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저스 팬픽] 10년 후 Episode. 3 (2)
Contrasto 2017-08-15 10
노을도 져가 보랏빛의 따뜻한 어둠이 내려진 9월의 밤, 한산한 거리와는 다르게 한 가게 안에서는 활기찬 음악과 시끌벅적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하나, 둘!”
가게안의 사람들은 일제히 손에 든 폭죽을 잡아당기며 외쳤다.
“세리야! 생일 축하해-!!”
펑펑 소리와 함께 폭죽이 터지고 모두들 테이블의 가운데에 앉은 아이를 축하해주었다.
오늘은 9월 9일, 세하와 슬비의 아이인 세리의 5번째 생일이었다. 아이들 중 가장 어린 세리는 그만큼 많은 사람들의 사랑과 관심을 독차지하는 아이였다.
파티 장소는 늘 똑같이 소연의 여우네 카페에서 열렸다. 사실 카페보단 음식점에 가깝고, 무엇보다 저녁이 되면 이 카페는 바로 변한다. 바로 바뀐 여우네 카페에 가면, 운이 좋을 땐 바텐더가 된 나타의 칵테일을 마실 수 있다.
주방과 바에서는 소연과 나타가 부지런히 일을 하고 있고, 아이들은 벌써부터 TV앞에 앉아 경품을 건 장르 불문 게임 대회를 열었다. 거기에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미스틸과 티나도 있었다.
“어이 이세하, 여기 네 거다.”
나는 나타가 테이블에 던지듯이 미끄러뜨린 잔을 받아 안에 있는 호박색 액체를 한 모금 들이켰다. 스카치의 쓴맛에 이어 달콤한 맛이 뒤따라 와 꽤나 마음에 드는 술이었다. 전문 바텐더가 만들었다고 해도 믿을 정도로 세련된 맛이었다.
“이거 꽤 맛있네... 이거 뭐야?”
“흥, 갓파더란 거다. 네가 좋아할만한 맛이지?”
듣도보도 못한 칵테일 이름이었다. 주위를 살펴보니, 다들 들고 있는 잔에는 각기 다른 종류의 칵테일이 담겨있었다. 도대체 언제부터 전문 바텐더가 되었는지 궁금하다.
“너 말이야... 진짜 전문 바텐더라도 되는 거야? 못하는 게 도대체 뭐야?”
나타는 아무 말 안하고 벽에 달린 액자를 가리켰다. 그곳엔 [조주기능사 자격증]이란 종이가 걸려있었다. 설마 했는데 진짜 자격증까지 있다니...
내가 알기론 나타는 현역 클로저로 활동하면서도 그림을 그린다거나, 조각을 만든다거나, 심지어 책까지 쓴다고 한다. 거기에 진짜 전문 바텐더라니, 그의 말도 안 되는 재능에는 감탄을 금치 못한다.
“별거 아니야, 소영이 가게에 도움이 되려면 저 정도는 해야지.”
나하고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1등 신랑감이다... 뭔가 부끄러워졌다. 나타를 보며 남편으로서도, 아빠로서도 반성하게 되었다.
그렇게 나타와 잡담을 나누고 있을 때, 유리가 내 목에 어깨동무를 하고 옆에 앉아 나타에게 주문했다.
“싸부! 나 엄청 쎈걸로 타줘! 한방에 펑 갈수 있을 정도로 쎈거!”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아직 메인이벤트는 시작도 안했는데. 나중에 타줄 테니까 이거나 마셔.”
나타는 질린다는 표정으로 유리 앞에 잔을 내려놓았다. 잔 안에는 핑크색의 아름다운 액체가 담겨있었다. 유리는 개의치 않고 나타가 준 칵테일을 들이켰다.
“음! 이거도 이거대로 맛있네! 역시 싸부야!”
“너도 참... 파티 시작하기도 전에 취하지 말라고?”
나는 유리의 머리를 마구 헝클어뜨리며 말했다. 정말이지, 지부장의 자리까지 올라왔으면서 저돌적인 행동파 소녀는 그대로였다.
TV쪽에서 큰 환호성이 들려서 돌아보니, 마침 아이들의 게임 대회가 끝난듯하다. 결과는 처참했다. 정훈이, 미스틸, 티나 셋이서 슬하 한 명을 상대로 격투게임을 했는데, 슬하가 노 히트 풀 콤보로 세 명을 단숨에 끝내버렸기 때문이다. 슬하가 게임에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아이인줄은 알았지만, 이정도 까지 압도적일 줄은 나도 몰랐다... 곧 있으면 아빠인 나도 여유롭게 가지고 놀 것만 같았다.
