니라 신랑감을 찾으셔야 돼요. **.



...아, 절망회로 고만 돌리자. 이 짓 세 번만 더 계속 했다간 우울증 걸려서 자살할 지도 몰라. 그래, 긍정적으로 생각해보자. 가만 생각해보면 성별이 여자가 된 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니야. 그래도 내 원래 나이 보정대로 아줌마가 되진 않았잖아? 이제 보니까 거울에 비친 이 모습도 제법 이쁘게 생긴 미소녀에 속하는 편이고. 이 뒷머리는 누가 묶어 놓은 건진 모르겠지만, 아무튼 풀어 헤친 것보단 나을 것 같아. 좋아, 한 번 이런 것도 해볼까?



“뿌잉”



볼에 바람을 넣어 빵빵하게 한 다음 검지손가락으로 꾹 눌러보았다. 효과는 굉장했다. 자괴감 +300을 얻었다. ** 지금 내가 뭘 한거지. 아직 사태 파악도 제대로 안 해놓고 이쁘게 생긴 여고딩 몸에만 심취하지를 않나……뭐지? 자기과시? 한 번 죽어가지고 볼 장 다 봤으니 인간성을 버리겠다는 것인가?



“미1친년”



- 짝!



스스로 싸다구를 한 번 후려갈겼다. 정신차려 이 년아. 지금 너 공황상태 벗어난지 5분도 안 지났어요. 심지어 눈 뜬 이후로 이 화장실 밖에 나가보질 않았다고. 최소한 여기가 저승인지 이승인지는 알아야 할 거 아냐.



눈두덩이를 비벼서 정신을 개운하게 했다. 한 번 길게 심호흡을 한 후, 조금씩 빛이 새어나오고 있는 **짝이 된 문을 향해서 천천히 발걸음을 옮긴다. ** 나가보니까 사실 나 속이려고 계획한거였고 연예가중계 MC들이 PPAP추기 시작하더니 언더테일 브금 나오고 샌즈 깜짝 등장하면서 ‘몰래카메라였습니다~’ 이 지1랄하는 개꿀잼 **였다던가 그딴 건 아니겠지.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손잡이를 천천히 튼다. 이어서 손잡이가 끝까지 돌려졌다는 감각이 느껴졌고, 빛이 새어나오는 문틈 사이로 얼굴을 내밀며 조금씩 문을 열어본다.



- 끼이이익



“……어?”



그리고 마침내 문이 완전히 열렸을 때, 내 몸은 다시 한 번 망부석처럼 굳어버릴 수 밖에 없었다.





여기가 난생 처음 보는 생소한 장소라서? 아니다. 여긴 내가 누구보다 잘 안다.




여기가 처음 예상했던 대로 저승이어서? 그 또한 아니다. 여긴 명백한 이승이다.




“이건……대체……?”




이 곳은 영등포 타임스퀘어에 위치한 중심 쇼핑몰. 아니, 쇼핑몰’이었을’ 장소다. 여긴 지금 폐허 그 자체거든. 무슨 폭격이라도 맞은 것 마냥.



“시1발 전쟁이라도 난 건가?”



가만히 서서 여유부릴 시간 따윈 없다. 내가 무슨 연유로 지금 이 여고딩의 몸으로 살아있는진 모르겠지만, 만약 여기가 내 생각대로 진짜 현실의 대한민국이고, 정말 전쟁이 터졌다면 지금 여기서 농땡이 까고 있는 건 자살행위나 다름 없다. 여기까지 폭격이 왔다면 서울은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 지금이 개전 초기라면 이북에 설치되어있는 장사정포들이 아직도 수도권을 노리고 있을 것이다. 전쟁이 시작된 지 하루 이상이 지났다면 미 공군이 휴전선 인근의 포대를 깡끄리 소멸시켰겠지만 지금은 그걸 알아 볼 방법이 어디에도 없다.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최대한 땅끝으로 내려가는 게 맞지.



