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하티나]자기희생=Sacrifice - 3 -

내갈길은내가정해 2016-09-07 1

아무 말 없이, 어쩌다보니 그녀의 품에 안긴 채 귀환하고 있었다.



" 이제 그만 내려놔줄래 ? "



어느정도 안전지대에 도착한 듯 싶었다.

발 아래에는 국제공항 건물이 보이고 있었으니까 이제 안전하다 싶었다.

티나도 그 사실을 깨달았는지, 나를 그대로 놓았고,


... 그대로 놓았다고 ?



" 야 !! 잠깐 !!! "



다행히 착지에는 성공했지만, 다리에 꽤나 찌릿찌릿한 감각이 남아 있다.

머리 위를 보니, 티나가 땅에 착지하려는 모습이 보였다.


아래에서 올려보는 탓에 ........ 빨간색 ....



" 이세하. 뭐하고 있지 ? "

" 우와앗 !! "



어느새 옆에 서있는 소녀. 잠시동안 멍하니 있었던 탓에 그녀가 옆에 착지했다는 사실조차 눈치채지 못했던 모양이다.



" 벼, 별거 아냐 ! "

" 그렇군. 그럼 임무의 보고를. "

" 아, 응. "



금새 기분이 좋지 않게 되어버렸다.


아마 우리의 임무 영상은 트레이너도, 유정이 누나도 보고 있었을 것이다.

임무를 실패했다는 사실도 우리를 괴롭게 했지만,

우리가 의지했던 지부장이라는 자가 우리를 배신했다는 사실이 더욱 뼈아프게 느껴졌다.


국제공항 내부에 들어선 나는, 우선 유정이 누나에게 이 일을 보고하러 갔다.



" 누나. 저 왔어요. "

" ... 어, 그래. 어서 와. 세하야. "



그녀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안색이 아주 나빠져있었다. 


구태여 알고 있는 사실을 내가 말할 필요가 있을까 ? 하는 생각도 잠시 들었지만, 

등을 떠미는 티나의 탓에 결국 유정 누나의 앞에 선다.



" ... 데이비드 지부장님이, 설마 그런 사람인줄은 몰랐어요. "

" .. 그러게. 정말, 아무런 전조도 없이 갑자기 ... 어떻게 그럴 수가 ... "



유정 누나의 충격은 생각보다 커보였다.

하긴, 우리는 고작해야 몇 달 전, 아스타로드 사건 때 만난게 고작이었지만, 유정 누나와 데이비드 지부장은 예전부터 같은 유니온에서 얼굴을 마주보고 일하던 사이였을 테니까.



" ... 누나. 전 다시 나갔다 올게요. "

" 어 ? ... 어. 부탁해. 세하야. "



그대로 뒤를 돌아선 나는, 멀리서 나를 바라보고 있던 티나를 바라본다.

내 표정이 어땠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녀는 ...



" 그렇게 울적해지지 마라. 이세하. "



어째선지, 나를 위로해줬다.



" 어 ? 에이. 난 별로 안그래. 그냥 평범하게 충격받았을 뿐이니까. "

" 너의 정보는 알고있다. 전설적인 클로저 '알파 퀸'의 아들. "



아아, 알아버렸네.

역시, 다른 사람과 같이 나에게 무언가를 기대하는 걸까.


그에 대한 트라우마는 솔직히 잊었다. 검은양으로 활동하면서 나의 노력으로 무언가를 지켜내고, 무언가를 이루어낸다는 사실이 좋았다.


그래서 사실 어릴 적의 그 이야기는 지금은 잘 떠올리지 않는다.

그래도 지금 내가 관리하는 이 아이가 그 일을 알고, 나를 경멸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내 기분을 울적하게 만들었다.



" 아아, 그래. 그래서 ? 고작 지부장님 정도의 일반인인지 클로저인지 모를 사람도 못막고도 알파 퀸의 아들이냐고 떠들어댈거지 ? 기대에 못 미쳐서 미안... "

" 현재 검은양 팀의 스트라이커로 있음. 게임에 집중. 임무를 수행하기는 귀찮아하지만 정작 임무를 수행할 때가 되면 진지하게 임함. 위상력 최고치. "



... 이제 보니, 머릿 속에 입력된 글을 읽는 듯이 보이고 있다.

저런 정보가 내 프로파일에 입력되어 있는건가.

한숨을 푹 내쉬고는 게임기를 꺼내들며 자조적인 웃음을 짓는다.



" 그래, 난 게임폐인에 의욕도 없지. "

"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세하. 너는 최선의 선택을 했고, 끝까지 싸워서 다음으로 가는 길을 열었다. 그 점에 대해서는 좋게 평가한다. "


"" 너에게, 관심이 있다. 이세하. ""



.. 앞뒤 맥락이 맞지 않는듯이 들리는건 제 착각입니까?!

라고, 속으로 비명을 질러봤지만, 누군가가 나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준다는 사실이 나쁘게 느껴지지 않았다.

무엇보다 내가 관리해야할 이 소녀에게, 나조차도 관심이 있으니까 이걸로 쌤쌤이라는 거겠지.



" .. 그래, 좋아. 그럼 잘 부탁한다고. 티나. "

" 그래, 나도 잘 부탁하지. 이세하. "



서로의 손을 맞잡는다. 기계라고 생각하기에는 너무나도 따듯한 그녀의 손.


그 손이, 미래 영겁.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이 드는건 ... 이상한걸까 ?


티나가 트레이너에게 보고를 진행할 동안, 게임기를 꺼내서 게임을 돌린다.

다만, 역시나 집중이 되지는 않는다. 한숨을 내쉬고 게임기를 끄려 하는데, 통신이 들어온다.



" 누구지 ? "

[ 후후후 .. 어린 양이여. ]

" .. !! 칼바크 턱스 !!! "

2024-10-24 23:11:13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