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식의 계승자 외전 : 그림자 요원 Prologue
Heleneker 2024-02-05 2
"그러니까.... 이 방이였던가?"
"다음방 아니더냐? 다음방에서 이질적인 느낌이 나는데 말이다."
"....그렇네. 다음 방이였네."
터벅 터벅 터벅-----
쌍둥이처럼 꼭 닮은 두 남자가 고성 내부를 걷고 있었다. 한쪽은 불꽃처럼 붉은, 다른 한쪽은 어스름 같은 밝은 잿빛을 띈 두 남자는 한 방문 앞에 걸음을 멈췄다.
"그나저나 솔로몬이라.... 별 특이한 존재가 다 있네."
몇 십여분 전, 쿠르마라는 상위 차원종을 처치한 남자들과 그들이 속한 팀은 유니온에게서 한 공문을 내려받았다.
내용은 [검은 책]이라는 특수한 무장에 먹혀 그림자로 영락한 존재, 솔로몬이라는 존재와 접촉한 후 어떤 현상을 겪었는지 기록을 남겨달라는 것.
그 솔로몬이란 존재는 어떤 이에게는 영상을, 어떤 이에게는 잊고 있었던 기억을, 또 어떤 이에게는 무의식 중에 품고 있었던 질문에 대한 답을 알려주기도 한다는 존재라고 전달받았다.
그 존재와 더 많은 접촉 사례가 필요하다며 접촉 요청 공문을 그들에게 보내왔고, 이에 남자의 동료들이 차례대로 솔로몬과 접촉을 마친 후 남자들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답을 해준다라....."
"왜, 뭔가 궁금한게 있드냐?"
"하나 생기긴 했거든. 그 내가 권능을 일깨울 때 어떤 영상을 봤었는데 그거나 물어 볼려고.
"뭐였기에...."
욱씬
"아오, 눈이야...."
붉은 남자가 잠시 통증을 호소하면서 눈을 다시 뜨자, 그의 동공이 살짝 푸르게 빛나면서 보석과도 같 팔각의 별형태로 변했다.
"왜 각성해도 이 힘은 제어가 안 되냐...."
"원래 내 힘 중 가장 큰 부분 아니더냐. 그리 쉽게 다루면 내가 재미없을 듯 하구나."
"재미의 문제야?"
두 남자는 투닥거리며 방문을 열었다.
끼이이익----
낡은 경첩에서 크게 소리가 울리는 걸 무시하며 문을 열자, 방 한가운데에 그림자처럼 조용하게 떠있는 무언가가 있었다.
영락한 그림자, 솔로몬이 천천히 몸을 돌려 그들을 응시한다.
<.....!!>
슈우우우----!!
"우왓!? 뭐, 뭐야? 뭔데!?"
갑자기 솔로몬이 그들을 향해 날아오더니, 붉은 남자의 시야를 가렸다.
잿빛의 남자는 버둥거리는 붉은 남자를 살짝 붙들며 말한다.
"괜찮다, 아가. 위해를 가하는 건 아닌 듯 하니."
"위해고 뭐고 어둡거든? 안 보인다고!"
버둥거리는 붉은 남자를 내버려두고, 솔로몬과 잿빛의 남자가 한참을 서로 응시한다.
"....그 친구 때문에 너희도 고생이 많구나."
잿빛의 남자는 누군가를 회상하는 듯 솔로몬을 보며 그리운 눈빛을 하더니,
"내가 직접 들으면 많은 것이 뒤틀리는게지? 먼저 나가있도록 하마."
<배려에, 감사를. 가장 다정하고 위대했던 재해시여.>
잿빛의 남자는 발을 돌려 방을 나가려하자, 솔로몬이 허리를 숙이며 예를 갖추었다.
끼이이----- 덜컥
"이거 뭘로 되어있길래 눈이 켜져있는데도 안 보이는거야?"
솔로몬은 잿빛의 남자가 나가고 나서야 그림자로 붉은 남자의 눈을 가렸던 그의 머리위에 손을 얹으며 말을 전한다.
<다음 세대의 침식이여. 그 시간의 그대가 대적한 존재가 누구인지, 그대가 궁금해 하는 그 힘이 무엇인지에 대한 답은, 우리의 열람 범위를 초월한 영역에 있다.>
"뭐?"
<그러나 그리 멀지 않은 미래, 그대가 스스로 알게 될 날이 올 것이다.>
<만약 그대가 그 전에 알고자 한다면, 전자는 그대가 이미 알고 있도다.>
<그대가 후자에 대한 대답은,>
<오직 태초의 재해와 대행의 큰별만이 그대의 물음에 답할 수 있을지어다.>
슈륵-----!!
"쿠헥!!"
끼이이이이----- 쾅!!!
자신이 전하고자 하는 것을 마친 솔로몬은 자온을 거칠게 쫓아내곤 문을 닫아버린다.
