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단장 유리 - 1
티나스트라우프 2016-07-18 0
본 글은 모바일에 최적화 되어있지 않습니다.
클로저스의 세세한 설정 조사에 어려움이 있어 게임 내용 중 기억나는 부분 및 인게임을 참고해 쓴 글입니다.
설정미스 및 어색한 전개가 있을 수 있으나 세세한 부분은 너그럽게 봐 주시기 바랍니다.
유리는 다짜고짜 트레이너의 손에서 무전기를 빼앗았다.
“언니! 대체 왜! 뭐 때문이에요! 전 모르겠어요! 아무것도 모르겠다고요!”
“...미안해, 유리야. 모르는 게 훨씬 나아. 아니, 앞으로도 계속 모르고 있어 줘. 더 이상 더러운 어른들의 싸움에 끼어들게 하고 싶지 않아. 미안해 유리야.”
그게 김유정과 서유리의 마지막 대화였다.
그 날, 유니온 총 본부로부터 검은양 팀과 늑대개 팀에 체포명령이 떨어졌다.
유리는 폐허가 된 건물 사이를 달리고 있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김유정의 배신, 데이비드의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정식 선전포고.
이로 인해 검은양 팀과 늑대개 팀에게 유니온에서 조사 명목으로 체포명령이 떨어졌다.
하지만 그것은 겉으로 드러난 정보일 뿐, 실제로 자신들에게 내려진 것은 체포가 아닌 ‘사살명령’.
검은양 팀의 지명수배에 대해 김도윤이 필요 이상의 호기심을 가지지 않았다면, 저번에 사용되었던 감찰국장의 아이디가 패스워드 변경 등으로 인해 사용할 수 없었더라면, 아마 유리들은 어떠한 사정도 알지 못한 채 그대로 제거되었으리라.
뒷 채널을 통해 전해들은 정보로 개개인이 살아남기 위해 팀은 뿔뿔이 흩어졌고, 각자 연락은 고사하고 생사조차 제대로 알 수 없게 된 지 벌써 1주일이 지났다.
여러 가지 정보를 전해 들었지만, 유리가 기억할 수 있는 건 얼마 없었다.
아니, 어디까지나 아무것도 믿을 수 없게 되어버릴 것 같아 일부러 기억에 남겨두지 않았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자신들을 추적하는 건 감찰국 소속이 아닌 유니온의 어두운 부분, 사망으로 처리되었거나 더는 개선의 여지가 없는 범죄자들을 기계적으로 ‘재활용’해서 만든 하이에나 팀이라는 전문 대 위상능력자 안드로이드부대라는 정보조차 유리에겐 그저 나쁜 로봇들에게 쫓기고 있다는 단편적인 기억으로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단 하나뿐.
한 달 동안 끝까지 살아남아 수용소 폐허의 특수 격리구역에서 다시 모이는 것.
기약도 없고 확인도 할 수 없는 약속만이 그녀를 지탱하는 유일한 버팀목이었다.
“...아무도 믿지 말라고 했을 때, 처음부터 그랬어야만 했어.”
유리는 달리는 속도를 늦추지 않고 옆구리를 감싸 쥐었다.
흐르는 피가 셔츠와 치마를 흠뻑 적시고, 다리를 타고 흘러 바닥에 흔적을 남기고 있다.
상처는 깊었다. 출혈도 심했다.
추적에 좋은 단서가 되겠지만 피를 닦을 시간도, 상처를 지혈할 시간도 없다.
이곳은 안전하지 않다.
차원종은 물론이거니와 자신을 추적하는 ‘인간’ 들로부터 안전하지 않다.
“믿고 싶었는데, 아무것도 모른 채 있고 싶은데...”
차원종으로부터 입은 상처가 아니라 인간측으로부터 입은 상처라는 사실이 육체적인 고통보다도, 그녀의 마음을 더 아프게 했다.
“...걱정마, 유리야. 여긴 괜찮을거야.”
“죄송해요 세린 선배, 그리고 감사합니다...”
