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 of Striker-이세하 Ep-1 아무래도 좋은 일들
Sehaia 2017-07-07 1
“흐아암......이제야 끝났네.”
길고 긴 학교가 드디어 끝났다. 지긋지긋하다고 할까, 무감각하다고 할까. 어찌됐든 그다지 재밌는 건 아니니까, 좋지 않다는 건 확실하다. 신학기 첫날부터 이렇게 늘어질 줄이야. 그 대머리 교장, 설교하나는 정말 끈질기게 한다니까.
담임교사에게 머리를 숙인 후 별 수업도 하지 않아 가벼운 가방을 등에 둘러매고 교실을 나선다. 이제 얼마 안 있어서 신입생들 맞이다 뭐다 해서 소란스러워지겠지. 뭐, 내 알 바는 아니다.
그보다, 오늘은 가야할 곳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두 번 다시, 아니 실수했군. 성인이 될 때까진 다시는 가지 않을 곳이라고 맘을 먹었건만, 엄마가 가보라고 엄포를 놓았기에 가지 않을 수가 없다. 길어진다면 땡땡이 칠 생각이 없다곤 못해도, 어지간하면 잠깐 들르는 정도는 하도록 하자. 평소엔 굳이 가라고 강요도 하지 않으시면서, 갑자기 어쩐 일인지 알 수가 없다. 한숨을 쉬며 아침에 엄마가 들려준 메모지를 꺼낸다.
“에, 그러니까, 유니온 아카데미 수료식 및 차원압 예보기 시연회? 장소는 유니온 아카데미, 역시 잘못 들은 건 아니었어.”
정확하게 하교 후 30분, 그러니까 5시에 시작한다. 딱 보니 상당히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다. 어차피 동아리 같은 걸 하지도 않으니 여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신건가? 물러, 무르다고, 엄마! 오늘부터 신학기 게임 이벤트가 시작한다고? 이런 시시한 걸 보러가라니, 시간이 아깝다. 난 당장에라도 거부하겠소! 가만, 근데 추신이 있었던 거 같은데.
어디보자......
‘안 가면 게임기 몰수얏! 갈 거지, 귀여운 아들? 아, 그게 싫으면 이 엄마하고 한 번 대련이라도 할래?’
그래, 얌전히 가자. 전자라면 엄마 기분이 풀릴 며칠을 기다리면 되지만, 후자는 전치 몇 주로 끝날지 알 수 없다. 현실에서 ‘터미*이터’를 강제 체험당하고 싶진 않다. 이렇게까지 말한다면, 안 들었을 때의 파란이 진심으로 두렵다.
학교에서 유니온 아카데미까지는 그렇게 먼 편은 아니다. 산보한다는 느낌으로 걸어가도 10분 정도 걸리던가. 걸어가면서 게임하기도 애매하다. 그렇다고 주변을 보자니, 봄의 기운을 받아 커플로 다니는 사람들이 많아 부담된다. 저 사람들 중 몇 명이나 깨질까, 라는 천벌을 받을 생각을 하며 길을 걷는다. 혼자 걷기에는 조금 먼 길이다.
지루한 시간을 때우기 위해 잡념을 일으켜 봤으나, 별 소용이 없는 듯하다. 관두자. 이런 수고를 들여서까지 올 가치가 있는 것일까라는 생각도 바람에 띄워 날려 보낸다. 더 이상 쓸데없는 생각을 해 봐야 내 손해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으니까. 어차피, 벌써 도착해버렸다.
“결국 와 버렸네.”
성인이 되기 전에 여기로 다시 올 줄은 정말 생각을 못했는데. 뭐, 조금이라도 빨리 끝나길 빌도록 하자. 일분일초가 아깝다.
그건 그렇고, 예나 지금이나 쓸데없이 큰 건물이다. 거기에 눈부시게 반짝거리는 하얀색으로 도배를 해놓다니. 정의는 역시 하얀색이라 이거냐. 때 묻지 않게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돈이 꽤나 깨질 것 같은 반짝임이다.
아카데미는 여기 외엔 별로 없지만, 유니온 지부는 훨씬 더 많이 존재하니, 국가 토지를 정말 많이도 먹는구나. 가뜩이나 비좁은 나라에서 이런 건물만 몇 개나 있는 건지. 사람들의 안전을 위해서 라고는 하지만, 역시 너무 많지 않을까? 음, 0개만 놔두고 다 폐기하자. 그 정도가 적당해.
건물 내부로 들어오자 흰 가운을 걸친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차원압 예보기라고 했던가, 그걸 조정하기 위한 사람들인 듯하다. 물론, 어린 예비 클로저들의 위상력을 측정하기 위한 사람들일 수도 있다. 어느 쪽이 되었든 나하곤 상관이 없는 이야기지만.