슬하는 개운한 표정으로 일어나 쌓여진 경품더미에 가서 잠시 고민하더니, 큼지막한 곰 인형을 들어 경기에서 일찍 져 울고 있는 세리한테 안겨주었다.
“자, 세리야! 생일 축하해!”
세리는 영문을 몰라 잠시 동안 어리둥절해있었다가, 이윽고 알아챘는지 환하게 웃으면서 자신의 오빠를 와락 껴안았다. 슬하는 기쁜 표정으로 자신의 품에 안긴 세리의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오빠가 짱이야! 오빠 사랑해애-!”
남매의 화기애애한 사랑을 본 우리들의 심장은 사랑스러움으로 녹아내렸다. 귀여움 자체가 형상화한 듯한 모습이었다. 내 아이들이지만 너무나도 사랑스러웠다. 슬비도 같은 마음 이였는지, 서로를 꼭 껴안은 남매의 모습을 조용히 카메라로 담아 그것을 행복한 미소로 바라보았다.
유리가 일어서서 크게 외쳤다.
“슬하가 먼저 시작했네! 그럼 우리도 이제 메인이벤트를 시작해 볼까?!”
“““와아-!!”””
유리의 말에 모두가 동의하여 각자 자기가 가져온 비장의 선물들을 차례차례 꺼내기 시작했다.
“제가 먼저인가요? 세리야 생일 축하해!”
첫 번째는 미스틸이었다. 미스틸은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동화책들과 30색 크레파스를 선물로 준비했다. 자기 전에 항상 머리맡에서 엄마가 읽어주는 동화책을 좋아하는 세리는 새로운 이야기들이 생겨서 눈을 반짝였다. 역시 미스틸은 아이들하고 잘 맞았다.
두 번째는 바이올렛이었다. 회장의 직책을 맡고 있는 바이올렛은 그만큼 시간을 내기 힘들 정도로 중요한 스케줄로 꽉 차 있었지만, 그녀의 고집을 누가 꺾을 수 있을까. 하이드에게 모든 일을 위임하고 시간을 내서 오늘 파티에 참석했다.
바이올렛은 세리의 조그마한 손을 잡고 세리의 반짝이는 눈을 바라보았다.
“정말이지... 옛날에 봤을 때는 아직 갓 난 아이였는데... 벌써 이렇게 귀여운 숙녀가 되었네요. 숙녀는 언제나 기품이 중요하답니다? 세리에게 꼭 어울리는 옷을 준비했어요.”
바이올렛은 세리에게 노란색 풍의 유아용 숙녀복을 입혀보았다. 그리고 거기에 어울릴 귀여운 노란색 구두 한 켤레를 세리에게 신겼다.
“음! 정말 잘 어울리네요! 역시 세리한텐 해바라기 같은 색이 잘 어울릴 거라고 생각했어요.”
귀엽고 예쁜 옷과 구두를 받은 세리는 마음에 드는지 몇 번이고 카디건의 소매를 뺨에 문지르거나, 구두 신은 발을 굴려보았다. 옷이 날개라고, 세리는 마치 해바라기별에서 온 해바라기 요정 같아보였다. 세리에게 새 나들이 복을 입히고 싶었던 슬비는 굉장히 만족한 눈치였다.
세 번째는 티나와 트레이너였다. 티나는 세리에게 두꺼운 책 하나를 건넸다. 세리는 궁금해하며 펼쳤고, 그 안에 든 것에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그 책은 바로, 검은양 팀과 늑대개 팀의 사진이 담긴, 추억 앨범이었던 것이다. 세리뿐만 아니라 모두들 감회에 젖어 그 엘범을 찬찬히 보았다. 그리운 추억들이 담긴 소중한 사진들이 가득 담겨있었다. 그렇게 다들 추억에 빠져있었을 때, 세리가 한 사진을 가리키며 말했다.
“아! 엄마하고 아빠 손잡고 있다!”
모두가 세리에 말에 그 사진을 보았다. 그것은 단체사진이었지만, 일행들 사이에서 부끄러운 듯 몰래 손잡고 있는 나와 슬비의 사진이었다. 나는 그때 당시가 생각나 얼굴을 붉히며 변명하였다. 슬비도 마찬가지였다.
“세, 세리야! 그게 말이야!”
“아, 아무것도 아니란다! 응, 아무것도 아니야!”