유리는 한참 울어 빨개진 눈으로 꾸벅 고개를 숙였다.
요 1주일 제대로 먹은 건 아무것도 없었고 꼴도 만신창이었다. 도망치는 입장이라는 것도, 누구한테 몸을 의탁해서는 안 된다는 것도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겨우 고등학생이라는 나이로 이런 삭막한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무리였다.
거의 버려지다시피 한 티어매트 대책실은 뜻밖에 방비고 뭐고 아무것도 제대로 되어있지 않았다. 어둠 속에 숨어 정황을 살피던 유리는 옷깃을 잡아당기는 누군가 때문에 소스라치게 놀라 소리를 지를 뻔했지만, 운 좋게도 그건 오세린이었다.
주변을 살피며 걱정스러운 눈으로 조용히 검지를 세워 입에 가져다 대는 그녀를 보고, 유리는 펑펑 소리죽여 울었다.
“미안해, 지금은 이런 것밖에 줄 수가 없어. 이런 한밤중에 일반적인 식품을 내줬다간 의심스럽게 생각할거야.... 개인 할당된 긴급물자인 데다가 전투 요원도 아니라서.... 맛도 질도 별로일거야.... 미안해, 유리야....”
“아뇨, 감사합니다. 이걸로 충분해요. 잘 먹을게요 세린 선배.”
분명히 이상한 얼굴이 될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어렵사리 유리는 자기가 할 수 있는 최대한 밝은 표정으로 웃어 감사를 표시하려고 노력했다.
오세린의 도움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몰래 샤워까지 한데다가 그냥 죽 같은 유동식이긴 해도 음식까지 받았다. 다른 동료들이 어떻게 됐는지에 대한 걱정과 ‘적지’에 있다는 긴장으로 제대로 수저를 뜰 수 없던 그녀였지만 한 숟갈을 입에 가져다 댄 다음부터는 어렵지 않았다.
“...흑, 히끅!”
멈춘지 얼마 안된 눈물이 다시금 뚝뚝 떨어졌다.
우는 건지, 딸꾹질하는 건지, 먹는 건지, 유리 자신도 알 수 없었다.
일주일간 물조차 제대로 입에 대지 못했다. 위상능력자가 아니었다면 진작 쓰러져 죽었을지도 모른다.
정신적으로 심적으로 피폐해져 있는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몸은 살기 위해 영양분을 요구하는 모양이었다.
한 숟갈, 두 숟갈을 입에 댄 다음부터, 정말로 죽지 않기 위해, 살아남기 위해 유리는 눈물과 함께 무슨 맛인지도 모를 전투식량을 목 뒤로 넘겼다.
하소연인지 불평불만인지 모를 넋두리를, 펑펑 울면서 뭐라고 하는 건지 제대로 알아듣기도 어려운 눈물 삼킨 여고생의 칭얼거림을 오세린은 가만히 들으며 걱정하지 말라는 듯이 유리의 머리를 차분히 쓰다듬었다.
가만히 얼굴에 띤 차분한 미소를 보며 유리는....
“...핫?!”
유리는 몸을 일으켜 주변을 더듬었다.
총과 검을 손으로 더듬어 찾아본다.
다행히도 있었다. 침대 옆에 세워져 있는 모양이었다.
불은 꺼.져있다. 간이 막사에 가까운 시설이라 단숨에 주파해서 폐허로 빠져나가는 일은 쉽다. 통로를 미리 봉쇄당하는 일만 없다면 만에 하나 들켰다고 해도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을 것이다.
조금 긴장을 풀고 그녀는 문 너머, 바깥의 기색을 살폈다.
이제 더 이상 민폐를 끼칠 수는 없다. 빨리 여길 빠져나가 다시 폐허에서 폐허로 몸을 숨기는 수 밖에 없다....
깊게 한숨을 쉰 유리는 스멀스멀 올라오는 부정적인 생각들을 머리를 흔들어 털어냈다.
분명 그녀들의 결백은 밝혀질 것이라고, 아직 유리는 굳게 믿고 있었다.
