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Zero -1-
플로령 2017-02-06 0
“이번엔……! 이번에는 어떻게든……!”
한걸음, 또 다시 한걸음. 발을 때고 붙일 때마다 점점 더 엉켜서 내 다리를 죄여오는 기분이 들었다. 이 바닥은, 내게 무엇을 말하고 있을까. ‘가면 안 돼, 결국 실패할 거야.’, 내 의지 일지도 모른다. 수십, 수백 번을 반복하며 도전한 내 의지는 이제 소용없다는 듯이 몸을 속박했다.
“소용없어……. 미안해…….”
그녀의 눈에서 내게 있어서는 상상도 못할 감정을 담은, 한 방울의 눈물이 떨어졌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나에게 있어 날 절망에 몸부림치게 만들었던 하나의 문장이, 시야를 가렸다.
[ Life Zero ]
“……아,”
좋은 아침, 이라고 말할 수 없는 답답한 아침, 어떤 거북한 꿈을 꾼 걸까.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고, 아무것도 짐작이 가지 않지만, 어째서일까, ‘눈물이 났다.’
“아…… , 좋은 아침이야…….”
“너 오늘 엄청 피곤 해 보이는 거 알고 있어?”
“그럴 일이 조금 있었어…….”
고개를 책상에 박고, 어제 밤과 같이 눈을 감았다. 금장이라도 잠이 들것만 같은 노곤함이 몰려오고, 피로함이 내 몸을 덮쳤다.
꿈에서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악몽도 아니었고, 조금 그런……꿈 또한 아니었다. 내 몸에는 어떤 반응도 없었으니까, 그저 잠이 오는 밤을 침대에 누워 눈을 감고 보냈을 뿐이니까. 그런데 어째서, 어째서 이렇게까지 피곤해 질 수 있을까.
상상이라는 호수에서 수면위로 떠오르는 의문 몇 가지를 계속해서 되새기는 도중, 나는 눈치 챌 세도 없이, 깊은 심연으로 빠져들었다.
-------
“선택해봐, 물론, 이 선택은 네게 수없이 많은 후회를 안겨주겠지. 수없이 상처입고, 수없이 포기하고 싶어질 거야. 그래도, 넌 이 길을 선택할거야?”
“……내 대답은 변하지 않아. 내겐 기회가 필요해. 이 선택이, 섣부른 판단이라고 할지라도. 난, 나의 선택을 포기하지 않아. 이 선택이, ‘그녀’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는 걸 난 알고 있으니까.”
팔을 뻗어, 정체불명의 남자의 멱살을 잡았다. 난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걸까. 저 남자는 누구지? ‘그녀’는 또 누굴까. ‘아, 또 꿈인가…….’ 그래, 난 분명 잠에 빠져들었어. 그렇다면, 무언과 연관되어 있어 보이는 이 꿈도, 기억하지 못하게 되는 걸까.
“큭큭…….”
“왜 웃는거지?”
정체불명의 남자는 재미있다는 듯이 날 보며 웃었다. 그리곤 자신의 손을 뻗어 내 가슴에 손을 가져다댔다.
“좋아, 역시 넌 재미있는 녀석이야. 그래, 네가 원하는 데로, 네게 기회를 한 번 더 주지. 물론 편한 길은 아니야. 아까 말한 것처럼 넌 수없이 후회하고, 바보 같았던 지금의 자신을 질타할거야. 그리고 내 이름을 울부짖겠지. 내…………라는 이름을.”
[ 자, 가라 인간이여! 네 생명이 마를 때까지 발버둥치거라! 네 생명이 끝을 알리기 전까지 뛰어라! 그리고 보아라……Life Zero, 절망의 표식을! ]
-------
“헉……!”
“이세하? 왜 그래, 악몽이라도 꾼거야?”
“…….”
온 몸은 땀으로 흠뻑 젖어있다. 떨림을 간직하고 있는 눈동자는 아직도 흔들리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데 어째서…… ‘아무 기억도 나지 않지?’
고개를 들었다. 이러고 있어봤자, 기억의 조각은 흩어졌다. ‘기껏해야 악몽이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훔쳤다.
“그렇게 계속자다가 선생님한테 혼나도 난 모른다?”
“아……어……. 어제 게임을 늦게까지 해서 피곤했나봐…….”
“……뭐? 이세하, 너 지금 뭐라고 했어?”
“……일났네…….”
금방이라도 환하게 피어날 듯 봄의 벚꽃 같은 머리카락을 흩날리며, 내게 화를 표출하는 이 슬랜디한 여자아이는……아니, 방금 그 말은 전면철회, 들켰다간 죽을 거야.
“내가 게임 늦게까지 하지 말라고 했지!”
“아, 아니 말이 헛나온거니까!”
‘이슬비’ 클로저팀 ‘검은양’의 리더. 그리고 이 사단에서도 침까지 흘리며 편히자고 있는 이 여자에는 ‘서유리’ 이슬비, 그리고 나와 같이 팀 ‘검은양’에 속해있는 클로저다.
“너희 종쳤으니까 자리에 앉지 그래?”
“아, 미안 정미야…….”
“나이스 타이밍 우정미…….”
-------
난 대체 어떤 꿈을 꾼걸까. 기억은 나지 않는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모를 충격은 몸에 새겨져있다. 마치 오늘을 영원히 반복할 것처럼 불안하다. 불안하고 또 불안하다.
“아무리 한동안 휴가라지만, 언제 돌발 상황이 있을지 모르니까 클로저인 우리는 항상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해야돼. ……듣고있어 이세하?”
