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너(OPENER)-1. 차원종과 한 집에서 살게 되어버렸다.
pix캐스터 2016-06-26 3
"으...으흐흐....."
"....세하..야..?"
"으흐흐...왜 석봉아...?"
"아...아니야.."
세하가 요즘 계속 실소를 흘리면서, 가끔 히죽히죽 웃기도 한다. 게임을 좋아하긴 해도 성실하고 밝은 아이였는 데,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클로저 임무가 바빠졌다며 계속해서 학교를 빠지다 거의 일주일만에 돌아온 세하는 내가 알고 있던 세하가 아니었다. 여! 하며 인사를 보내던 세하가 눈가에는 다크서클, 푸석푸석한 머리를 하고 돌아와서는 등교 때부터 하교 때까지 계속 이 모양...대체 일주일간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
"이세하!!"
슬비다. 요원 복을 입고 있는 걸 보니 슬비는 오늘 학교에 오지 않은 것 같다. 세하하고 유리는 왔는 데? 슬비만?
"세하, 아직도 교복? 요원 복은 어따 두고?"
"그러는 유리 너도 교복차림으로 왔잔아...."
"헤헤..미안, 까먹어서..."
"하...학교에 휴학신청 내고 바로 돌아오라고 분명히 말해줬었는 데...어쨋든 작전브리핑 해야 되니까 이쪽으로 와"
"에....알겠어...그럼 석봉아, 이만"
흐느적 흐느적 거리며 인사를 하고 건너편으로 넘어가려는 세하, 를 붙잡았다. 방금 뭔가를 잘못 들은 것 같아 확인을 해봐야 겠다.
"방금...휴학 어쩌고 저쩌고 하지 않았어??"
"아...응"
"그게...무슨 소리야"
"거기...누구 있어?"
슬비가 이쪽으로 천천히 다가왔다. 내 존재감이 그렇게 없는 건가....있는 데도 눈치 못 챌 정도로...가 아니라,
"스...슬비야?"
"어...석봉이네...안녕.."
슬비의 눈가에도 다크서클이 옅게 퍼져있었다. 세하와는 달리 어떻게든 숨겨보려 한 것 같지만, 다크서클의 자국은 확실하게 남아있다.
"우리..작전 브리핑하러 가야 하니까...미안해"
"벼...별로 미안할 것 까진 없는 데...그나저나 너희들 괜찮은 거 맞아? 지금 너희들 모습도 그렇고, 휴학까지 한다는 것 같은 데 너무 무리하는 거 아냐?"
"아하하, 괜찮아 석봉아, 우리 이래봐도 엄청 튼튼하거든! 하루에 몇번이고 몇번이고 출동해도 끄떡없으니까!"
그렇게 말하는 유리의 눈에도 다크서클이 짙다. 머리도 푸석푸석, 이쪽은 세하랑 판박이네..그런 몰골로 끄덕없다고 말해도 전혀 설득력 없는 데...
"그럼 우리는 이만 갈께, 그리고 석봉아, 이번 이벤트 접속. 부탁한다.."
"아...오케이.."
그렇게 말하며 흐느적 흐느적 나아가는 우리 학교의 어린 클로저들. 그나저나 오늘은 혼자 돌아가게 됬네..
파지직.
"......어라"
방금, 무슨소리가 들렸다. 한참 평범하게 집을 향해 걸어가고 있는 데 갑자기 주변에서 전깃불 튀는 소리가 들려왔다. 가로등이 고장나기라도 한 건가?
파직, 파직 파직, 파지지지지직
"........불안한데..."
몹시 불안하긴 하다만, 예전에 한참 차원종이 출현했었던 자리였기도 했고, 유리 말대로라면 차원문이 열리는 빈도수가 급증했다는 소리이기도 하니까 전기도 재대로 돌아가지 않는 건가 보다. 무엇보다 이곳은 지금은 안전구역, 근래에 차원문이 거의 열린 적이 없는 장소. 이런 곳에 차원문이 열릴 리가...
파지지지지지지지지지직!!!!!!!!!!!!!!!!!!!!!!!!!!!!!!!!
.......열렸다. 차원문이 열리는 걸 직접 보는 건 처음인데, 정말로 공간이 열리는 것 같다. 한 점에서 보랏빛 전깃불이 빗발치더니 곧 아무것도 없던 공간이 찢어지면서 동그란 균열이 생겨났다. 신기해서 멍 때리고 쳐다보고 있었다. 즉각 반응하고 도망쳤어야 됬는 데...정신을 차리고 난 뒤는 내 앞에 이미 차원종 한마리가 균열에서 뛰쳐나온 후 였다.