여기 온 목적은 검은...... 뭐더라, 암튼 그런 프로젝트나 권유해 댈 연구원과 상종하기 위함이 아니다. 그러니까, 유니온 아카데미 대강당인가? 수료식을 하고, 바로 그 자리에서 시연회를 한단 건가. 단순해서 좋네. 건물 안내도를 보고 대강당의 위치를 찾는다.
음, 분명 이쪽일 텐데 말이야. 아, 저기로군. 사람들이 유독 많이 모여 있는 곳. 기껏해야 수료식인 주제에 너무 인원수가 많은 거 아니냐. 하지만 어른들이 많이 와줬다는 점에서는 기뻐해야 할 국면이겠지. 최소한, 저 어른들의 수만큼은 아카데미 학생들이 관심을 받고 있다는 걸 테니까.
내쳐지지 않고, 아직까지 관심을 받으며, 자신들을 지켜줄 미래의 한 조각으로 기대를 맡는다. 민간인이여, 받들도록 하여라. 영웅의 새싹이다.
잡념을 떨치고 자리를 잡고 앉아 수료식이 시작하기를 기다린다. 그런데 난 여기에 인연이 있는 사람도 없는데 왜 온 거지? 아. 엄마 명령이었지, 참. 그런데 금방 시작할 조짐도 없고, 게임이나 할까. 주머니에서 휴대용 게임기를 꺼내든다.
“저기, 여기서 게임하면 좀 곤란한데.”
엑. 무언가 매우 불쾌한 말을 들은 것 같은데. 머리 속에 경고 메시지를 보낸 발신지를 찾는다. 고개를 들어 옆을 보니, 왠 분홍머리 여자아이가 있었다. 나에게 게임을 하지 말라는 흉악스런 말을 한 놈은 네 녀석이냐.
몸에서 은은하게 풍기는 분위기로도 약간 위압되는 감이 있다. 좀 딱딱한 언동이라고 할까, 규율적이라고 할까. 학교에서 주는 모범상을 받을 것 같은 인상? 그래, 반장이라는 말을 형상화 시키면 이렇게 될 것 같다. 저 분홍머리 빼고.
“얼마 안 있어서 수료식이 시작할 텐데, 조금만 기다려주면 안 될까?”
쓸데없는 마찰을 빚는 건 삼가는 편이 낫겠지. 여기선 수긍하고 넘어가는 쪽을 택한다. 만족한 듯 싱긋 웃은 후 사라지는 소녀의 모습을 바라본다. 아카데미가 어린 아이들을 많이 받는 건 맞지만, 수료생 중에 중학생도 있던가? 연수 기간이 그 정도로 짧지는 않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설마 내 나이라고 하기에는 키가 영 작다. 단적으로, 어려보인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해도 결국 게임을 못하니, 심심함을 참을 겨를이 없다. 근처에 놓인 마음에도 없는 신문을 하나 들어 쓱 펼친다. 헤드라인에는 뭔가 익숙한 얼굴이 어두운 표정으로 실려 있었다.
‘특보! 전국 1위 검도소녀, 위상능력자? 위상력 은닉 여부는 아직 불확실......’
에. 이거 우리 학교 애잖아. 분명 서유리라고 했던가. 상당히 유명했더랬지. 학교 검도부에서도 상당히 밀어주는 쪽이었고, 교내 신문에 실린 적도 있었다. ‘가난한 가정에서 자란 한 그루의 꼿꼿한 죽도’란 제목이었던가? 대회에서 딴 상금으로 가정을 먹여 살린다는 그런 훈훈한, 그러나 어딘가 씁쓸한 얘기가 실려 있었다.
그에 더불어 교내 현관에는 걔가 따온 트럼프로 장식까지 되어있었으니, 이거야말로 학교 스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난데없이 위상력이라니, 정말이지, 실소를 금할 수가 없다. 이거 그럼 당연히 실격 아닌가. 의도해서 숨긴 거라면 더 할 말이 없을뿐더러, 이 나이에 위상력이 발현한 것이라면 그거야말로 저주겠지.
위상력이 발현하는 건 대체로 유소년기다. 나이가 먹으면 먹을수록 발현할 확률은 적어지며, 성인에 이르러서는 거의 0에 가깝다. 물론, 청소년기에도 발현할 수는 있지만 그 수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은 편이다. 검도 대회에서 참가 신청을 받을 때 위상력 검사를 안 하는 건 아닐 테니, 믿기진 않지만 아마 진짜로 이제 와서야 발현한 것일 터다.
“왜 이제 와서냐.......”
앞날이 창창한 검도 유망주잖아. 굳이 그렇게 소소하게 행복을 쌓아가는 사람마저도 망쳐놓아야겠냐. 걘 너 때문에 사회적 유명인으로 살 명예도 잃고 유니온에 매여 살아가게 됐다고. 귀도 없는 자신의 위상력에게 말을 한들 들을 리도 없고, 자신의 일도 아니건만, 뭔가 영 찜찜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듯하다.