쫓겨나 벽에 부딪힌 충격에 정신이 혼미한 붉은 남자에게 다가간 잿빛의 남자가 묻는다.
"괜찮느냐?"
"어... 으.... 뭐야, 저거! 진짜 자기 할 말만 하네?!"
"뭘 말했길래 그러느냐?"
거칠게 쫓겨나 짜증을 내는 붉은 남자를 진정시키며 묻는다.
"내가 묻고 싶은 거에 대한 대답인데.... 답을 좀 어중간해서."
"어중간하다?"
"응. 내가 새 힘을 처음으로 각성했을 때 뭘 봤다고 했잖아? 그거.... 미래의 내 모습이였거든."
"호오, 미래의 네 모습이라."
"미래의 나는 누군가와 대치하고 있었는데.... 특이하게도 평소 쓰는 붉은 빛이 아니라, 잿빛을 띄는 화살을 들고 있었지. 처음엔 영감의 힘을 실은 화살인가 생각했었는데 그런 것 같진 않단 말이지."
"그럼 무엇이더냐? 흡수한 힘을 응축한 화살이더냐?"
"그게.... 모르겠어."
"응?"
"진짜 모르겠어. 하지만 그때의 기억에서 느낀 감정만은 아직도 생생해."
"색만 다른 그 평범한 화살이.... 왜인지 눈을 뗄 수가 없었어. 아니, 떼면 안 될것만 같았어."
"사라질 것만 같아서, 사라지면, 다시는 그 무엇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
미래의 나는 그 화살을 당기면서 이렇게 말하더라.
[당신은, 여전히 이 사랑스런 이들을 혐오하시는가요.]
[당신의 반려도, 당신을 친구라 여겼던 이들도, 하물며 당신이 가장 아끼던 아이조차도 그들이 가진 가능성과 마음을 알고 그리 사랑했는데 말이죠.]
[나는, 그런 당신을 멈추기 위해 당신에게 다시 증명하겠습니다.]
[당신이 아무리 그들에게 끝없는 절망과 후회를, 영원한 허무와 압도적인 적의와 증오를 드러낸다 해도, 그들은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걸요.]
[서로를 인연을 등대삼아, 한줄기의 희망을 놓지않고 미래를 기대하는.... 꺾이지 않는 다정한 그들이 가진 마음의 가능성을, 그 모든 것을 하나로 이어모은 나의 이.....!!]
"....궁금하게 딱 그 시점에서 끊겼단 말이지. 그 화살이 뭔지 말할려는 딱 그 순간에. 그 화살이 뭔지도 궁금하긴 한데 누구랑 대치하고 있었는지 기억이 안 나더라고. 다시 기억해보려고 해도 안개가 낀 것처럼 전혀 보이질 않고."
"솔로몬이 그에 대해 뭐라 대답했느냐?"
"자기 열람 범위를 초월했다더라. 가까운 미래에 알게 될 거라던데 그 전에 알고 싶으면.... 대적자는 내가 이미 알고 있다고 하고, 다른 하나는 [태초의 재해]와 [대행의 큰별]에게 물어보라더라?"
"음..... 아아, 그래서 내 앞에서 말하길 꺼려한거군. 내가 들어서 [그 친구]에 관해 기억이 새어나가면 운명이 크게 뒤틀릴 수도 있으니까."
"역시.... [태초의 재해]는 영감을 말하는 거지? [대행의 큰별]은 분명 형님을 말하는 걸테고."
"그래서 영감. 영감은 둘다 뭔지 얼추 아는거지? 그 대적자도, 그 화살도 도대체 뭐야? 좀 알려줘봐!"
"싫은데? 안 알려줄건데?"
"......"
너무나도 태연하게 거부한 잿빛의 남자. 붉은 남자는 어이가 없는지 그를 빤히 노려보기 시작한다.
"노려** 말고. 물론 너와 대치하던 이가 누구인지, 또 그 화살이 무엇인지 대강 무엇인지 알겠구나. 하지만, 아직은 네가 그걸 알기엔 준비가 덜 된 것 같구나."
"그래도 뭐, 화살에 대해선 힌트 하나 정도는 주마."
"간절히, 또 간절히 바래서 너의 마음을 더 찬란히 빛내며 깊게 깨닫거라. 너의 마음이 권능을 침식하여 스스로 형태를 갖출 정도로 말이다."
"그게 뭐야? 권능을 삼키라니?"
"차차 알 기회가 생길게다, 허허."
"아 그게 도대체 무슨 말인데, 영감?"
그 말을 끝으로 침묵하며 걸음을 옮기는 잿빛의 남자, 차원종 뷜란트와 어떻게든 더 물어보는 붉은 남자, 임시클로저 자온은 고성 내부에서 투닥거린다.
SHADOW AGENT : 자온 - REMAKE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