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나가나온기념소설투척

인간썽기사 2016-07-21 1

" 칫, 그 꼰대녀석. 귀찮은 일은 내게 다 떠맡기고. "

투덜투덜대면서도 나타는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늑대개팀의 임시 대기실. 다만, 다들 작전 중인것인지 모습을 보이는 자는 없었다. 모두가 작전 중인 상황에서 왜 나타만이 이 곳에 있는 지는 나타의 성격을 생각하면 그가 문제를 일으켜 일시적으로 벌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허나 트레이너는 근신 처분만이 아닌, 색다른 명령도 시켰다. 그것은 새로운 늑대개의 팀원이 잘 도착했는지 확인하고, 다른 팀원이 작전을 마칠 때까지 대기실 밖으로 나가지 않게 잘 관리하라는 것이었다.

" 새로운 팀원이라고? 뭐, 좋아. 써는 맛이 있으면 그걸로 됐으니까. "

싸우지 말라고는 안했다. 나타는 뻐꾸기에 일시적으로 반납했지만 그래도 맨손으로 치고받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무리 주위를 살펴도 방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이미 튀어버린 거 아냐? 나타는 혀를 차면서도 지친 목을 달래기 위해 냉장고에 손을 뻗었다. 덜컥, 냉기를 뿜으며 냉장고 안에서부터 차가운 증기가 세어나왔다. 나타가 살짝 인상을 찌푸리면서도 손을 휘저어 증기를 걷자 그 안에는 물 같은 식품이 아니라 스릴러 영화에서나 볼 법한 강제로 쑤셔넣은 듯한 모습을 한 나체의 여성이 있었다. 시체를 보는 것은 이제는 무감각해진 나타였지만, 시체라고 생각한 여자가 눈을 깜빡이며 자신을 지긋이 쳐다보는 것에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 으윽?! 뭐, 뭐야 너! 기습이냐?! "
" 첫 번째 질문에 응답하겠다. 내 이름은 티나. 교관이 지어준 이름이다. "

교관? 나타는 무미건조한 대답에 검은 머리에 사사건건 자신의 행동을 제약하는 성가신 남자가 떠올랐다. 나타는 신경쓰지 않고 두 번째 질문에 대답하는 티나라고 자칭한 소녀.

"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 정보에 따르면 너는 늑대개 팀의 나타. 팀원은 공격하지 않는다. "
" 팀원은 공격하지 않는다고? 네가 그 꼰대가 말한 새로운 팀원이냐? "

처음엔 차원종을 데려오더니, 이번엔 도대체 어떤 걸 데려온 거냐. 나타는 꼰대를 향해 불안을 담고 중얼거렸다. 레비아와는 다르게 그녀는 순종적이지 않았으며 나타처럼 반항적이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하피처럼 속을 알 수 없는 존재도 아니었다. 마치 그저 말을 하는 기계를 대면하는 느낌.
그런 나타의 시선에 아랑곳 않고 티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 그렇다. 이제부터 나는 명령에 따라 늑대개의 팀을 지원한다. "

명령? 다소 딱딱한 어투이긴 하지만 멍한 모습이나 소녀스런 외양은 누군가에게 훈련받은 자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강함이라는 게 느껴지지 않는 모습에 나타는 금세 흥미를 일었다.

" 그리고 이곳에서 대기하라는 명령을 받았기에 그 동안 기체를 냉각중이었다. "

누군가가 냉장고의 문을 열기 전까지는, 이라는 말까지 덧붙이며 흘끗 나타를 쳐다본다. 볼 일 끝났으면 닫아달라는 의사같았다. 하지만 나타는 방금 전의 말에 다시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기체를 냉각? 인간이 그런 말을 쓰지는 않는다. 나타가 무언가 공부하지는 않았지만, 최소한 자신의 몸이 인간의 신체라는 자각이 있기에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 너, 인간이 아니란 말이지? 잘 됐다. 싸워보자. "
" ....... "

티나는 고개를 기울이며 나타의 말을 해석중이었다. 나타가 답답해 하는 사이, 티나는 질문으로 답했다.

" 같은 팀인데 어째서 전투를 해야하는 지 알고 싶다. "
" 흥! 팀이고 뭐고 관심없어! 난 그냥 강한 녀석이랑 싸우면... 윽? 넌 또 왜 알몸이야? "

어서 한 판 싸우고 싶어 안달이 난 나타는, 그제야 티나가 알몸이라는 걸 알아차렸다. 나타가 얼굴을 붉히며 시선을 옆으로 치우는 사이 티나는 담담히 대답했다.

" 옷을 벗어야 냉각 효율이 상승한다. 냉각이 목적인 이상, 냉각에 비효율적인 의복을 입는 것은 옳지 않다고 판단했다. 나쁜가? "
" 옷 한장 걸친다고 크게 차이 안나거든? "
" 의복을 한 겹만 입어도 체온 보호가 최소한... "
" 시, 시끄럿! 아무튼 그렇게 벗고 있으면 싸우는 데 방해되잖아! 무엇보다 평범한 사람들은 그렇게 벗고 다니지 않는다고! "

그 말에 다시 티나는 고개를 기울였다.

" 나타. 너의 심박수가 크게 증가했다. 신체에 특별한 문제가 있는 가? 응급처치는 가능하다만. "
" 그딴거 없거든? 얼른 옷이나 입어! "
" ...알겠다. 팀원의 의견은 존중한다. "

나타가 시선을 돌린 사이 티나가 옷을 입고 왔다. 나타는 만족스럽다는 듯 씩 입꼬리를 들며 주먹을 들어올렸다.