나와 슬비가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고 세리 앞에서 허둥지둥 주워섬기자, 주위에서 폭소가 터졌다. 지금이야 서로 사랑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 때를 생각하면 부끄러워 죽겠다고!
티나는 작게 미소 지으며 세리한테 말했다.
"세리, 너의 부모님은 굉장히 훌륭한 사람들이다. 항상 자랑스럽게 생각해라."
세리는 알겠다고 하며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번째로, 나타와 서영이가 앞으로 나섰다. 서영이는 쭈뼛쭈뼛하며 손에 든 조그마한 조각상을 보여주었다. 자세히 보아하니, 그것은 크리스탈 조각이 달려있는 오르골 이였다. 밑에 있는 오르골을 돌리면 노랫소리가 나오면서 위에 있는 아름다운 크리스털의 발레리나 조각상이 춤을 추듯이 돌아갔다.
세리는 난생 처음 이렇게 아름다운 건 처음 본다는 듯이, 조용히 조각을 바라보다 서영이를 꼭 껴안으며 말했다.
“고마워 서영아! 소중히 간직할게!”
“으...응... 나야말로 고마워...”
서영이는 부끄러워서 뺨을 붉혔지만 자신의 절친이 이렇게까지 좋아하는 것을 보고 내심 기쁜 눈치였다. 나타는 세리에게 오르골의 옆면을 보여주었다. 작은 기어를 돌리니, 안에 있는 오르골이 열리면서 안에 있는 글귀가 나타났다. 오르골의 글귀에는 [영원한 친구, 세리와 서영] 이라고 적혀있었다. 나타는 세리와 서영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면서 말했다.
“세리야, 서영이하고 잘 지내줘. 서영이도 세리하고 잘 지내고. 알았지?”
세리와 서영이는 웃으면서 나타와 **손가락을 걸고 약속했다. 모두의 마음이 훈훈해지는 선물이었다.
소영과 레비아는 둘이서 함께 준비한 학용품 세트를 선물했다. 세리가 가장 좋아하는 만화영화의 캐릭터들이 그려져 있어 세리는 매우 마음에 들어 했다.
유정 누나는 어디서 구했는지 그 옛날 검은양 팀의 재킷을 선물했다. 재킷을 입은 세리는 어딘가 세하와 슬비를 연상시켰다.
차례는 돌고 돌아, 유리의 차례가 되었다. 유리는 조용히 주머니에 있는 것을 꺼내어 세리의 손에 쥐어주었다. 세리가 손을 펴 보니, 한 쌍의 은색 반지가 있었다.
“이 반지는 말이지, 인연의 반지라는 거야. 네가 하나를 끼고, 너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한테 주면, 너와 그 사람은 영원히 특별한 사이로 이어진다는 거지.”
유리는 세리에게 미소 지으며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잘 생각해서, 가장 소중한 사람한테 줘야 한다?”
세리는 하나의 반지를 손가락에 끼우고 고개를 끄덕였다.
마지막으로, 나와 슬비의 차례였다. 모두들 아빠와 엄마가 무슨 선물을 줄지 이목이 집중되었다. 나와 슬비는 작게 심호흡을 하고, 세리에게 한 장의 사진을 내밀었다. 세리는 이 사진을 이해하지 못한 듯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도 그럴 것이, 사진에는 검은색 바탕에 흰색 선같은 것들이 부채꼴 모양으로 퍼져있었기 때문이다.
“으응? 이게 뭐야?”
나는 세리를 바라보며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세리야, 생일 축하해. 엄마랑 아빠가 준비한 선물이야.”
모두들 의아한 상황에서 그 사진을 바라보았다. 아저씨와 유정 누나는 이미 알고 있다는 듯이,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이윽고, 모두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 사진은, 바로 초음파 사진이었기 때문이다.
슬비는 부끄럽지만 또한 행복하다는 듯이, 자신의 배를 문지르면서 말했다.
“2개월째에요.”
슬비가 최종적으로 못을 박자, 정적이 흐르던 가게는 다시 떠들썩한 소리로 채워졌다.
“뭐, 뭐에요?! 세, 셋째인건가요?!”
“세, 세하 형! 셋째 생겼어요?!”
레비아와 미스틸은 믿기 힘들다는 듯이 소리쳤고,
“이야-! 설마 했는데 그때 바다에 가서 생긴 건가! 하하하하!”
유정 누나와 아저씨는 다 알고있었는지, 그저 웃기만 했다.