그러던 중, 연구원 중 한 명이 수료식의 시작을 고한다.
“그럼 이제부터 수료식이 시작되겠습니다. 수료생 대표 이슬비! 앞으로!”
어디어디, 누군가 한 번 볼....... 방금 그 분홍머리잖아. 뭔가 반장 같다 싶더라니, 아닌 게 아니라 수료생 대표였냐. 허리는 곧고 걸음걸이에는 힘이 실렸다. 당당하게 걸어 나가 마이크 앞에 선다. 정말이지, 보면 볼수록 반장이라는 타이틀을 달아주고 싶다.
“18년 전, 인류는 이세계에서 온 정체불명의 생명체, 차원종과의 전쟁이라는 재앙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그럴싸한 미사여구로 장식된 연설문이 낭랑한 목소리로 읊어진다. 차원종과의 전쟁의 역사, 그들과 맞서 싸우는 클로저의 의무를 다하겠다는 전형적인 유니온의 연설문이다. 그 의무를 전혀 실천하지 않고 있는 나로서는 귀가 좀 따갑군요, 아무렴. 그 의무를 벌써부터 실천할 생각은 추호도 없지만 말이야.
앞을 쓱 둘러보니 제복을 입은 아이들이 상당히 많이 보인다. 이렇게 보면 위상 능력자가 그렇게 소수란 감각이 별로 체감되지 않는다. 물론, 저들이 실질적으로 전투에 도움이 될지 어떨지는 모르는 일이지만. 그리고 도움이 되는 인재조차도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다. 상정 외의 상황은 언제나 일어나고, 전투에서 전사한 클로저들의 묘지도 따로 있는 마당에, 저들이라고 예외일리는 없는 것이다.
“그 의무를 다할 것을 오늘 여기서 선서합니다.”
드디어 끝났네. 하루 중에 얼마나 긴 시간을 지루하게 녹여버리는 건지, 하품이 비어져 나오는 걸 참느라 고생했다. 그럼, 이제 집에 갈......아, 하나가 더 남았지.
“그럼 이제부터, 최신 차원압 예보기를 소개합니다!”
말과 함께 단상 위의 커튼이 치워지며 덩치가 위압적으로 큰 기계가 드러났다.
“이 기계는 차원의 흐름을 읽어 들임으로서 우리 차원에 일어날 이상 차원압의 크기를 미리 예측할 수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이상 차원압이 클수록 고위 차원종이 침입할 가능성, 차원종 군단의 침입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그러니 이 기계를 통해서 이상 차원압의 크기를 미리 계산한다면 효율적인 전력 배치가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죠.”
여태까지 한 발짝 늦게 시작할 수밖에 없던 전투를 이제는 선수를 칠 수 있다는 것이 핵심이라는 듯하다. 마치 날씨를 예보한다는 기분으로 말을 이어간다. 확실히 이건 장족의 발전이다. 이상 차원압이 예측된 개최지에서 행사를 바로 중단하고 그곳에 클로저들이 출동하는 장면이 어렵지 않게 상상된다. 물론 예보가 맞았을 때의 얘기지만.
차원압을 예측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위상 능력자는 기본적으로 차원압의 흐름을 느낄 순 있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다. 차원종이 출현하기 직전부터 본격적으로 차원이 뒤틀리기 시작하는데, 그 정도가 아니면 느끼기가 쉽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예측 성공률이 얼마나 될지 좀 불안하긴 해도, 뭐, 없는 것보다야 낫겠지.
“그럼, 한 번 시험 가동을 해보겠습니다.”
연구원이 꾹 누른 리모컨에 반응해서 기계의 해치가 열리곤, 허공에 커다란 지구가 투영된다. 그리고 우리나라가 확대되더니, 곧 이어 서울을 상공에서 본 모습이 투영되었다. 자세히 보이지는 않았지만, 3일 정도 후에 어딘가에서 약간 큰 변동이 있는 것 외에는 한동안 별 이상이 없는 듯하다. 나름 마음에 드는 결과다. 그러나 연구원들은 뭐가 그리 심각한지 갑자기 자기들끼리 수군거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한 연구원이 나서서 적당히 마무리를 지었다. 도대체 뭐가 문제인건지 별 설명도 없이, 시연회는 그렇게 싱겁게 끝났다. 그리고 나는 드디어 염원하던 자유를 얻어 집으로 돌아갔다.
그런 줄 알았다.
“와아악! 아들!”
끄악, 집 문을 열자마자 괴생명체가 나타났다! Code-Mother 이라고 명명을 하도록 하자. 아니, 평범하게 맞이하시면 어디 문제라도 생기시는 건가? 왜 그리 하이텐션이신 거야? 평소에도 활달한 성격이긴 하셔도 이 정도까진 아니었는데.
