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클로저스] 하이브리드 -혼성체- ] 7

칼질중독 2015-01-29 2

 두번의 칼질로 적의 다를 공격한 후 옆으로 구른다. 거대한 덩치의 괴수가 철퇴가 바닥에 꽂히면서 충격파가 이른다. 충격파에 밀려나 거리가 벌어졌음에도, 틈을 주지 않기 위해 바로 달라붙는다. 순보로 거리를 좁힌 다음 올려치기로 적을 띄운 다음 연계공격으로 공중으로 띄어오른다.

 좋아, 슈퍼아머도 깨졌고, 위치도 좋다. 에이리얼 콤버를 넣이 딱 좋은 위치에서, 그는 필살기의 커맨드를 입력한다.

 『←→←↙↓↘→AAA!』

 '푸과가가가강!'

 "좋았어! 오버킬~!"

 반 이상의 적의 HP가 단번에 깍여나가는 바로 이 쾌감. '오버킬'이라는 판정과 함께 쭉쭉상승하는 스코어를 지켜보면서 세하는 만족감에 잠겼다.

 그것도 잠시. 세하의 모든것이라고 할 수 있는 게임세계는 세하의 손으로 부터 멀어지고 있었다.

 

 이슬비의 염동력으로 인해서 말이다.

 

 "우왓?! 너희들…, 언제왔었어? 그보다 PZP 돌려줘! 난 환자라구,"

 병실에 누운체 게임에 집중하고 있던 중환자실의 세하. 배에 구멍이 뚫렸다더니 평소와 다를 바 없이 게임을 하고 자빠져있었다.

 슬비는 염동력으로 뺏은 PZP게임기를 자기 손 위에서 빙글빙글 돌리면서 대답했다.

 "슬슬 뺏을때가 된거 같아서 뺏었어. 게임에 정신이 빠져선 우리가 왔는데도 전혀 눈치도 못채더라?"

 그 말대로, 세하는 마침 던전의 보스를 화려한 필살기로 마무리한 참이었기 때문에, 지금 게임기를 뺏는다고 게임오버가 된다거나 세이브 파일이 날아간다고 하는 불상사는 없을 것이다. 단순한 우연이었는지도 모르지만, 세하는 그녀가 자신을 배려해준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보다 정말로 괜찮은거야? 보험은 들었어? 병원비는? 혹시 빚이라던가 생기지 않은거야?"

 그녀는 세하 위에 올라탈 기세로 그에게 달라붙으며 연이어 물었다. 걱정으로 가득한 얼굴로 접근하는 서유리로 부터 세하는 좀데 뒤쪽으로 물러섰다.

 "그럴리가 없잖아. …임무에서 다친 클로저의 치료비용은 모두 유니온에서 부담한다는거 벌써 잊은거야?"

 "아아, …그랬었지? 참,"

 그래도 역시 세하가 다쳤다는 것에 많이 당황했던 것일까? 검은양 일원중 경제관념에 가장 충실했던 서유리가 그런 중요한 사실을 잊고 있었다는건 그만큼 정신이 없었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슬비는 침대옆의 의자에 앉고서, 그에게 게임기를 돌려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언제쯤 퇴원할 수 있을거 같아? 꽤 중상이었잖아."

 "의사선생님 말로는 한 일주일은 입원해야 한다고 하더라고. 척추의 주우신경은 위상회복촉진제로도 쉽게 낫지 않는다나봐. 지금도 왼다린 안움직이고 말이지."

 위상회복촉진제는 위상능력자들에게만 사용할 수 있는 특수한 치료약이다. 위상능력자가 가지고 있는 위상력으로 능력자의 재생능력을 향상시키는 특수한 치료제. 때문에 보통의 의학으로는 쉽게 고칠 수 없는 중상이라도 이 위상회복촉진제 만으로 자연회복이 가능한 경우가 있다.

 세하의 상처는 결코 얕은 상처가 아니었다. 등에서 부터 관통당해 심각한 출혈과 내장의 파괴, 척추의 손상 등- 지금의 의학수준이 만약 30년 전 정도였더라면 세하는 아마 지금쯤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것이다. 위상력을 통해 일반인보다 회복력이 빠른 위상능력자의 몸으로 몇시간 동안이나 수술을 치르고 3일 가량 깨어나지 못하였다는 것은 결코 가벼운 상처가 아니었다는 것을 설명해준다.

 그런데도 아무일 없었다는듯 평소같은 모습을 보여주는 세하를 보고서 유리와 슬비는 진심으로 안도할 수 있었다.