아직 믿어주는 사람들이 있다. 그렇다면 좀 더 싸우면, 좀 더 버티면 틀림없이....
“...이쪽이에요.”
작게 들린 오세린의 목소리에 숨을 죽이고 유리는 귀를 문에 가져다 댔다.
발소리는 하나가 아니었다.
둘.... 여섯.... 열....
족히 열 명은 넘는 수의 발소리가 이쪽으로 똑바로 향해 오고 있었다.
아무리 사람 좋고 바보같이 모두 믿어버리는 그녀라고 해도 이렇게까지 내몰린 이상 상황판단은 빨랐다.
유동식에 뭔가 들어있던 걸까.
머리를 쓰다듬을 때 위상력을 써서 잠들게 한 걸까.
그때 얼굴에 띄우고 있던 그 웃음은.
동정, 이었던 걸까.
“...믿었는데, 믿었는데, 믿었는데믿었는데믿었는데믿었는데믿었는데믿었는데믿었는데믿었는데믿었는데믿었는데믿었는데믿었는데믿었는데믿었는데믿었는데믿었는데믿었는데믿었는데!!!”
유리는 전력으로 위상력을 개방해 문을 통째로 날려버렸다.
부서진 기계문에서 일어나는 연기가 시야를 덮기 직전, 검도로 다져져 있던 유리의 동체 시력은 오세린을 제외한 그 십여 명의 옷에 붙어있는 ‘하이에나 팀’의 마크를 남김없이 포착했다.
주입된 유리의 위상력에 검과 총이 반응한다.
여태껏 애지중지 관리해온 코어가 위상력을 머금고 검붉은 빛을 피워 올리고, 위상력을 감지한 권총이 자동으로 위상력으로 짜올린 탄환을 생성한다.
말 그대로 음속에 가까운 속도로 유리는 복도를 돌파했다.
안드로이드에게 손속을 둘 필요는 없다.
스쳐 지나가면서 다리를 베어 추적의 여지를 막는다, 목을 베어 기동을 정지시킨다.
원거리 공격을 방어하는 실드 너머로 총구를 밀어 넣어, 가슴, 머리에 직접 총구를 대고 위상탄을 박아 코어를 파괴한다.
총 확인한 11개체 중 10개체를 단숨에 파괴하고, 가장 뒤에 있던, 대장처럼 보이던 개체의 텅 빈 가슴팍에 검을....
오싹, 하고 유리의 등골이 얼어붙었다.
검도로 단련된 직감이었다. 지금까지 강자를 대할 때마다 느껴왔던 육감이 피하라고 그녀에게 경고하고 있었다.
그 즉시 유리는 몸을 비틀어 그 옆으로 도망치려고 했다.
섬뜩한 느낌이 옆구리를 깊숙이 타고 올라오는 느낌에 유리는 위상력을 방출해 주변을 밀어냈다.
이미 대미지를 입었을지언정 더는 큰 상처를 입을 수 없다. 이를 악물고 유리는 멈추지 않고 내달렸다.
“...꺄아아아아앗!!!”
비상사태를 울리는 사이렌이 조용하게 가라앉아 있던 깊은 밤하늘을 뒤흔들었다.
유리는 발을 멈추지 않았다. 더는 돌아보.지 않기로 했다.
그렇게 티어매트 대책실과 오세린을 뒤로하고 유리는 단숨에 폐허로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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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쓰는 클로저스 팬픽입니다.
군단장 유리, 정말 쓰고 싶었던 팬픽입니다.
그냥 어떻게 암광 유리가 되어가는지 쓰는 짧은 단편이 될 예정입니다.
뭐... 죽은 게시판이라 반응이 있겠냐만은... 있으면 좋겠거니 싶네요
길면 4편 짧으면 2~3편 정도 될 예정입니다.
짧게 짧게 중요한 사건 기준으로 이런 저런 임팩트만 부여한 부족한 소설이 될 것 같네요
시점이 왔다갔다해서 좀 보기 힘드실지도 모르겠지만 재미있게 봐 주세요!
P.S. 하 필터링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