“아들! 오늘 어땠어?”
“최악이었어요.”
“에에~? 그럴 수가? 완전 맘에 들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차원압 예보기라면 유니온 주제에 그럭저럭 쓸 만한 걸 만들었네, 라는 감흥 밖에 안 든다구요.”
도대체 어딜 어떻게 생각하면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는 거지? 내가 그 건물로 다시 들어가는 것조차도 싫어한다는 걸 모를 리는 없으실 텐데. 그럴 바에야 내 머리를 땅 속에다 박아버리고 그대로 고속 스핀을 하고 말지.
그러나 말하고 싶었던 건 차원압 예보기가 아니었던 듯하다. 볼을 퉁퉁 부풀리며 텐션이 내려가지 않은 채로 열변을 토하신다.
“그런! 재미없는 게! 아니얏!”
유니온의 기술력의 응집체네 뭐네 했던 걸 ‘그런 재미없는 거’라고 일축하시는 건 꽤 듣기 좋지만, 도저히 그 외엔 뭐가 떠오르질 않는다. 저는 ‘재미없는 거’밖에 본 기억이 없습니다만.
“이 엄마가 말이지? 지난번에 아카데미에서 강연을 한 번하고 왔거든? 이야, 강연료가 꽤 짭짤했......아니, 아니, 이게 아니지. 거기서 너하고 딱 어울리는 여자애를 만났지 뭐야! 똑 부러지고, 노력도 열심히 하고, 무엇보다 꽉 껴안아주고 싶게 귀여웠어. 하아, 나중에 며느리로 들이면 딱 좋겠더라. 못 만났니?”
두 눈을 빛내면서 영문 모를 말을 쏟아내시는 어머니. 이건 또 무슨 코알라 도토리 까먹는 소리래냐. 며느리라니 택도 없는 소리일뿐더러, 똑 부러지고 노력가라니 오늘 본 분홍머리가 떠올라서 뭔가 기분이 싸해진다. 내가 그런 사람과 결혼할 일도 없겠지만, 그런 성격이라면 애초에 나와 맨날 싸움이나 하지 않을까.
내가 하는 생각을 읽었는지 눈을 찌푸린 채로 한숨을 깊게 내쉬신다.
“우리 아들은 말야, 얼굴도 괜찮지, 능력도 꽤 있잖아? 근데 매사에 의욕은 하나도 없구, 취미는 게임 밖에 없구, 뭔가 되는대로 산다고 해야 할까? 유니온에 들어가기 싫은 건 알겠지만, 굳이 그렇게 느슨하고 풀어진 채로 살 것 까진 없잖니?”
“그렇다고 그게 왜 결혼이나 연애, 거기에 똑 부러진 여자애의 얘기가 연결되는데요.”
“당연히 연결되지! 연애라도 좀 하면 그 칙칙한 성격도 좀 개선되지 않겠니? 그리고 너무 풀어져서 사는 너에겐, 역시 널 좀 휘두를 기가 센 애가 맞아.”
그 말은 아내한테 잡혀 살라는 말로 밖에 안 들린다. 이거, 나 엄마 말을 따라 결혼했다간 큰일 나겠는데. 그에 더해 이렇게 기가 센 여자를 아내로 두셨던 아빠에게 묵념을. 살아생전에 정말 큰 고생을 하셨네요.
“별로 눈에 띄는 애도 없었고, 아직 연애니 결혼이니 그런 거 신경 쓸 생각도 없어요.”
특히 모범생 같은 귀찮은 여자는 더욱 그렇고, 기가 센 사람이라면 말할 것도 없다. 차라리 아예 솔로로 사는 것도 고려를 해볼까.
“으음, 그럴 리가 없는데. 분명 눈에 띄었을 건데. 어떤 방식으로라도 분명 내세울 만한 아인데......우음.......”
나는 이해가 되지 않는 질문에 홀로 자문자답하며 머리를 쥐싸시는 어머니. 상황이 이해가 별로 가지도 않거니와 쓸데없이 관여했다간 직접 그 여자애를 데려올 것 같은 두려움에 빠진 나는 사고하는 것을 포기하고 컴퓨터를 켰다. 지금은 얌전히 게임 이벤트나 참가하러.......
“아, 아들! 간만에 라면 끓여줘! 세하표 라면 먹고 싶어!”
이것 봐. 기가 센 사람하고 살면 피곤하기나 하다니까. 그래도, 바깥에서 열심히 일하고 오신 엄마한테 라면정도는 끓여드리는 게 자식의 도리겠지. 한숨을 쉬고 일어나 주방으로 가는 도중, 문득 떠오른 위화감의 정체를 알아냈다. 나한테 생김새나 이름도 안 알려주고선 어떻게 그여자애를 알아보길 기대한거야, 우리 엄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