"-……."
바이올렛은 현실감이 없다는 듯이 사진을 멍하니 바라보기만 했고,
“**...! 최고의 생일 선물 자리는 뺐겼군...!”
“아하하! 최고의 선물이잖아 이거!”
나타와 소영은 유쾌하게 웃었고,
“또 작은 이세하와 이슬비가 생기는 건가? 그건 기대되는군.”
티나와 트레이너는 부끄러운 말을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슬비는 아무 말도 못하고 사진을 바라보던 세리의 손을 잡고 말했다.
“이건, 세리한테 엄마랑 아빠가 주는 선물이니까, 세리가 동생의 이름을 지어주겠니?”
세리는 슬비의 말을 듣고 골똘히 생각하다, 이윽고 입을 열었다.
“...샛별이. 샛별이가 좋을것같아!”
모두가 세리의 말에 나지막이 감탄했다. 굉장히 멋진 이름이었다.
슬비는 세리와 슬하를 꼭 껴안으며 말했다.
“그래, 이 애의 이름은 샛별이야. 슬하랑 세리, 샛별이가 태어나면 잘해줄 수 있지?”
““응-!!””
슬하와 세리는 큰소리로 대답했다.
-
나는 세하와 슬비의 깜짝 선물에 새삼 놀라며 사진을 바라보았다. 샛별이라, 귀여운 아이가 되겠지.
또다시 내 안의 검은 감정들이 꿈틀거린다. 나는 유쾌함을 가장하며 크게 박수를 치며 웃었다.
“하하! 역시 세하랑 슬비야! 세리가 최고의 선물을 받아버렸네-!”
이러면 안 되는데, 이 감정을 보일 순 없는데, 이 안에 1초라도 더 있으면 이 추악한 나의 또 다른 모습이 튀어나올까봐, 나는 거짓말을 하고 황급히 가게 밖으로 나섰다.
“이야- 너무 흥분했다, 너무 흥분했어! 찬바람 좀 쐬어야 취한 게 가라앉겠네!”
나는 나가서 가게 문을 닫자마자, 벽에 몸을 기대고 주저앉았다. 내 마음 속의 사슬이 하나씩 끊겨가는 기분이다.
나는 가슴을 움켜쥐며 되뇌었다. 안 돼. 안 돼. 이걸 보여줄 순 없어. 이걸 세하와 슬비한테 보여줄 순 없어.
이를 악 물고 들썩이는 감정을 잠재우려 노력했다. 차갑게 식은 뺨 위로 따뜻한 물줄기가 지나갔다. 눈물이었다. 눈물? 내가? 나 따위가 눈물을? 내가 눈물을 흘릴 자격이 있나?
머릿속에서 세하와 슬비의 모습이 지워지지 않는다. 이대로 그들 앞에 돌아갈 순 없다. 자제력을 잃을 것이다. 내 소중한 친구들에게 이런 모습을 보일 순 없다.
딸랑-
그 순간, 가게 문이 열리며 누군가가 나왔다. 고개를 돌려 옆을 보니, 세하였다.
세하는 쓴웃음을 지으며 나를 쳐다보았다. 내가 울었던 것을 들켰을까?
“유리야-”
그의 입에서 나지막한 목소리로 내 이름이 나왔다.
“나랑, 얘기 좀 할까?”
그 목소리에선, 왜인지 이미 다 알고 있었다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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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후] 3번째 에피소드의 2번째 이야기입니다! 이번화는 사랑스러운 세리의 귀여움이 한껏 묻어나는 편이라 저도 작업하며서 입에서 아빠미소가 가시질 않았답니다!^^ 정말 보람찬 이야기였습니다ㅎㅎ 유리의 메인 에피소드이긴 하지만 이번화는 보다 세리의 생일파티를 여과없이 보여드리기 위해 세하의 시점이 주가 되었습니다. 다음화는 대망의 세하와 유리를 둘러싼 갈등의 클라이막스가 펼쳐질 예정입니다. 독자 여러분 모두 유리의 해피엔딩을 위해 끝까지 함께해주셨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제 작품이 또 한번 명예의 전당에 올랐습니다! 항상 제 소설에 먼저 댓글과 추천을 달아주시는 서클 가족들, 예쁘고 귀여운 일러스트를 그려주셨을 뿐만 아니라 소설의 감수도 맡아주신 공선님! 그리고 언제나 부족한 소설을 읽어주시고 격려해주시는 독자여러분께 다시금 감사의 인사를 올리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