어린 몸으로 뜀박질을 하려니 산소가 부족해 현기증이 나려고 했지만, 지금 현기증 따위에 몸을 지체시킬 여력같은 건 없다. 일단 세종시, 세종시로 가자. 임시정부가 있다면 분명 정부청사가 이전해있는 세종으로 갔을 거야. 내려가는 길에 국군을 만난다면 정말 좋겠는데 말이야. 설마 이런 이쁘장한 여고딩을 빨갱이로 오인하진 않겠지, 암.



결론을 살짝 이상한 데서 도출해버린게 걸리긴 했지만, 아무렴 어떤가. 물론 죽기 전의 나였다면 국군이 날 보자마자 대번에 알아봤겠지. 그러나 이 몸도 의심을 안 받기엔 충분한 외모를 가지고 있다. 절대 꿇리지 않아. 그런 나름대로의 독백을 마치고, 고장난 에스컬레이터의 손잡이를 빠르게 집고 내려가기 시작했다.



- 텅텅텅텅!



상황이 미치지 않은 이상 인민군이 서울에 입성하진 못할테니, 딱히 소리를 내는 건 상관 없다. 정말 중요한 건 내가 세종시로 런어웨이하다가 그 도중에 폭격을 쳐맞고 죽느냐 안 죽느냐의 여부지. 그래서 저 타임스퀘어 1층 기둥 아래에 꾸물거리는 정체불명의 그림자도, 주인 잃은 개가 먹이 찾으러 돌아다니는 거겠거니 하고 무시해버렸다.



“분명 국군이 퇴각하면서 삐라 같은 걸 뿌렸을텐데”



민간인들에게 어디어디로 대피하라는 정보를 알리거나, 어느지역에 폭격을 할 것인지에 대한 정보를 알리는 데에 이용되는 수단은 보통 삐라, 즉 선전물이다. 앞서 내가 세종시로 가자고 판단을 내리긴 했지만, 이와는 별개로 정부의 지침사항을 확인해보긴 해야지. 아마 이 쪽에서도 남부 수도권 외곽 지역- 이를테면 천안이라던가 하는 곳에 대피소를 마련해두고, 그 곳에 찾아오는 민간인들을 세종시 혹은 제3도시로 피난시키는 시스템을 구축해놨겠지. 예비군들은 당연히 일괄소집될 것이며, 민방위는 향토사단으로 예편될 것이다. 가만, 그러고 보니 이 몸으로는 징병이 안되네? 개이득.



그런 실 없는 생각을 하는 동안 어느새 내 두 발은 에스컬레이터의 끝에 도달해있었다. 꽤 길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역시 잡생각 하니까 금방 가는구나. 가볍게 한숨을 내쉬고 주변을 쓱 스캔해본다. 유인물 없음, 삐라 없음. 국군 없음, 인민군 없음, 주변에 피난 행렬 안 보임. ** 이건 말 그대로 버려진 도시인데?



“환장하겠네 진짜.”



아, 그래. 이것도, 이것 또한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자. 그래, 피난민들이 몰려 있었다면 혼돈 속에서 세종으로 내려갈 차량도 못 구했을 거야. 서울시민 대부분이 피난을 간 상황이라면, 분명 그 혼란 속에서 실수로 차키를 꽂아두고 내린 운전자들도 있었을 것이다. 그 차량을 노리자. 기름은 차키 안 꽂힌 버려진 차량들 중에서 뽑아낸 걸로 충당하면 돼. 그러려면 휘발유통이 필요할텐데, 이 근방에 주유소가 어디 있더라.



거기까지 생각을 하고, 폐허가 된 쇼핑몰의 출구를 찾기 위해 발걸음을 뗀 그 순간.



- 자박



“!”



인기척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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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기본적으로 개그를 지향합니다. 아닌 것 같죠? 믿어주세요.... 

2024-10-24 23:16:57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