" 자! 그럼 이제 싸우자! "
" 교관은 나에게 팀원과의 분쟁은 피하라고 했다. 명령을 어겨서는 안 된다. "

나타는 그 말에 인상을 확 썼다. 이대로 패버리고 싶지만, 상대는 인간이 아니다. 자신이 공격한다고 해서 싸울 상대일지 알 수 없고 만약 그대로 싸우지 않는다면 기분만 더러워질 뿐이다. 나타는 짜증에 가득 찬 목소리로 소리질렀다.

" 아깐 팀원의 의견을 존중한다며? 빨랑 덤벼! "

주먹을 들며 소리치자 티나는 한동안 묵묵히 그를 쳐다보다 고개를 저었다.

" 나는 소총 등의 무기를 이용한 전투 방식을 구사한다. 신체만을 이용한 근접전은 특기가 아니다. "
" 그럼 무기를 가져오면 되잖아?! 난 상관 없으니까 빨랑 갖고 와서 싸우라고! "
" 무기는 교관의 지시가 없으면 가져올 수 없다. 그렇기에 나는 나타의 의견을 존중한다고 해도 싸울 수 없다. "

제대로 된 힘을 발휘해서 싸우는 게 아니라면 그것을 싸움이라고 판단하지 않은 모양이다. 나타 역시 상대가 본 실력을 내야 싸우는 맛이 있었기 때문에 별다른 말을 하지 못했다. 무엇보다 무기를 가지러 가기 위해 트레이너에게 가버리면 금방 트레이너는 또 자신을 막을 테니까 별 수가 없었다.

" 쳇... 뭐, 됐어. 나중에 근신 처분이 풀리면 차원종놈들을 쓸어버릴 테니까. "
" 나타의 전투력은 내게 적용된 데이터베이스에 높게 평가되어 있다. 근접전에 대한 정보는 나도 꼭 얻고 싶다. "
" 헹! 이 나타님의 실력이 궁금하단 말이지? 나중에 몸소 느끼게 해주지. "
" 그것은 교육인가? "

티나가 고갤 기울이며 묻자 나타는 속이 터지는 것 같았다. 명백한 시비로 말했으나 어떤 판단으로 교육이란 말이 나오는 가. 무표정한 얼굴은 아예 멍청해보이기도 했다.

" **. 됐어. 너랑은 싸울 생각이 들 지 않아. 널 상대하다간 싸우기도 전에 지쳐 죽을 것 같다고! "
" 그것은 칭찬인가? "
" 아니라고! "

버럭! 소리를 지르는 모습에 티나는 살짝 고개를 숙였다.

" 그래도 나타는 현재로서의 모습으로는 훌륭한 팀원으로 판단된다. "
" 앙? 그건 또 무슨 헛소리냐? "
" 이곳에 오자마자 나를 수색했고, 내게 인간의 상식을 알려주었으며, 칭찬까지 해주었다. "
" 하아.... "

나타는 더이상 티나에게 따지는 것을 그만뒀다. 아예 싸움을 시도조차 할 수 없는 상대를 만난 바람에 나타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할 지 곤란해했다. 아예 생각을 포기하고 그냥 트레이너가 말한 대로 대기나 하기 위해 자리에 앉자 어색한 분위기가 흘렀다. 멍하니 있던 티나는 무언가 생각난 듯 나타를 끌어안았다.

" 억?! 뭐, 뭐야! 이제와서 한 판 붙어보겠다는 거야? "

티나의 악의 없는 행동이었지만 애초에 인간이 아닌 자가 악의를 드러낼 수 있을리가 없었기에 나타는 위상력을 끌어올리려 했다. 하지만 그는 티나가 나타를 덮쳐서 눕힌 후에 한 말에 금세 전의를 잃었다.

" 남녀가 단 둘이 있을 때란 키워드로 데이터베이스에 검색한 결과, 여성체와 남성체가 하는 교감 행위을 시행하기로 했다. "
" ...하? "

남녀가 단 둘이 있을 때 행하는 교감 행위가 나타는 무엇인 지 잘 몰랐지만, 티나가 슬그머니 옷을 벗는 것을 보니 잘못된 지식이라는 건 알 수 있었다. 그보다 인간과 아닌 자가 인간의 방식으로 할 수 있는 건가? 나타의 의문은 금세 해소되었다. 뭉글뭉글한 살덩이의 감촉이나 피부에서 은은하게 흘러나오는 향. 그리고 아까까지 냉장고안에 들어가있던 게 맞나 의심될 정도로 따뜻한 온기. 정말로 인간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의 외양과, 내부 구조였다. 슬그머니 고개를 가까이하는 티나를 보고 정신을 차린 나타는 고개를 흔들었다.

" 야.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잘못 된... "

나타가 황당해 하며 그 행동을 정정하려는 순간 대기실의 문이 벌컥 열렸다.

" 죄송해요오오. 많이 늦었... 에? "
" 후훗, 그래도 꽤 즐거운... 어머? "

작전을 막 끝내고 돌아온 둘은 뜻밖에 광경에 입을 벌렸다. 나타를 깔고 앉은 흐트러진 옷차림의 티나는 충분히 오해의 여지를 살 수 있었다.

" ......나타. 티나. 무엇을 하고 있는 거냐. "

이어서 뻐꾸기 너머로 트레이너에 분노를 억누르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티나는 트레이너의 물음에 언제나처럼 담담히 대답했다.

" 늑대개의 팀원인 나타와 친밀감을 높히기 위해 육체적 교감을 실행하고 있다. "
" 나타, 너란 녀석은...! "
" 아, 아니야. 꼰대! "

나타는 또 다시 징계처분을 받기는 싫었기에 필사적으로 변명했고, 그 결과 티나의 데이터베이스가 일부 수정되었다.
2024-10-24 23:10:06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