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시영X하피] 존속살해교사

심장병난손오공 2016-07-04 1

존속살해: 자식이 부모를 죽이는 행위
교사: 남에게 범죄를 시키는 행위











한밤중의 신강고. 보통의 대한민국 고등학교라면 야간자율학습을 하는 특유의 분위기 때문에 등대마냥 빛이 뿜어져나와야 하는데 이곳은 특이하게 그러지 않았다. 왜냐 하면, 이 고등학교는 갑자기 교내에 차원종이 준동하여 시설 곳곳이 훼손되고 변형되어 당장은 야간자율학습도 하기 어려운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차원종 출현 상황 때문에 한때 아프간의 하얀 악마라 불리는 송은이 경정 휘하의 특경대와 함께 이곳을 모교로 하는 검은양 팀
도 파견되어 교내와 학교 주변의 문제를 해결하였는데, 그건 낮의 상황이었다. 밤이 되어 특경대와 검은양 팀이 철수하고 나면 그 자리는 늑대개와 그들을 보조하는 채민우 경감 휘하의 다른 특경대가 차지했다.



"아, 정말이지. 쓸데없이 고집만 세서 짜증나는 계집이라니까요. 이렇게 된 거 오기로라도 괴롭히겠어요."

2층으로 짐작되는 곳의 복도엔 단발의 은색 머리칼을 지닌 여자가 짜증을 부리고 있었다. 그녀는 최근 폭주하는 레비아를 제압
하는 데 겨우 성공했으나 본래의 팀원을 거의 잃은 늑대개 팀을 그들의 원래 리더인 트레이너(trainer)와 함께 맡아 자신이 속한 직장인 벌쳐스(vultures, 시체매) 사(社)의 사장이 내린 명령을 수행하는 데 쓰고 있는 감시관 홍시영이었다.

누군가 때문에 짜증내는 그녀의 곁엔 다른 여자가 있었는데, 단정한 홍시영과 달리 제법 자신의 **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었다. 보통 홍시영의 성격을 생각하면 바로 자신이 가진 리모컨을 써서 외부차원의 압력을 일으키는 차원압력발생 초커를 썼을 텐데, 자기 옆의 그녀에겐 그러지 않고 있었다.


"확실히 그렇게 고집센 성격들은 이 사회에서 살기 어렵죠. 남한테 괜스레 미운털 박히기 쉽고요."

홍시영의 옆에서 그녀의 짜증을 들어주면서 장단을 맞춰주는 여자는 하피(harpy)였다. 타인을 자기 좋을 대로 단물쓴물 다 빨아내고 가차없이 버리는 홍시영은 유독 하피를 아꼈는데, 그건 하피가 자신을 충실히 따라주는 '그림자'였기 때문이었다. 남을 괴롭히는 데 중독되다시피 한 홍시영이 옆에 있는 하피한텐 당장 아무런 해악도 안 가하는 걸 보면 어지간히 아끼는 건 아닌가보다.


"그 우정미라는 계집의 정보를 보니, 제 부모가 떠오르더군요. 그래서 가르쳐주고 싶어졌죠. 당장 자신이 처한 상황을 어떻게
고쳐주지도 못하는 무력한 부모, 자신을 버리고 이득을 취하는 부모. 그런 추잡한 존재가 자신의 부모란 사실을 가르쳐주면 과
연 어떤 표정을 지어줄지 기대가 되네요, 후후훗......"

짜증과 기대가 섞인 홍시영의 혼잣말을 듣고 있던 하피는 문득 이전의 일을 떠올렸다. 그리고 생각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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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쳐스 본사의 휴게실. 평사원이든 험한 일을 하는 사람이든 그들의 상사든 지금은 푹신한 의자에 앉아 에어컨에서 나오는 시원한 공기를 누리며 휴식을 즐기고 있었다. 그런 이들 중에는 홍시영과 하피도 있었는데, 그녀는 누군가에게서 온 전화를 받고 있었다. 상사가 내린 명령엔 꽤 흔쾌히 따르는 홍시영이었지만 이번엔 개인적으로 좋아하진 않는지 딱 봐도 억지 웃음인 미소를 띄며 말을 주고받았다.


"후훗, 정말 짜증나요. 미리 약을 먹어두길 잘했네요."

"누구길래 그러시죠?"

아직 짜증이 가시지 않았지만 자신의 소중한 그림자인 하피가 궁금해하는 듯하여 홍시영은 누구와 전화를 나눴는지 알려줬다. 대상은 자신의 부모였다. 그녀가 지금도 위장의 쓰림에 시달리는 것엔 부모도 한몫 했다. 직접적인 해는 벌쳐스의 불법적인 대차원종 독가스 실험에서 입었지만, 간접적인 해는 홍시영 자신의 부모에게 입었으니.

그녀의 부모는 벌쳐스가 입막음으로 지급한 거액을 자신들의 자식인 홍시영의 위장 치료에 쓰지 않았다. 의사로부터 20대도 못 가 죽을 거란 이야기를 들은 것도 있지만, 자신들이 평생을 맞벌이로 뛰어도 그 티끌조차 만지지 못할 만큼의 거액이 들어왔으니 이를 놓치기 싫었던 것이다.


"하피, 당신은 제 그림자이니 제 명령이면 뭐든 따라주실 거죠?"

"그럼요."