-.....키엑?-
...아무런 목소리도 나오지 않는다. 다리도 움직이질 않는다. 몸이 반응하질 않는다. 뱀 앞에 개구리 꼴이랄까, 지금이라도 반대방향으로 뛰쳐나가야 살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늘어나는 데도 그 자리에 서서 꼼짝도 하질 않는다.
-키에.......-
차원종이 자세를 낮추며 이쪽으로 천천히 다가온다. 여전히 내 몸은 움직이질 않고, 거리는 점점 더 가까워 졌다. 이제 겨우 한 발자국 앞에 있는 차원종이 이쪽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마네킹인가 키엑?-
"....말했다?"
꼼짝도 하지 않던 몸이 움직였다. 이왕이면 다리도 움직였으면 좋겠는 데, 다리는 반대로 주저앉았다. 철퍼덕 주저앉은 채 "말했다?"라고 말한 꼴은 어떤 꼴일까, 그래. 차원종이 날 죽이기 딱 좋은 꼴인데. 일딴 마네킹이 아니라는 건 알 수 있을 테니까.
-키에엑. 여기 인간들도 기술이 이렇게 뛰어난건가 키엑? 마네킹이 막 말은 한다 키엑.-
눈치 못챈거냐! 아직도 날 마네킹이라 생각하며 주저앉아 있는 내 주변을 빙빙 돌고, 툭툭 건드려 보며 신기해 하는 차원종. 역시 차원종이라 바보인 건가. 진짜 사람하고 마네킹고 구별 못하는...
-크흐흐....그건 누가 봐도 사람이 아니냐, 케비...-
차원문을 통해 또 한마리의 차워종이 튀어나왔다. 이번 녀석은 아까 그놈과는 달리 조금 똘똘한 것 같다. 크기도 왠만한 성인만하고, 이 바보 차원종은 5~6살짜리 꼬마정도의 크기인데 말이지.
-키에엑!!이거 사람이었냐!! 키엑!!??-
너만 몰랐다.
-크흐흐...이건 계획에 없던 일인데...크흐흐..-
-키에엑! 어떻게 해야 하냐 키엑!!?-
-그렇군, 이봐, 이건 어떻게 처리할 거지?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고?-
똘똘한 차원종이 차원문을 향해 말은 던졌고, 그 말에....
"뭐? 사람? 그럴리가 없는 데? 크리나 너 또 거짓말 치는 거 아냐?"
-크흐흐...이런 거로 거짓말 치지는 않는다. 세라-
......인간이 답했다.
"어래...진짜 사람이네...큰일났다...그러고 보니 지금 이 시간이 하교시간이었구나....하도 오래되서 까먹고 있었네..."
분명 사람이다. 턱을 괴고 고민하고 있는 이 여성은 누가봐도 사람이다. 하지만 사람이 차원문을 통해 나올 수 있나? 애초에 차원종하고 이렇게 같이 말을 주고 받을 수 있는 건가??!
".....저기....."
"응?"
대답도 차원종처럼 뭔가 전파같은 느낌이 아닌, 진짜 사람의 목소리다. 그렇기에.
"사람....이죠?"
"응"
용기를 내서 겨우 물어본 질문에, 간단하게 맞다고 대답했다.
"이렇게 이쁜 차원종 봤니? 난 엄연한 사람이라고 사람, 오프너 팀 푸른양의 리더, ㅅ....세라란 말이야"
-키엑! 앞에 수식어! 이상하다 키엑! 빼**다 키엑!-
"헤에..케비야, 너가 많이 웃고 싶은가 보구나?-
-케...케게겍!!??? 아흐다 아허 케헥!-
"웃자 웃어~싱글벙글~"
케비라는 이름의 바보 차원종의 입을 쭉쭉 늘리며 들어올리는 세라라는 사람, 그리고 들려올려진채 발버둥 치는 케비라는 차원종.
.....엄청 익숙해보인다. 당연해 보인다. 차원종과 사람이 저렇게 장난을 치고 놀 수 있다는 것이..
"그나저나...큰일이네....애를 어떻게 해야 하지?"
-케엑?-
-크흐흐...죽이면 간단한 것 아닌가....-
...죽여? 똘똘한, 크리나라는 차원종이 허공에서 긴 창을 꺼내들었다. 크기가 나만하다. 찔리면 분명...
-않됀다 키엑!-
"않돼"
-칫, 그럴 줄 알았다.-
곧바로 엑스자를 표시하는 케비와 세라의 말에 곧바로 창을 집어넣는 크리나라는 차원종. 세라라는 인간은 그렇다 치고 케비라는 차원종은 왜..?