 "확실히 젊은 애들은 다르다니까. 다쳐도 금방금방 낫는다는건 좋은거야. 그래도 조심하라고? 무리하면 나처럼 되니까."

 유리나 슬비보다 뒤늦게 병실로 들어온 제이는 나타나자 마자 건강타령 하고 있다. …체내에 위상력이 거의 남아있지 않아 위상회복촉진제를 남들보다 두 세배는 많이 섭취해야 효과가 겨우 나타나는 그에겐 세하의 회복력이 부러울 따름이었다.

 "그나저나, 일주일 입원이란 말이지? 그렇담 오늘 벌이기로 했던 유인소탕작전은 역시 연기될 수 밖에 없겠군."

 제이는 현실적인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현제 신서울 강남지역은 주민들을 대부분 대피시킨체 폐쇄된 상태이다. 계속되는 차원종의 출현으로 인해 많은 사상자들이 나타났고, 미처 처리하지 못한 차원종들이 강남 여기저기에 숨어있다. 때때로 검은양 일원들이 순찰을 돌며 발견하는대로 처리하곤 있지만, 폐쇄된 영역이 결초 좁지 않기 때문에 일반적인 순찰과 위상변곡률 감지기 만으로는 차원종을 모두 찾아낸다는것은 무리가 있었다.

 유인소탕작전은 특수한 위상전자파로 차원종들을 강남의 중심으로 유인하여 섬멸하는 작전으로 바로 오늘부터 하루 세차례씩 3일간 치루어질 예정이었다.

 첫번째의 유인전에선 숨어있던 차원종이 단번에 몰려올 수 있기 때문에, 그날 밤 펜리르와의 전투 이상으로 많은 수의 차원종과 전투를 벌여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다. 특히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신호기가 설치된 곳은 다름아닌 강남 사거리. 동서남북의 네 방향을 각각 한명씩 맡기로 했던 유인소탕작전의 계획은 세하의 리타이어로 인해 수행이 불가능해진 작전이라고 할 수 있다.

 "안그래도 은이언니하고 그 이야길 하고 오던 참이야. …유니온에서 지원병력이 올때까지 소탕작전은 미루어질건가봐. …그럴수록 강남은 오랫동안 폐쇄되어야 하고, 주민들이 입게되는 시간과 재산 피해는 계속해서 커지겠지."

 "에엣? 재산 피해가 커진다니, 아우우…, 설마 이것 때문에 감봉이라도 되는건 아니겠지…?"

 "유리양 말대로 그럴지도 모르지. 작전이 연기된걸 빌미로 우릴 추궁하려고 드는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야."

 세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세하는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쥐죽은듯이 말한다.

 "그렇게 말하니까 마치 내가 잘못한거 같잖아…."

 세하의 그 말에 특히 놀란듯 과민하게 반응하는 순진한 서유리.

 "드에엣?! 그 그런 의민 아니야! 세하가 다친건 어쩔 수 없는 사고였고-"

 "게임에 너무 정신이 팔려 있어서 그런건지, …세하가 너무 부주의 했던건 사실이야."

 "슬비양의 말에도 일리가 있지. 임무엔 언제나 위험이 따르는 법이야. 긴장을 늦추면 다친다고."

 그리고 매정하게 일침을 놓는 두사람이었다.

 "하아, 그래, 그래, 전부 내 잘못이다. …다음부턴 주의하면 되잖아."

 그렇게 말하면서, 세하는 슬비에게 돌려받은 PZP를 다시 손에 들고서 클리어 직후 상태로 방치되어있던 게임을 다시 진행시켰다. 하지만 세하는 아직 느긋하게 게임을 할 때는 아니었나보다.

 "오오, 마침 모두들 모여있었네?"

 연이어 병실에 찾아 들어오는 유니온 관리요원인 김유정으로 인해 병실의 분위기가 한층 들뜬다.

 "유정언니. 혹시 임무인건가요? 저희가 할 일이라도 있어요?"

 이번 사태로 인해 감봉이 될지도 모른다는 말을 순순히 믿고서 임무에 대한 의욕을 불태우는 유리의 눈빛에 김유정은 당황한다.

 "유리야?! 가, 갑지가 왜그래? 그야, 임무라면 있지만, 이걸 임무라고 해야할지, 뭐라고 해야할지…."

 "어떤 임무든 상관없어요. 미숙한 세하가 빠진다곤 해도("누가 미숙하다는거야…?")저희들의 전력에는 큰 지장이 없으니까요."