갑자기 하피에게 있어 뻔한 것을 확인한 홍시영은 자신의 입을 그녀의 귀에 대고 뭔가를 조심히 이야기했다. 그 말의 내용은 모르겠으나 하피의 얼굴은 살짝 굳더니 다시 특유의 화색을 띄었고, 그녀의 입에선 승낙의 표현이 나왔다. 이에 홍시영 스스로도 내일은 정말이지 기쁜 날이 되겠으니 술 한잔 기울이자고 말했다.













그렇게 오늘, 하피는 홍시영과 함께 제법 커보이는 집 앞에 도착했다. 철문 앞에 도착하자 저 뒤의 문에서 두 명이 나와 그녀들
을 맞이해주었다. 둘은 홍시영의 부모로 벌쳐스가 입막음용으로 거액을 주자 그걸 통해 졸부로 거듭난 것이었다. 둘이 형식적인 대화를 하는 동안 하피는 집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머나, 시영이 왔구나? 벌쳐스는 아직 멀쩡하니?"

"옆의 숙녀분은 누구니? 제법 이쁘구나."

그들은 홍시영의 부모였다. 참 가식적인 게 자기 자식의 몸상태를 개판으로 만들어놓고 자신들은 강자가 주는 돈을 받아 스스로 입을 닫아 부귀영화를 누리고 있었다. 홍시영은 그들이 참 원망스럽고 미울 텐데도 그들의 질문에 답하며 웃고 있었다. 어차피 이들은 자신의 계획에 의해 오늘만 숨쉴 테니.

어서들 집안으로 들어오라는 부모의 재촉에 홍시영과 하피는 그들과 함께 발을 옮겼다. 집안은 하피의 예상대로 누가 봐도 아침드라마에서 나올 법한 호화로운 가구들이 많았다. 아무리 봐도 홍시영의 부모는 그녀를 치료하는 데 새 눈물만큼만 할애하고 나머지는 자기들의 외적인 형편을 꾸미는 데 쓴 모양이었다.


"시영아, 우리가 @@회사에 투자했는데 말이다. 거기가 잘 되서......"

"그렇군요. 이만큼의 살림을 유지하려면 어지간한 일 갖곤 안 되죠."

"이번엔 %$%에게 돈을 줬는데 말이다......"

소파에 앉으면서 이야기가 오갔는데, 부모는 아무래도 주식에까지 손대는 듯했다. 이만큼의 치장을 하는데 그걸 유지할 비용을 지속적으로 들이려면 역시 돈이 확 들어오는 주식에 손을 대는 게 당연했을 것이다. 그와중에 이야기가 더 진행됐는데 아무래도 정치권에 뇌물까지 뿌리는 듯했다. 인간은 과연 어디까지 썩어문드러질 수 있는 걸까.












"역시, 제 부모님은 변했어요. 더 썩은내가 진동하는 쪽으로요."

"그럼 오늘, 감시관님이 의뢰하신 일을 진행할까요?"

잠시 바람쐬러 나가겠다며 밖으로 발길을 옮긴 홍시영과 하피는 집의 벽에 기대어 있었다. 하피는 어제의 대화에서 홍시영과 나 누었던 대화에서 나온 '일'에 대해 물어보았고, 홍시영은 흔쾌히 긍정했다. 그녀의 답을 얻은 하피는 고개를 들어 집의 창문을 흘겨보았다. 하피가 그러는 중에 홍시영은 자신의 차 트렁크에서 드론을 꺼냈다.



















"자, 험악한 몰래카메라를 찍도록 하죠."

다들 잠을 자고 있을 야밤중. 하피는 홍시영의 부모가 함께 자고 있는 방 앞에서 자신의 옆에 날고 있는 드론을 향해 손짓을 했
다. 방문을 연 하피는 드론의 위치를 보더니 이내 홍시영의 주문대로 행동했다. 하피에 의해 잠에서 깬 홍시영의 부모는 잠이
다 깨자마자 하피한테 도륙당하기 시작했다. 숨이 끊어졌는데도 그 시신은 하피의 바람에 의해 조각나고 또 조각났다. 그들의
피가 튀겨 묻는 드론은 계속 그 영상을 촬영했다.

홍시영의 부모가 더 이상 조각낼 것도 남지 않을 만큼 작아지자, 하피는 드론의 안에서 나온 가루뭉치를 사방에 뿌리기 시작했
다. 그것들은 클로저가 차원종을 해치우다 보면 남는 가루인데, 차원종들이 죽으면서 남기는 일종의 체조직으로 추정되었다.












"아아아, 참 잘하셨어요. 하피. 이걸로 한동안 어떤 열받는 일이 일어나도 버텨낼 수 있겠어요. 자, 같이 술 한 잔 하러 가죠."

하피와 함께 가게 했던 드론을 통해 찍은 동영상을 이어폰을 낀 채 감상하던 홍시영은 뒷처리는 어떻게 할 거냔 하피의 걱정어
린 질문에 차원종이 저지른 짓이라 해버리면 그만이라 했다. 하피가 어젯밤에 뿌리던 가루는 차원종의 소행으로 몰기 위한 장치였던 것이다.

현시대의 인간들은 언제 뛰쳐나올지 모르는 차원종에 대한 두려움을 안고 산다. 그 기간이 길수록 두려움은 증오가 된다. 증오
든 뭐든 깊어진 감정은 현자마저 무식하게 만든다. 차원종의 소행을 입증하는 거짓 증거까지 잔뜩 배치했으니 유니온이 아무리 깊게 조사한들, 어떤 경로로 조사한들 차원종의 소행이란 결론밖에 나오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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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도 개판이요, 자식도 개판이더라.
한번은 쓰고 싶었습니다.




destruction 서클 많이들 가입신청해주세요.
2024-10-24 23:02:45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