“아, 어어 당연히 항상 최고의 불안을 준비……아니 컨디션을…….”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거야? 오늘만 해도 몇 번째야. 수업시간에도, 점심시간에도 쉬는시간에도. 계속 딴곳에 정신이 팔려있잖아. 물론, 평소에도 종종 게임에 정신이 팔려있었지만, 오늘은 달라…….”
“아, 미안. 너까지 신경 쓸일은 아니니까. 걱정하지마.”
그래, 굳이 이 풀리지 않는 의혹에 다른 사람까지 끌어드릴 이유는 없다. 나 혼자서 끌어안으면……. 아니, 애초에 어떤 일인지도 모르는 상태로 심각한 고민을 한다는 것부터 이상한가? 뭐, 분명 얼마뒤면 잊겠지.
“세하는 항상 정신팔려있는데 뭐~!”
“꺅! 서, 서유리?! 갑자기 달려들지마!”
“맨날 ‘오늘은 어떤 게임을 할까~.’ 라던가, ‘어떤게 재밌을까~.’ 라던가 하잖아? 그러니까 이제 좀 놔주는게 어때? 슬비야.”
“그, 그래도 오늘은 조금 다른……!”
“자, 자! 그러지 말고 쉬는 모처럼의 휴간데 노래방이나 가자!”
“서, 서유리─!”
그렇게 이슬비를 데리고 가는 유리는, 날 믿는다는 듯이 웃으면서 이슬비를 데리고 사라졌다.
……대체 난 무엇을 두려워하는가. 어떤 꿈을 두려워하고, 걱정하는 것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아무리 되새겨도 도저히 다다를 수 없는 해답을 품에 안고 괴로워했다. 아무것도 모르고, 아무것도 알 수 없었지만 괴로웠다.
그렇게 나는 이질적인 괴로움을 안은 체로 집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
“……재미없어…….”
침대에 누워 보스의 바로 앞에서 게임을 종료한 나는, 또 다시 이질적인 느낌에 가슴이 답답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호출……?”
‘분명 휴가일텐데……호출? 어째서?’ 여러 가지 가능성은 머릿속에 떠올랐지만, 불안한 가능성은 모두 배제한 체로 전화를 받아들었다.
“세하야! 슬비가……유리가……!!”
-------
달렸다. 달리고, 또한 달렸다. 어금니를 악물고, 숨이 차도 내달렸다. 그렇게 나는 얼마 지나지 않아 내 불안함의 해답을, 알 수 있었다.
“차원……종. 게다가……지금까지와는 느낌이, 전혀 다르잖아…….”
숨을 돌릴 틈조차 없었다. 내 눈앞의 광경이 정말 사실인지, 그것을 판단하는 것만으로도 벅찼기에, 나는 그저 눈앞의 광경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평소에는 걱정 할 틈도없이 당차게 굴었던 이슬비, 그리고 언제나 에너지가 넘쳐 걱정돼도 걱정 할 이유가 거의 없었던 서유리도, 인간이 흘려도 될까 싶은 양의 피를 흘린체로 쓰러져있었다.
“세하야……! 와줬구나!”
“이게……어떻게 된거에요? 유정누나.”
“갑자기 전국 곳곳에 동시다발적으로 차원종이 출현했어. 그것도……비정상적으로 강한 차원종들이…….”
“유리는……이슬비는요?”
“노래방에 있다가 기습을 당한 것 같아……. 휴가중이라 장비도 들고나오지 않은 것 같은데…….”
내 불안감은, 내 괴로움은 바로 이때를 위함이었을까. 상상도 한 적이 없는 사태가, 지금 눈앞에 펼쳐졌다. 그럼에도 내 몸은 침착했다. 내 정신은, 멀쩡했다. 마치, 몇 번이나 경험했던 일인 것처럼.
“그럼 누나는 빨리 이슬비랑 서유리를 데리고 가요.”
“세하야 안돼! 너무 무모해!”
“그럼 왜 부르신건데요! 같이 도망가자고요?! 저거……! 저런거 앞에서 그런게 가능 할 것같아요?!”
“그건……하지만 여기있는 사람들과 같이 하면…….”
“부상자를 방패로 쓰고 도망치자는 소리잖아요……그거.”
“…….”
“적어도 저는…… 그런거, 용납 못해요.”
“세하야…….”
“빨리 가요.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적어도 그녀석들은 살릴테니까요.”
무기를 들었다. 평소에는 아무렇지 않게 들었던 무기에, 이런 무게감이 있었던가. 아니, 이건 무기에 중압감이 아니다. 저 앞에, 바로 앞에 서있는 저 차원종. 저녀석에게서 느껴지는 ‘압박감’이다.
“미안해, 미안해 세하야…….”
“그런말 하지말고, 빨리 가요.”
“죽지마렴…….”
이제 됐다. 내 불안감은 사라졌을……터인데 어째서, 아직도 괴로운거지? 하지만……지금은 그런걸 신경쓸때가 아니야. 지금 누 앞에 있는 녀석에게 모든걸 쏟아야해…….
“크르르…….”
“기다려줘서 고맙다……. 이제, 시작하자.”
-Next Time-
++++++++++
뭐랄까, 첫 소설이네요. 재밌으려나요, 재밌어야 하는데... 호칭이 조금 다른건 제가 모른 캐릭터를 해** 않아서 아직 호칭 정리가 안돼서 그러니까 양해 부탁드립니다.. 그럼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