 임무라고 말하기엔 그 내용이 꽤나 곤란했기 때문에 김유정은 말끝을 흐린다. 그에 대조적으로로, 유리 만큼은 아니더라도 3일간 별일 없이 대기만 하고 있던 이슬비 또한 새로운 임무에 큰관심을 보이고 있다.

 대략 먼저 상황을 파악하고 있는 제이는 한숨을 내쉬며 머릴 글적이고 있을 뿐었다.

 "그래, 슬비가 그렇게 말한다면야. …하수씨. 안으로 들어와 주겠어?"

 제이를 제외한 검은양 일원들에게닌 익숙치 않은 이름의 그를 김유정이 불러들인다. 병실 안으로 들어온 그는 방탄복을 뺀 특경대 옷차림이었으며, 애써 빗기는 했지만 여전히 터벅하고 사방으로 튀는 밝은 하늘색 머리카락을 지닌, 슬비네들과 또래로 보이는 청년이었다.

 그는 애써 긴팔에 장갑까지 착용하여 기분나쁘게 변색한 오른팔을 감추고 있었지만, 그의 머리색만으로 정체를 알아본 두 소녀는즉시 경계하며, 미약하게 나마 위상력을 방출하고 있었다.

 "그만 그만, 지금 녀석은 그렇게 위험한 놈이 아니야. 안심하라고."

 노골적으로 적의를 드러내는 두 소녀와, 느긋하게 손을 흔들며 슬비와 유리를 중제하는 제이, 그리고 뜻밖의 인물의 등장에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바람에 중간보스의 페턴에 휘말려 HP가 바닥난것에 좌절하는 세하를 가만히 바라보면서, 하수는 곰곰히 생각한다.

 "흐음…."

 "어라…? 하수씨?"

 유정은 그 상황에서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고 가만히 있는 하수에게 의아함을 품었고, 검은양 전원도 묵묵히 그의 반응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불안한 움직임으로 오른팔의 장갑을 벗는다.

 장갑을 벗자 검게 탈색한 오른손이 드러나고, 거기에 이어 소매를 걷어올림으로서 자신의 오른팔을 검은양 일원들에게 드러낸다.

 펜리르와 일체화되어 차원종 상태가 되어있는 하수의 오른팔. 아직 그의 사정을 잘 모르고 있는 검은양의 어린 요원들도 그의 팔이 위험하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덕분에 그들의 경계심은 더더욱 커지고, 긴장감이 오르는 가운데….

 "큭, 팔이…, 내 오른팔이……! 녀석이 울부짖고 있어……!!"

 하수는 몸을 움츠린체 왼 손으로 오른팔을 틀어잡으면서 심음을 토해내듯이 그렇게 말한다. 그의 오른팔에 연결된 상태로 앞발을 뻗어 세하를 상처입히는 펜리르의 모습을 그들은 기억하고 있다. 슬비와 유리는 현제 자신들이 무기를 소지하지 않고 있다는 이 상황을 탓하고 있으며, 세하는 제발 사건좀 그만 터졌으면 좋겠다며 마냥 불안해 하고 있었다.

 "하핫, 중2병이었습니다!"

 그리고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방긋 웃이며, 두 손을 흔드는 몹쓸 인간이 있었다. …그것도 잠시, 긴장이 풀려있던 세하의 손을 벗어난 PZP 게임기가 허공을 날아 하수의 이마에 적중하여, 파☆괴 되었다.

 "우와아아악?! 내머리! 이마가!!"

 고통스러워 하는 은하수

 "나의 영혼과도 같은 PZP!!! 이제 세개밖에 안남았는데!!!"

 앞으로 PZP목숨이 3개 밖에 남지 않은 이세하

 "꺄아악?! 저 비싼게 또 망가져 버렸어!"

 거액의 PZP가 차원종마냥 박살나는 모습에 멘탈공격을 당하는 서유리

 "미안, 나도 모르게 그만……,"

 범인은 슬비였다.

 그 소란을 지켜보면서 '푸학'하고 웃음을 터뜨리다가 '커흑, 콜록콜록' 하고 피토하는 아저씨 한명까지 이미 카오스에 치닫고 있는 병실이었다.

 이 와중에 유정은 이마를 짚으며, 이렇게 말한다.

 "앞으로 너희들에게 주어진 새로운 임무야. …은하수 씨를 감시, 보호하는 일이지."
2024-10-24 22:22:30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