"그나저나, 이렇게 두고 갈 수는 없는 데....저기, 석봉아"
....내 이름인가?
"석.봉.아"
"....어떻게...제 이름을..."
"명찰"
아....
"교복을 보니 신강고 학생인데, 맞지?"
"아...네...."
"그럼 혹시 거기에 세하라는 애랑 친하지?"
"아...네...엇!?"
무심코 대답해버렸다. 세하는 클로저고, 이 사람은 차원종들과 같이 다니는 사람, 함부로 답해서는 않됐는 데..!!
"후훗, 괜찮아. 뭐 나쁜 짓 할 생각은 없으니까, 세하랑 친하다면....좋아. 결정했어. 크리나, 케비. 앞으로 석봉이랑 같이 살도로고 해"
"...네?"
-.....케엑?-
-...헛소리다 케비. 무시하면 된다.-
"헛소리 아닌데?"
"진짜....!!???"
-음??!!-
-케에엑!!??-
"일단 함부로 말하면 않되니까 어떻게든 조치를 취해야 하는 데, 기억을 뺏는다던가 그런 건 너무한 것 같고, 게다가 지금 세하라면 분명 클로저일테니, 옆에서 자세히 관찰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어. 고로 케비, 크리나, 너희 둘이 석봉이를 감시하면서 동시에 세하도 관찰하도록 해."
-케에엑!!!???-
-누구 맘대로 그런 걸 결정하는 건가!!??-
그건 내가 할 소리야!!
"저기...저 아무한테도 말 않할테니까...굳이 감시같은 건 필요 없을 것 같은데....그냥 보내주시면 않될까요??"
"그걸 어떻게 믿어?"
맞는 말이다. 반박 불가..
"하지만 차원종하고 같이 살라니...그건 죽으라는 거하고 똑같은 거잔아요, 언제 어떻게 죽임을 당할 지..."
-케엑! 그건 아니다 키엑!-
-호오, 그렇게 하면 되겠군, 그렇다면 난 찬성-
-키엑!!??-
크리나라는 차원종, 찬성하지 마 **. 그것보다 처음엔 생각 못한 거였냐!
"게다가 부모님도 계신 데.."
"너희 부모님 지방에 계시잔아?"
그...그건 어떻게...
"너 구로역에서 알바하더만, 그렇다는 건 돈의 공급처가 없다는 거고, 그러면 당연히 혼자 사는 거겠지"
으윽......
"괜찮아. 크리나라면 조금 위험하긴 하지만 케비가 어떻게든 해줄거야. 케비는 사람을 정말 좋아하니까"
차원종이....사람을 좋아해? 뭔 말도 않되는
"케에엑! 그렇다 케엑! 케비 사람 무척 좋아한다 케엑!-
"....아까 같이 사는 거 반대하지 않으셨나요...?"
-그건 크리나 때문에 케엑! 나 혼자라면 환영이다 케엑!-
**할!!!너 차원종 맞는 거냐!!?
"흠흠, 애초에 우리가 차원문을 열고 다니는 건 맞지만 사람한테 해를 준 적은 전혀 없으니까, 튀어나오는 애들은 전부 곧바로 옮겼으니까"
맞다, 차원문, 이 사람 차원문을 열고 다닌 다 했었지? 사람인건 확실해도 사람이 차원문을 여는 것이 가능한가? 대체 정체가...
"아까 힐끗 말했던 것 같지만...정식으로 소개할게. 나는 팀 푸른 양의 리더, 오프너 이세라"
오프...너?
"꽤나 가까운 미래, 곧 멸망해 버릴 세계로부터, 차원종과 사람들의 화합을 위해 왔어."
"........네?"
너가 쓴 대로 다 올려줬다는 친구의 말에 들어가서 확인을 해보니....."이건 아니야!"라며 갈아 없었던 내용을 그대로 써놔 결국 삭제하고 직접 썻다는 슬픈 이야기...
게임을 하다보면 역시 차원종, 귀엽죠! 그쵸! 스케빈저가 가장 귀엽고 크리자리드가 중2병 걸린 것도 귀엽고! 아스타로트 10츤데레도 너무 좋고! 차원종은 역시 사랑입니다! 그런 거에요!!
고로, 여기저기서, 심지어 게임에서도 차원종은 두들겨 패야 할 대상이기에, 직접 차원종과 사람들이 하하 호호 하며 사는 이야기를 써보고 싶어서 시작하게 됬습니다. 하핫!
운 좋으면 1주? 나쁘면 2주에 한번 씩 올리게 될 것 같네요. 하여튼 잘 부탁드립니다. 넵